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4.1 온라인 수행 법회 6주째, 공동체 법사단 회의
“물에 빠진 김에 진주조개를 주웁시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두북 정토수련원에서 온라인으로 수행 법회를 한 후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 회의를 했습니다. 수련원 앞마당에는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스님은 아침에 열무를 수확했습니다. 4주 전에 씨를 뿌렸던 열무가 벌써 자라서 첫 수확을 했습니다.

농사일을 하다가 수행 법회를 할 시간이 다 되어 작업복을 벗고, 세수하고, 법복으로 갈아입은 후 생방송을 하기 위해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두북 정토수련원에도 수시로 생방송을 할 수 있도록 장비를 갖추었습니다. 6번째 맞이하는 온라인 수행 법회가 점점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공동체 법사단이 스님과 회의도 할 겸 수행 법회 생방송 현장에 자리했습니다.

스님은 전국에서 핸드폰으로 수행 법회를 시청하고 있는 정토행자들에게 봄꽃 소식을 전하면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벌써 4월입니다. 우리 곁에는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남부에서는 벌써 진달래꽃이 지고 있고, 높은 산에서는 한창 피고 있습니다. 벚꽃은 만개한 가운데 일부 먼저 핀 벚꽃은 지고 있고요. 목련은 다 졌고, 요즘은 복사꽃이 한창 피어나는 아주 좋은 계절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지금 방에 갇혀서 생활하고 있네요. (모두 웃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좋다는 게 늘 좋지는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도시가 좋았는데 이런 상황이 되니까 반대가 되었어요. 농촌에는 세상에 무슨 큰일이 일어났는지를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로운 가운데 완연한 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편리하다고 했던 도시 생활이 많이 불편해졌죠.

어쩌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지금 유리했던 것이 불리해지고, 불리했던 것이 다시 유리해지는 것이 미래 사회의 모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경에 ‘먼저 된 자 나중 되고, 나중 된 자 먼저 된다’ 이런 말이 있어요. 물론 부처님 말씀에도 이런 비슷한 내용은 수없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어서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의 일상이 원래 세웠던 계획에 비해 많이 흐트러졌어요. 거의 모든 계획이 무산됐을 정도니까요. 이것은 굉장히 불리한 조건이에요. 그러나 우리가 이 상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런 불리한 조건이 지나 놓고 보면 오히려 발전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내는 거예요.

물에 빠진 김에 진주조개를 줍듯이

제가 자주 여러분께 말씀드렸던 ‘물에 빠진 김에 진주조개를 줍는다’ 하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의미합니다. 물놀이를 갔다가 물에 빠지면 허우적대며 살려달라고 하는 게 범부 중생입니다. 그런데 물에 빠진 김에 진주조개를 줍는 다면 물에 빠지지 않은 것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상황도 그래요. 직장에 나가던 가족들이 집에 같이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일상생활은 남편이든 아내든 다 직장을 다니느라 저녁에나 잠깐 얼굴을 보는 정도였어요. 아이들도 늘 학교에 가버려서 집에 거의 없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온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이런 시간을 일부러 마련하려면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아이는 학교에 결석해야 하고, 직장 다니는 사람은 결근을 해야 해요. 그런데 이렇게 온 가족이 모여서 온종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회가 저절로 만들어졌어요. 어쩌면 여러분이 죽을 때까지 이런 기회는 오직 지금의 한 달 혹은 두 달이 유일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유지해오던 일상이 깨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힘들어하고 괴로워하고 있어요. 부부간에 갈등이 심해져서 힘들어하고, 아이들을 돌본다고 힘들어하고, 죽겠다고 난리입니다. 일상이 깨어지면서 괴로움에 빠진 거예요.

그런데 물에 빠진 김에 진주조개를 줍는 것처럼, 여러분도 지금 주어진 이 특별한 기회를 잘 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부부가 그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신혼 초기를 제외하고는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즐길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은 같이 대화도 하고, 여러 가지를 함께 하면서 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요. 늘 아빠나 엄마의 얼굴도 제대로 못 보던 아이들과도 함께할 수 있고요. 이것도 굉장한 복이라면 복입니다.

다른 많은 부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에는 소상공인들이나 가게를 하시는 분들은 점점 더 어려워질 거예요. 사회의 변화 추세를 보면 주문이나 판매가 갈수록 택배로 이루어지면서 직접 가게에 와서 물건을 사는 사람은 점차 줄어듭니다. 작년에 손님이 100명이었다면 올해는 95명이 되고, 내년에는 90명이 되고, 그다음 해는 80명이 되고, 또 70명이 되고, 이렇게 줄어들어 갑니다. 지금은 70명이나 60명 선에 온 거예요.

그래서 가게를 그만두자니 달리 마땅히 할 게 없고, 그렇다고 계속하자니 수익이 없어서 ‘문을 닫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렇게 망설이게 돼요. 망설이는 초기에는 손님이 점점 줄어들고 적자가 나더라도 리모델링을 하든지 홍보를 더 해서 어떻게든 계속해보려고 노력하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게 보면 이런 가게 열 개 중에 다섯 개는 폐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두 달간 문을 닫게 되면 ‘이참에 가게를 정리해야겠다’ 이런 결심이 서게 돼요. 이걸 두고 ‘뜻밖의 사태를 당해서 가게 문을 닫았다’라고 말하지만, 몇 년 지나서 돌아보면 이렇게 평가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 문 닫기를 참 잘했다. 계속했다면 손해가 막심했을 텐데, 그때 문을 닫았기 때문에 비록 수입은 없을 망정 큰 손실을 입지는 않았구나.’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나쁘다고 생각하는 게 반드시 나쁘다는 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주어진 상황은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가 없습니다. 태풍이 우리에게 많은 피해를 가져오니까 나쁘다고들 말하지만,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가끔 태풍이 불어주기 때문에 자연이 정화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주어진 조건을 나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기

주어진 조건을 우리 각자에게 유리하도록 활용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예로 든다면 물론 전염병이니까 조심을 해야 하겠죠. 전염을 막는 여러 가지 수칙은 잘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렇게 두려워할 일도 아니고, 이번만 끝나면 다시는 오지 않을 일도 아닙니다.

우리는 이런 바이러스를 벌써 여러 번 겪었습니다. 이런 바이러스가 앞으로 주기적으로, 어쩌면 더 자주 창궐해서 지금과 같은 생활이 우리의 일상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을 이 변화에 맞추어 많이 바꿔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임시적이라고 여기는 이런 생활방식이 어쩌면 정상적인 평소의 생활방식이 될 수도 있어요.

이를 두려워한다면 우리의 일상은 늘 두려움 속에 사는 셈이 되겠죠. 그래서 이런 일상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마냥 고집하면 일상이 깨지니까 굉장히 힘들지만, 원래 삶의 방식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우리나라는 다행히 코로나19에 대해 대응을 잘했습니다. 또 먼저 맞는 매가 낫다고들 하잖아요. 우리가 처음에 매를 맞은 탓에 초기에는 굉장히 당황하기도 하고, 제대로 대응을 못한 것처럼 보여서 세계적으로 비난도 받았어요. 초기에는 그랬지만 우리는 곧 신속히 대응해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아무것도 모르다가 벼락 맞듯이 당하는 바람에 당황했죠.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했어요.

‘중국이 그동안 경제개발이 잘 되었다느니 잘 사느니 하며 자랑하더니 이번에 민낯을 다 드러냈다.’

그런데 선진국이라는 나라들, 소위 서방세계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되었을 때 확산은 이미 다 예상된 일이잖아요. 그러면 미리 준비를 해야 하는데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교만이에요. 중국은 무지, 즉 몰랐기 때문에 당했습니다. 지금 유럽이나 미국은 교만해서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병을 ‘아시아 병’이라고 부르면서 인종차별을 하고, ‘우리는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교만하게 굴다가 지금 훨씬 더 크게 당하잖아요. 무지한 것도 문제지만, 무지한 것보다 교만한 것이 더 무서운 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잖아요.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

처음에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났을 때 중국을 비난하기보다 오히려 우리가 도와주었다면 어땠을까요? 우리나라는 지자체가 중국에 마스크를 지원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욕을 하고 비난을 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중국으로부터 우리가 줬던 마스크보다 더 많은 양을 지원받았어요

그리고 우리는 초기에는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이번 위기에 잘 대응했어요. 중국처럼 통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열어두고도 우리 스스로가 조심하면서 잘 대응한 덕분에, 비록 아직 끝이 안 나기는 했어도 확산은 어느 정도 막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유럽이나 미국은 확산일로에 있고, 아마 일본도 곧 그 뒤를 따라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와 바이오산업이 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시민의식도 선진국답다는 칭찬을 듣게 되었습니다. 촛불 혁명 때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엄청나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었고, 이번에는 또 시민의식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어요. 불행 가운데서도 우리가 잘 대응한 덕분입니다. 우리는 마스크 문제 빼고는 다 잘했어요, 일시적인 마스크 품귀 사태에 놀라서 사람들이 너무 줄을 길게 서고 난리를 피웠어요. 그러나 그런 것도 다 자기를 지키고자 하는 열의가 좀 과했을 뿐이지, 우리가 이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사태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 하더라도 아직 전 세계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활동도 자유롭게 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끼리만 살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고 하겠지만 늘 해외와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요. 또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워낙 유학이다 이민이다 해서 해외에 많이 나가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입국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장기적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은 잦아들더라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은 더 오래 지속될 겁니다.

그래서 지금의 일상을 임시로 생각하지 마시고 이 상황에 맞추어서 우리의 일상을 조정해야 해요. 학생들의 개학이 4월 6일에서 더 연기될 수도 있고, 그에 따라 정토회 수련 역시 4월 말까지 더 연기할 계획입니다. 왜냐하면 정부의 정책에 우리가 맞춰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작은 위험이라도 막으려면 우리의 일상을 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일상에 대응해야 해요. 지금은 기존의 일정을 멈춘 상태지만,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일상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4월 6일부터 정토불교대학을 온라인상으로 그냥 개설하기로 했습니다. 법회는 이미 온라인상으로 하고 있지만 정토불교대학 입학은 이미 한 달간 연기했잖아요. 여기서 또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온라인상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법회와 불교대학 수업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다 온라인으로 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는 많은 인원이 함께 만나는 것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우리는 소규모로 만나거나 각자 흩어져서 일상을 진행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여러분이 아침에 일어나서 각자 집에서 기도해 왔던 것도 참 잘한 일입니다. 우리는 이런 기도를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해왔으니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교회나 성당이나 절에 가서 기도하던 사람들은 ‘절에 못 가니까 기도를 못하겠다’ 이렇게 말하잖아요. 우리는 늘 잠을 깨면 잠자리를 정리해놓고 그 자리에서 바로 기도를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으나 없으나 아무 관계없이 기도를 계속할 수 있어요.

또 불교대학 강의도 원래 영상으로 보았잖아요. 이번 일을 계기로 온라인 수업으로 바뀐다 해도 영상을 본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요. 한 자리에 같이 모였나, 안 모였나의 차이일 뿐입니다. 마음 나누기도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서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수행도 이제는 각자 집에서 해나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법당에 안 나오니까 법당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일은 많이 줄었습니다. 집세 낼 일이 남긴 남았지만 당분간은 몇몇 임원들이 법당을 유지하고 관리해야 할 것 같아요. 건물세는 내야 하니까 법당에 안 나오더라도 보시는 해야겠죠. (모두 웃음)

보시금도 과거에는 현금으로 보시함에 넣었다면 요즘은 카카오 뱅크 같은 온라인 송금을 통해서 할 수 있어요. 오늘도 여러분이 법문 듣고 나서 다만 천 원이라도 법당으로 송금을 해야 법당이 유지될 수 있는 거예요.

이렇게 코로나 19로 인한 변화가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모여도 되면 또 모이겠지만, 앞으로는 오히려 모이지 않는 지금이 일상이 되고, 가끔 모이는 일이 특수한 경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앞으로 한두 달은 불교대학도 온라인상으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지금의 사태가 장기화되면 가을학기부터는 불교대학 전체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될 수도 있어요. 강의 외에 봉사와 수행을 어떻게 안내할 것인지가 이제 새로운 연구 과제로 남았습니다.

요즘은 한국보다도 전 세계가 야단이다 보니까 외국에서 저한테 여러 제안이 들어오고 있어요. 명상을 모여서 하지 말고 집에서 영상을 통해 명상수련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해 달라는 거예요. 영상으로 스님이 명상 지도를 해주고, 30분 동안 각자 집에서 명상을 하고, 명상을 마치면 다시 스님의 안내가 이어지는 영상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거죠. 이렇게 해서 집에서 일상적으로 명상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이제는 한국 따로 외국 따로 할 필요 없이 전 세계가 동시에 같이 명상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되면 우리가 2차 만일결사 때 시작하려고 했던 것을 앞당겨서 1차 만일결사 말미에 시작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는 아직도 혼란스럽지만,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으면 답답하던 마음도 어느새 차분해져 있습니다.

수행 법회 생중계를 시작한 후 30분이 경과하자 동시 접속자 수가 2500명을 훌쩍 넘어갔습니다. 모두들 집안에서 회사에서 스님의 법문을 시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어서 스님은 지난주 수행 법회에 이어서 왜 정토회가 모든 회원이 중심이 되는 운영체제로 개편을 하게 되었는지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모든 회원이 중심이 되는 운영 체제로 바뀐다고 하니까, 이번에 갑자기 변화가 생겼다고 이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30년 전 정토회를 설립할 때 우리는 많은 논의를 했습니다.

‘스님이나 소수의 전문 수행자를 중심으로 하고 대중은 후원을 하는 형태로 갈 것이냐? 대중이 수행자가 되고 공동체의 주체가 되는 형태로 갈 것이냐?’

이 선택을 두고 당시 사회 분위기는 스님이나 소수의 전문적인 수행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출가한 스님이 중심이 되거나, 꼭 스님이 아니더라도 공동체 안에 들어와서 일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고, 대중은 보시나 봉사를 통해 그들을 지지하고 후원해주는 방식이 그 당시 사회 조건에서는 훨씬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내다보고 정토회 활동이 더 확산될 걸 생각하면 그 방식이 옳지 않다고 봤어요.

소수의 전문가가 아닌 대중이 주체가 되는 운동

인류 문명이 발전되는 과정으로 봐도 그 방식은 옳지가 않아요. 인류 문명은 소수에서 다수로 그 권리가 점점 확대되어 가는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자에서 여자까지도, 어른에서 아이까지도, 양반에서 상민까지도, 백인에서 흑인까지도 포함되어 나가듯이, 인종적인 차별도 뛰어넘고, 나이 차별도 뛰어넘고, 성별 차이도 뛰어넘고, 이런 종교적 차이도 뛰어넘어서 확대되어가는 것이 지난 인류 문명사의 흐름이에요.

수행도 소수의 전문 수행자로 이루어진 그룹을 넘어서서 대중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모두가 수행자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보편성을 확보해나가야 합니다. 결혼을 하지 말라거나 직장생활을 하지 말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에요. 결혼이나 직장 생활 자체가 문제라는 뜻이 아니라 거기에 집착함으로 해서 생기는 부작용이 문제라는 겁니다. 그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누구나 다 일상 속에서 수행을 해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물론 소수의 전문적인 수행자의 헌신적인 역할이 필요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런 사람이 리더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하더라도 대중이 주체가 되는 수행공동체를 지향하자는 것이 정토회를 처음 설립할 때 우리가 세운 목표입니다. 목표는 세웠지만 막상 이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엄두가 안 났어요. 그때 서암 큰스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어떤 한 사람이 논두렁 밑에 앉아서 그 마음을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중이네. 그곳이 절이야. 그것이 불교라네.’

이 가르침 덕분에 더욱더 분명하게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구나. 꼭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고 기와집을 짓는 게 불교가 아니구나. 마음이 청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수행자다.’

이 가르침이 정토회가 나라와 민족과 인종과 종교와 계급과 성별을 다 뛰어넘어서 활동해나가는 기본 지침이 됐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존 불교에 대해 많은 불평을 했을 때 불심 도문 큰스님께서도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탑 앞의 소나무가 되어라.’

기존의 불교를 자꾸 비판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소나무가 작을 때는 늘 탑 그림자 때문에 못 살겠다고 불평을 합니다. 그러나 결국 소나무가 커버리면 탑을 가리게 되잖아요. 바깥을 개혁하는 데 에너지를 쏟지 말고, 바른 길을 그저 꾸준히 나아가면 세월이 흐르면서 저절로 변화가 온다는 뜻입니다.

처음에는 기존의 불교를 개혁해 보려고 여러 가지 조직도 만들고 비판도 했는데, 이런 가르침에 기초해서 방향을 바꾸게 된 겁니다.

‘우리 스스로 바르게 정진하면서 살아가자’

이렇게 해서 정토회를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운동의 주체 면에서도 소수의 전문 수행자 중심이 아니라 다수의 대중 수행자가 중심이 되는 쪽으로 정토회를 운영해 왔습니다.

비록 이런 목표를 갖고 정토회를 창립하고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도 일반 대중은 자기가 수행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잘 실감 나지 않나 봐요. 부처님이 중생에게 ‘네가 부처다’라고 하니까 중생이 겁을 먹고 ‘그러면 지금 생활을 다 버려야 하나요?’ 하고 겁을 내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를 존경하지만 내가 부처가 되는 것에는 약간 두려움이 있는 거예요.”

여기까지 법문을 마치고 사전에 올라온 질문에 대해 답변을 했습니다. 6주째 이어지고 있는 질문인데, 아직도 각 법당 별로 모둠을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 다양한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하나하나 답변을 한 후 기타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해 주었습니다.

  • 정회원이 되긴 했으나 현실적으로 능력이 안 되어 죄송한 마음이고, 책임감 있게 임해야 한다고 하니 부담스럽습니다.
  • 책임감 있는 모둠원이 적어서 실제로는 일일 봉사자를 많이 활용해야 합니다. 일일 봉사자를 잘 관리하기 위한 지침이 있을까요?
  • 갑자기 변화가 온 느낌이라 적응하기가 어렵고, 정회원을 그만두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어떻게 안내를 해야 할까요?
  • 활동이 부담스럽고 조용히 법당에 나오고 싶어 하는 분들은 어떡해야 할까요?
  • 소임을 한 꼭지 맡은 데다가 다른 모둠원이 요청하면 일일봉사까지 해야 하면 업무가 과부하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

질문이 20개가 넘다 보니 약속한 60분보다 30분 더 법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스님은 모둠 구성에 대해 가볍게 받아들일 것을 당부하면서 법회를 마쳤습니다.

“모둠 구성하는 걸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스님이 여러분의 괴로움을 덜어주려고 정토회를 만들었는데, 여러분을 괴롭히려고 이렇게 하겠어요? (모두 웃음)

미래 사회에 대안이 되는 좋은 일을 해서 보람되고 행복하게 살고자 이런 연구를 하는 거지, 여러분들을 괴롭히려고 이런 연구를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마음을 탁 내서 ‘그래, 한 번 해보자!’ 이렇게 해보세요. 직접 해보면 ‘해보니까 별 거 아니네’ 이렇게 될 수도 있고, ‘스님, 해보니까 이건 너무 힘들고 합리적이지 않아요’ 이렇게 될 수도 있어요.

제가 종교인이 되고 싶어서 종교인이 된 게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과학자가 되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제가 그런 사람인데, 불합리한 것을 저한테 얘기했을 때 그걸 가지고 ‘무조건 해봐라’ 그러겠어요? 딱 들었을 때 불합리하면 ‘그건 불합리합니다. 바꿉시다’ 바로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한 번 해보세요. 코로나19 때문에 아직 법당에 나오지도 못했잖아요. 아직 법당에 나오지도 않았으면서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아요? (모두 웃음)

한번 해보시고, 어려움이 있으면 그때 가서 또 의논합시다. 마치겠습니다.”

사홍서원으로 법회를 마쳤습니다. 공동체 법사단은 점심 식사를 하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울력을 하고 난 후 회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1시간 15분 정도만 울력을 같이 합시다.”

수련원 뒤쪽 담장 밑에 공터가 있는데, 여기에 축대를 보강하고, 흙을 부어서 평평하게 밭을 새로 만드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 울산을 비롯한 인근 법당에서 거사님들이 울력을 와서 1차 작업을 잘해놓았습니다. 거사님들이 쌓아놓은 축대 위에 돌을 더 쌓고, 흙을 더 붓는 일을 했습니다.

스님은 주로 축대를 보강하는 일을 하고, 법사님들은 쇠스랑으로 땅을 평평하게 하면서 돌이 나오면 축대 쪽으로 던졌습니다.

트럭에 흙을 싣고 오면, 흙을 다시 수레에 담아서 이동시킨 후 지면이 낮게 들어간 부분에 흙을 부었습니다.

흙을 수레로 옮기는 게 쉽지가 않아서, 급기야 포클레인이 들어왔습니다. 포클레인이 큰 삽으로 한 번 퍼서 흙을 부으면, 법사님들이 쇠스랑으로 땅을 평탄화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집중해서 일하다 보니 벌써 울력을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내일 수련원에 남는 사람들이 마무리를 할게요.”

작업한 도구를 씻어서 정돈을 한 후 모두 수련실로 모였습니다.

오후 3시부터는 분과별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분과는 법사 교육 기수별로 나누었습니다. 1기 법사인 유수 스님, 묘덕 법사님, 보수 법사님, 묘수 법사님을 시작으로 2기, 3기, 4기, 그리고 최근에 법사 수계를 받은 5기 법사님들까지 기수별로 수련원 각 방에 흩어져서 열띤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법사단이 생기고 나서 기수별 모임은 처음 해보네요.”

법사님들 얼굴에 웃음이 싱글벙글합니다. 분과 토론 주제는 ‘분과를 어떻게 나누고 운영할 것인가’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4월 한 달 동안 예정된 깨달음 의장과 나눔의 장 수련 등 모든 수련이 취소되었습니다. 법사님들은 물에 빠진 김에 조개를 줍는 마음으로 이 기간 동안 정토회의 미래 비전에 대한 그림을 함께 그리기로 했습니다.

분과 토론을 마치고 저녁 7시부터는 스님과 함께 토론 결과를 발표하고, 각 분과별로 나온 공통된 의견을 하나씩 모아 나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 분과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수련, 연수, 지도자 교육에 해당하는 수련 분과가 필요합니다.”

“본부가 개원하면, 개원 기념법회를 어떻게 진행할지 기획하는 분과가 필요합니다.”

“모든 교육과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는 온라인 정토회 분과가 필요합니다.”

“백일출가, 행자대학원, 실무자 교육, 법사단, 농업, 재활용 유통, 여행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공동체 분과가 필요합니다.”

“경전, 사상서, 의식 등을 모두 정리한 정토대전을 어떻게 만들지 연구하는 분과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국내외에 불사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연구하는 불사 분과가 필요합니다.”

“2차 만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해외 전법에 대해서도 연구하는 분과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대략 7개 정도의 분과로 의견이 모아졌고, 분과별 모임 날짜와 방식도 큰 틀에서 정했습니다. 법사님들은 앞으로의 모임과 토론에 대해 모두 기대되는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법사님들의 토론 결과를 듣고 나서 소감을 말해주었습니다.

“내가 정토회의 총책임자라면 어떻게 정토회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그릴 것인지, 나름대로 구상을 해보세요. 4월 1일부터 30일까지는 이 일을 집중해서 한 번 해봅시다.

이 생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우리가 같이 모일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없을 거예요. 모르죠. 은퇴하고 나서 이빨 다 빠진 사람들이 뒷방에서 모일 날은 있을 거예요.” (모두 웃음)

코로나로 인해 법사님들은 미래 비전을 함께 그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주 설레는 분위기 속에서 법사단 회의를 마쳤습니다.

법사님들이 각자의 자리로 모두 돌아가고, 스님은 내일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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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희

늘 부지런하신 스님 감사합니다 귀한말씀 고맙습니다

2020-04-09 13:01:13

실상

무지한것보다 교만한것이 더 큰 화를 가져온다는 말씀 새기며 살겠습니다. '탑앇에 소나무가 되라' 바른 길을 그저 꾸준히가면 변화는 저절로 온다는 믿음, 게으름에 빠질때마다 기억하며 살겠습니딘.

2020-04-07 23:58:58

정지나

내가 지금,이곳에 주인이라면!!!
아무런 답변이 생각나지 않내요
다시 그런 나를 살피고 깨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20-04-05 21: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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