스님의하루

2021.2.17 수행법회
“이런 사람은 온라인 수업 진행자가 될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 수행법회를 한 후 오후에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캄캄한 새벽 3시 30분, 두북에서 출발해서 서울에 7시에 도착했습니다.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 후 오전 10시에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문경 수련원에 이어서 서울 정토회관에도 500명의 참가자가 한눈에 보이도록 방송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아직 방송 시설이 불안정하여 송출이 늦어져 10분 늦게 수행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1천여 명의 정회원들이 생방송에 접속하고, 전법활동가를 신청한 270여 명이 방청객으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오늘 법회 주제는 온라인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진행하겠다고 신청한 전법활동가들을 위한 법문이었습니다. 스님은 전법활동가의 자세에 대해 1시간 동안 이야기했습니다.

온라인 수업의 기본 운영방식

“여러분이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수업을 진행하는 그 자리가 바로 법당입니다.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은 내 방이 곧 온라인 법당이에요.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옆에서 아이들이 울거나 강아지가 왔다갔다 하면 법당이 아니잖아요. 수업을 진행할 때는 내가 있는 공간이 공적인 자리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진행자는 옷도 깔끔하게 입고, 배경도 깔끔해야 해요. 지금 제 뒤에 보이는 배경도 깔끔하잖아요. 천을 치든, 커튼을 치든, 배경을 깔끔하게 하고, ‘정토불교대학’이나 ‘명심문’ 같은 글자를 반듯하게 붙인 후 수업을 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품위 있게 진행을 해야지, 러닝셔츠 바람에 머리도 막 헝클어져서 자다 일어난 것 같은 모습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안 됩니다.

수업 중에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듣는 데에 문제가 생기면 돕는 이가 도와줘야 돼요. 진행자가 그것까지 챙기려면 진행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진행자는 학생들이 법문을 깊이 이해했는지, 배운 내용을 삶에서 체험하고 있는지, 이런 걸 살펴야 해요. 기술 관련 문의는 항상 돕는 이가 옆에서 도와줘야 합니다. 이렇게 진행자와 돕는 이가 하나의 짝을 이루어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거예요.

학생이 공부를 하다가 의문이 생기면 수업 중에 바로 구두로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채팅창에 올리도록 합니다. 밴드에 올려도 좋고요. 그렇게 질문사항을 올리면 담당법사님이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해줍니다. 개인에게 일대일로 답변을 주는 거예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면 ‘다음에 스님과의 즉문즉설 시간에 문의하세요’ 이렇게 안내해 주면 됩니다.

또 한 달에 한 번은 스님이 직접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입학식과 졸업식 외에 매달 한 번씩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즉문즉설을 할 예정이에요. 입학식, 졸업식, 즉문즉설 3회, 졸업수련 1회, 이렇게 해서 총 여섯 번의 프로그램이 스님과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온라인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은 아주 집중해서 학습 지도와 수행 지도를 해야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온라인 교실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운영자, 진행자, 돕는이가 서로 잘 협력해야 합니다. 운영자는 한 반을 운영하는 사람이고, 진행자는 한 조의 수업을 진행하는 사람이고, 돕는이는 수업 진행을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운영자, 진행자, 돕는이가 자주 모여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가면서 교실을 운영해 나가야 합니다. 어려움이 있다면 법사님과 수행 상담도 하면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해요. 이것이 온라인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의 기본 운영방식입니다.

진행자의 자격

여러분 중 초심자는 먼저 돕는 이를 해서 경험을 쌓은 후 진행자가 되어야 해요. 연세가 너무 많이 드셨거나 도저히 진행이 어려운 분들은 다른 활동을 하시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진행해야 한다’가 아니에요. ‘학생들에게 내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이것이 중요해요. 그렇다고 해서 어떤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진행 매뉴얼이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몇 번 연습만 하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요.

그러나 심리가 너무 불안해서 학생들의 반응에 영향을 받는 수준이라면 진행자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학생들 중에는 심리가 불안한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돌발 발언을 하는 사람도 있고, 수업 중간에 나가버리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럴 때 진행자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담담해야 합니다. 학생을 보고 같이 흥분을 하거나 괴로워하는 사람은 진행자가 되기는 좀 어려워요. 심리 불안이 있거나 쉽게 흥분하는 사람이 진행자를 맡으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의 진행자는 공적인 자리라는 사실을 늘 유의해야 합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조를 마치 개인의 소유물처럼 생각하면 안 돼요. 사적인 자리로 착각하면 농담을 하거나 재미있게 해 보려다가 말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재미있게 운영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어요. 그렇게 자꾸 개인기를 발휘해서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사람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기본 매뉴얼에 따라 유머러스하게 진행하는 건 좋지만, 개인이 장기자랑을 하듯이 진행해서는 안 됩니다. 또 학생과 사적인 관계를 맺어서 물건을 판다든지, 가게를 소개한다든지, 이런 일에 일절 관여해서는 안 됩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이 사모임이 되어서는 안 돼요.

이런 점만 유의하면 누구나 다 진행을 할 수 있어요. 자기가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돕는이를 맡아서 조금 연습을 해보면 됩니다. 운전면허를 취득해도 실제로 운전을 하기 전에 도로 연수를 좀 받아야 하잖아요. 그것처럼 내가 진행자의 자격을 취득해도 처음에는 경험이 있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진행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돕는이로 붙어서 진행에 조언을 해주고, 끝나면 평가도 해주는 것이 필요해요. 처음 진행하는 사람은 이런 도움을 받으면서 경험을 쌓아 나가야 합니다.

가장 기초는 수행

그런데 진행자 중에 천일결사 수행도 안 하고, 마음 나누기도 안 올리고, 법문도 안 듣는 분이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어요. 또 재능만 갖고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진행자랍시고 학생들에게 ‘정진하세요’, ‘법문 들으세요’라고 말할 자격이 없잖아요.

그래서 진행자는 첫째, 수행을 해야 합니다. 물론 수행이란 어떤 형식을 말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닦는다는 것을 뜻하지만, 정토행자가 기본으로 해야 하는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아침마다 기도를 하고, 마음 나누기를 올리고, 법문을 듣는 활동을 꼭 해야 합니다. 본인은 수행을 안 하면서 학생들에게 수행을 하라고 하면 말에 힘이 없잖아요. 자기 스스로도 마음이 켕깁니다. 그래서 진행자는 인격도 갖추어야 하지만 자기 정진도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수행이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진행자는 성실한 모습을 보여야 해요. 어떤 이유로든 수업을 늦게 시작하기 일쑤고, 말이 길어져서 수업을 늦게 끝내기 일쑤고, 이렇게 불성실하게 운영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수업을 빠지면 안 돼요. 진행자의 개인 일정 때문에 수업 날짜를 옮긴다든지 불성실하게 운영해서도 안 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으면 사전에 운영자한테 얘기를 해서 다른 진행자가 대신 진행을 하도록 비상대책을 세워야지 임의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혼자 결정하지 말고 물어가면서 하세요

공지사항을 비롯해 운영자와 의논해서 꼭 지켜야 할 것은 반드시 지켜가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진행자의 불안 심리 때문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어려움을 주거나, 사사로이 이익을 추구하거나, 농담을 한답시고 성희롱 발언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진행자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또 여러분도 어려움이 있으면 법사님들과 상담을 자주 하세요.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런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렇게 자주 문의를 하면 됩니다.

‘이런 것은 학생들이 원해도 안 해야 하는구나.’
‘이런 것은 학생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해야 하는구나.’

이렇게 운영 원칙을 하나씩 만들어 가면 돼요. 그런데 여러분은 주로 학생한테 끌려가는 경우가 많아요. 학생들이 마음 나누기를 더 길게 하자고 하니까 마음 나누기를 더 길게 하자고 건의하고, 학생들이 수업을 짧게 하자고 하니까 수업을 짧게 하자고 건의하고, 이렇게 끌려 다니면 안 됩니다. 너무 학생들한테 잘 보이려고 해도 안 되고, 반대로 너무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선적으로 진행해도 안 돼요. 학생들이 좋아하든, 학생들이 싫어하든, 수행의 관점에서는 그건 그들의 문제예요. 고집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학생들을 한 명도 안 빠지고 모두 졸업시켜야 한다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나가면 나가는 대로, 너무 방치해서도 안 돼요. 상황을 보면서 적절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이 학생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나? 아니면 조금 놓아두어야 하나?’

이런 걸 혼자서 결정하지 마세요. 헷갈리면 항상 운영자에게 묻고 조절해야 합니다. 이런 경험이 몇 해 쌓이면 어떤 것은 학생이 아무리 졸라도 하지 말아야 할 게 있고, 어떤 것은 내가 싫어도 해야 한다는 자기 기준이 잡히게 됩니다.

중도(中道)의 방법으로 함께 만들어가기

지금 매뉴얼이 잘 준비되어 있는 이유는 그동안의 오랜 경험과 연구 덕분입니다. 온라인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매뉴얼을 만들었어요. 지난가을에 온라인 불교대학을 진행해 본 경험도 반영해서 한층 더 개선을 했습니다.

이번 봄에 여러분의 온라인 불교대학 진행 경험 역시 운영자에게 계속 이야기해 주세요. 중간에 진행자 공청회를 하거나, 학기가 끝나면 평가회의도 하겠습니다. 그래서 가을 학기에는 더 개선을 해나갑시다. 온라인 수업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보니 100퍼센트 완벽하게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실제로 해보면 완성도는 80퍼센트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 각자가 좀 더 나은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그것을 합쳐서 완성도를 점점 높여 나가야 합니다.

수업을 내가 진행할 뿐이지 수업이 내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문제점에 대해서는 항상 운영자와 의논하셔야 합니다. 반별로 운영자, 진행자, 돕는 이, 담당법사님이 항상 의논을 하면서 운영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학생들에게도 너무 강요하는 이미지를 주지 않도록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것은 좋지만, 학생들이 너무 압박감을 느끼게끔 하지는 말고 가능하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반대로 너무 방치하는 인상을 줘서도 안 됩니다. 애정을 갖고 적극적으로 하되 그것이 간섭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해요. 한마디로 진행자의 자기 수행과 모든 활동은 ‘중도(中道)’의 방법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하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미리 신청받은 질문 외에도 현장에서 손을 들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 불교대학 진행이 처음인데 어떻게 하면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을까요?
  • 불교대학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야 진행자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학생의 마음을 잘 모르겠는데 진행자를 하는 게 가능할까요?
  • 지난 3년 동안 불교대학 담당 또는 부담당을 했지만, 현재 활동가로 남은 학생은 한 명도 없습니다. 바라는 마음을 내지 않으려 해도 내심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전법활동가는 어떤 마음으로 소임에 임해야 할까요?
  • 저는 진행자 역할이 재미도 있고 좋은데 개인 정진을 잘 안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는 무엇보다 수행을 기초로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저를 좀 혼내주세요.
  • 불대 홍보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 어떤 관점으로 불대 홍보를 해야 할까요?

다섯 명까지 질문을 받고 이어서 포살법회가 있어서 수행법회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정회원들은 포살법회를 했습니다. 스님이 낭독하는 18계본에 따라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며 지키지 못한 계에 대하여 삼배로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였습니다.

방송이 끝난 후 스님은 방송팀에게 다가가 왜 방송사고가 생겼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이유를 설명하며 죄송해하는 방송팀에게 스님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실수는 다 잊어버려요.”

“네. 고맙습니다.”

오후에는 평화재단으로 가서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故 백기완 선생의 빈소에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내일은 평화재단, JTS, 에코붓다 이사회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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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지

진행자 소임을 맡으며 학생 때 보다 더 많은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잘 쓰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생분들의 마음을 차분한 마음으로 경청하는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2021-03-12 21:19:59

이수정

진행자는 자기수행과 중도를 지켜야 된다는 말씀새깁니다. 감사합니다.

2021-02-28 07:49:01

굴뚝연기

온라인대학진행자로 마음을 내신분들이 많으시네요^^스님당부 말씀처럼,스님모습 또한 늘 단정하시고,깔끔하세요^^백기완선생님 화면으로 뵈면서,고문 후유증에 몸이 저리도 망가지신것 같으신데ㆍ우리스님께선 어찌 견디시나ㅠ초인이실까 과연ㅜ고문이 사람을 저렇게도 망가뜨려 맥을못추게만들어놓았는데ㅠㅠ백기완선생님을 애도하며,웬지 법륜스님이 얼마나 몸이아프실까 겹쳐생각났습니다ㅠ

2021-02-24 01: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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