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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5시 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 교민을 위한 스님의 희망세상 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어제 저녁에 나갔던 전기는 아침까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여기 봉사자들이 온 이후 밤새 정전이 되기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 덕분에 모처럼 촛불을 켜고 올리는 예불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예불과 기도를 마치신 스님께서는 대중들에게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하시면서 봉사자들의 귀국 날짜를 일일이 챙기시고 건강 주의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곳 빠당지역은 99%가 무슬림으로 부끼띵끼(시)에 타종교는 절 한 곳, 교회 한 곳, 천주교 한 곳 뿐이랍니다. 스님께서는 오늘 이곳 절 비하르 신도회가 초청하는 아침공양에 응하셨습니다. 비하르에서는 화교들 200여명이 모여 정기적으로 법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님께서 이곳에 머무르시는 3일 동안 이곳 신도회 회장의 부인인 주이따가 생업도 잠시 뒤로 미루고 통역봉사를 해주었습니다.
스님께서 7시에 도착하여 예불을 올리자 아이들까지 함께 나와 있던 신도들도 스님을 따라 예불을 올렸습니다. 예불이 끝나자 가족단위로 스님께 예배하고 가족 한 사람 한 사람 스님께 보시하는 모습이 참 정성스럽고 귀하게 보였습니다. 어린 아이까지 스님을 보면 바로 예배하는 자세가 몸에 밴 것 같았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릴 때부터 이런 정신과 습관이 면면히 이어져서 1%도 안 되는 사람들이 99%의 무슬림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1층 로비에 마련된 공양장소로 옮겨서 공양받기 전에 소심경을 외우셨습니다. 불자들은 스님을 바라보며 합장하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각 가정에서 음식들을 몇 가지씩 정성껏 차려온 듯 했습니다. 대중들과 함께 공양을 마치신 스님께서는 소심경 끝부분으로 공양을 마무리 하시고 정문을 나서면서 전체 불자들과 기념촬영을 하셨습니다.
빠당 공항으로 가는 길에 부끼띵끼의 유명한 관광지라는 파노라마파크에 잠시 들렀습니다. 파노라마파크는 규모는 작지만 미국의 그랜드캐년 같은 협곡입니다. 야생원숭이들이 주먹만한 아기원숭이를 껴안고 가족단위로 놀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고 신기했습니다. 협곡 아래에는 과거 일제가 징병들을 동원하여 파놓은 동굴이 몇 십 킬로미터 떨어진 빠당판장이라는 곳을 비롯해서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시간이 웬만하면 동굴입구에라도 내려가 보았으면 했는데 빠당공항에서 12시 50분 비행기를 타려면 시간이 촉박하여 그냥 떠나는 마음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10시 35분에 빠당공항에 도착하여 짐을 부치고 기다렸는데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는 또 시간을 넘겨 오후 2시가 되어도 빠당공항에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우리가 자카르타에서 빠당에 올 때 그랬던 것처럼 비행기가 몇 시간씩 늦게 뜨고 결항되는 일은 예사라고 합니다.
공항 측에서는 계속 2시에 비행기가 들어와 2시 30분에 틀림없이 출발한다고 했는데도 우리는 3시 25분에야 빠당공항을 이륙하여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법회장소는 공항에서도 1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에 있다고 해서 스님께서는 혼자라도 먼저 가시기로 하고 걸망만 하나 지니신 채 뛰어나가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짐을 다 찾아 나올 때까지 스님께서는 출구에 그냥 계셨습니다. 공항에 스님일행을 마중 나온 분들은 그분들대로 비행기가 연착되자 탑승자 명단까지 확인하며 기다렸는데도 안내하는 출구가 이리저리 바뀌고 게다가 공항 측에서 안내를 잘못하여 다른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5시에 시작하기로 한 법회인데 스님께서 7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하셨습니다. 그래도 220여 명의 청중들은 강연장을 꽉 메우고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강단에 오르셔서 오늘 늦게 도착하신 연유에 대하여 말씀하신 후 청중들을 향하여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이 있으면 구체적으로 물으라고 하셨습니다.
결혼하려는 상대와 불교신자인 어머니가 종교가 달라서 어머니가 걱정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할지를 묻는 청년, 스님은 신을 믿으시는지 묻는 남자분, 인생을 살면서 죄를 많이 지었는데 어떤 노력을 해야 죄를 사할 수 있는지를 묻는 분도 있었습니다.
또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사는 교민으로서 생업에 종사하다 보면 이슬람에 대해 무지한 상태라 스님의 말씀을 듣고 싶다고 질문한 분이 있었는데 이 질문에 대한 스님의 설법을 옮겨 봅니다.
“사람들이 미국에 갈 때 미국이 좋다고 갑니까, 나쁘다고 갑니까?”
“좋다고 갑니다.”
“그러면 미국 가서 영어를 배우는 것이 유리합니까? 안 배우는게 유리합니까?”
“배우는 게 좋지요.”
“인도네시아에서 잘 살아갈려고 하면 무슬림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게 유리합니까, 모르는게 유리합니까?”
“아는 게 유리합니다.”
“그럼 자신을 위해서 무슬림에 대해서 공부하십시오.”
“문화적 관습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딪히고 갈등이 있습니다.”
“왜 미국에 가서 영어 배우는 건 당연하고, 여기서 이슬람 문화 배우는 것은 갈등이라 합니까? 우리가 아는 불교도 또한 문화예요. 문화는 옳다, 그르다 따지면 안됩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할 뿐입니다. 그러나 진리는 따져도 됩니다. 진리는 탐구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사람들이 허황된 생각을 하니까 ‘복을 지어야 복을 받고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 복 받고 싶으면 복을 지어라, 벌 받기 싫으면 죄 짓지 마라’ 하셨습니다.
부처님 법은 독이 든 물이 있다면 ‘거기 독 들었다’ 라고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입니다. 먹고 안 먹고는 자신의 선택입니다.
오늘의 종교는 문화이기 때문에 첫째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해라, 둘째 그 사람 편에서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존중입니다. 그러면 다름에도 불구하고 다툴 일이 없고 평화가 옵니다. 진리를 자각하면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해집니다.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이들을 미워하는 것은 자기 불행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모두 따라해 보세요.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
“이해하고 존중하고 스님 가르침대로 하겠습니다.”
“소수가 다수에 취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저항과 동화가 있는데 어느 쪽을 선택해도 갈등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나는 나대로 그 속에 사는 것입니다. 돈벌이가 되면 여기서 살면 되고, 안되면 한국으로 갈수도 있고, 돈벌이가 안 돼도 그냥 살면 됩니다.
우리 JTS는 어려운 사람 도우러 왔어요. JTS 이념에 따라 수로를 정비하고 보건소와 유치원을 지었어요. 이런 일을 하는 JTS도 무슬림들의 입맛에 맞게 도와주고 적응해야 하는데 질문자는 여기서 돈을 벌고 있으니 더욱 그들의 문화를 고려해야지요.”
그 밖에도 서면으로 외로움에 대한 질문, 골프치는 남편이 골프장에만 다녀오면 화를 내는데 어떻게 화를 다스려야 하는지 등의 질문에 대하여 스님께서는 쉽고 명쾌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마무리 법문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진정한 노동의 해방은 노동이 놀이가 되는 거다, 이것만 깨달으면 일체 세상살이가 놀이가 된다, 직장에서 월급받고 일하기 때문에 중노동이다, 골프장 캐디는 돈을 받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고 골프 치는 사람은 놀이를 한다, 돈을 주고 하면 삶이 주체적이 되고, 돈 받고 하는 것은 돈 때문에 비추체적이 된다.
어린애가 방에 똥을 누었는데 방에 있으면 오물이 되고, 밭에 가면 거름이 된다. 화내는 남자는 나쁜 남자도 아니고 좋은 남자도 아니다. 제법은 공하다. 존재 자체는 공인데 한 생각 일으키면, 부정적 생각을 하면 똥이 오물이 되고, 긍정적 사고를 하면 똥은 거름이 된다. 불행하려면 부정적 사고를 하고, 행복하려면 긍정적 사고를 하라. 절에만 다니지 말고, 교회만 왔다가다 하지 말고 공부를 하라. 인생이 행복해져야 한다. 인도네시아에 와서 사는 것, 구경한 것 만으로도 본전 뽑은 것이다.
매일매일 정진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스님께서는 8시 50분에 강의를 마치시고 책 싸인회를 하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줄을 서서 싸인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도 스님 곁을 떠나기가 아쉬운 듯 보였습니다. 9시 5분 강연장을 출발하여 자카르타 공항으로 향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저녁식사도 거르신 채 11시 50분 자카르타 공항을 출발하여 4월 1일 아침 8시 반에 인천공항에 내리셨다가 곧 바로 대만으로 출국하셨습니다.
스님께서 귀국하실 때까지 ‘스님의 하루’는 며칠 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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