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5.4 제주 한라도서관 강연

오늘은 제주도에서 강의가 있어서 김포공항에서 아침 6시50분 비행기로 출발했습니다. 

8시에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바로 강정마을로 이동했습니다. 마침 강정마을 불자회장님 부부가 감귤농장에서 일하고 계신 중이라 잠깐 들러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대부분 하우스 시설농사라 규모가 굉장했습니다. 농사지으신 한라봉을 주셔서 맛있게 나눠먹고 강정마을회관에 들렀습니다.

 

강정초등학교에서 어린이날 맞이 행사축사를 마치고 들어오는 강동균 마을회장님을 만났습니다. 스님께서는 해군기지 문제로 아픔을 겪고 있는 강정마을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고향을 지키고 싶어하는 초로의 마을회장님 말씀을 들으며 만약 내가 돌아갈 고향이 없어진다면 어떤 마음일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11시 조금 지나 강정마을을 출발, 제주도지사님과의 점심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점심식사를 하며 도지사님과 제주도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스님의 강연에 참석하고 싶은데 2시에 어린이들이 방문하게 되어 있다며 아쉬워하는 도지사님을 뒤로 하고 강연장인 한라도서관으로 이동했습니다.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도서관의 풍광이 멋졌습니다. 도서관장님이 주차장까지 나와서 스님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한라도서관에서 대출1위 서적이 스님의 ‘엄마수업’이어서 스님을 모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도서관장님과 잠깐 차담을 하고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법륜스님이 들려주는 우리 아이 지혜롭게 카우는 법’이라는 현수막이 무대 위에 붙어 있습니다. 강연주제가 정해져 있어서 젊은 애기엄마들이 많이 왔습니다.

 

스님께서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안녕하세요? 주말에 날씨가 좋은데도 놀러 안가고 강의 들으러 왔네요. 감사합니다. 여기 도서관이 정말 경치가 좋네요. 우리 아이 지혜롭게 키우는 법, 좀 안 맞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고 키운 적이 없어서(웃음) 비전문가인 저에게 전문가인 엄마들이 물으니 어떻게 된거예요?(웃음) 비전문가가 똑똑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좀 멍청해서 그런 것 같은데(웃음). 제주도말로 ‘애기어깨’, 즉 애기 봐주는 사람한테도 배우고 들을 말이 있다고 하던데, 그렇게 생각하고 한 번 해보죠.” 하니 청중들이 손뼉치고 웃으며 순식간에 분위기가 가벼워집니다.

 

성질이 못됐지만 그래도 아이를 낳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가져야 할지 고민인 새댁, 아이가 초등학교 때는 간섭을 많이 했는데 스님의 엄마수업을 읽고는 아이가 중학교 들어가서 간섭을 안하려고 내버려두고 있는데 아이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것 같아서 걱정이라는 엄마, 친정엄마가 결혼을 5번 하고 아버지가 다른 아이를 5명 두었는데 자신도 결혼을 3번하고 아이가 3명인데 10살인 막내딸에게 자신이 자꾸 의지하는 마음이 생기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런지 고민인 분, 난 괜찮아병과 오지랖병이 있는데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고민인 작가, 아이들이 역사를 제대로 못 배우고 자라고 있는데 사람답게 성장할 수 있을지 걱정인 남자선생님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무거울 수 있는 개인의 문제를 온화하게 감싸안아 가볍게 만들고 부분을 넘어 스스로 전체를 보게 만드는 스님 특유의 대화법이 감동적이었습니다.

2시간 30분에 걸친 강연을 마치고 제주지역 불교대학 특강수련을 위해 ‘달리도서관’으로 이동했습니다. 달리도서관은 뜻맞는 세 분이 가정집 2층을 무료로 빌려서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작고 이쁜 미니도서관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도서관을 이리저리 둘러보시며 활동가들과 차담을 나눈 후 불교대학 특강수련에 들어갔습니다. 불교대생 50여 명이 참가해서 그동안 공부해오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하는 시간입니다.

 

스님께서는 제주지역의 특성상 제주불대생들이 상하반기 특강수련, 경주남산순례등을 전국의 불교대학생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을 위로하며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불교대학에서 마음나누기는 수업의 일부입니다. 꼭 참석을 해야 합니다. 듣고 느낀 것을 나누는 것이 마음공부입니다. 사람마다 들리는 것이 달리 들리고 각자 보이는 것이 달리 보이는구나하고 이해하는 것이 수행이예요. 강의, 마음나누기, 봉사, 특강수련 등 이런 것들이 모두 불교대학 수업의 일부예요. 봉사로 어린이날 거리모금을 하지요? 길가는 사람에게 돈은 내놓으라고 할 때 쑥스럽잖아요? 그때 왜 쑥스럽지? 하면서 자기 마음을 살펴야 해요. 길가는 사람에게 ‘도웁시다’ 하고 다가가면서 얘기를 했는데 안주고 가면 기분 나쁘고 주고 가면 기분 좋잖아요. 그때 왜 그럴까?하고 살펴보는 거예요. 이게 모두 공부거리예요. 모금을 소재로 내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피고 그때 불편한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공부예요.



이렇게 공부해서 자기 마음속에 있는 상처를 치유해야 해요. 내마음에 상처가 없어야 무거운 짐 든 이웃이 보입니다. 상구보리, 하와중생-자기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되면 바로 다른 사람에 대한 자비심이 일어납니다. 둘 사이의 관계는 선택이나 선후가 아니라 둘이 통합되는 것, 즉 자리이타의 공부를 해야 합니다.

아무리 결심을 해도 기분이 좋을때만 못합니다. 기분이 썩 내키지 않으면 무슨 핑게를 대서라도 안하는 쪽으로 움직입니다(웃음) 불교대학은 기초입니다. 한 분도 빠짐없이 졸업을 하시기 바랍니다“

불교대학 공부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질문하는 시간인데 오늘도 어김없이 즉문즉설이 되풀이 됩니다. 그래도 스님은 질문자가 스스로 깨우치도록 정성껏, 자상하게 이끌어 주십니다.  

질문을 끝까지 받다보니 시간이 늦어져서 서둘러 제주공항으로 갔습니다.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회관에 돌아오니 10시가 다 되어 갑니다.

내일은 북경정토회 초청으로 북경 원불교 교당에서 강연이 있습니다.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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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희

하화중생^^ 그렇군요~꼼꼼히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2013-05-14 08:22:14

^^^^

--무거울 수 있는 개인의 문제를 온화하게 감싸안아 가볍게 만들고 부분을 넘어 스스로 전체를 보게 만드는 스님 특유의 대화법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글을 참 온화하게 잘 쓰시네요^^마지막사진 아래,상구보리,하와중생--하화중생 오타좀요^^*

2013-05-11 23:40:03

무애명

스님의 일상을 보고 자신을 가다듬는 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새 <비폭력대화>를 읽고 있습니다. 마음나누기 느낌의 의미를 반추하게 되더군요. 마음나누기시간에 느낌을 이야기하라고 들었는데 늘 그게 잘 안되었거든요. 위 글에도 층위가 다른 시간에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살짝 언급하고 있어 떠올랐습니다.

2013-05-07 08: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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