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2.6. 천일결사기도 생방송, 불교대학 경전반 졸업수련, 진행자 스태프 간담회
“소외감이 들고 기분이 울적해질 때,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온라인으로 생방송 법회를 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 맑은 종소리가 랜선을 타고 전국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오늘도 문경 수련원 명상원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예불을 정성껏 한 후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 독송을 차례대로 했습니다.

경전 독송을 마친 후 스님의 짧은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아침 기도 잘하셨습니까? 벌써 10-4차 백일기도를 시작한 지 5주가 지났습니다. 백일 기간 중에 3분의 1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벌써 기도를 많이 빼먹었습니까? (웃음)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그러나 수행은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더라도 일어나고, 기도를 하기 싫더라도 하고, 바쁘더라도 하고, 못할 상황이 되더라도 어떻게든 구석에서라도 하고, 이렇게 한결같이 해나가는 것이 꾸준함입니다. 바쁘다고 해서 마음이 조급하거나 들뜨지 않고, 한가하다고 해서 게으르지도 않고, 마음을 늘 한결같이 갖는 것이 수행입니다. 아침 기도를 꾸준히 해나가는 것을 자꾸 연습하다 보면 마음이 점차 그렇게 됩니다.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하는 방법

세상을 살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습니다. 좋은 사람과 헤어지게 될 수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과 계속 만나게 될 때도 있고, 아끼던 물건이 깨질 수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원하던 바가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때 상황에 따라 좋았다가 미웠다가 기뻤다가 슬펐다가를 반복하면 늘 마음이 불안정한 상태로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늘 지나간 과거를 그리워하고, 현재를 비관하고, 미래에 대해서는 근심 걱정하게 돼요.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하려면 아침 기도와 같이 한 가지를 꾸준히 해나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자꾸 ‘못할 상황이어서 못했다’라고 하는데 그렇게 못할 상황에서도 평소와 같이 해나가는 것이 기도이고 수행입니다. 다른 사람 같으면 못하겠지만 수행자는 하기로 했으니까 그냥 하는 거예요. 그렇게 꾸준히 수행을 하면, 다른 사람 같으면 아이가 시험에 떨어졌을 때 슬프지만 나는 진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못할 상황에서는 못하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하는 건 굳이 연습을 안 해도 세상 사람들이 누구나 본래 다 하는 거예요.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늘 세상에 휘둘리는 겁니다. 못할 상황에서도 해내면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하는 건 당연한 거죠. 그 결과 한결같음을 유지하게 되는 거예요. 그 한결같음을 유지하려면 꾸준히 해내야 합니다. 어떤 날은 몸이 찌뿌드드하지만 일어나서 하고, 가볍게 일어나지는 날에도 그냥 일어나서 하는 거예요.

여러분은 몸이 찌뿌드드한 날에는 ‘오늘은 건너뛰고 내일 하지’ 이러는데, 그렇게 되면 한결같지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그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죠. 좋고 싫음은 자신의 습관에서 일어나는 겁니다. 자기 나름대로는 주체적으로 대응한다고 생각하지만, 지나 놓고 보면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욕망에 흩날리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평생 욕망과 습관의 노예로 살아가게 됩니다. 욕망과 습관으로부터 내가 자유로워지는 게 해탈이에요. 자신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곧 경계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욕망이라는 건 늘 바깥 경계와 부딪혀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오늘 읽은 경전의 의미를 해석해준 후 방송을 마쳤습니다.

날이 밝았지만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했습니다. 희양산이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아침 9시부터는 온라인 가을 불교대학을 곧 졸업하게 되는 학생들과의 온라인 졸업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불교대학 졸업 수련

총 2천여 명이 졸업을 하게 되는데, 화상회의 방에는 방청객으로 900여 명이 입장하고, 나머지 1100여 명은 유튜브 생방송으로 졸업 수련에 참석했습니다.

“입장하신 분들은 비디오 시작을 눌러 화면을 켜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온 학생들은 화상회의 사용법에 많이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스님은 환한 웃음과 함께 온라인 불교대학을 곧 졸업하게 됨을 축하했습니다. 이어서 지난 6개월 동안 수업을 들으며 궁금했던 내용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을 했습니다. 총 7명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직접 질문을 했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처음 시작한 분들이 많아서 어떻게 기도를 하면 좋은지에 대해 묻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온라인 명상수련을 시작한 사람들은 명상하는 방법을 물었고, 수업 중 수행 연습을 꾸준히 했던 사람은 일상 속 수행법을 질문했고, 불교의 역사와 부처님의 일생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질문자는 전법을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법을 전할 때는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할까요?

“부처님이 깨닫고 나서 중생들에게 법을 전하겠다고 마음을 먹으셨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것이 궁금합니다. 그 마음을 본받고 싶어서요.”

스님은 전법을 하는 마음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세력을 키우거나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불법(佛法)을 전하면 안 됩니다. 정토회를 키우기 위해 법을 전하는 게 아닙니다. 이 법을 전하다 보니, 그리고 법이 좋다 보니 사람들이 점차 모이게 되고, 그 결과로 인해 정토회가 커지고 영향력이 생길 수는 있습니다. 또 그 결과 재정이 조금씩 늘어나서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게 되었다면 그것은 좋은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도와줄 것인가

그렇지만 정토회의 활동 목표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나 삶을 가볍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인가?’입니다. 세력을 키우거나 돈을 모으는 것이 전법의 목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법을 전했는데, 그러다 보니 그 결과로 그렇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요. 마치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내가 꼭 승진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일을 하면 욕심이라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 그저 주어진 일을 가볍게 하고 즐겁게 직장생활을 했더니 다른 사람이 그걸 좋게 보고 자꾸 승진을 시켜주는 것은 욕심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수행자이니까 승진은 무조건 안 하겠다’ 이렇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용해보니 좋은 물건이 있어서 그걸 다른 사람도 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돈 벌 목적이 아니라 서비스한다는 생각으로 값싸게 구해 와서 팔았는데 어쩌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돈을 많이 벌게 되었다면 그것은 욕심을 낸 것과는 다릅니다. 그로 인해 생긴 돈을 다시 좋은 일에 쓰면 됩니다.

정토회의 목표는 ‘어떻게 하면 이 좋은 법을 같이 나누어서 조금 더 행복한 세상을 같이 만들 것인가’에 있습니다. 그러려면 첫째, 우선 내가 행복해야 합니다. 내가 행복한 것을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내가 행복해지면 전법은 저절로 됩니다. 여러분은 자꾸 ‘남편을 위해서 산다’, ‘아내를 위해서 산다’, ‘자식을 위해서 산다’, ‘가족을 위해서 산다’, 이렇게 누구를 위해서 산다고 하는데,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해요. 내가 자유롭고 행복해지면 같이 사는 남편과 아내도 좋아지고, 부모도 좋아지고, 아이도 좋아지는 거예요. 아침마다 인상 쓰고 성질 내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아이를 키우는데 어떻게 아이가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등산하는 게 힘들지만 재미있고, 운동하는 게 힘들지만 재미있듯이,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어도 엄마가 재미있어 하면 아이는 저절로 잘 크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 키우느라 죽겠다’, ‘왜 아이를 낳았을까’ 이러면서 아이를 키우면 아이가 잘 될 수가 없어요.

내가 먼저 행복하기

내가 먼저 행복한 건 이기심이 아니에요. 우선 나부터 인생의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내가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자유롭고 행복해져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런 다음 다른 사람에게도 이 좋은 법을 전하고, 어려운 사람도 돕고, 세상을 위해서 활동을 하는 겁니다.

환경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온갖 성질을 내고 악을 쓰면서 환경 운동을 하면 그 사람은 그냥 환경운동가이지 수행자는 아닙니다. 수행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하는 마음으로 남이 하든 안 하든 나는 꾸준히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미세 가루가 몸에 해롭다고 하면 플라스틱을 철저하게 분리수거하고, 이산화탄소의 배출로 인해 환경오염이 된다고 하면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쓸데없이 차를 타는 일을 줄이는 겁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간다고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절을 해야지 왜 차를 타고 돌아다닙니까.

관점을 탁 바꾸어야 합니다. 최소의 에너지와 최소의 음식으로 검소한 생활을 하고, 겸손한 자세를 갖되 당당함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자세를 갖는 것이 소비주의 사회가 야기하는 환경 문제를 극복하고 인류가 나아가야 하는 새로운 길입니다.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하는 리더십

부처님은 돈과 재물과 지위를 극복한 분입니다. 부처님은 가진 재물도 버리고, 가진 왕위도 버렸습니다. 엄청난 재물과 많은 음식, 높은 지위가 주어져 있었지만 적게 먹고 검소한 생활을 하셨습니다. 부처님처럼 우리도 자본주의를 극복해야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하는 리더십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는 검소하게 살다가 돈을 주거나 지위를 주면 수행자로서의 자세와 품위를 놓쳐버립니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순수해도 인류의 리더십을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분도 결혼을 한 상태에서, 직장을 가진 상태에서, 온갖 것이 열려있는 상황에서도 검소하게 생활할 수 있어야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지위가 높지만 겸손하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양과 형식을 갖추었다고 수행자가 아닙니다. 겉으로는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수행자인 척을 해도 돈을 밝히거나 지위를 밝히면서 사는 건 위선적인 삶입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어떤 이름이 주어지건 그건 세상살이입니다. 이런 종교적 허구에 여러분이 노예생활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생의 중심은 나 자신입니다.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여기에 대한 중심이 먼저 서야 합니다. 혼자 살아도 좋고, 둘이 살아도 좋아야 합니다. 수행자라면 검소하게 살아야 하고, 겸손하게 살아야 합니다. 없어서 가난하게 사는 게 수행이 아닙니다. 재물이 있어도 검소하고, 지위가 높아도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위가 높지도 않으니까 수행하기가 얼마나 좋아요? 지위가 높으면 수행하기가 어려운데 낮으니까 저절로 수행이 되고, 재물이 많으면 수행하기가 어려운데 없으니까 검소하게 사는 것도 쉽잖아요. 수행자에게는 재물이 많은 것도 좋지 않고, 지위가 높은 것도 좋지 않습니다. 재물이 많아도 다 쓰지도 못하고, 지위가 높아도 어디 가서 자랑도 못하는데, 뭐 하러 많이 가지려고 해요?

지금이 가장 좋은 때입니다

그러니 지금 현실이 나에게는 사실 가장 좋은 조건입니다. 여러분이 지금보다 많이 잘났다면 현재의 남편이나 아내에게 만족하지 못했을 겁니다. 반대로 남편이나 아내가 나보다 너무 잘났다면 나를 버리지 뭐 하러 나하고 같이 살겠어요. 그러니 지금 이러니 저러니 하면서 찌그럭대고 사는 건 그래도 두 사람이 비슷하니까 서로 눈이 맞아서 같이 사는 거예요. 그래서 서로가 귀중한 줄 알아야 합니다. 서로 귀한 줄을 모르고 자꾸 불만을 표시하면 나중에 상대와 헤어지거나 상대가 죽고 난 다음에 귀한 줄 알고 후회하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맨날 지난 뒤에야 깨닫습니다.

청소년 시기에는 그 시기가 좋은 줄 모르다가 나이가 마흔이 되고 나서야 청소년들을 보면 그때가 좋을 때라고 합니다. 정작 자신은 그때가 안 좋고 괴롭고 힘들었잖아요. 지금 시기도 힘들다고 하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좋은 때라고 느낄 거예요. 그러니 지나 놓고 그런 생각을 할 게 아니라 항상 지금이 좋은 때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 30년이 지나고 나서 지금을 돌아보면 그때가 좋았다고 할 거예요. 그럴 바에야 그냥 지금이 좋은 줄 알면 되잖아요. 이렇게 공부하셔서 나날이 행복한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하고 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의 법문이 끝나고 학생들은 각 지부별로 담당 법사님과의 온라인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온라인 경전반 졸업 수련

스님은 잠시 휴식을 했다가 오후 1시부터는 온라인 경전반 졸업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800여 명이 화상회의 방에 초대되어 방청객이 되어 스님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나머지 290여 명은 유튜브 생방송으로 졸업 수련 법문을 함께 시청했습니다.

경전반 졸업생들은 정토회 역사상 가장 격변의 시기를 경험한 학생들입니다. 먼저 스님은 수고한 학생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졸업 수련에 참여하신 여러분, 경전반 6개월 과정을 잘 마친 것을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은 정토회와 인연을 맺으면서 격변의 시기를 거쳐 왔습니다. 불교대학은 오프라인으로 법당에서 입학하고 시작했지만, 상반기를 마치고 하반기에 들어가면서 수도권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고, 지역에 계신 분들은 법당에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졸업식부터는 모두가 온라인 방식으로 참석했고, 경전반 수업도 온라인 수업 방식으로 6개월 동안 함께 했습니다.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학생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공부하시느라고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웃음)

이어서 지난 6개월 동안 반야심경, 금강경, 육조단경, 법성게, 신심명을 공부하면서 들었던 의문점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했습니다. 총 7명이 스님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시작하면서 드는 의문점과 경전반 수업내용에 대한 의문점 등 다양한 질문과 스님의 답변이 있은 후 스님은 다시 한번 학생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은혜를 갚는 방법

“졸업을 할 무렵이면 여러분 중에 많은 분들이 ‘스님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시는데요. 스님에게 뭘 사주거나 인사한다고 감사가 되는 게 아닙니다. 법륜 스님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주변에 한 사람이라도 불교대학에 참여하게 하도록 해서 그도 행복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겁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불교대학 진행자가 되어서 학생에서 선생님으로 나아가 준다면, 그것이 스님에게 받은 은혜를 갚는 방법입니다. 그것도 너무 욕심내서 하지 말고 시간과 여건이 되는대로 활동해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졸업식 때 뵙겠습니다.”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이어서 학생들은 지부별로 담당 법사님과의 온라인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온라인 불교대학, 경전반 진행자 간담회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에 다시 온라인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6개월 동안 온라인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진행한 스태프와 진행자 900여 명이 온라인 화상회의 방에 입장했습니다.

먼저 온라인특별위원회에서 2020년 가을 온라인 정토불교대학/경전반 현황 및 성과와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온라인 교실을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수고한 진행자와 스태프들을 위해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동안의 경과 보고를 들으면서 새삼 여러분의 수고가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큰절이라도 드리고 싶은데 그러면 여러분이 보시는 화면에서 제가 없어져서 어렵겠어요. (웃음)

지난 6개월 동안 온라인 불교대학과 경전반 운영에 대해 일차적으로 임상 실험을 해 본 결과에 대해서는 ‘괜찮다’, ‘성공적이다’ 이렇게 평가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다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이어서 그동안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진행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묻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7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스태프 역할을 맡았는데 주인공이 진행자와 학생들인 것 같아 소외감을 느껴서 힘들었다며 어떻게 수행적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소외감이 들고 기분이 울적해질 때, 어떡하죠?

“저는 이번 온라인 불교대학에서 스태프 역할을 했습니다. 학생도 아니고 진행자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업 갈무리를 하는 조별 활동 때 소외감이 들었고 기분이 갑자기 울적해져서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화상회의 화면에서 빠져나왔는데, 다가오는 3월에는 다시 스태프를 하기 싫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수행적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래도 사람이 약속을 했잖습니까? 사람이란 신의가 있어야 해요. 누가 질문자를 해친 것도 아니고, 병이 난 것도 아닌데, 본인이 주인공이 못 된다는 이유로 그냥 수업에서 나오겠다고 하는 것은 자기감정에 너무 치우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감정에 너무 치우쳐서 약속을 어기는 것은 신의를 져버리는 행위예요. 그러면 앞으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됩니다. 그런 마음이 들더라도 이번 수업이 끝날 때까지는 끝까지 스태프 역할을 해야 합니다. 첫 번째로 가져야 할 수행적 관점은 바로 그것입니다.

둘째, 그런 수준이면 다음에는 스태프를 안 하는 게 낫습니다. 그런 마음이 드는데 억지로 스태프를 하는 것은 스태프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닙니다. 수행자는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진행자가 부족해서 진행자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나는 진행자 안 할래!’ 이렇게 말해도 안 되고, 이미 진행자가 있는데 ‘나도 진행자 할래!’ 이렇게 말해도 안 돼요.

정토회에서 선거를 할 때 ‘나 총무 할래!’ 이렇게 말하면 총무 자격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건 수행자 자격이 없는 거예요. 또 사람들이 총무로 선출했는데 ‘나 안 할래!’ 이러면 대승 수행자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본인의 조건이 안 되면 안 된다고 얘기를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능히 대중의 요구를 따라 받아들여야 해요.

수행자는 대중이 원하면 뭐든지 기꺼이 하겠다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욕망을 내려놓는 것이 수행이에요. 필요로 하면 기꺼이 하지만, 남이 이미 하고 있는데 자기가 나서서 ‘내가 하겠다’라고 하는 것은 수행이 안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런 마음이 든다면 먼저 수행을 해서 그것부터 우선 극복해야 합니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기

불교대학과 경전반의 주인공은 당연히 진행자와 학생들입니다. 스태프는 그림자예요. 보이지 않게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일들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 스태프의 역할입니다. 오늘 제가 법문하고 있는 이 자리에 있는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이 법회에서 주인공은 스님과 여러분이잖아요. 지금처럼 스님이 500명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려면 카메라 뒤에서 컴퓨터를 만지면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 대처해 주는 사람들이 여러 명 있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없으면 지금 이 법회를 진행할 수 없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1년, 2년, 3년 동안 활동을 해도 화면에는 얼굴 한 번 안 나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야 정토회에서 하는 이런 행사들이 진행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 질문자는 수행을 통해 지금과 같은 마음을 먼저 극복해야 해요. 질문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그런 마음이 들게 마련이에요. 어떤 자리에 가든 자기가 주인공 되고 싶지, 그림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잖아요. 그러나 수행자라는 것은 필요하다면 그림자도 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진행자도 될 수가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정토회에서는 불교대학 학생들이 많이 들어올 것에 대비해서 진행자를 많이 양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처럼 그렇게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진행자가 되면 진행을 할 때 자기도 모르게 들뜨게 됩니다. 또 학생들이 자기를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 눈치를 보게 돼요. 그런 사람은 진행자로서 바람직하지 않아요. 학생들 비위를 너무 맞춰도 안 되고, 학생들 눈치를 봐서도 안 됩니다. 칭찬받으려 하거나 학생들의 비난에 너무 연연해서도 안 됩니다. 그저 바른 법을 꾸준히 전할 뿐이에요.

스님도 이렇게 법문을 하면 듣는 사람이 다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좋아하는 사람이 좀 많을 뿐이죠. 연초에 제가 공청회를 많이 했는데, 참가한 사람들의 반응이 서로 달랐습니다.

‘정토회가 대중의 의사를 받아들이려고 정말 노력하는구나. 이렇게 민주적인 조직이어서 좋다’

이렇게 느끼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에요.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똑같은 얘기를 뭐 하러 계속 되풀이하는 거야? 그냥 결정해서 실행하면 되지.’

‘자기들끼리 다 짜 놓고 치는 것 아냐? 우리가 얘기한다고 그게 반영이나 되겠어? 괜히 형식적으로 하는 거잖아!’

이처럼 사람 마음은 다 같지가 않아요. 그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스님이 해도 그런 사람이 있는데, 그걸 어떡하겠어요? 사람이 많다 보면 개중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람들이 칭찬한다고 너무 들떠도 안 되고, 그 사람들이 비난한다고 미워해서도 안 돼요. 무엇보다 불교대학 진행자가 되려면 조금은 평정심을 가져야 합니다. 스태프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조용히 뒤에서 뒷바라지하겠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수행자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진행자의 자격, 스태프의 자격

진행자는 들뜨거나 감정 기복이 심해서는 안 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스태프는 기꺼이 그림자가 되어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을 딱 가져야 해요.

오늘 질문자가 아주 좋은 질문을 해주셨어요. 이런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은데, 질문자가 솔직하게 털어놓고 질문해 준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의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웃음)

그렇다고 진행자가 되는 것에 대해 ‘너무 엄격해서 진행자는 못 할 것 같다’ 이렇게 겁내진 마세요. 좀 서투르더라도 맡아서 연습하면 되고, 두세 번 연습해 보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또 나이가 들거나 다른 사정이 있어서 진행자를 할 형편이 못 된다면 진행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볍게 내려놓아야 해요. 그런데 지금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돈도 가볍게 내려놓고, 지위도 가볍게 내려놓고, 미움도 가볍게 내려놓기 위해 수행자가 된 거잖아요. 자기가 정회원 좀 했다고 정회원을 가볍게 못 내려놓고, 법당 운영 좀 했다고 법당을 가볍게 못 내려놓고, 기존에 진행자 역할을 좀 했다고 ‘내가 10년이나 정토회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봐주질 않고 이젠 늙었다고 쫓아내냐!’ 이런 생각을 한다면 헛공부를 한 거예요.

진행자는 필요에 의해서 주어지는 거예요. 학생들을 위해서 필요한 역할이 진행자입니다. 정토회의 모든 구성원은 다 평등한 회원입니다. 그중에서 진행자는 불교대학과 경전반에 다니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람들인 거예요. 그런 역할을 자기가 할 수 있으면 하고, 할 조건이 못 되면 내려놨다가, 다시 할 형편이 되면 또 신청해서 하고, 이렇게 오고 감이 자유로워야 합니다. 다만 진행자 역할을 맡을 때는 최소한 3년은 하겠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해요.

스님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출가를 했으면 계율을 딱 지켜서 승려 생활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승려로 있으면서 계율을 어기면 안 돼요. 계율을 어기면 승려 사회에서 파문을 당합니다. 파문을 당하면 다시는 승려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사정이 생겼을 때 가사를 딱 벗어서 반납하고 나가서 살다가 또 신청을 했을 때는 다시 들어올 수 있습니다. 태국은 그렇게 일곱 번까지 받아줘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들어오고 나가는 게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까 명색은 승려라면서 자꾸 엉뚱한 짓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고 감이 자유롭게

그래서 여러분도 좀 가볍게 임해 주시면 좋겠어요. 할 수 있으면 하고, 못 하면 딱 사표를 내고, 또 할 수 있으면 다시 신청해서 하면 됩니다. 그런데 진행자를 안 하게 되면 무슨 회사에서 직위가 하나 떨어지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요즘 자신을 돌아보고 있어요.

‘내가 나름대로 수행을 지도한다고 했는데 사람들은 아직 수행이 안 된 것 같구나. 총무니 대의원이니 하면서 지위 가지고 폼을 잡는 정토회를 그동안 내가 만들어 온 것인가?’ (웃음)

그러니 우리 모두 조금 가볍게 임하도록 합시다. 할 때는 가볍게 하고, 못 하는 기간이 한 달 정도 될 때는 휴가를 내어서 남이 대신 맡아주도록 요청하고, 그 이상일 때는 가볍게 내려놓고 딴 사람이 대체하도록 하고요. 불교대학 진행자는 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서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직위가 아니에요.”

이외에도 중간에 수업을 그만 듣는 학생이나 심리가 불안정한 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수업을 빠진 학생을 위해 졸업 요건을 완화해줄 수 있는지, 학생들에게 어떻게 천일결사 기도를 권유하면 좋을지, 수업 후에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어도 되는지 등을 질문했습니다. 질문 속에서 어떻게 하면 교실을 잘 운영하고 학생들과 함께 수행할 수 있는지 고민한 흔적이 묻어났습니다. 질문을 모두 받고 나자 아홉 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활동가들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3월에 열리는 불교대학과 경전대학도 흔쾌히 맡아보겠습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화상회의 방을 나가려고 하는데 스님이 붙잡았습니다.

“다 같이 사진은 찍었어요? 고생했는데 같이 사진이라도 찍어야죠.”

스님의 제안에 활동가들은 활짝 웃어 보였습니다. 기념사진까지 찍고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온라인으로 발심행자 신청자 교육 수료식을 하고 저녁에는 청년들을 위한 온라인 즉문즉설을 진행합니다. 저녁에는 온라인 일요명상이 열립니다.

자유롭고 행복하길 원하나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가능합니다.
당신의 인생을 바꿀 선택!
법륜스님의 온/라/인 정토불교대학으로 오세요~

▻ 신청마감: 2월 21일(일)
▻ 입학식: 3월 9일(화)

▼ 아래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클릭] https://www.jungto.org/edu/Jun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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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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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보이지않은 곳에서 스텝활동하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한결같음을 유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3-12 07:15:32

헛공부

‘내가 10년이나 정토회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봐주질 않고 이젠 늙었다고 쫓아내냐!’ 이런 생각을 한다면 헛공부를 한 거예요.

그렇군요. 왜 그럴까요. 수행=헛공부라니.

2021-02-28 12:34:00

송미해

인생의 중심은 나 자신입니다.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1-02-13 1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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