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소식

서해교전을 보면서 다시금 평화를 그려봅니다.
서해교전을 보면서 다시금 평화를 그립니다. 격침은 어렵지 않다. 전면전을 막아야 한다. 지난 6월 29일에 일어난 서해교전에 관한 이야기는 대체로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공격을 하였다."이고, 또 하나는 "꽃게잡이 어선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생긴 우발적인 일이다."라는 것입니다. 서해교전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과 정보가 더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경솔하게 북한이 의도적으로 공격을 하였다고 몰아부치는 양상이 서해교전 못지않게 안타까움을 던져줍니다. 지난 99년 연평해전 때도 꽃게잡이 어선이 있었고, 이번 서해교전 때도 꽃게잡이 어선이 사건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육지처럼 정확한 경계선이 없는 바다, 유례없는 꽃게 흉어기, 남북의 꽃게잡이 어선들은 보다 많은 꽃게를 잡기 위하여 언제든지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을 가능성이 상당히 많이 있는 것이 서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의 군함들은 자기들 어선을 보호하고 상대편 어선이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지 못하게 매우 긴장된 상태에서 신경을 씁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해상 경계선인 북방한계선은 육지의 군사분계선과 같이 쌍방이 합의된 선이 아닙니다. 군사분계선은 육지에만 있지 해상에는 없습니다. 서해에서 해마다 꽃게철이면 벌어지는 `예고된 분쟁'인 이번 같은 무력 충돌을 막으려면 문제를 근원적으로 풀어야 합니다. 우선 북방한계선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잘 알려졌듯이 북방한계선은 1953년 정전 직후 마크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이 북쪽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 경계선입다. 북쪽은 한사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국제적으로 분쟁수역이 돼 왔습니다.이런 객관적 사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해상 군사분계선 침범이나 영해침범으로 몰아치고 단호한 응징을 부르짖는 보수·수구세력의 강경몰이는 정직한 태도가 아닙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이양호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북방한계선은 어선 보호를 위해 우리가 그어놓은 것으로 북쪽이 넘어와도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다"고 공언했었습니다. 이번 서해교전에서 남한 해군이 북함정을 격침시켰다면 확전은 불가피했을 겁니다. 남한 해군의 사격술은 제가 해군 생활을 한 90년대 초부터 한·미·일 연합 훈련에서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섬뜩할 정도의 최고 우수 사격술을 보였습니다. 사람과 컴퓨터가 만들어낸 한국 해군의 사격술은 보는 사람조차도 그 가공할 파괴력에 등골이 오싹할 정도입니다. 북한 함정을 격침시키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서 격침을 시키지 않은 것입니다. "격침은 어렵지 않다. 전면전을 막아야겠다."라는 국방부의 발표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해상 화약고(?) 서울 불바다(?) 위험한 한반도(!) 이번 서해교전으로 남한 해군 4명이 죽고, 1명이 실종되고, 20여명이 다쳤습니다.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함정에 승조한 50여명 대부분이 죽거나 다친 북한군의 피해상황도 같은 민족으로서 비극적인 일입니다. "전쟁엔 승자도 패자도 없습니다. 모두가 패자입니다.", '전쟁'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쟁은 더 큰 비극만 불러올 뿐이니까요. "돈과 식량"을 제공하며 형제애를 보여주었건만 돌아오는 건 피에 굶주린 도발이라는 언론의 과도한 발언은 전쟁만큼이나 위험한 일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북한을 일방적으로 몰아부치는 게 아니라, 해상 화약고인 서해5도의 위험요소를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를 신중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우리는 실제로 너무 위험한 상황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 예로 지금 휴전선 근방에는 12,000여개의 북한군 장거리포가 있습니다. 이 포가 한 번 만 일제히 불을 뿜어도 서울 시민 10여만 명 이상이 죽는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얘기한 '서울 불바다'발언은 결코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닙니다. 또한, 남한도 미사일을 비롯하여 북한보다 더 강력한 화력을 북한에 조준하고 있습니다. 해상화약고인 서해5도 근방도 남북이 모두 해안포와, 지상포, 미사일을 집중 배치해서 서로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위험천만한 지역입니다. 이번 서해교전에 대해서 감정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이 아닌, 냉정하고 차분한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우선은 이러한 위험지역을 어떻게 평화적으로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서 우리의 힘을 모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번 서해교전으로 국방부는 격파사격까지 5단계로 되어있는 작전지침을 3단계로 줄여서 예하부대에 내려보냈습니다. 이번 조처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서해에 더 큰 비극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는 최소한 이번 조치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남북한 죽은 병사들의 한을 평화의 밑거름으로... 우리는 서해교전을 보면서 다시금 북한의 지도부·군부와 선량한 보통의 북한 인민·굶주리는 어린아이를 구분해서 바라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가정을 예로 들면 굶주리는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무능력한 가장이 폭력적이라 해서 굶주리는 어린아이를 방치하지는 않습니다. 650만에서 800만에 이르는 사람들이 굶주림의 고통을 겪을 북한을 서해교전이 일어났다고 도와주지 않는다면 이또한 엄청난 폭력일 것입니다. 이번 서해교전은 화해와 통일로 가는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겁니다. 아마 잔물결 정도가 되지 않겠습니까? 50년 간의 갈등이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이러한 우여곡절은 통일이 되는 과정에서 많이 일어나리라 예상이 됩니다. 사건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안목을 가지고 화해·평화·통일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만이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헤처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북한동포돕기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상황은 좋은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옛 어른들은 이렇게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자신의 몸을 낮추고 주변의 여론에 귀기울이면서, 낮은 곳에서 신음하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실천을 하였습니다.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북한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하여 모금활동을 꾸준히 벌여나가는 것이 현명한 사람들이 지금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번 서해교전을 보면서 슬퍼하고 마음 아파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죽은 남북한의 병사, 그들의 가족은 얼마나 많은 아픔과 원한을 가지고 있겠습니까? 전쟁의 고통과 피해가 없는 한반도, 전사와 부상의 아픔이 없는 한반도, 원한과 분노·마음의 상처가 없는 한반도를 이번 서해교전을 보면서 상상합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감정적인 대처는 더 큰 피해와 상처와 아픔을 우리에게 남겨줄 것이 뻔합니다. 남북한 공동 어로구역 설정, 비무장 지대 및 해상 경계선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평화로운 대안이 될 것입니다. 다시금 서해교전으로 유명을 달리한 남북한 병사들의 영가천도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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