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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광복 80주년을 맞아 정토회는 임진각, 죽림정사, 미륵사, 아도모례원, 사천왕사지, 봉림사지에서 8.15 특별정진 통일 기도를 진행했습니다. 그중 경주 사천왕사지는 부산울산지부 7개 지회 회원들이 온라인 참석 70명, 현장 참석 134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새벽 먼 길을 달려온 회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서로를 반겨 한동안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제일 먼저 어린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방울이 걸음마다 발끝에서부터 부딪혀 반겼습니다.
이내 한여름의 태양도 눈부시게 떠오를 준비를 마친 듯했습니다. 10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통일을 위해 매주 일요일 새벽, 사천왕사지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기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천왕사지는 단순한 절터가 아니라 신라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674년 문무왕 때 온 신라인의 마음을 모아 완공한 호국사찰입니다.
신라가 당나라와의 전쟁에서 불리해지자 신불의 힘을 빌리기 위해 이곳 사천왕사지에 절을 세웠습니다. 당나라 군대를 물리치기 위해 사천왕사지에서 유가승 12명이 주문을 외우자 서해에서 폭풍이 일어 당나라 군대가 수장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호국사찰로 기도의 영험이 천 년 넘게 서려 있다는 사천왕사지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정토회의 기도처가 되어 10년의 세월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초록의 어린 풀들이 잔잔히 자라난 곳은 잔디처럼 푸르기만 합니다. 그 위로 파란 돗자리가 깔리고 부산울산지부 회원들은 저마다 준비해온 작은 방석이나 깔개를 놓았습니다. 기단에는 정성껏 준비한 떡과 과일을 놓고 통일의 염원을 담은 문구가 새겨진 큰 현수막을 펼쳤습니다. 온라인 생중계를 위한 음향까지 행사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이어 땅의 기운을 다지고 영가들을 위로하며 천도하는 지전무(紙錢舞)는 경주지회 이수진 님의 손끝에서 하얀 지전 다발 뭉치의 춤사위가 되어 아름답게 피어났습니다. 이번 공연은 수천 년 동안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선조들의 얼을 추모하고, 오늘날까지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하신 모든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간절한 통일의 발원도 춤에 담았습니다,
이어서 혜등명 법사의 여는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통일 신라 시대 호국 사찰인 이곳 사천왕사지에서 정토 행자들이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를 시작한 지 10년 째를 맞았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현장을 지켜 낸 부산울산지부 7개 지회 분들과 대한민국의 평화와 통일, 국민 대통합을 발원하며 오늘 참석한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8.15 광복 80주년을 맞아 민족의 화해와 소통이 이루어져 대한민국의 평화가 실현되기를 발원합니다.”
붉은 해는 떠오르고 참여한 모든 회원이 평화통일 발원문을 낭독한 후 500배 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온 마음으로 정성껏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이내 얼굴엔 구슬땀이 흐르고 온몸은 흠뻑 젖었지만, 발원문을 기억하며 한배 한배씩 절을 이어갔습니다. 모자를 쓰고 손수건을 머리에 덮었지만, 명상할 때도 땀은 멈추지 않고 흐르기만 합니다.
먼 옛날 신라인들이 지성으로 기도하니 하늘도 감동하여 천지신명의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처럼 정토회원들의 정성은 2012년 8월 임진각에서 평화 통일을 위한 만 배 정진으로 이어졌습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흔들릴 때마다 이곳 사천왕사지에서도 평화의 마음을 모아 삼천 배 정진을 했습니다.
2024년 6월 13일, 한반도 평화와 국민 대통합을 기원하는 일만인 대법회가 장수 죽림정사에서 열렸습니다. 그 가슴 뜨겁던 날들의 깊은 뜻이 모여 지금까지 사천왕사지에서도 끊임없이 평화 통일 기도가 이어져 왔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는 옛말이 있듯이 염원의 힘을 믿고 2025년 8.15, 광복 80주년을 맞은 오늘도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한반도에 평화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기도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온몸과 마음으로 500배 정진 기도를 마친 회원들은 땀방울을 잠시 훔쳤습니다. 곧이어 10년 동안 매주 기도에 참여한 회원들의 활동을 담은 영상을 보았습니다. 햇빛으로 화면이 잘 보이지 않자 깔개로 쓰던 큰 보자기 천을 급히 가져와 스크린 뒤를 가렸습니다. 두 회원은 영상이 끝날 때까지 천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덕분에 지난 세월 회원들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잘 볼 수 있었습니다. 감동의 박수 소리와 함께 스크린은 내려가고 모두 너른 풀밭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젖은 풀밭에서 부산울산지부 회원들은 지전무를 펼친 이수진 님의 소리 장단에 맞춰 강강술래를 시작했습니다. 백 명이 넘는 회원들이 만든 둥근 원의 중심에서 이수진 님의 선창에 따라 ‘강강술래’를 합창하며 너울너울 춤을 추었습니다. 손에 손을 맞잡고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둥글게 둥글게 남과 북이 통일된 모습처럼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염원이 푸른 하늘 너머 저 북녘까지 타고 넘어 통일의 길이 활짝 열리길 천천히 걷고 뛰며 노래와 춤으로 강강술래가 되어 어우러졌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가슴 뜨겁게 합창하고 ‘평화통일 만세!’ 삼창의 뜨거운 함성이 저 하늘 높이 울려 퍼지며 멀리멀리 날아올랐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홍서원 후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맞잡은 손이 날씨만큼 뜨겁고 뜨거웠던 8.15 평화통일 특별 정진이 끝났습니다.
이후 각 지회별로 나누기를 하며 느낀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오늘 8.15 특별 정진 기도를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이었고, 앞으로도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를 꾸준히 해 나가겠다’는 나누기가 많았습니다. 굳건하게 다짐하는 가운데, 묵묵히 주인 된 자세로 이어 온 사천왕사지 평화통일 정진 10년 세월이 깊은 내공의 힘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민족의 희망이 되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의 닫는 명심문으로 8.15 평화통일 기도를 마무리했습니다. 회원들이 보시해 준 수박과 쫀득한 찹쌀떡을 먹으며 허기와 목마름을 잠시 달랬습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기도를 마친 그 대단함과 뿌듯한 마음을 한가득 담은 미소로 서로를 격려하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랜 세월 평화 통일 기도를 쉼 없이 해 온 박상우 님, 김천호 님, 정경례 님, 문미경 님, 전소현 님, 전진수 님, 서명주 님에게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바람을 들어 보았습니다. 일곱 명 모두 통일을 향한 마음만은 한 목소리였습니다. 먼저 같은 기억 속 감동의 한 페이지를 시간의 강을 넘어 지금 여기로 소환했습니다.
“통일 의병대회에서 법륜스님의 말씀을 듣고 통일에 대한 희망과 간절함이 일었습니다. 인디언들의 기우제는 ‘비가 올 때까지’라고 합니다. 통일 기도 또한 하늘과 사람, 천지신명까지 감동하도록 ‘평화통일이 될 때까지’ 한다는 각오와 다짐으로 합니다.
코로나 시기도 지나고 칼바람 불고 눈 오는 추운 겨울도, 한여름의 뙤약볕도, 태풍과 비바람에 돗자리가 날아가도 매주 일요일 새벽마다 사천왕사지 통일 기도는 10년을 하루같이, 지금도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쉬지 않고 정진하는 회원들의 단합된 모습이 꾸준함의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사천왕사지가 부산울산지부의 기도처로 선정되어 7개 지회가 ‘통일 염원 가족’이 된 날은 정말 잊지 못할 순간입니다.”
모두 같은 마음과 같은 생각 속에 이 길을 걸어왔다는 생생한 증언과 체험의 나날들이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차곡히 간직했다가 염원의 기도로 녹아낼 것입니다. 이어서 통일 대한민국이 되는 날,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은지 각자의 소망을 짧게 들어 보았습니다.
“그동안 사천왕사지 통일기도 사진만을 엮어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사진첩을 지금까지 11권 발행해서 기록으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가는 백두산이 아니라 우리 땅 한라에서 백두까지 종주하고 싶습니다.” (금정지회 박상우 님)
“통일되는 날, 사천왕사지에서 우리의 소원을 이루어지게 해주신 천지신명에게 진심으로 감사 기도하고 전쟁과 기아에 시달리는 동아시아와 세계평화를 위해 평화 기도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습니다.” (남울산지회 김천호 님)
“매주 한결같이 차량 봉사해 주신 분으로 인해 기도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천왕사지를 지켜 올 수 있었던 건 그분들의 덕(德)이 큽니다. 통일되면 금강산과 백두산에 꼭 가 보고 싶습니다. 지금 이대로도 행복한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남울산지회 정경례 님)
“저의 기도가 조금이나마 통일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130여 명이 함께 기도하니 가슴이 뭉클합니다. 통일되면 사천왕사지에서 목이 터져라, 통일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기도는 계속되리라’ 다짐해 봅니다.” (남울산지회 문미경 님)
“통일은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서 유구히 살아갈 수 있는 오래된 미래이며 열쇠가 됩니다. 또한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한을 풀어 드리는 일입니다. 통일되면 백두산에서 아시아와 세계평화를 위한 기도를 하고 북한 사람들을 위한 봉사도 하고 싶습니다.” (남울산지회 전소현 님)
“저에게 기도는 매주 제단에 통일을 염원하는 주춧돌을 하나씩 놓아 기도 탑을 쌓아 올린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후손들에게 전쟁의 공포가 없는 평화로운 나라를 안겨주고 싶습니다. 통일 이후에는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꾸준하게 기도할 것입니다. 백두산에서 통일맞이 특별정진 만 배 기도를 꼭 하고 싶습니다.” (해운대지회 전진수 님)
“외부 자극이 힘들수록 통일에 대한 염원과 기도를 하는 도반애는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도반이 있어 참 고맙습니다. 통일이 되면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백두산에 올라 장백폭포도 보고 백두산 천지에 가서 한반도 깃발도 꽂고 싶습니다.” (중울산지회 서명주 님)
우리 민족은 그 혹독한 일제 치하에서도 선조들의 애끓는 독립의 소망이 염원으로 잠재해 왔기에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이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로부터 80년이 흘러 2025년 지금 우리는 K 문화, K 음식, K 음악으로 거대한 한류의 물결을 타고 있습니다. 또한 2024년 12월 3일은 K-민주주의의 한 일면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여러 가지 풀어야 할 사회적 갈등과 분단 국가로서 평화 통일에 대한 난제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독립을 이루는 그날까지’ 의병으로 활약했듯이, 사천왕사지 부산울산지부 정토회원들의 열정 또한 뒤처지지 않아 보였습니다. 평화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정토회원의 기도 염원은 계속될 것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통일된 대한민국의 K-평화가 세계 평화를 향해 전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글과 사진_황재윤(포항지회), 이두남(중울산지회), 신인숙(남울산지회)
영상_부산울산지부 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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