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0.14. 수행법회, 공동체 법사단 회의
“소통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침 일찍 밤을 줍고, 고장 난 굴뚝을 수리하고, 온라인 수행법회를 했습니다. 오후에는 공동체 법사단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동네 어르신이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된 나락뒤주를 보시해서 받아왔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마치고 밭으로 향했습니다. 벼가 누렇게 익어서 사방이 황금 들녘입니다.

곳곳에 나락을 널어놓은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참새들이 곡식을 잘 주워 먹어서 그런지 살이 통통하게 쪘습니다.

날이 추워질수록 배추는 더욱더 푸릇함을 더해 가고 있습니다.

스님은 행자들과 법사님들이 도착하기 전 일찍부터 밤나무 아래에서 밤을 주웠습니다.

“스님, 저희들 왔습니다.”

“아이고,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어요? 내려갑시다.”

오늘도 밤을 한가득 주웠습니다.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바람에 흩날리며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습니다.

감나무를 바라보던 스님이 웃으며 한마디 했습니다.

"가을이 되니까 할 일이 더 많아지네요. 감나무에 감을 못 따고 있어서 홍시가 땅에 떨어지고 있어요. 단감은 홍시가 되기 전에 따서 신선할 때 먹어야 맛있거든요.”

스님은 맛깔스런 홍시를 따서 행자님들에게 나눠준 후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고장이 난 굴뚝을 수리하기로 했습니다.

“어디에서 고장이 난 걸까요?”

우선 고장이 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먼저 짚을 한 뭉치 가져와서 철사에 감았습니다.

아궁이 속으로 밀어 넣어서 어디에서 막혔는지 파악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철사가 더 이상 안 들어가네요. 구들장이 일직선으로 놓여 있지 않나 봐요. 어디서 막혔는지 알 수가 없어요.”

이번에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 연기가 나도록 해보았습니다.

“굴뚝에 연기가 나와요?”

“안 나옵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연기가 구들장 밑을 지나 굴뚝으로 뿜어져 나가야 하는데, 구들장 밑이 막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환풍기를 가져와서 바람으로 연기를 밀어 봅시다.”

아궁이에서 환풍기를 돌리니 굴뚝에서 조금씩 연기가 세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굴뚝에 있는 환풍기를 새것으로 교체해 봅시다. 그래도 진전이 없으면 구들장을 다 들어내서 새로 놓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일이 너무 커지니까 굴뚝에 있는 환풍기부터 먼저 교체해 보고 판단합시다.”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시간이 다 되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수고했어요.”

오전 10시 정각에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은 온라인 수행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정토회 정회원 2천 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지난주부터 정토회의 모든 정회원들은 ‘정토를 일구는 사람들(정일사)’이라는 정진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정일사 기간임을 고려해서 정회원들이 일 속에서 어떻게 수행을 해나갈 수 있는지 자세히 안내해 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10월 들어 두 번째 수행법회일입니다. 지난주부터 정일사 수련이 시작되어서 날마다 300배씩 절을 하고 있는데, 정진 잘하고 계십니까?

수행자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정토회 정회원의 정체성은 수행자입니다. 불교 신자도 아니고, 불교 학자도 아닙니다. ‘나는 수행자이다’ 이렇게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살려면 수행을 해야 해요. 소승 수행자는 자기 마음을 맑고 밝고 가볍게 해서 괴로움 없이 살기만 하면 되지만, 대승 수행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부처님의 탄생게(誕生偈)에도 그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我當安之)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내가 사람과 신들 가운데 가장 존귀한 자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자라는 뜻이에요. ‘삼계개고 아당안지’는 이 세상 사람들이 어리석음에 빠져서 괴로워하고 있으니 내가 그들을 이 좋은 법으로 안내해 깨우쳐서 그들 또한 편안하게 하겠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우리가 따르기 때문에 천일결사 수행의 첫 번째 원(願)이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겠습니다’입니다. 우선은 내가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거예요.

이와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우리가 따르기 때문에 또한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사회 실천 활동, 즉 정의를 실현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의라는 것은 인식상의 오류에 의해서 발생하는 차등이나 차별로부터 벗어나 바른 지혜를 통해 사실 그대로의 진실인 평등을 보는 것입니다. 이처럼 평등한 세계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실천 활동이 바로 사회적 정의예요. 그렇기 때문에 수행자는 사회적 정의를 실천하는 활동도 함께 해나가야 합니다.

사회 실천 활동을 하기에 앞서서 우선 내가 자유롭고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거나, 근심하거나, 걱정하거나,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거나, 슬퍼하거나, 외로워하거나, 방황하거나, 괴로워하는 등의 부정적 심리 상태가 없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예요.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수행은 그런 부정적 심리 상태를 줄여나가는 하나의 과정입니다. 기쁨을 쌓아가는 것이 수행이 아니에요. 괴로움을 줄여나가는 것, 번뇌를 버려나가는 것이 수행입니다.

활동을 그만두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을 때

사회 실천 활동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부딪히는 일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럴 때 수행자라는 정체성을 놓치지 않아야 해요. 가족 내 일상생활이나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부정적인 심리 현상을 많이 경험하다가 부처님 법을 만나 그것을 줄이게 되면 마음이 기뻐져서 ‘나도 수행자로서 살아가겠다’ 이렇게 원을 세우게 됩니다. 그렇게 정토회에 들어와서 전법 활동을 하다 보면 서로 협력을 하게 되죠. 그런데 여기도 사회니까 도반 사이에 갈등이 생겨서 괴로워집니다. 이럴 때 정토회 활동을 그만둬버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은 수행적 관점이 아니라 지극히 세속적 관점입니다. 부부간에 갈등이 생기면 이혼해버리면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심리 상태예요.

그래서 적어도 1년에 두 번은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다시 확인하는 수행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 하고 있는 ‘정토를 일구는 사람들(정일사)’ 프로그램입니다. 수행자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 세상을 정토로 가꾸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나의 부정적인 심리를 긍정적인 심리로 바꾸는 기간을 한 달 동안 갖는 겁니다. 2주는 정진하고 2주는 나누기를 합니다. 10월 한 달은 그런 기간이니까 조금 힘들더라도 정진을 꾸준히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이 기간 중에는 다른 무엇보다 정일사 정진을 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공동체 대중이 많은 사회 실천 활동을 하다가도 안거 때는 모든 걸 그만두고 안거에 들어오는 것과 같아요. 이 기간에는 전원이 다 정진에 참여해야 합니다. 저도 안거 기간에는 모든 법문을 그만두고 명상에 집중하잖아요. 그것처럼 지금은 정진에 집중하는 기간입니다.”

이어서 사전에 올라온 질문에 대해 답변했습니다. 오늘은 여섯 명의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일을 할수록 소통의 중요성을 느낀다며 어떤 마음으로 소통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소통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을 하면 할수록 소통의 중요성을 느낍니다. 어떤 마음으로 소통을 해야 할까요?”

“소통을 잘하려면 내 의견을 솔직하게 내어놓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건 자기 얘기를 일방적으로 하는 것과는 달라요. 내 말을 상대에게 들으라고 하는 것은 명령이지 소통이 아니에요.

그런데 자기 속내를 얘기하지 않고 ‘알아서 하겠지’ 이렇게 상대에게 자꾸 떠넘기니까 소통이 안 되는 겁니다. 알아서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부부지간에도 ‘상대가 알아서 내 마음을 헤아려 주겠지’ 이렇게 자꾸 기대하기 때문에 갈등이 심해지는 거예요. 사람은 가까울수록 ‘아니, 같이 살면서 그것도 몰랐나?’ 이렇게 서운해하는 마음이 자꾸 들게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자기 생각이나 마음을 가볍게 내어놓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소통의 핵심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해요. 소통의 핵심은 내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말을 듣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귀담아들으면 그게 소통이에요. 지도자가 소통을 잘한다는 것은 지도자의 말을 대중이 잘 따른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건 독재예요. 국민들의 의견을 지도자가 잘 들어줄 때 그 사람을 가리켜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말해요.

소통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잘 들어주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드러내되 고집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가 내 의견을 따라야 한다’ 이런 전제를 버리고 자신의 의견을 내어놓아야 해요. ‘이렇게 하면 어때요?’ 이렇게 알림의 역할을 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실천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소통의 핵심은 첫째, 잘 들어주기, 둘째, 자기 의견을 솔직하게 내어놓기입니다. 자기 의견을 내어놓을 때는 상대가 반드시 내 말을 따라야 한다는 전제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것만 지키면 소통이 잘 돼요. 소통이 잘 돼야 일의 효율도 높아집니다.

모수오족의 민주적 운영과 소통

중국의 서쪽 히말라야산 기슭의 티벳 문화권 지역에 사는 ‘모수오족’이라는 소수민족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모계사회를 이루고 살아요. 모계사회이기 때문에 여자가 가장입니다. 어떤 모계사회는 막내딸에서 막내딸로 가장의 지위가 넘어가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면 지도자를 항상 젊게 유지할 수 있으니까 굉장히 좋은 면이 있죠. 그런데 모수오족은 딸들 중에서 가장 리더십이 있는 사람을 선출해서 가장으로 삼습니다.

남자는 지위나 권한이 없어요. 모계사회이기 때문에 아예 아버지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신체 발달상 13살부터 성인으로 보듯이 모수오족도 13살이 되면 성인식을 합니다. 여성이 성인이 되면 혼자 쓸 수 있는 독방을 내어줘요. 그때부터는 자기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언제든지 밤을 함께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낳으면 어떤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생부를 모를 수도 있고, 알더라도 생부는 양육의 권한은 물론 어떤 권리도 없습니다. 저녁이 되면 남자가 여자 집에 놀러 가는 형태예요. 그렇다고 윤리적으로 난잡한 것은 아닙니다. 상대편 남자가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평생 한 남자 하고만 관계를 맺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문화이다 보니 한 집안을 이루고 사는 사람은 전부 자기 혈통만 있습니다. 며느리나 사위처럼 혈연관계가 아니었던 사람이 결혼을 통해 가족이 된다는 개념이 없는 거예요. 집안에 남자가 있더라도 형제나 삼촌처럼 혈연관계인 경우만 존재해요. 그래서 집안에 분쟁이 거의 없습니다. 가장이라고 혼자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도 없고, 항상 전체 가족이 모여서 의논하고, 힘을 써야 하는 일은 남자들이 합니다. 이렇게 외부 사람이 안 들어오니까 아무런 갈등이 없는 거예요.

이런 모수오족의 민주적 운영과 소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뭐든지 의논해서 굉장히 민주적으로 가계를 운영합니다. 우리는 가정 안에서도 남자가 가장이라는 지위를 내세워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명령하고, 야단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어릴 때부터 이런 민주적인 소통 문화를 익히게 합니다.

그런데 티벳 불교가 들어오면서 이런 문화가 위협을 받았어요. 티벳은 굉장히 남성 중심적인 문화입니다. 역대 린포체가 다 남자잖아요. 1300년 전에 이런 남성 중심적인 티벳 불교가 전래되면서 모계사회의 전통을 없애려는 굉장한 공세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티벳 불교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들의 전통 신앙과 문화를 지켜냈습니다.

그 후에 중국이 공산화될 때도 미개한 풍습이라고 강제 결혼을 시키고 극심한 탄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강제 결혼을 시키면 부부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해요.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기어이 버틴 거예요.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하고는 일체 관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은 덩샤오핑이 집권하고 문화혁명이 끝나면서 다시 자기 전통문화로 복귀했습니다. 미개하다거나 원시적이라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본인들은 지금도 자기들의 전통문화를 소중하게 여기고 지켜나가고 있다 해요. 특정 민족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민주적인 의논 구조의 중요성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남의 의견을 존중하라

항상 무엇이든지 회의해서 결정하는 구조를 가지는 게 필요합니다. 정토회는 저희 법사들도 그렇고 실무자들도 그렇고 가능하면 회의하고 의논해서 결정을 내립니다. 결정을 다 해놓은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회의 절차만 거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의견을 서로 물어보고 모으는 과정을 거칩니다. 소수의 의견도 철저하게 존중하는 삼의제까지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절차가 형식적인 것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늘 주의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말씀 중에도 ‘남의 의견을 존중하라’ 이런 얘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민주적인 회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일을 하다 보면 의견인지, 고집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떻게 알아차리고 표현해야 할까요?
  • 일이 열심히 하다 보면 의도와 다르게 도반에게 상처를 줄 때가 있습니다. 일도 잘 되게 하고, 도반도 잘 챙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포살 계본에 “자신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회의하면서 결정된 사항을 흔쾌히 따른다”라는 항목이 있는데, 일을 하다 보면 '흔쾌히'가 잘 안됩니다.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요?
  • 일반 대중을 위한 전법뿐만 아니라 내부 회원을 정회원으로 양성하는 것도 왜 함께 챙겨나가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 2차 만일을 준비하기 위해 국제국과 국제 정토회 활동가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업무 과중으로 힘들 때가 많은데, 어떻게 관점을 잡고 일해야 할까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얘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온라인으로 밤을 보내드릴 수 있다면 오늘 아침에 주운 밤을 여러분께 하나씩 보내드릴 텐데, 아직 그런 기술은 안 되네요. (웃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코로나 사태가 좀 잠잠해지면 오프라인에서도 만날 수 있는 날이 있겠죠. 그런데 온라인으로 보니까 더 자주 봐서 좋은 점도 있어요. 일대일로 볼 수도 있고요. 저도 한 사람 한 사람 다 놓치지 않고 보고 있습니다. (웃음)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하고 방송을 마쳤습니다. 지난주에 이어서 오늘도 300배 정진을 함께 했습니다.

300배 정진을 마친 후 모둠 별로 화상회의 방에 접속해서 마음 나누기를 한 후 수행 법회를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 30분부터 공동체 법사단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안건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닫혀 있던 깨달음의장을 언제부터 시작할 것인지, 연말 명상수련 일정을 언제로 정할 것인지, 내일 죽림정사에서 열리는 용성조사 오도일 기념행사를 어떻게 준비할지 등등 여러 현안들을 처리했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에 농사 담당 행자에게 전화를 해보니 나락뒤주를 가지러 갔다가 무거워서 그냥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곧 추수를 하고 나락을 보관할 뒤주가 필요했는데 마침 동네 어르신이 사용하지 않는 나락뒤주를 보시했다고 합니다. 스님과 공동체 법사단 전체가 회의를 멈추고 동네 어르신 댁으로 달려갔습니다.

양철로 된 큰 뒤주는 무척 무거웠습니다.

“하나, 둘, 셋!”

다 함께 힘을 모아 트럭으로 들어 올렸습니다.

한 번에 올렸다고 기뻐했더니 뒤주가 창고 천장에 딱 끼었습니다.

“아이고, 천장 망가지겠다.”

다시 뒤주를 들어내 들고 있는 상태에서 차를 앞으로 빼고, 뒤주를 트럭 위로 올렸습니다. 무거운 뒤주였지만 많은 사람이 함께 하니 조금씩만 힘을 보태도 옮길 수 있었습니다.

뒤주가 트럭 넓이보다 커서 한쪽 문을 열고 줄로 잘 묶었습니다.

“이게 20년도 더 된 거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어르신께 인사를 드리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운동장 한쪽에 임시로 뒤주를 내려놓았습니다. 이제 땅을 평평하게 고른 위에 뒤주를 놓고 깨끗이 씻는 일이 남았습니다.

뒤주를 땅에 내려놓고 나니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스님, 회의는 여기서 마칠까요?”

“그럽시다.”

저녁예불 후에는 원고 교정을 보고 업무를 처리한 후 하루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용성조사 오도 기념일을 맞이하여 용성 조사님의 탄생지인 장수 죽림정사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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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그랬군요..
스님 감사합니다.

2023-10-16 13:36:34

대덕

고맙습니다.

2023-10-16 05:41:43

월광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 고맙습니다.

2023-06-05 12: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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