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평화재단
5월 12일 법륜스님의 하루

매달 둘쨋 주 토요일은 실무자 포살과 울력이 있는 날입니다.
포살은 공동체 생활의 규범이라고 할 수 있는 40계본을 기준으로 해서,
스스로 발로 참회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울력은 대중들이 함께 모여서 힘을 합해서 일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시간이 없어서, 사람이 적어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울력 때 대중들이 모여서 함께 해결해 나갑니다
.

저는 1, 2층 화장실 청소를 했는데,
환기팬을 뜯어서 먼지를 제거하고 주변 묵은 때를 닦고 정리하는 일을 했는데,
오랜만에 도반들과 함께 집중해서 일을 하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저희들이 포살과 울력을 하는동안,
스님은 치과 치료를 받은 후, 외국에서 오신 손님들과 점심 식사를 같이 하고
차담을 나누며 손님 접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오후 6시에는 조계사 전통문화공연회관에서
붓다의 시대적 조명이라는 주제로 종이거울자주보기운동본부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강연을 하셨습니다
. 종이거울이 뭔가 했더니, 책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자는 취지에서 매달 저자를 모시고 강연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처음 인간붓다의 삶에 대해 강의를 시작했던
1982년부터의 스님 인생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참 좋았습니다.
, 그랬구나... 그래서 지금에 이르렀구나...스님을 더 깊이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도 사람들이 꽉 차서 무대위, 복도, 뒷 통로까지 빡빡하게 서서 정말 발디딜 틈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미동도 않고 드나듦도 없이 조용히 스님 법문을 들었습니다.
법문에 심취한 듯 했습니다. 정말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집중해서 사람들이 강연을 들었습니다.
스님의 산 경험이 사람들에게 깊이 각인되는 것 같았습니다.

부족하지만, 스님이 붓다의 삶을 재조명하며 겪어왔던 과정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제가 처음 인간 붓다에 대해 강의를 한 것이 1982년입니다. 30년 되었습니다.
대학생들이 해인사에 모여서 <한국불교 1600년 대회>를 할 때
초청강사로 가서 한 강연이
붓다의 시대적 조명이었습니다.
이 강연을 기초로 해서 쓴 책이 인간붓다 그 위대한 삶과 사상입니다.

그 때 왜 이런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되었는가?
그것은 이 암담한 시기에 불교인들은 사회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다해야 하는가?’에 대해,
부처님은 그 당시 사회적 역사적 배경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셨는가?’를 살펴보면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저는 고등학교 때 절에 들어왔습니다.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불교는 나에게 그보다 더 넓은 세계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
수련을 할 때는 법당이 좁아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3000배 정진을 했습니다.
무릅에 피멍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늘 마음 한 구석에는 불교의 사회성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젊은 나에게는 늘 불교의 아쉬운 점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대승경전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 그것마저도 아니고하면서
애매모호하기 이를 데 없는데
, 성경을 보면 원수를 사랑하라든지,
원수가 주리면 밥을 주라든지, ‘오리를 가자면 십리를 가줘라든지,
행동의 지침이 딱 딱 나왔습니다. 그런 것에 비해 불교는 너무나 막연했습니다.
그래도 불교에 심취할 수 있었던 것은 불교의 합리성과 과학성, 역사성과 같은 것이
젊은 저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

80년대 인권 침해의 시대, 많은 사회적 부조리들에 대해서
불교는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
대응을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스님들이 서로 싸우거나, 아니면 정권과 결탁해서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키는 불교계의 행태에 대해 많은 회의가 들었습니다
.
특히 80년 광주항쟁이 일어나고, 불교계에 10.27법란이 일어났는데도,
이런 부당한 권력 행사에 대해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굉장한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
그 때 처음으로 불교에 대해서 깊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으로 갔습니다.
원래 제가 하고 싶었던 천문학 공부를 한 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광주항쟁 비디오를 보고 이런 사회적 아픔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아픔의 현장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다시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
그 때 불교인으로 아무런 불교적 행동을 할 수 없었기에 깊은 좌절이 있었지만
그러나 그만 두기에는 너무 아쉬웠습니다
.

그래서 다시 부처님은 어떤 분인가 다시 한 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도대체 붓다는 어떤 사람인가?
나와 같은 젊은 시절에 어떤 고뇌를 했을까?
아함경에 기초해서 쓴 부처님의 일생을 읽었습니다.
그 때는 정말 지식으로 불교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불교를 그만두느냐 마느냐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봤습니다.

그 때 제가 본 붓다는 구체적인 삶의 현실 속에서 살아간 청년 붓다였습니다.
그의 젊은 시절의 고뇌, 왜 출가를 했고,
6년의 수행과정에서 스승을 떠나 홀로 수행할 수 밖에 없었는가?
왜 도반으로부터 떠나서 수행했어야 했는가?
깨달은 이후의 붓다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갔는가? 하는 것을 살펴보면서
붓다를 재발견하게 되었습니다
.
그 전에는 신과 같은 존재로서 붓다였다면 새로 발견한 붓다는 인간으로서의 붓다,
내 삶에서 구체적으로 닮아갈 수 있는 붓다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을 발견하면서 붓다를 따르는 제자로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평생 삶의 지침이 될 나의 스승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붓다를 재발견하고 다시 대승경전을 읽게 되었습니다.
금강경, 반야심경을 읽었을 때 글자 이면의 더 깊은 뜻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애매하다고 여겼던 것이, 막연하다고 여겼던 것이
중도의 길을 말로 표현해서 전달해 주려고 한 것이었구나
!
한계가 있는 글자를 통해서 진리를 전하려고 한 것을 알게 되니까,
금강경의 내용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것은 그렇게도 제가 경전 속에서 원했던 구체적인 행동의 지침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반야심경 강의도, 금강경 강의도 하게 된 것입니다.
대승경전마저도 그냥 추상적이고 고상한 사상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자로서의 삶
, 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참으로 뚜렷한 지침
, 가르침을 주고 있었습니다.”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하게 앉은 사람들이 왜 숨을 죽이고
스님의 말씀에 심취했었는지 아시겠죠
?
스님의 경험들이 사람들의 가슴에 소로시 내려앉아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동으로 자리한 것 같습니다
.

강연 후, 많은 사람들이 인간붓다 그 위대한 삶과 사상책을 가슴에 안고
길게 줄을 서서 스님의 사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 괜히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스님의 책 중에서 특히 제가 좋아하는 책 인간붓다 그 위대한 삶과 사상.
한 번 읽어도 감동적이고, 두 번 읽어도 감동적이고, 세 번 읽어도 감동적입니다.
그 책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습니다.


지금은 문경정토수련원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있습니다.
문경수련원의 반짝이는 밤하늘이 기대됩니다.

좋은 밤입니다.^^

전체댓글 11

0/200

Jaye

스님의 책 인간붓다 그 위대한 삶과 사상을 꼭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2025-01-30 22:28:53

이희진

노조창립 체육대회가서 도반들과24일 연수구희망강연 전단지2000여장 돌리고 고구마심으러 고향에 가느라고 참석못했는데 이러케 잘 전달해주시니 고맙습니다~^^

2012-05-14 10:05:00

부루나

전천후 스님의 제자 다운 전처후 들국화님의 스님의 하루를 눈앞에 보는것 처럼 올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12-05-14 06: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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