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0.17.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 농사일, 정토불교대학 온라인 즉문즉설
“버럭 화가 날 때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은?”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으로 한 후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하고, 저녁에는 이번 가을에 입학한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 맑은 종송 소리와 함께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10-3차 백일기도에 입재한 후 27일째 기도입니다. 예불을 한 후 5시 정각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새벽 기도를 시작하겠습니다. 기도 끝나고 법문을 하겠습니다.”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을 한 후 다 함께 오늘의 경전을 함께 독송했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평안하라. 안락하라.

어떠한 생물일지라도,
약하거나 강하거나 굳세거나,
그리고 긴 것이건 짧은 것이건 중간치건,
굵은 것이건 가는 것이건, 또는 작은 것이건 큰 것이건,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살고 있는 것이나,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나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사홍서원으로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후 스님이 웃으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매일 아침 정토행자들이 하는 천일결사 수행법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기도 잘하셨습니까? 3차 백일기도에 입재한 후로 4주가 지났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입재해서 기도하시는 분들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잘 따라오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혹시라도 중간에 사정이 생겨서 조금 빠졌다고 하더라도 오늘부터 다시 마음을 내서 정진을 계속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인생의 목표와 그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

정토회의 천일결사 수행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삼귀의(三歸依)입니다.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들에게 귀의합니다.

첫째,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것은 우리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히 하는 것을 뜻합니다. 내 인생의 목표를 부처님처럼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으로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정진하시는 분들 중에 이 목표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둘째,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한다는 것은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진실이 무엇인가?’입니다. 우리의 모든 괴로움은 인식상의 오류로부터 발생합니다. 즉, 무지(無智)로부터 생겨납니다. 그래서 진실이 어떠한지를 알면 바로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진실에 입각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는 것입니다. 흐리멍텅하게 오류와 무지, 어두움 속에서 지내는 것이 아니라 항상 깨어있는 상태에서 올바르게 사물을 인식하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전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지만 그렇다고 괴롭지는 않을 수 있게 됩니다.

셋째,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들에게 귀의한다는 것은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부처님께 귀의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지도 정해졌고,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방향도 정해진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실제로 그 길을 가야 합니다. 그 길을 가는 것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내가 직접 그 길을 가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길을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실에서는 인식상의 오류가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첫째, 인간의 인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너무 멀리 있는 것은 보지 못하고, 너무 멀리 있는 소리는 듣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대상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둘째, 그동안 잘못된 인식으로 살아온 까르마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잘못된 인식과 그로 인해 생긴 습관은 알아차린다고 해도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을 놓치는 순간 ‘아, 내가 오류를 범했구나’ 하고 되돌아오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놓치면 알아차리고, 놓치면 또 알아차리고, 이렇게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삼귀의입니다. 다시 요약하면,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는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붓다의 경지입니다. 그곳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항상 진실에 깨어있는 것입니다. 즉, 사실에 입각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는 자꾸 인식상의 왜곡이 일어나니까 진실에 깨어있는 연습을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이어서 참회문, 108배, 명상, 정토행자의 서원, 보왕삼매론이 각각 어떤 의미에서 하는 것인지 자세히 설명한 후 오늘 읽은 경전의 내용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습니다.

“지난주 경전에서는 귀하고 천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을 읽었습니다. 옛날에는 귀하고 천한 것이 태생에 의해 주어진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태생에 의해 귀하고 천함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가에 따라 정해진다는 아주 위대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아주 구체적인 예를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행복하길

오늘은 바로 여러분들처럼 수행을 해서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을 함께 읽었습니다. 수행자가 평화로운 상태에 이른 다음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정직하고, 말을 상냥하고 부드럽게 하고, 잘난 체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수행자는 늘 겸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둘째, 만족할 줄 알고 많은 것을 구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말은 어떤 것이든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검소함을 뜻합니다.

셋째, 일을 줄이고 생활을 간소하게 해야 합니다. 간소함은 검소함과는 조금 의미가 다릅니다. 간소하다는 것은 생활이 단순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온갖 취미생활을 하면서 이것저것 복잡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생활을 해야 합니다.

넷째, 감각이 안정되어야 합니다. 감각이 안정된다는 것은 들뜨거나 흥분한 상태가 아니라 항상 마음에 평정심을 유지해서 지혜롭게 생활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섯째, 남의 집에 가서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합니다. 이 말은 이것저것 보고 듣는 것에 욕심을 내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걸 보면 이걸 갖고 싶어 하고, 저걸 보면 저걸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에 욕심을 내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여섯째, 세상 사람들이 봤을 때 비난받을 짓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일곱째,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기원해야 합니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이여! 행복하라, 편안하라, 안락하라.’

이는 남방불교에서 하는 기도문입니다. 우리도 수행자로서 이런 자비심을 내야 합니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미워하거나 복수하려고 하기보다는 세상의 모든 존재에 대해서 항상 자비로운 마음을 내야 합니다. 그들이 편안하고 행복하도록 마음을 내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수행자의 삶의 자세입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정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요즘 정토회는 정일사 정진 기간입니다. ‘바빠서 정진을 못한다’, ‘요즘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정진을 못한다’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더 열심히 정진을 해야 합니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정진을 해야 하는 이유

여러분은 대개 삶이 편안할 때 기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바쁠 때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도를 하는 겁니다.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거기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기도를 하는 겁니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더 열심히 기도를 해야 마주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보왕삼매론을 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 정토회의 모습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편안할 때 발전하는 게 아닙니다. 북한동포 돕기가 한창 이루어지고 이런저런 활동이 동시에 일어나서 ‘이것도 해야 되고, 저것도 해야 되고 이를 어떡하나’ 하면서 많은 활동가들이 힘들어했는데, 지나 놓고 돌아보면 그때가 바로 정토회가 가장 발전하고 성장을 이룬 때입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활동가가 키워집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집안일이나 회사일에 장애가 생겼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기준에서 보면 장애가 재앙이라고 여겨질 겁니다. 그러나 그걸 극복하고 나서 돌아보면 그것이 곧 기회였음을 알게 됩니다. 코로나 사태도 어떻게 보면 커다란 장애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에 잘 대응하고 나서 나중에 다시 돌아보면 코로나 사태는 우리에게 큰 기회의 창을 열어주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지금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오늘 하루도 기쁜 마음으로 지내시기 바랍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작업복을 갈아입고 산 윗 밭으로 갔습니다.

어제 윗 밭 아랫단에 거름을 잘 섞어놓았습니다. 오늘은 밭을 평평하게 고르고 돌을 골라냈습니다.




산에 만든 밭인 데다, 주인도 농사짓기 어려워 준 밭이다 보니 손이 많이 갑니다. 올봄에도 돌을 많이 캐냈는데, 크고 작은 돌이 계속 나왔습니다.

“돌밭이네요.”

돌은 수레에 모아 밭 가장자리에 갖다 놓았습니다. 울타리 쪽으로 경사가 가팔랐는데 돌을 쌓아 경사를 완만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밭에는 필요 없는 돌이었지만, 가장자리에는 좋은 계단이 되었습니다.

울력을 마칠 때가 되니 땅 위에 흙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고와졌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해서 2시간 만에 일을 다 할 수 있었습니다.

“운동장을 만들었네요. 이제 굴뚝을 고치러 갑시다.”

사용한 도구를 짊어지고 밭을 내려왔습니다.

울력이 길어져 스님은 참으로 감을 땄습니다.

잘 익은 단감 홍시를 베어 물자 작년 겨울부터 봄, 여름, 가을을 거쳐 익어온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감으로 목을 축이고 굴뚝 환풍기를 교체했습니다.

굴뚝 끝에 환풍기가 달려있어서 먼저 굴뚝 기둥을 뽑았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끈을 묶고, 한 사람이 그 끈을 끌어당기면서 나머지 사람이 다 함께 균형을 맞춰 굴뚝을 들고 내렸습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함께 하면 내 몫의 힘만 내어도 일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법사님들은 감을 따러가고 스님과 몇 사람만 남아 오래된 환풍기를 뜯어내고 새 환풍기에 다시 전선을 연결했습니다. 전기를 연결해보니 환풍기가 팽팽 잘 돌아갔습니다.


굴뚝 기둥 끝에 환풍기를 철사로 고정시키고 감을 따던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하나, 둘, 셋!”

쉽게 굴뚝을 세웠습니다. 굴뚝 기둥을 뽑으면서 벽돌과 진흙으로 된 아랫부분이 조금 무너졌습니다.

주변에 떨어진 진흙 조각을 주워 잘게 부수고, 체로 걸러 물과 섞어 반죽을 만들었습니다.


찰진 진흙덩이를 조금씩 발라 벽돌을 쌓고, 공기가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잘 막아주었습니다.



“불을 한 번 피워봅시다.”

아궁이에 불을 피워보았습니다.

잠시 후 굴뚝으로 연기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연기가 잘 나옵니다!”

“구들장 들어내면 수리비용이 수백만 원이 든다고 했는데 오늘 돈 벌었네요.”

굴뚝을 고치고 나니 점심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점심에는 약속이 있어 잠시 외출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외출을 하고 돌아와서 다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논으로 나갔습니다. 바짝 마른논 위로 황금빛 벼들이 바람을 따라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내일 추수를 앞두고 사전 준비를 했습니다.

추수 기계를 쓰지만 사람이 해야 할 몫이 있습니다. 추수 기계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낫으로 벼를 벴습니다. 먼저 아랫 논을 벼를 베고 윗 논으로 갔습니다.


스님은 쓱쓱 벼를 베다 같이 온 법사님에게 쉽게 베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한 손으로 벼를 쥐고 낫으로 비스듬히 싹 베면 잘 베어져요.”

금방 벼를 벴습니다. 벼를 옮기다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낫으로 추수를 다 하려면 하루 종일 걸릴 거예요. 그래도 모내기보다 덜 힘들어요. 수확은 재밌잖아요.”

벼를 베고 추수 기계가 잘 지날 수 있도록 풀을 베고 호스를 한쪽으로 정리했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원고 교정과 업무를 보다가 저녁 6시에 다시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은 이번 가을에 입학한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이 실천적 불교사상 과정을 마치고 궁금한 점을 스님에게 묻는 시간입니다. 생방송에는 1900여 명의 학생들이 접속했습니다.

“벌써 정토불교대학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부 잘하셨습니까? 학습량이 많아서 하나씩 따라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사전 강의를 집에서 듣고 자기화하는 과정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업량도 많은 데다가 매주 실생활에서 실천을 했는지 확인하는 과제도 주어지고 있습니다.

직접 내가 실천하고 체험하는 공부

실천과제는 실제로 남편에게 그렇게 되는지, 아내에게 그렇게 되는지, 자식에게 그렇게 되는지, 직장에서 그렇게 되는지 직접 해봐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하면 된다고 분명히 말씀을 하셨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잘 안 됩니다. 그런데 안 되는 게 당연합니다. 한 번 듣고 바로 실천이 되면 바로 부처님이 되는 것이니까요. (웃음)

실제로 해보려고 해도 안 되면 부처님의 말씀이 잘못된 것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이렇게 타면 된다고 가르쳐도 실제로 타보면 얼마 못 가서 넘어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전거 타는 방법이 잘못되지 않은 것처럼 여기에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그걸 기준 삼아서 연습하는 사람들입니다. 그게 바로 닦는 사람인 ‘수행자’입니다.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한 여러분들은 믿는 사람도 아니고, 지식을 배우는 사람도 아니고, 마음을 닦고 연습하는 사람입니다. 운전 연습을 해서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처럼, 자전거 연습을 해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처럼, 우리는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워지는 수행을 연습해서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즉, 피아노 연습을 해서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이 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피아노에 대해 지식적으로 많이 아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물론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는 믿는 것도 필요하고, 체계적으로 아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접 내가 행하고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토불교대학은 무언가를 배우고 나면 반드시 직접 실천해보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직접 실천해서 삶에 변화가 와야 합니다. 오늘 질문하는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배우면서 감을 잡아가는지, 그냥 맹탕으로 수업만 듣는지 알 수 있겠죠. 그럼 시작해봅시다.” (웃음)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7명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중 한 명은 화를 알아차려도 화가 멈추지 않는다며 화가 났을 때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질문했습니다.

버럭 화가 날 때 마음 다스리는 방법은?

“제가 예전에는 버럭 화를 아주 많이 냈습니다. 요즘에는 조금씩 화가 줄어서 화를 내는 중에 화를 내고 있는 걸 알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속으로 화가 슬슬 난다는 것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화가 나는 걸 알아차렸지만 멈추지 못하고 크게 화를 내곤 합니다. 화를 알아차렸을 때 그 화를 소멸시킬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화가 났을 때 화를 소멸시키려고 하지 않아야 합니다. 화를 소멸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자꾸 힘이 들어가는 겁니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하거나 행동하는 걸 보면 약간 기분이 나쁠 때가 있잖아요. 그때 마음에서 무언가 찡 하는 반응이 일어나거나, 몸이 후끈거리고 더워집니다. 그게 바로 느낌입니다. 이때 그 느낌을 바로 알아차리면 금방 사라집니다.

상대를 보는 순간 기분이 나쁠 때 ‘어, 너 지금 기분이 나빠지고 있다’ 하면서 속으로 자기한테 말을 하는 거예요. 이때 잘 관찰하면 호흡이 조금 가빠지거나 몸에 열이 납니다. 이렇게 마음에 뭔가가 느껴지거나 약간의 불쾌함이 일어날 때 바로 알아차리면 약간 기분이 나빴다가 이내 사라집니다. 그러면 화가 날 정도로 감정이 발전하지 않아요. 불쾌한 기분이 일어났을 때 ‘얼른 사라져라’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불쾌함이 일어났을 때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바로 알아차리는 겁니다. 그러면 얼마 안 있다가 사라집니다.

만약 불쾌함이 생겨나는 단계를 지나서 기분이 확 나빠져 버렸다면, 그건 불쾌함이 감정으로 옮겨간 거예요. 비유를 하면 처음에 살짝 기분 나쁨이 일어날 때가 부싯돌에 불이 붙는 것과 같습니다. 이때 주변에 인화물질이 없으면 불꽃은 금방 사라집니다. 반면 옆에 인화물질이 있으면 불꽃이 거기로 옮겨갑니다. 기분 나쁨이 감정으로 옮겨가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느낌이 감정으로 옮겨갔더라도 초기에 알아차려서 ‘아, 내가 지금 기분 나빠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차츰 사그라듭니다.

그런데 이때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화의 감정으로 불길이 확 번지면, 부싯돌에서 시작된 불이 크게 옮겨 붙으면 양동이로 물을 갖다 부어도 잘 꺼지지 않는 것처럼, 아무리 화를 알아차려도 제어가 되지 않습니다. 화가 커진 후 늦게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늦게 알아차릴 때도 있습니다. 겉으로 버럭 화를 낸 다음에 알아차리는 겁니다. 이때는 이미 상대에게 화를 낸 후이기 때문에 그 과보로 상대의 반응이 나타납니다. 그렇지만 이때라도 알아차리는 것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그때라도 알아차리면 참회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고, 미안합니다’

이렇게 상대방에게 사과라도 할 수 있으면 그 과보를 훨씬 덜 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때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당신은 왜 화를 냅니까?’라고 말하면 ‘내가 언제 화를 냈어?’ 이렇게 나옵니다. 안 그러면 ‘그러는 당신은 화를 안 냅니까?’ 이렇게 되묻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은 자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도 ‘당신은 지금 화가 났군요’ 하고 아는데, 정작 본인은 화가 난 자신을 모릅니다. 이게 바로 어리석은 중생이에요.

그러나 늦게라도 화를 알아차리면 다른 사람이 지적할 때 능히 받아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면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성질이 급했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화를 아예 안 내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평소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이 정도만 할 수 있어도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데에 큰 지장이 없습니다. 성질을 버럭 내다가도 옆 사람이 ‘또 시작이다’ 이러면 금세 ‘아이고, 죄송합니다’ 이렇게 사과할 정도가 되면 주변 사람과 살아가는데 별 문제가 없어요.

이렇게 화가 일어날 때 어느 시점에서 알아차리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집니다. 징조가 일어날 때 바로 알아차리면 그냥 사라지고, 초기에 알아차리면 조금 있다가 사라지고, 늦게 알아차리면 조금 참아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더 늦게 알아차리면 알아차려도 계속 화가 올라가고, 그보다 더 늦게 알아차리면 화를 이미 낸 다음에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때라도 알아차리면 참회하고 사과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알아차리기만 한다면 언제 알아차려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질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질문자는 주로 늦게 알아차리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정도만 해도 아주 많이 좋아진 거예요. 아마 옛날에는 버럭버럭 화를 내고, 주변 사람이 ‘너 왜 화를 내니?’ 하면 ‘내가 언제 화를 냈어?’ 이랬을 텐데, 이제는 화를 낸 다음에라도 내가 화를 낸 줄 아니까 그래도 한 걸음 나아진 거예요.”

“네, 맞습니다.” (웃음)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모든 괴로움은 마음에서 온다고 하셨습니다. 마음과 생각은 다른가요?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괴로움이 없어질까요?
  • 스님 법문을 들을 때는 '딱' 하면 쉽게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막상 하려고 하면 너무 어려운 부분이 '알아차리기'입니다. 알아차리기가 어려울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 깨달음을 어떻게 얻을 수 있나요? 알아차림과 깨어있음을 끊임없이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오는 것인가요, 아니면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 공부도 필요한가요? 그리고 깨달음이 왔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 쾌락이 필연적으로 괴로움으로 귀결된다는 설명이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가끔 노래방에 간다면 그건 그때 일회성의 쾌락으로 끝나지 않나요?
  • 어떤 상황에서 상대방이 불쾌함을 표시할 때 즉각적으로 미안하다는 말이 습관처럼 나갑니다. 진짜 미안하지 않으면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궁금한 마음이 듭니다.
  • 보왕삼매론에는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밝히려고 하지 말라고 하는데. 피해나 손해가 생겨도 밝히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요? 수행자는 당당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와는 상충되는 것 같습니다.
  • 감정을 자제하고 고요하게 살면 과연 삶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많은 사람이 해탈에 이르게 되면 오히려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불같은 사랑도,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도, 생명을 구하겠다는 사람들의 열정도 다 없어질 것 같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마친 후 스님은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모두 환하게 밝아진 얼굴로 한 마디씩 했습니다.

“요즘 그나마 화를 알아차리는구나 하고 있었는데, 스님의 말씀처럼 제가 늦게 알아차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문에 현답을 주신 스님께 감사드립니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잘 들어주셔서 감동이었습니다.”

“제가 너무 지식적으로 접근을 했던 게 아닌가 반성했습니다. 앞으로는 생활 속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겠습니다.”

“답을 명확하게 들어서 정말 개운하고 기쁩니다.”

“아직 젖도 못 떼었는데 밥을 달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보왕삼매론 중 앞에 나오는 아홉 가지라도 잘 실천하고 살자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겠습니다.” (웃음)

질문자들의 밝아진 표정을 보며 스님도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억지로 믿으려고 하지 말고 일단 먼저 경험해보고 체험해볼 것을 강조하며 법문을 마쳤습니다.

“공부를 할 때 뭔가 이해가 안 되거나, 도저히 믿어지지 않으면 ‘이 말은 틀렸어’ 이렇게 단정하지도 말고, 또 억지로 믿으려고도 하지 말고, 우선은 덮어놓고 그냥 넘어갑니다. 그러다 보면 다음에 다시 들여다볼 기회가 옵니다.

직접 경험하면 저절로 믿음이 생기는 공부

공부를 할 때는 ‘이건 불교다’, ‘이건 종교다’ 이런 선입견도 갖지 말고, ‘불교를 믿어야 된다’ 이런 생각도 안 하시는 게 좋아요. ‘믿어야 된다’라고 말하는 건 솔직히 안 믿어지니까 그런 말을 하게 되는 거예요. ‘당신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도 사랑이 안 되니까 자꾸 그런 소리를 하는 거예요. 사랑하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면 그런 말을 안 하고도 신뢰가 저절로 생깁니다. 여러분도 경험을 해서 자기가 좋아지면 믿음이 저절로 생겨요.

그러니 자꾸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마세요. 처음 가보는 길이니까 구경도 해보고 체험도 해보면서 스스로 어떤 길이 좋은지 판단을 내리면 됩니다. 미리 어떤 길이 좋은지 판단을 내리려고 하지 말고, ‘이리로 가면 된다’, ‘저리로 가면 된다’ 하는 생각도 하지 말고, 천천히 체험을 해보면서 공부해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온라인으로 교육을 하다 보니 부족한 점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이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오프라인의 장점들이 많기 때문에 직접 만나서 할 수 있으면 가장 좋지만, 현재 주어진 조건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온라인 교육입니다. 오프라인에서 하면 이런 장점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현재 주어진 조건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온라인으로 교육을 진행하면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살거나 오지에 살기 때문에 오프라인 교육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한 달 반 동안 부처님의 일생에 대해 여섯 번의 강의를 공부하고 난 후 다시 여러분과 함께 대화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약속한 저녁 8시가 되어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봄에 심은 벼를 추수하는 날입니다. 두북 공동체 식구들 모두 함께 벼를 추수한 후 오후에는 의료인을 위한 온라인 즉문즉설을 하고, 저녁에는 온라인 일요 명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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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불

삼귀의 의미를 다시 배웁니다.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는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붓다의 경지이고, 그곳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항상 진실에 깨어있는 것이다. 즉,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 그리고 진실에 깨어있는 연습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방향과 방법을 알고 이젠 꾸준한 연습만이 남아있네요.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그저 묵묵히 연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10-27 06:43:26

정진덕

스님의하루 강독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2020-10-23 12:37:59

차나무

어렵고 힘들때를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2020-10-22 18: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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