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으로 한 후 하루 종일 두북특별위원회 회의, 결사행자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아시아·태평양·유럽에 살고 있는 정토회 회원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 맑은 종송 소리와 함께 생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새벽 예불을 마치고 천일결사 기도를 시작하기 전, 스님은 정토행자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잘 주무셨습니까? 오늘은 8월 15일, 정토회 제10차 천일결사 중 2차 백일기도를 시작한 지 62일째 되는 날입니다. 이제 9주가 지났고, 앞으로 백일 회향까지 5주가 남았으니 빠지지 말고 꾸준히 정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은 조국광복 75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기도를 하는 중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함께 발원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천일결사 기도를 시작하겠습니다.”
이어서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 독송을 하고, 사홍서원으로 천일결사 기도를 마쳤습니다. 전국에서 4천여 명의 정토행자들이 생방송으로 함께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카메라를 향해 앉은 스님은 오늘 읽은 경전의 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생을 마치는 마지막 순간까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괴로움에 허덕이는 사람을 깨우쳐주는 부처님의 모습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8월 15일 광복절을 기념하여 오늘 꼭 새겨봐야 할 우리의 지난 역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오늘은 일제 36년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날, 즉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은 조국 광복의 날입니다. 1945년 8월 15일에 해방되었으니까 올해는 그로부터 75년째 해가 됩니다. 우리 국민은 국권을 잃고 오랜 기간 동안 온갖 고통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특히20만 명 가까운 젊은 여성들이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강제로 끌려가서 온갖 고통과 성적 수치심을 겪어야 했습니다. 인간으로서 차마 감내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20여만 명의 젊은이들이 학도병으로 끌려가서 총알받이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도 엄청난 큰 희생인데, 학도병들은 강제로 끌려갔다고 해도 일본 군대에 소속되어 싸웠다는 점 때문에 친일의 논쟁이 있을 수 있어서 아직 드러내 놓고 문제화 하기가 어려운 이중적인 사안입니다.
그리고 1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일본의 광산이나 기업에 가서 저임금으로 거의 강제 노역을 당하다시피 했습니다. 이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자기가 직접 끌려가서 강제 노역을 한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는데, 이것이 분쟁이 되어 현재 한일관계까지 냉랭한 상황입니다.
7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과거의 아픔과 고통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 연연하거나 남을 미워하라는 게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 특별히 고통받은 사람들을 국내에서도 위로를 해야 하지만 동시에 일본도 진심으로 사과와 반성을 해야 합니다. 얼마의 돈을 주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선 안 됩니다. 과거에 배고픈 시절에는 돈 몇 푼 때문에 합의를 봤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사람으로서의 길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호 진실하게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고, 보상할 것은 보상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우리도 너무 과거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과거를 털고 일어나서 미래를 위해 새로운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합니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안타깝게도 광복이 민족사 비극의 끝이 아니었습니다. 광복이 되자마자 우리나라는 오직 국내적 요인이 아니라 국외적 요인으로 인해 분단의 아픔을 겪게 됩니다. 일본을 제압해서 우리를 일본으로부터 해방시켜준 고마운 나라인 미국과 소련이 이번에는 전후 아시아에서 자신들의 영향력과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한반도를 강제로 분할하고, 북쪽에는 소련군을 주둔시키고, 남쪽에는 미군을 주둔시켰습니다.
처음에는 일본군을 무장해제시킨다는 명목으로 들어왔는데, 일본군이 무장해제된 다음에도 자기 나라로 떠나지 않고 3년간 군정을 실시했습니다. 남쪽에는 미국 쪽에 유리한 친미 세력을 모으고, 북쪽에는 소련에 유리한 친소 세력을 모았습니다. 즉, 해방 후 3년의 신탁통치기간 동안 미국과 소련은 각자 자기에게 유리한 세력을 모은 겁니다. 그리고 신탁통치 기간이 끝날 무렵 북쪽에는 친소 세력이 정부를 세우도록 하고, 남쪽에는 친미 세력이 정부를 세우도록 했습니다. 결국 한반도는 해방이 되자마자 외세에 의해 강제로 분단되었다가 결국 두 개의 정부가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국외 세력에 의해 분단되었지만 마치 내부의 갈등에 의해 분단된 것처럼 상황이 흘러갔고, 남쪽과 북쪽에 각각의 정부가 들어섰으니 다른 나라에서 보면 마치 자발적으로 두 개의 나라가 세워진 것처럼 되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세워진 두 개의 정부가 서로 민족사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경쟁을 하게 됩니다. 당시는 북한이 조금 더 유리했기 때문에 힘으로 남한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힘으로 밀어붙여 일으킨 게 6.25 전쟁입니다. 이후 남한에는 UN 휘하에 16개국이 참전하고, 북한에는 비공식적으로 소련군이, 공식적으로는 중국 공산당 지원군이 참여해 국제적인 전쟁을 치릅니다. 결국 3년 만에 300만에 가까운 인명 피해와 1000만 이산가족, 전국토가 초토화된 후 휴전선을 기준으로 정전이 되었습니다.
보통은 전쟁을 치르더라도 5년이나 10년이 지나면, 늦어도 20년이 지나면 평화협정을 맺고 다시 상호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룰입니다. 우리가 임진왜란을 겪고도 전쟁 후에 일본에 통신사를 파견했고, 일제 36년의 지배를 받고도 해방 이후 20년 만에 한일 국교 정상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남북 사이에는 정전 67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전쟁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내일이라도 당장 전쟁이 재개될 위험이 있습니다.
현재 남한은 남한대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최첨단 무기로 무장을 하고 있고, 북한은 경제가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핵을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해서 배치하고 있습니다. 남한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의 항공모함 등 전략적인 무기들이 한반도 주변에 많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북한의 배후에는 중국군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즉, 세계 최고의 대량 살상 무기들이 한반도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에서 평화적인 해결 쪽으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경제성장을 이루어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정치적으로는 민주화를 거쳐서 앞서가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는 정말 자랑스러운 성취입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성취가 아직은 모래 위에 성을 쌓은 것처럼 일순간에 붕괴될 수도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그 위험요소는 바로 전쟁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일궈놓은 성과를 지키고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전쟁만은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이 분명해야 합니다. 나아가 과거를 종식하고 평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외세에 의해 강제로 분단된 75년의 분단사를 극복하고 통일로 나아가야 합니다. 당장 통일이 어렵다면 우리는 화해와 협력, 교류하는 사실상의 통일된 민족의 모습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설령 정치체제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같은 민족으로서 가장 친한 이웃 국가의 모습으로라도 우선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당면한 과제입니다.
지금 북한은 경제 자체가 어렵고,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국경이 봉쇄되고, UN의 경제적 제재로 인해 그 어려움의 정도가 심각합니다. 식량부족 현상도 심각한데, 이번에 홍수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럴 때는 저 멀리 있는 아프리카 국가라 하더라도 식량과 약을 지원해서 사람이 겪는 고통을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남북은 같은 민족인데도 오히려 각종 제재로 인해 인도적 지원 활동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도적 지원은 어떤 국가라도 재난을 입었을 때는 기꺼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북한 또한 자기 체제 유지 및 여러 가지 이유로 인도적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홍수가 났는데도 지원을 안 받겠다고 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방역제품도 지원받지 않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도리가 아닙니다. 비록 적대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재난으로 인해 사람들이 고통을 받을 때는 인도적 지원 활동을 통해 지원을 받아서 사람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재난이 일어났을 때 지원품을 제공하면서 상대방의 자존심이 상하게 하는 것도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생색을 내거나 비난을 하면서 지원품을 주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에요.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 개인도 감정에 치우쳐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자존심을 내세우는 모습은 극복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수행을 하는 겁니다. 이웃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하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많은 정토행자들이 광복절을 맞이하여 임진각과 창원 봉림사지, 그리고 대구 수성 법당과 서울 법당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각각 개인집에서 기도를 하더라도 오늘 8월 15일만큼은 조국의 광복을 생각하며 당시의 기쁨도 함께 나누고, 또 그전에 겪어야 했던 일제 식민치하의 고통과 투쟁을 다시 되새기길 바랍니다. 또한 분단과 한국전쟁,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남북 간의 냉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평화를 위한 발원도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와 홍수 피해, 식량난과 약품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 동포들의 아픔을 생각하며 이런 문제들이 빨리 해결되어 고통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발원을 함께 해나갑시다.”
오늘 천일결사 기도는 광복절을 맞이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발원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농사일을 하기 위해 밭으로 향했습니다.
행자들이 어제 오후에 배추 모종을 일부 심었습니다. 오늘은 남은 고랑에 배추 모종을 다 심었습니다.
호미로 땅을 파고, 배추 모종을 넣고, 흙을 살살 덮어주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고랑의 끝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밭 주변에서 비교적 물기가 적고 포슬포슬한 흙을 퍼 와서 배추 모종 주위를 엎어주었습니다.
모종을 다 심은 후에는 바로 한랭사를 쳐주었습니다. 배추는 벌레가 잘 생기기 때문에 바로 모기장을 쳐준 것입니다. 울력을 하는 동안 해는 점점 높이 떠올랐습니다. 작고 여린 배춧잎마다 햇살이 고루 닿았습니다.
배추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물도 듬뿍 주었습니다.
울력을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천일결사기도 생방송이 있어서 다른 날보다 울력 시간이 30분 짧았습니다.
“수고했어요!”
농사일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10시 30분부터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오늘 오후에 진행될 결사행자회의에서 논의할 안건을 검토했습니다.
안건을 확정한 후 불교사회사상서, 공동체 분과에 대해 토론을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10분만 휴식하고 곧바로 오후 2시부터 결사행자회의를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결사행자 60여 명이 모두 화상 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여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다들 잘 지내셨어요? 긴 장마가 끝나고 맑은 하늘과 밝은 햇살이 비쳐서 좋기는 한데, 35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정말 덥습니다. 왜 이렇게 더운가 생각해보니 제가 여름마다 한국에 있었던 적이 없었네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꼼짝 않고 한국에만 있다 보니 더위를 더 느끼는 것 같습니다. (웃음)
코로나 사태 이후 세상은 더욱더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나서 무언가를 하겠다고 하다 보면, 정토회가 사회 변화에 뒤쳐지지 않을까 싶어요. 코로나 사태는 짧은 시간에 쉽사리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우리도 사업을 계속 연기만 할 것인지, 온라인으로 전면 전환을 할 것인지, 이런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전환의 시대가 긴 역사에서 살펴보면 정토회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기회의 발판이 될지, 정토회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시기로 기록될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상황이 정토회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봤으면 합니다.”
오늘 회의는 큰 주제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난 회의 때 검토하지 못한 두북특별위원회 활동보고 문서를 검토했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로의 전환 제안서와 조직과 의결구조 개편 제안서, 교육연수 계획안 등을 검토하고 전국대의원회의에 제출하기로 의결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8월 말에 두북특별위원회가 해산하게 되면, 이 연구 성과를 어디로 인계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특히 정토대전 편찬은 이 업무를 인계받을 부서가 마땅히 없어서 정토대전 편찬위원회를 새로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표결은 화면에 흰 종이를 드는 방식으로 찬반 의사를 표시하여 수를 헤아렸습니다.
결사행자는 1년에 두 차례 ‘자자’를 해야 합니다. ‘자자’란 도반이 계율을 어기거나 허물이 있는 것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주는 승가 공동체의 오랜 전통입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는 상황에서 마지막 안건은 자자를 온라인으로 진행할지 여부였습니다.
“자, 그럼 찬반 표결을 해보겠습니다. 자자를 지역별로 직접 모여서 하는 것에 찬성하시는 분은 흰 종이를 드세요.”
소수가 흰 종이를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자자도 온라인으로 한번 해보자는 것에 찬성하는 분은 흰 종이를 드세요.”
다수가 흰 종이를 들었습니다.
“온라인으로 하자는 의견이 절대다수입니다. 이번에는 자자도 온라인으로 한번 해봅시다.” (웃음)
준비된 안건을 모두 의결하고, 마지막으로 법사단장인 무변심 법사님이 회의 결과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확정한 후 저녁 6시 30분에 결사행자회의를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30분 휴식을 하고 저녁 7시부터는 아시아, 태평양, 유럽에 살고 있는 정토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즉문즉설을 생방송했습니다.
즉문즉설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인사말을 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은 시간 차이가 많이 나는데, 함께 즉문즉설 법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온라인으로 전환을 하니까 좋은 점도 있네요. 제가 많은 시간을 들여서 호주, 방콕, 마닐라, 독일, 영국까지 가지 않고도 이렇게 여러분을 동시에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한국 상황과 해외 상황이 서로 달라서 해외 지부를 따로 두고 행정 처리를 했는데, 온라인 시대가 되니까 국내와 해외를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어진 것 같아요. 온라인으로 동시에 진행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직 극복이 안 되는 것은 시차입니다. 시차도 초월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그 외에는 본인만 원하면 한국에서 진행되는 생방송에 실시간으로 접속해서 함께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온라인이라는 신기술의 개발이 급진전되고 있는데, 우리도 코로나19 이후를 기다리고만 있을 게 아니라 온라인 기술을 활용해서 불교대학도 진행하고, 경전반도 진행하고, 명상수련도 진행하고, 화상 회의도 하는 등 많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인간이 개발해 놓은 이런 디지털 기술들을 잘 이용해서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8명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과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그중 한 분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자신만 예뻐해서 동생과 사이가 안 좋아졌다며 어떻게 관계를 풀어야 할지 질문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반면에 여동생은 부모님의 차별을 많이 받아야 했습니다. 어렸을 때 여동생은 제게 별 불만이 없었고 사이가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혼을 할 무렵부터 갑자기 저를 무시하는 행동을 시작했고, 사과와 무시를 반복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러다가 제부가 껴서 이간질을 시키는 사건이 생겼고, 지금 7년 넘게 의절한 상태로 있습니다. 저만 부모님의 사랑을 받아서 여동생이 제게 모든 화풀이를 하는 것도 인연 과보인지 궁금합니다. 따지고 보면 부모님의 잘못인데 제가 원망을 듣는 게 억울하기도 합니다. 다시 잘 지내려고 연락을 두 번 했지만 답이 없습니다. 어떻게 관계를 풀어야 할지 고민입니다.”
“그냥 그대로 두세요. 동생은 동생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살도록 그냥 두세요. 미성년자일 때는 같은 보호자 밑에서 살았지만, 이제 스무 살이 넘어서 부모 곁을 떠나면 각자가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둘 다 좋으면 서로 연락을 하고 지내면 되지만, 한 사람은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이 싫어하면 연락을 안 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 이 남자가 저 여자를 좋아할 때 저 여자도 이 남자를 좋아하면 연애가 성립됩니다. 그런데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는데 여자는 남자를 싫어하거나, 여자는 남자를 좋아하는데 남자는 여자를 싫어하면 연애가 성립되지 않아요. 그런데도 자꾸 따라다니면 그건 추행입니다.
지금 질문자는 동생을 추행하고 있는 거예요. 그럴 때 ‘아니, 내가 너를 좋아하는데 너는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 이렇게 말하면 안 됩니다. 아무리 형제라도 성인 사이에서는 한쪽이 싫다고 하면 놔둬야 됩니다. 아무리 부모와 자식 간이라도 성인 사이에서는 한쪽이 싫다고 하면 놔둬야 해요. 아무리 부모가 자식이 보고 싶다고 해도 자식이 ‘No’라고 말하면 만나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자식이 부모를 보고 싶어 해도 성인 간의 관계에서는 부모가 자식을 만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런 죄가 되지 않습니다.
질문자는 아직도 머릿속으로 어린아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겁니다. 몸은 어른인데 아직도 무의식적으로는 어린아이 때의 기억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동생을 자꾸 찾는 거예요. 오히려 동생이 연락을 하는데 내가 만나기 싫은 경우에는 ‘동생을 위해서 반성하고 좀 만나줘라’ 이렇게 말할 수 있지만, 내가 동생을 만나고 싶은데 동생이 거절하는 경우에는 ‘오케이!’ 이렇게 가볍게 말해야 합니다. 뭐라고 하라고요?
‘오케이!’
이렇게 가볍게 말해야 해요. 그렇게 하면 아무 문제도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이건 부모님이 잘못한 것인데 왜 나한테 그러느냐?’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건 동생의 상처가 그렇게 형성된 거니까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부모가 재산이 많으면 자식들 대부분이 그 재산을 상속받으려고 하는 반면 부모가 진 빚은 상속을 안 받으려고 합니다. 지금 질문자는 부모님이 잘해서 생긴 이득은 받으려고 하면서, 부모님이 잘못해서 생긴 과보는 안 받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심보가 나빠요.
부모님이 이러했든 저러했든 내가 어릴 때 부모의 예쁨을 받고 이익을 본 만큼 지금 동생의 상처로 인한 미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냥 기꺼이 받아내면 돼요. 자꾸 이걸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항상 ‘그래, 내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동생이 나 때문에 상처를 입었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동생이 뭐라고 할 때마다 ‘아이고, 미안하다’ 이렇게 말해주면 됩니다.
동생이 연락을 안 하는 건 동생의 문제니까 나는 거기에 대해 신경을 끄고 살아야 질문자가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지금 거기에 매달려서 눈물을 흘리는 건 감정 낭비예요. 그건 과거에 매달려서 현재를 늘 괴로워하는 겁니다. 동생이 과거에 매달려서 나를 미워하는 모습을 보면 어리석게 느껴지잖아요? 어릴 때 기억을 갖고 아직까지도 성질을 내는 걸 보면 불쌍한 느낌도 들잖아요. 그것처럼 지금 질문자도 어릴 때 이야기를 갖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제가 볼 때는 불쌍해 보여요. 좋게 보면 불쌍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정신이 약간 나간 것입니다. 영화 보고 우는 사람과 다를 게 없어요.
지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과거의 어떤 상처 때문에 우는 거니까 그런 건 툭 털어버리세요. 동생한테서 연락이 오면 기꺼이 받아주고, 앙탈을 부리면 미안하다고 하고, 연락이 없으면 ‘너는 너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산다’ 이렇게 가볍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네, 속이 후련합니다. 감사합니다.”
속이 후련해졌다는 대답에 스님도 환하게 웃었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답변을 모두 끝내자 마치기로 예정된 9시가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정회원과 일반회원, 후원회원의 차이를 이야기하며 정토회는 뷔페식 운영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법회를 마쳤습니다.
“정토회는 복을 비는 종교 모임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종교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건 아니고 아직 조금은 남아 있습니다. 또한 정토회는 불교 철학이나 이론, 사상을 공부하는 곳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런 철학적인 요소도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부처님의 가르침 안에는 그런 이론적인 요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토회의 주된 목적은 마음이 작용하는 이치를 배우고 체험해서 내가 겪는 괴로움으로부터 내가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것을 불교 용어로는 해탈과 열반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것을 수행이라고 합니다.
정토회는 수행으로서의 불교를 지향합니다. 우선 이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이 길을 가겠다고 마음을 냈으면 정토회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나는 이 길을 가는 것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고, 대신 후원을 하겠다’ 이 정도의 마음을 냈으면 후원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 길을 가는데 필요한 일을 책임지고 나아가겠다고 하면 정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책임까지는 어렵고 내 형편 되는 대로 이 일을 돕겠다고 하면 일반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토회는 각자가 자기 좋을 대로 선택해서 함께 활동하는 ‘뷔페식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시대에는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활동하는 게 좋아요. 그런데 정회원의 경우 정회원이 되는 것은 자기가 선택하지만 거기에는 의무 조항이 주어집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을 드리고 더 궁금한 내용이 있어서 올리면 이런 시간을 또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하고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생방송을 시청한 해외 정토행자들은 모둠별로 화상 회의 방에 접속하여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내일 일정에 대해 논의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오전에는 북미 서부와 동부 지역에 살고 있는 해외 활동가들을 위한 온라인 즉문즉설이 있을 예정입니다. 저녁에는 온라인 명상수련이 이어집니다.
전체댓글 50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