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7.29 운문사 초청 특강, 수행 법회
“코로나 19 이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농사일을 하고 수행 법회 생방송 촬영을 했습니다. 오후에는 운문사에서 초청 특강을 하고 다시 두북으로 돌아와 공동체 공청회를 했습니다.

아침 기도를 마치고 밭으로 나갔습니다. 오늘도 스님이 행자들보다 먼저 도착해 비닐하우스 뒤편에서 물길을 내고 있었습니다. 흙이 무너져 물길이 막힌 구간이 있었습니다.

흙을 퍼내고 주변에 풀을 벤 후 물길을 조금 더 깊이 파주었습니다. 물이 시원스레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용한 도구를 씻어 농사 창고에 가져다 놓고 어제 수확한 가지 중에서 모양이 예쁜 것만 골라 포대에 담았습니다.

오후에 운문사에서 법회가 열리는데, 스님들에게 가져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선물이니까 그래도 모양이 좋은 걸 골라줘야지.”

선물용 가지를 한 포대 담아놓고, 비닐하우스에서 옹기종기 자라고 있는 열무를 솎아주었습니다.

“오늘 아침 반찬 할 양은 되겠어요.”


농사 창고 둘레에 난 풀을 뽑고 논으로 가보았습니다.

논에서는 공동체 행자들이 모 사이에 자란 피를 뽑고 있었습니다.


스님도 논 가장자리에서 피를 뽑고 논둑에 자란 풀을 벴습니다.

모가 없는 빈 곳에는 모를 나누어 심어주었습니다.

논둑에서는 묘당 법사님이 예초기로 풀을 베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예초기가 돌지 않은 곳에 칡덩굴을 미리 낫으로 제거해주었습니다. 칡덩굴은 예초기 날마저도 휘감기 때문에 낫으로 따로 베어야 합니다.




“울력 마칠 시간입니다!”

온몸이 풀에 맺혔던 이슬과 땀으로 젖은 채 울력을 마쳤습니다.

농사일을 마친 후 오전 10시에는 가사와 장삼을 수하고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7월 마지막 수행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온라인으로 수행 법회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6개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스님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올해 안에도 종결이 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하면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언제쯤 종결될까요?

“코로나 사태는 잘 대응했다고 하는 우리 나라조차도 확진자가 1만 3천 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300명에 이르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매일 더욱더 확산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확진자가 1600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65만 명이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중국, 한국, 이탈리아, 이란, 스페인으로 확산이 되더니 전 유럽으로, 그리고 미국으로 확산되어 나갔고, 결국 남미까지 확산이 되더니 지금은 아프리카와 인도에서도 빠른 속도로 확산이 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 북반구의 날씨가 추워지면 재확산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치료약이 개발되고 있지만 상용화가 되려면 내년 가을에나 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확산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마스크를 끼고, 손을 소독하는 등 예방 조치를 열심히 하는 것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정토회도 모든 수련을 중지한 지 6개월이 지났고, 각종 행사가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공동체 법사단에서는 막연히 이 사태가 종결되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보자는 취지로 100일 동안 두북특별위원회를 운영했습니다. 아침에는 농사일을 하고, 하루 종일 분과별로 연구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전체가 모여서 분과별 발표를 듣고 토론을 했습니다. 그 결과 다음 2차 만일결사에는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 보자는 논의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었고, 당장 이번 가을부터 불교대학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일도 함께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제가 그 내용을 요약해서 말씀드릴 테니 법회가 끝나면 모둠별로 토론해 보시고, 궁금한 점은 질문을 올려주시고, 제안이 있으면 건의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올려주신 제안은 모두 수용해서 반영을 하겠고, 질문으로 올라온 내용은 다음 주 수행 법회 시간에 제가 답변을 해드리겠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지난 100일 동안 두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80분 동안 요약해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특히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함에 따라 어떤 점이 크게 바뀌는지 몇 가지를 강조했는데, 그중 정회원의 역할과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변화 몇 가지

“많은 변화들이 있겠지만, 그중 정회원의 역할이 많이 바뀌게 될 겁니다. 법당에서 하는 역할은 거의 없어지고, 법을 전할 수 있는 사람(전법사)이 되는 교육과 훈련을 주로 받게 됩니다. 정회원이 되면 불교대학이든 경전반이든 각 교육 프로그램의 조장을 맡아서 신규 회원들에게 법을 전해주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됩니다. 지금처럼 정회원이 된 후에도 아무런 일을 안 하고 있다든지, 법당에 나와서 청소만 조금 하고 집에 간다든지, 이런 경우는 이제 없어집니다. 정회원이 되면 누구나 다 전법을 하는 역할들을 하나씩 맡아야 합니다. 물론 수련원에서 농사 담당을 맡는 등 다른 일을 맡는 사람도 있겠지만, 불교대학과 경전반의 조장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심적인 역할이 될 것입니다.

정토회를 운영하는 방식도 바뀔 수 있습니다. 현재는 지역 정토회, 지역 대의원, 전국 대의원, 이렇게 운영을 하고 있는데, 온라인 시대에는 이런 방식이 과연 적합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온라인 시대에는 모둠이 있고, 모둠 위에 반이 있고, 반 위에 센터가 있고, 이런 방식으로 조직이 다 바뀌게 되는데, 그러면 운영 방식도 그에 따라 바뀔 수 있어요. 의사결정을 할 때는 아래부터 위로 올라가는 방식의 의회 기능을 갖고, 결정된 내용이 집행될 때는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행정 기능을 갖는 겁니다. 결정 단위와 행정 단위가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마치 의원내각제처럼 양쪽을 겸임하는 구조로 바뀔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직접 민주주의라고 해서 무작위 회원이 한꺼번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모둠 별로 참여해서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이런 새로운 제안도 있는 반면에 교육은 모두 온라인으로 하더라도 운영과 활동은 오프라인 방식으로 해나가야 하니까 현재의 운영 방식을 그대로 두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해하시고 여러분들도 더 좋은 의견이 있으면 이야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떤 것도 아직 결정된 내용은 없습니다. 제 얘기를 잘못 듣고 ‘이렇게 결정이 됐다더라’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돼요. 아직은 초안이 올라와서 논의 중인 상태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서 전국 대의원 회의에 안건으로 올릴 예정입니다. 최종 결정은 여러분이 선출한 대표인 전국 대의원들이 하는 것이지 스님이 하는 게 아닙니다.”

스님의 법문이 끝나자마자 정회원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두북특별위원회 논의 결과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돌이켜보니 이번 상반기는 두북특별위원회 논의 결과에 대해 계속해서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정회원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행법회가 끝나자마자 스님은 곧바로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운문사로 향했습니다.

강의를 하기 전에 주지스님, 학장 스님, 율주 스님 등을 미리 만나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코로나 청정구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코로나 검사를 해서 음성 판정을 받았고, 산문 밖으로 철저히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저도 코로나 덕분에 시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농사짓는 시절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스님이 가져온 포대를 열어보았습니다. 크고 예쁜 가지를 보며 모두 놀랐습니다.

“농사를 참 잘 지으셨네요. 한 수 배우러 가야겠어요.”

“못 생긴 것은 빼고 가져왔어요.”

법회 전까지 계속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운문사 스님들은 코로나 사태로 바뀐 일상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정토회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 정기법회부터 수계식, 4박 5일 명상의 결과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든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이제 모든 회원들이 자기 법당 갖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토행자들은 매일 자기 집에서 수행을 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좋아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녹화 방송만 듣다가 이제 생방송을 들으니까요. 즉문즉설도 다 화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법회는 비공개죠?”

“예. 정회원이면 들을 수 있습니다.”

“저희 같이 정회원이 아닌 사람은 법문을 어떻게 들을 수 있죠?” (모두 웃음)

“정회원이 아닌 사람을 위한 법회도 열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목탁이 세 번 울렸습니다. 경내에 울려 퍼지던 경전 독송 소리가 멈추고 우산을 쓴 스님들이 줄지어 법회 장소로 모여들었습니다.

1시 30분부터 ‘코로나 19 이후 미래를 묻고 설하다’는 주제로 특강을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를 다니시느라 바쁘신 법륜스님을 코로나 덕분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큰 박수로 청해 듣겠습니다.” (모두 박수)

스님은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스님은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기에 앞서 ‘코로나 19 이후 사회 변화와 불교의 대응’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지난 5000년의 인류 역사를 보면, 지금처럼 온라인 기술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이 처음은 아닙니다. 비대면으로 관계를 맺는 경험은 이번이 두 번째예요. 처음이 언제였을까요?”

“사스가 일어났을 때요.”

“메르스가 일어났을 때요.”

여러 대답이 나왔지만 스님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답을 알려주었습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경험한 비대면 방식은?

“비대면 방식이 처음으로 가능하게 된 건 문자의 발명입니다. 문자가 발명되기 전에는 인간은 직접 눈으로 보거나 소리를 듣는 것 외에는 관계를 맺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직접 대면 방식으로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범위가 30명 내지 40명 정도였기 때문에 무리도 그 정도의 규모로 형성되었고, 씨족이 좀 많으면 400명 내지 500명까지는 관계 형성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 이상은 하나의 무리가 되기는 어려웠습니다. 직접 대면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자가 발견되면서 문자를 이용해 비대면 방식으로 수만, 수백만 명이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고, 먼 거리나 세대를 초월해서도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비대면 방식은 역사 속에서 이미 그 한계를 보여 왔습니다. 특히 불교 역사 속에서는 비대면 방식으로 인해 부처님의 법이 지식화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 상대의 감정을 비롯해 언어 외적인 것까지 다 전달이 되잖아요. 그런데 비대면으로 문자를 통해 전달하는 경우 그 문자 안에는 정서나 감정 같은 게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지식화 되기 쉽습니다.

우리에게 전래된 불교에는 크게 나누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어떤 믿음을 기초로 하는 종교로서의 불교가 있어요. 복을 빌거나 내생을 생각하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둘째, 세상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 즉 철학으로서의 불교가 있습니다. 셋째, 자기 삶을 바꾸는 수행으로서의 불교가 있어요. 저는 주된 관심사가 수행으로서의 불교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대중과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불교 수행에서 비대면 방식이 갖는 한계

수행으로서의 불교에서는 무엇보다 인격의 전달과 교감이 중요합니다. 말하고 행동하고 체취를 느끼는 등 인격적인 면이 교감이 되어야 수행이 체험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이 문자로 전환되자 확산이라는 커다란 좋은 면이 생긴 반면, 그 속에는 인격이 전달되지 않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불교가 중국에 널리 전파가 될 때는 완전히 학문으로서의 불교가 되었어요. 그에 대한 반성으로 ‘원래 부처님이 하셨던 수행으로서의 불교로 돌아가자’라고 주장하면서 일어난 새로운 운동이 선(禪)입니다. 그래서 선(禪)에서는 인격적인 결합이 아닌 것을 모두 부정합니다. ‘불립문자(不立文字)’라고 하면서 문자를 부정하고 ‘이심전심(以心傳心)’을 주장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격적인 결합을 통해야만 법의 교감이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인류 역사에서 우리는 이런 과정을 이미 한 번 겪었습니다. 비대면 소통은 엄청난 확산을 가져왔지만 대신 인격의 전달과 교감이 어렵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이 점을 고려해야 코로나 이후의 사회 변화에 대해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어요.

‘코로나 이후’가 핵심은 아니에요. 엄격히 말하면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가 외부에 저장되고 있습니다. 책으로 전달하는 것도 많은 양을 빨리 전달하는 획기적인 수단이었는데, 디지털 기술은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됩니다. 양도 엄청날 뿐 아니라 속도도 빨라서 이 모든 정보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디지털 기술이 이미 개발되어 있었지만 그쪽으로 잘 옮겨가지 않았던 이유는 우리는 아직까지 직접 대면 소통과 문자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뭐든지 익숙한 것이 편리하니까요.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직접 대면을 할 수 없는 조건이 되니까 지금은 강제적으로 온라인으로 이전하고 있는 중이에요. (모두 웃음)

디지털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했다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인류사에서 중세 유럽의 흑사병 못지 않은 큰 재앙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훗날에 재앙이라고 평가받을지, 문명의 변화를 급속도로 전환시킨 계기라고 평가받을지 알 수 없습니다. 인류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그 평가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가 발생함으로 해서 우리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는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출구가 하나 열린 셈입니다. 출구를 제대로 못 따라가면 그동안 거대하다고 여겨졌던 것들도 순식간에 몰락할 테고, 출구를 잘 따라가게 되면 아주 작게 여겨졌던 것들도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계속 지속된다면 그렇게 될 거라는 겁니다.

물론 백신이며 치료약이 나오면 이런 디지털 기술이 잠깐 반짝했다가 다시 안주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불편하더라도 이미 디지털 세상으로 한 번 옮겨가고 나면 다시 되돌아오기는 그리 쉽지 않아요. 글을 모를 때는 글로 소통하려면 속이 타서 말을 직접 해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그러나 이미 글에 익숙해져 버리면 글로 소통하는 방식을 포기하기가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디지털 세상으로의 전환이 가져올 변화

이런 문제들이 지금 남아 있기 때문에 꼭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이런 전환이 왔다’ 이렇게 보지 마세요. 핵심은 디지털 세상으로의 전환입니다. 오히려 코로나 바이러스가 디지털 세상으로의 전환을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문자가 나오면서 엄청난 확산이 일어났듯이, 디지털로 전환하게 되면 이제 전 세계가 동시에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됩니다. 예전에는 제가 명상 지도를 할 때 문경 수련원에 직접 와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만 함께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온라인 명상을 하니까 전 세계 사람들이 자기 집에서 동시 참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님, 왜 미국에 오셔서 명상 지도를 해주시지 않습니까?’라고 난리였는데, 이제는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호주든 유럽이든 미국이든 컴퓨터만 켜면 바로 동시 접속이 가능하니까요. 정토회에서는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해 늘 따로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행사를 진행했는데, 이제는 따로 진행할 필요가 전혀 없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똑같은 규칙으로 동시에 소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서는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통역 봉사자를 구하기 어려워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즉문즉설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가면 유창한 통역 봉사자가 있기 때문에 늘 미국에 가야 비로소 외국인 대상 즉문즉설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온라인으로 다 연결이 되니까 제가 여기서 법문을 하고 통역해주는 분은 워싱턴에서 통역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래서 지금 정토회에서 일요일 저녁마다 진행하는 온라인 명상수련에는 한국 사람이든 미국 사람이든 상관없이 누구나 다 참가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영어 통역만 제공되니까 영어가 가능한 사람만 참여할 수 있지만, 앞으로 통역 가능한 언어가 늘어나면 접근성이 더 높아질 겁니다. 예를 들어 40개 언어로 자동 통역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참가자가 그 앱만 깔면 법문을 자기가 사용하는 언어로 법문을 들을 수 있어요. 베트남 사람은 베트남 말로, 러시아 사람은 러시아 말로 모두 동시에 법문을 들을 수 있게 되겠죠. 이런 조건들이 지금 갖추어져 가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수행을 지도할 때 최대 과제

정토회는 온라인 분야를 비교적 빨리 개척해나간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중심은 오프라인에 두고 온라인은 일부 활용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중심을 온라인으로 바꾸고 비대면 소통의 한계를 극복할 보완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수행은 인격적인 체험으로 전달되는 것인데, 비대면으로 소통할 때의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지가 지금 최대 과제예요.

역사 속에서 문자로의 전환을 통해 이미 경험했듯이, 온라인으로 전환을 한다고 해도 불교대학 등 지식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습니다. 그런데 수행은 좀 달라요. 수행은 자기 내면의 엄청난 저항을 극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옆에서 같이 있으면서 도와주고 모범이 되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방 안에 앉아서 그 저항을 혼자서 이겨내기란 사실 좀 어렵거든요.

‘온라인 방식을 사용할 때 수행이 알음알이로 되는 부작용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는가?’

이게 지금의 과제예요. 이미 역사 속에서 수천 년 전에 경험을 했으니 같은 시행착오를 두 번 겪을 필요는 없잖아요. 이걸 미연에 막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과제로 주어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나저러나 수행으로서의 불교는 온라인 시대가 온다 해도 걱정할 것이 적어요. 이런 기술적인 변화로는 인간의 괴로움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수행의 요구는 줄지 않습니다. (모두 웃음)

반면에 종교로서의 불교는 사양산업처럼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꼭 디지털 기술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회가 안정이 되면 이런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디지털 기술과 맞물려 그 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뿐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명상이란 이름으로 불교가 대중 속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될 거예요. 그러나 그중에는 대부분이 정법(正法)이 아닌 쪽이 더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다보니까 대중이 힘들어 하는 건 대중의 요구라는 이름으로 빼버리기 쉽다는 거예요. 즉 계율을 등한시할 위험이 있어요.

오래된 새 길, 붓다의 가르침

사회 변화를 대강 예견해보면 이런 현상들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도 1000년 이상 유지해 온 브라만 문명이 붕괴하는 혼란기에 사셨던 부처님에 비하면 지금 우리 사회의 변화는 물론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혼란이 훨씬 적습니다. 부처님은 그런 혼란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길을 찾으신 분이에요. 그래서 참 묘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2600년 전 붓다의 가르침으로 돌아가는 것이 지금의 문제를 극복하는데 가장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의 사회 변화는 우리가 겪고 있는 그 어떤 사회 변화보다도 큰 변화였기 때문입니다.”

미리 제출한 질문이 19개였습니다. 코로나 이후 미래에 대한 질문이 10개, 개인 수행에 대한 질문이 9개였습니다. 스님은 오늘 주제에 맞춰 먼저 코로나 이후 미래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10가지 질문은 조금씩 달랐지만, 주로 코로나 이후 시대에 불교계에서는 어떻게 수행하고, 포교하고, 수행공동체를 일구어 나가야 할 지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스님은 최근 정토회에서 하고 있던 실험 내용을 아낌없이 알려주며 함께 길을 찾아보았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당면하여 불교의 위기는 무엇이고 기회는 무엇일까요?”

“종교로서의 불교는 위기이고, 수행으로서의 불교는 기회입니다. 한 마디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여 불교 공동체가 갖추어야 할 자립적 구조와 자세는 무엇일까요?”

“정토회에서는 자기 집에서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하면서 수행하는 재가 수행자들의 경우 자기 방을 수행도량으로 마련하고 온라인으로 연결해서 정진하고 사회 실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출가한 사람들, 즉 공동체에 들어와 사는 사람들은 오히려 조금 더 거꾸로 가려고 해요. 지금도 검소하게 살지만 더 검소하게 사는 방향으로 가려고 구체적 방안을 토론 중입니다. 특히 다음 세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능한지 실험 중입니다.

새로운 물건을 사지 않는다

첫째, 환경운동을 겸해서 ‘새로운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원칙을 제안해서 실험해보고 있어요. 집도 새 집에서 살아서는 안 되고, 부처님처럼 나무 밑에서 자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헌 집을 리모델링하거나 헌 학교를 빌려서 살고 있습니다. 대중을 위해서는 빌딩도 지을 수 있고 뭐든지 필요하면 새로 장만할 수도 있지만,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하는 우리를 위해서는 새 건물이든 새 차든 뭐든 새 것은 사지 않는 겁니다. 이런 원칙을 갖고 살아보고자 토론을 하고 있는 중인데, 약간의 논란이 있습니다.

‘그러면 속옷은 어떻게 합니까?’
‘만들어 입으면 되지 않을까요?’
‘속옷을 만드는 천이 새 천이잖아요.’
‘속옷을 만드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만들어 입는 것이 더 낭비입니다.’

아직 깊이 있는 토론은 못 했고 이런 정도의 이야기가 오가고 있어요. (모두 웃음)

최근에 연수원을 하나 개원하면서 뭐든지 헌 것만 쓴다는 원칙을 적용해 보고 있습니다. 건물은 폐건물을 하나 구입해서 리모델링을 했고, 안에 들어간 모든 자재는 다 재활용을 했습니다. 건물 안에 들어가는 집기와 비품도 모두 재활용품으로 마련했습니다.

의자가 꼭 똑같은 크기에 똑같은 색깔이어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책상도 어떤 것은 좀 높고, 어떤 것은 좀 낮고, 어떤 것은 좀 크고, 어떤 것은 좀 작아도 괜찮아요. 의자 색깔도 노란 것도 있고, 빨간 것도 있고, 다양한 색깔이 어우러져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이렇게 한 생각만 바꾸면 굳이 새 물건을 구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느 회사가 망했다는 소리만 들리면 집기며 비품을 가지러 갑니다. (모두 웃음)

이번에 재활용품 유통을 담당하는 부서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가게든 회사든 어디 폐업했다는 소식만 들리면 버리는 것들을 주워서 싣고 오는데, 벌써 200평 되는 창고가 가득 찼어요. 책상, 의자, 부엌용품, 밥그릇부터 피자 굽는 기계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을 다 가져다 놓았어요. (모두 웃음)

이렇게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서 재활용 유통 사업을 하려고 해요. 물건을 잘 진열해 두고,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창고에 와서 구입해 갈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옷과 잡화뿐만 아니라 모든 물건이 다 버려지지 않고 유통되도록 해보자는 취지에서 일단 실험해 보고 있습니다.

대중의 보시를 받지 않는다

둘째, 대중의 보시를 안 받는 것입니다. 대중의 보시를 안 받고 생활하기 위한 첫 번째 방안이 농사를 짓는 것이고, 두 번째 방안이 재활용 유통사업과 각종 수련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대중이 낸 보시금이 아니라 우리가 뭔가를 노력해서 얻는 수입으로 생활하자는 거죠.

태국에 가면 아속(Asoke)이라는 이름의 수행 공동체가 있는데 이 공동체는 일체 보시를 받지 않습니다. 자기들이 농사짓고 자기들이 만든 생산품을 판매해서 생활하지 대중의 보시는 일절 받지 않아요. 어쨌든 정토회도 지금 두 개의 큰 주제를 갖고 토론과 실험을 해보고 있습니다.

매일 두 시간은 노동을 한다

셋째,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아침에 두 시간은 농사든 뭐든 노동을 하자는 거예요. 지금 두북 수련원에서는 농사도 짓지만 목공소도 하나 차렸습니다. 어지간한 것은 직접 만들거나 고쳐서 쓰기 위해서입니다. 그 옆에 철공소도 하나 차리려고 해요. 재활용을 하려면 고장 나거나 망가진 부분을 고쳐야 하잖아요. 고치는 비용이 사는 비용보다 더 드니까 우리가 직접 고치자는 겁니다. 물론 그 업무를 전담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일단은 이런 식으로 저부터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하루에 두 시간은 무조건 노동하고, 나머지 시간을 조정해 다른 업무를 본다는 규칙을 정해서 살아보고 있습니다. 운문사가 옛날에 생활했던 그 방식이에요. 요즘은 그렇게 안 산다면서요? (모두 웃음)

어쨌든 이런 삶의 방식을 통해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데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우리가 생산한 것 중에서 남는 것은 오히려 대중에게 보시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꼭 돈만 보시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우리가 생산한 것을 보시하는 쪽으로 살아보려고 해요. 이게 되겠냐며 콧방귀 뀌는 사람도 있고, 찬성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 웃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대중 강연이 모두 취소되는 바람에 저도 처음에는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었는데, 덕분에 농사도 짓고, 건강도 회복하고, 여러 면에서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우선 아침에 무조건 두 시간은 노동을 하니까 규칙적인 운동 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강의를 하는 것도 수월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강의를 하려면 두 시간 전에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고,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두북 수련원 교실 한 칸에 방송국이 딱 차려져 있기 때문에 농사일하다가 강의 30분 전에 세수만 하고 가서 앉으면 됩니다. 방송이 끝나면 곧바로 가사와 장삼을 벗어놓고 다시 농사일을 할 수 있고요. (모두 웃음)

코로나 이후 공동체 수행 대중이 살아가는 모습

그래서 저는 지금 생활이 예전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예전에는 몸을 쓰는 일과 법문 하는 일, 그 밖의 여러 가지 일들이 각각 구분되어 있는 편이었다면, 지금은 하루 안에 매일 이런 일들을 지속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저희 공동체 대중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40분 명상하고 아침 기도를 합니다. 108배하고 기도를 다 마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기도를 마치면 밭으로 나가서 6시부터 9시까지 농사를 짓고, 9시에 발우공양을 해요. 요즘은 날이 뜨겁다 보니까 오후에는 각자 자기 업무를 하고, 3시 반에 오후 공양을 하고, 5시부터 8시까지 다시 각자 일을 합니다. 농사 담당은 농사일하러 가고, 다른 부서 담당은 각자 맡은 일을 하고요. 그리고 저녁 8시에 예불을 합니다. 여름 농사철에는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낮에는 뜨거워서 도저히 농사를 못 짓겠더라고요.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다 보니 특히 더 더워서 새벽이나 저녁이 아니면 일하기가 힘들어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지금 저희들은 이런 방식으로 살고 있습니다. 원래 제 계획은 은퇴한 뒤에 이렇게 살려고 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덕택에 은퇴도 하기 전에 바로 이렇게 살 수 있게 돼서 보시다시피 요즘 제 얼굴에 생기가 돌고 있습니다.” (모두 웃음)

10가지 질문에 대해 모두 답하고 나니 4시가 가까웠습니다. 아쉽지만 수행에 대한 질문은 다음 시간을 기약했습니다.

“개인 공부에 대해서도 아주 좋은 질문을 많이 했는데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또 한 번 시간을 마련해볼게요.”

“네, 감사합니다!”

법회를 마치자마자 스님은 두북으로 출발하려고 했습니다. 5시에는 두북 수련원에서 공동체 공청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운문사 스님들이 공양시간이 지났는데 요기라도 하고 가시라며 스님을 붙잡았습니다.

“괜찮아요. 도시락을 다 싸왔습니다.”

“스님, 감자만 맛보고 가세요. 그냥 가시면 저희가 마음이 안 좋습니다.”

결국 종무소에 들러 삶은 감자를 맛보았습니다.

“저희가 농사지은 감자예요.”

“예, 맛있네요.”

“언젠가 정토회에서 운문사 도량에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빈그릇 운동을 제안했죠. 상당히 실험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일주일에 한 끼 저녁은 금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끼 굶은 돈을 모아서 JTS에 송금하고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은행을 못 가고 있어요. 스님이 오신 김에 직접 성금을 전달하겠습니다.”

입승 스님이 직접 성금을 전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둘러 감자를 먹고 일어섰습니다. 스님이 나오지 말라고 해도 멀리 주차장까지 운문사 스님들이 배웅을 나왔습니다.

작별인사를 하며 스님은 운문사 스님들을 격려했습니다.

“놀면 뭐해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세요.”

인사를 나누고 두북으로 출발했습니다. 부지런히 달려왔지만 10분 늦었습니다.

오후 5시 10분부터는 공동체 수행 대중과 함께하는 공청회에 참석했습니다. 오늘 공청회 주제는 ‘온라인 정토회’입니다.

최근 정토회의 많은 사업들이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많은 제안과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 농사짓는 스님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개발해보면 어떨까요? 법문뿐만 아니라 농사를 통해 일과 수행의 통일을 체험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온라인 특성에 맞게 수업 후 스마트폰으로 바로 보시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 VR 기술을 도입해서 온라인 상에서 사찰순례, 역사기행, 성지순례를 경험할 수 있게 개발해보면 좋겠습니다.
  • 온라인 시대가 되면서 자기 집을 법당으로 만드는 운동이 진행 중인데, 자기 법당을 자랑하는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해 봐도 좋겠습니다.
  • 수행, 보시, 봉사를 안내하는 앱을 개발해서 유튜브 구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요?
  • 온라인 전법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하고 있는 반면 온라인 사회 활동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입니다. 온라인 상에서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사회 실천도 함께 개발해보면 어떨까요?
  • 온라인 정토회가 되려면 집단지성과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하는 방법이 더 연구가 되면 좋겠어요.

이 중에는 온라인 상에서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들이 많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다양한 사례까지 언급하며 대중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도 의견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대중이 접근하기 쉽게 다양한 방법들을 도입하자는 제안을 해주셨는데요. 저는 사업으로는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부부를 위한 교육,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온갖 사업들을 벌인다면 사업적으로는 대박이 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프로그램을 좀 운영한다고 해서 사람이 과연 바뀔 수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사람이 바뀌려면 까르마의 저항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시간도 좀 길어야 하고, 자기 결단도 좀 있어야 해요. 여러분도 자기 결단을 해서 공동체에 들어왔지만 3년, 5년이 지나도 잘 안 바뀌잖아요. (모두 웃음)

더군다나 약간의 위로를 해주는 방식으로 과연 사람이 바뀌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넓은 지지층을 형성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을 갖고 우리가 어떤 사회 운동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함께 제기되는 거거든요.

확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우선적인 것은

확산도 중요하지만 먼 미래까지 지속적으로 갈 수 있는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된다면, 저는 먼 미래까지 지속적으로 갈 수 있는 방식이 더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명상도 많은 대중이 참여하게 하려면 계율을 안 지켜도 된다고 가르쳐야 해요. 왜냐하면 명상 자체는 많은 대중이 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계율을 안 지키고 명상을 하는 것은 정신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밖에 안 돼요. 그런 일을 우리가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건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 있어요.”

질문과 제안이 계속 나왔지만, 약속한 저녁 8시에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마쳐야 할 시간이 다 되었으니까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고, 내일 또 공청회를 이어나가겠습니다.”

이어서 저녁예불을 한 후 분과 별로 마음 나누기를 하고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오후에는 ‘개원 기념법회’를 주제로 공청회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1

0/200

보각

까르마의 저항을 이겨내야된다.. 쉽지않지만 한번 해볼만 한 길인듯합니다 스님
스님 믿고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8-04 17:56:59

관음성

새벽안개 속에서 칡넝쿨을 제거하고 계신 스님의 모습이 참으로 자유롭게 보이십니다.
운문사 경내를 조용히 거닐고 싶습니다.

2020-08-04 10:56:59

Subong

마음이 평안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종교를 떠나 무소유란 이런거구나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2020-08-03 23:09:43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