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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생활이 된 마음공부, 가족애를 재발견 했어요”
1990년대 후반 <옥이이모>, <은실이>, <달팽이> 등의 주옥같은 드라마를 연출했던 성준기 PD. 지난 연말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만난 성 PD는 ‘수행’ 덕분인지 눈빛도 빛나고, 얼굴도 훨씬 젊어진 느낌이었다. 흔히 수행하면 산속에서 머리를 기르고 도를 닦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게 마련. 하지만 성 PD의 수행은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는 지난 2004년부터 하루 일과 중 가장 먼저 108배와 명상, 경전 독송 등을 하며 1시간가량 자신에게 집중하는 수행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무언가를 빌고 바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눈’을 뜨는 반복적인 노력이었다.
수행을 통한 가장 큰 변화는 ‘가족애 재발견’. 그는 바깥에서는 인간성 좋은 PD였지만 집에서는 독재자 남편이자 원칙주의자 아버지였단다. 늘 지적하고 꾸짖는 아버지를 아이들이 좋아할 리 없었다.
“수행을 하기 전에는 자식들의 단점만 보이고, 내 식대로 되지 않음이 화가 났어요. 하지만 매일 아침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문제가 내게서 비롯되었음을 조금씩 알게 되었죠. 요즘은 마음속에서 지적하고 싶은 게 올라오면 ‘내 생각’임을 알아차리고 관점을 바꿔 아이의 긍정적인 부분을 찾기 시작했어요.”
최근 그는 대학생인 딸, 아들과 함께 콘서트도 다니고 자주 이야기도 나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소소한 고민을 이야기 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부부 관계는 점점 편안해지고 있다. 그것은 부부가 함께 수행하기 때문이다.
성PD가 처음 수행의 맛본 시기는 지난 2003년 초, 경북 문경에 자리한 정토회 산하 정토수련원에서 벌어진 4박 5일간의 ‘깨달음의 장(이하 깨장)’ 수련을 통해서였다.
“어떤 모임에 갔었는데 김홍신 전 의원, 이금림 방송작가 등이 이야기를 나누다 나를 보고 이야기를 딱 멈추는 거예요. 무슨 수련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왜 나만 빼놓고 이야기 하느냐고 했더니 두 사람이 짠 듯이 다녀와야 얘기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는 궁금증 한 것은 못 참는 성격. 당장 문경에 있는 정토수련원에 달려갔고 수련을 통해 눈이 맑아졌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값진 경험을 아내에게도 선물하고 싶어 다음주에 바로 아내를 문경으로 태워다 주었다. 2주에 걸쳐 연이은 수련으로 두 부부는 마음이 한없이 넓어지고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꼈다.
수련을 하고 1년이 지날 무렵, 그는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극도의 허무감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삶의 회의가 밀려오고, 정신적 공허감에 고통스러워했다. 게다가 그의 아내는 중년의 우울증이 심화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히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서슴없이 가슴에 꽂았다. ‘이혼’이라는 말이 오고갈 정도였다. 그는 깨장에 다녀오지 않았으면 그 위기를 넘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깨장 참여의 계기를 제공한 이금림 작가는 법회에 참석해 볼 것을 권유했다. 그는 곧장 서울 서초동 정토회의 수요 법회에 참석하기 시작했고, 아예 깨장에 다녀온 작가, 방송인들을 모아 ‘방송인 길벗’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함께 수행을 시작했다.
“이혼 위기를 겪으며 삶이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일상 속에서 자신에게 깨어있는 모임을 만들어 보기로 했죠. 저는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매일 아침 5시에 108배하기, 10분 이상 명상하기, 수행일지 쓰기 등등 20여 가지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시작해봤어요.”
처음 한 달로 시작한 모임은 100일로 길어졌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성PD는 불교적인 방법으로 마음공부를 하고 있지만 이 모임은 다양한 종교의 사람들이 섞여있다고 했다. 수행이 좋은 사람도 있고, 공익적인 봉사가 좋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방향은 같다. 삶의 관점을 바깥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것을 우선에 둔다는 것.
“여의도 방송가라는 데가 전쟁터에요. 경쟁에 시달리다보면 마음도 황폐해지고 괴롭거든요. 승자는 드물고 패자는 많잖아요. 그래서 방송가는 항상 정신적인 부담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죠.”
그를 비롯한 이 모임의 작가와 PD들은 돌아오는 ‘부처님 오신 날’에 방영할 특집극을 준비하고 있다. 수행을 통해 행복해졌기에 그 행복을 나누어 주기 위해서란다. 수익금은 인도와 북한의 어린이를 위한 성금을 내놓을 예정이다.
- 이 인터뷰는 우먼센스 1월호에 실렸던 내용입니다.
성준기 님은 지난 2월 27일 열린 정토 불교대학 입학식에 부인과 나란히 참석하셨습니다.
법을 만나 행복해지고 도반이 된 부부,
올 한해 함께 졸업하는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2006학번 정토 불교대학 졸업생 정묘향 두손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