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3월 29일 법륜스님의 하루(인도네시아 사업예정지 답사)

스님께서는 새벽 예불과 천일기도를 마치고 돌아앉으시면서 “오늘은 눈치 안 보고 맘껏 예불을 할 수 있어서 좋으네!” 하시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스님께서 예불을 시작하자 곧 마을 전체에 스피커로 라마단의 기도소리가 울려 퍼졌기 때문에 우리도 맘껏 소리내어 예불을 할 수 있었다는 말씀인 것 같았습니다. 이곳 사람들 99%가 무슬림이라고 들었는데 시골이건 도시이건 몇 집 건너 있다고 할 만큼 가까이에 무스크가 있고 새벽에 온 국민을 깨워 기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스님을 마주하고 둘러앉았습니다. 스님께서는 이곳 봉사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봉사한다고 왔지만 주는 입장, 결정하는 입장이다, 인도에서 경험해 보니 이런 입장에 있다 보면 봉사자와 주민이 사장과 종업원의 관계가 된다, 이렇게 하면 업무상 효율은 높아지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과는 멀어진다.’

우리 봉사자들이 만리타국에 와서 유치원과 학교, 보건소를 짓고, 다리를 놓고 하는 일들이 사람들을 편리하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이 되지만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 근본임을 잊지 말라는 간곡한 당부를 짧지만 명료하게 해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이곳에서 진행할 사업예정지를 답사하기 위하여 8시에 사무실에서 출발하셨습니다. 가는 길에 부끼띵끼(시)에서 유일한 절인 비하르에 잠시 들르셨습니다. 부처님을 참배하고 기도를 하신 스님께서는 이곳 신도회장과 신도들의 예배를 받으시고, 5월에 결혼한다는 예비부부에게 축원하시고 기념사진을 함께 찍으셨습니다.

 

오늘은 빗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주민들의 식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수원지가 될 만한 샘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차라리 걸어가는 게 시원하고 빠를 것 같은 좁고 울퉁불퉁한 길을 한참 가다 멈춘 곳에 대나무 호스를 통해 맑은 물이 콸콸 쏟아지는 곳에서 차가 멈췄습니다. 주민 세 분이 미리 나와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호스에서 나오는 물맛을 보셨습니다. 주민들은 여기서 300m쯤 더 가면 샘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30m 쯤 아래에 웅덩이 같은 샘이 보였고, 스님께서는 조심조심 그곳으로 내려가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저 아래 호스에서 나오는 물과 윗샘의 물이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윗샘에 수원지를 설치하는 데는 산길이라 장비와 자재를 옮기는 것도 어렵고, 윗샘물과 아랫샘물 사이에 사람이 살지 않으니 수질도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고 하자 마을 주민들은 윗샘에 수원지를 만들어 관을 통해 마을에서 맑은 물을 마시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두 곳 물의 수질검사와 물의 양을 비교해 본 후 결정하자고 하셨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맑은 물 수원지를 요청하는 마을을 돌아보았습니다. 그곳에서 마을 유치원 처마에 홈통을 대고 관을 연결해서 지붕(약 100평 정도)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물탱크에 모아서 마을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도록 JTS에서 시설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탱크 옆에는 예전부터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 사용하는 수조가 있고 거기에 담겨 있는 흐린 물로 마을 사람들이 몸을 씻고 빨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 중 절반 가량은 자기 집 처마에 홈을 설치하여 받은 빗물을 사용하고 나머지 반은 JTS가 설치한 탱크에서 맑은 물을 길어다가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봉사자가 물탱크에서 패트병에 물을 받아 보였는데 여느 생수와 다름없이 맑았습니다. 물맛도 좋다고는 하지만 녹슨 함석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이라 오래 먹다보면 철분이 중금속으로 쌓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스님께서는 걱정하고 계십니다. 마을의 여러 집에 들어가 보고 물을 사용하는 모습을 돌아보고 무슬림 사원의 공동 수조도 살펴보았습니다.  

마을의 물 사정을 살피고 돌아오는 길에 스님께서는 JTS에서 농기구를 기증했던 마을에 들러 농기구 보관 상태를 살피셨습니다. 탈곡기와 세발경운기를 마을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무슨 영문인지 바퀴에 바람을 빼놓고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바퀴를 그 상태로 오래 두면 굳어져서 바람을 넣으면 새게 된다고 걱정하셨습니다. 옛날 우리나라 어려울 때, 농기구가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데 농기구를 함부로 다루는 것을 보면 면 마음이 쓰인다고 하셨습니다.

 

수원지 답사와 농기구 상태를 살펴본 우리는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라면으로 늦은 점심을 때웠습니다.

스님께서는 오후에는 이곳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칼데라호인 신까락 호수를 보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인도네시아 JTS의 사업진행과 재정지출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이번에 함께 오신 김기진 감사님은 오전에 답사를 함께하지 못했는데 호수 구경도 다음기회로 미뤄야 했습니다. 산까락 호수는 정말 넓고 맑은 물이 잔잔히 출렁거리는 것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멋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하시는 스님을 뵈면서 맑은 호수와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곳 불교신도는 모두 화교들이라고 합니다. 신도회장 가족이 어제 스님께 찾아와 예배하고 오늘 저녁공양을 초청하였습니다. 우리는 호수에서 돌아오는 길에 부끼띵끼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갔습니다. 신도회장 가족과 신도회 간부들도 함께 참석하여 편안히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신도회장은 이곳에서 건재상을 하는데 불심이 아주 깊어 빠당공항까지 나가 이곳을 찾아오시는 스님들을 직접 마중하고 스님들께 공양 올리는 일이 아주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합니다. 신도회장 부인 주이따는 평소에는 남편의 사업을 돕는데 영어에도 능통해서 스님께서 이곳 사업을 돌아보시는 3일 동안 통역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성격이 아주 밝고 항상 활기가 넘칩니다. 우리 최보살님께 ‘보살님, 보살님!’ 하고 정확한 우리말 발음으로 정겹게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 주위 사람들 마음까지 밝아지는 것 같습니다. 신도회장의 작은딸 생일이 어제였는데 스님께 저녁공양을 올리면서 딸 생일을 축하하려고 일부러 오늘로 미루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며 작은딸의 생일을 마음껏 축하해 주었습니다.

이곳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라 매일 비가 온다고 합니다. 아마 구름이 지나가다 이 거대한 언덕에 부딪쳐 비로 변하는 모양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시작된 비는 밤이 깊은 지금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내일은 JTS가 지은 유치원 두 곳과 보건소 한 곳의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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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래

스님에 발자취는 늘 ~~~~아름답고 따뜻합니다 _()_

2013-04-05 04:11:14

보현심

눈치안보고 예불올리니 맘껏 기도할수 있어 좋으네...<br />몸이 아프니 맘껏 몸을 위해줄수 있어 좋은네...<br />하하하 한마음 돌리니 이곳이 극락입니다.<br />감사합니다.

2013-04-03 08:26:32

kammie yun young

I want him to wear tennis shoes instead of rubber type shoes, especially when he is walking around mountain area. He might slip and fall.... Somebody should buy him nice walking shoes.<br />

2013-04-03 00: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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