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두북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청주로 향했습니다.
청주 고인쇄박물관에서 진행된 강연에는 약 470여명이 참석해서 여러 가지 고민들을 질문하고 스님께서 설하셨습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몰라서 고민하는 학생, 생부, 생모가 지금의 부모님과 달라서 방황하고 또 어릴 때 성추행 당했었는데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인 분,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함께 동참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아서 고민하시는 여성분, 친구와 헤어지게 되어서 너무 속상해하는 분, 치매어머니를 모시는데, 자꾸 화가 나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신 분등 다양한 질문속에서 참석자들은 질문자의 울음에 함께 아파하기도 하고 질문자의 웃음에 함께 웃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질문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질문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청주 강연을 마치고 바로 죽림정사로 이동했습니다. 불심도문 큰스님의 생신이어서 축하 인사를 하러 갔었습니다. 큰스님께서는 법륜스님께 60세 환갑법회를 크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법륜스님께서는 요즘은 세속에서도 환갑은 챙기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큰스님의 80세 생신에 법회를 하시겠다고 고사하셨습니다. 큰스님께서는 계속해서 “나도 못했는데, 지나고 보니 법회를 해서 법어를 남기는게 좋다”고 하시면서 유수스님께도 꼭 해드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죽림정사에 계시는 대중들과 법륜스님, 유수스님, 묘덕법사님과 수행팀이 함께 큰 스님께 생신축하 삼배를 올리고 생신축하노래도 불렀습니다. ‘큰스님, 건강하십시오’
저녁 7시부터는 대전시청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강연시간보다 1시간 정도 여유있게 도착해서 대전법당에서 낮에 먹다 남은 김밥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대전 시청 강연에는 약1000여명이 오셨습니다. 자리가 부족하여 무대위와 복도에 서서 듣는 사람들도 매우 많았습니다. 강의장이 가득찬 만큼 진지함과 열의가 느껴졌습니다.
첫질문부터 매우 유쾌했습니다 20살이 아직 되지 않은 대학생이 어떻게 하면 부모님을 설득해서 외박을 할 수 있냐고 했습니다. 대중들은 모두 그 질문에 폭소를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오늘 질문자중에는 고등학생도 있었습니다. 조금 가슴아픈 사연이었지만,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그 남학생은 “아빠는 제가 어렸을 때 가족을 많이 때리고 괴롭혔어요. 선택은 아빠가 했으면서 자기 인생 이렇게 된 건 남탓, 할머니 탓을 해요. 직장도 없고 지금은 종교에 빠져 있어요. 아빠처럼 되기 싫어요. 저는 자존감이 낮아서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생각이 많고, 과거에 있었던 괴로운 기억과 미래의 걱정이 저를 괴롭히고, 의존도 많고, 의심도 많고, 제 본심과 만나는 것도 무서워요. 제가 나갈 길을 찾아야 되는 데 꿈도 아직 못 찾았어요. 제가 어떻게 해야 진정한 나 자신이 되고 아빠처럼 안 되고 훌륭한 인간이 될 수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듣고 있는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학생이 아빠를 미워하기 때문에 자존감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 자기가 크면 아빠처럼 됩니다. 내가 아빠를 제일 싫어하는데, 내가 아빠처럼 됩니다. 이게 아이러니죠. 그러니까 학생은 점점 그 길로 접어 들어가고 있어요. 아빠처럼 안되려면 학생은 오늘부터 108배 절을 하면서 ‘아빠 제가 잘못 생각했어요. 아빠도 참 힘드시게 인생을 사시는데 제가 내 생각만하고 아빠를 미워했는데, 내가 커보니까 아빠를 조금 이해할 것 같아요. 아빠, 감사합니다.’ 이것이 지금은 도저히 안 받아들여지겠지만 억지로라도 아빠 참 힘들었겠다. 아빠, 참 고맙다 하는 마음을 내면 점점 내 속에서 아빠에 대한 미움이 사라지고 학생이 좋아져요.”
이 말을 들은 학생은 “이유야 어떻든 내가 그 사람을 미워하면 그사람처럼 된다는 거죠?”라고 다시 되짚어 묻습니다.
스님께서는 “아니예요. 내가 누군가를 미워한다고 그사람처럼 된다는 것은 아니예요. 자기는 아빠의 업을 받아서 그렇거든요. 자기가 아빠에게 감사기도를 해야 벗어날 수 있어요. 아빠처럼 되고 싶으면 미워하고, 벗어나고 싶으면 감사기도를 해야 돼요.”라고 자상하게 다시 설명해주셨습니다.
학생은 “긍정적으로 생각할게요.”라며 어떻게든 현재의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학생도 아빠처럼 자기 콘트롤이 잘 안됩니다. 아빠도 할머니한테 그걸 받아서 자기 콘트롤이 안 되는데, 학생이 커서 남들이 보면 아빠와 똑같다 그래요. 또, 자기가 아빠를 부정하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있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아빠에 대한 참회와 아빠에 대한 감사기도를 해야 됩니다.”
학생은 긍정적으로 “네.”하고 답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다시 덧붙여주셨습니다. “물론 어려울 거예요. 그래도 계속 절하면서 ‘아빠, 감사합니다. 아빠, 죄송합니다. 아빠마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빠, 참회합니다.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자꾸 참회하고 감사기도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아빠 마음이 이해되고 아빠가 불쌍하게 여겨지는 순간이 와요. 그런 순간이 오면 이제 자기가 아빠의 업장으로부터 조금 씩 벗어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학생은 스님의 말씀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네.”라고 답합니다.
“학생이 ‘네’하지만 쉬운일 일까요? 그렇게 할 가능성은 1%도 없어요. 그러나 길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하면 이 청년도 행복해 질수가 있고, 그렇게 안 하면 아빠와 똑같은 업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어렵겠지만 그렇게 하면 벗어날 수는 있어요.” 스님의 마지막 말씀까지 들은 학생은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결연한 의지를 보입니다. 비록 학생이 해낼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참 대견해보였습니다.
대전강연도 열기가 가득한 가운데 끝마치고 스님께서는 내일 아침 7시부터 종교인 모임이 있기 때문에 서울로 향하셨습니다.
전체댓글 13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