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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사천왕사는 문무왕 19년(679년)에 완공되었다고 알려졌습니다. 당나라는 674년 50만 대군을 일으켜 신라를 침공했습니다. 이 사실을 안 문무왕은 명랑법사에게 계책을 물었고 법사는 밀교의 비법이라는 '문두루비법'을 썼습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그 효험으로 풍랑이 사납게 일어 당나라 배가 모두 침몰하였습니다. 1300년 전 호국불교의 원력은 인간의 지성으로는 알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새벽 5시가 넘어가는 경주 들판에 정토회 회원들이 하나둘 모입니다. 새벽이슬을 머금고 있는 풀밭 위에 새파란 천막을 깔고 있습니다. 노트북을 설치하고 마이크를 달고 온라인 생중계를 준비합니다. 과일과 떡을 정갈하게 상에 올립니다. 회원들의 얼굴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잠자고 있는 새벽, 무엇이 우리를 여기로 오게 했을까요?
정토회에서는 오랫동안 통일 기도를 했습니다. 릴레이 형식으로 서초 법당부터 통일을 염원하는 목탁 소리가 이어졌고, 새해를 맞이하며 임진각에서 3일 동안 만배정진도 했습니다. 여기 사천왕사지에서는 긴 세월 동안 야외에서 통일 기도를 해오고 있습니다.
새벽 6시 통일기도를 시작했습니다. 회원들은 한배 한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립니다. 멀리서 달려오신 정토회 대표 전해종 님도 보입니다. 풀밭 위 기도는 작은 벌레도, 들꽃도 함께 합니다. 목탁 소리가 들판을 가득 채우고 통일의 염원이 세상으로 퍼져 나갑니다.
문미경 님은 2017년 통일 의병이 되었습니다. 법륜스님, 유수스님과 함께 사천왕사지에서 기도하면서 깊은 감동을 받고 그 후 매주 사천왕사지 기도에 참여했습니다. 여름 장마철에는 방석에 김장 비닐을 씌워야 했고 9월 중순이면 두꺼운 털모자와 파카를 입어야 하지만 매번 새로운 감동이 있습니다. 법당 도반들이 항상 응원해 주고 겨울이면 노보살님들이 두꺼운 덧버선을 보내준다고 자랑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아니고 ‘모두 함께’하는 기도라고 강조합니다. 새벽기도 후 아침 햇살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민들레꽃 들판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절경입니다. 주인 된 삶, 걸림 없는 삶을 사는 수행자들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김천호 님은 이날 집전을 했습니다. 우렁찬 목탁 소리는 북녘땅까지 들릴 것 같았습니다. 김천호 님은 6여 년이 넘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이 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하기 싫은 날도 있지 않냐는 리포터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일요일마다 하는 통일 기도는 정말 재미있다’라고 합니다. 김천호 님은 통일이 다음 세대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습니다. 호국불교 기도 터, 사천왕사지는 도반들의 원력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역사적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기도를 마친 회원들은 가슴을 열고 북쪽을 향해 팔을 뻗었습니다. 우리는 통일을 간절히 염원했습니다. 기도를 마친 지금, 통일이 이루어진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듭니다. 통일된 나라에서 사는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도반들의 마음에는 벌써 통일이 왔다고, 이미 이루어졌다고 조용한 함성으로 소리쳐봅니다.
일본은 1910년 한일강제병합을 시작으로 1945년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할 때까지 우리나라를 무력으로 통치했습니다. 한반도를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잔인하고 치밀하게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수탈해 갔습니다. 1945년 우리는 일제로부터 해방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미국과 소련으로 분할 통치를 겪게 되었고 6.25 전쟁 이후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습니다. 독일은 전쟁을 일으킨 나라라서 피할 수 없는 결과였지만 우리는 전쟁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강대국의 이익 다툼으로 분단되었습니다. 분단으로 수만 명의 사람들이 가족과 생이별하는 아픔은 물론, 우리 아이들도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 조부모님과 부모님들은 1인당 GDP 3백 달러의 가난한 나라를 GDP 3만 달러가 넘는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조상님들의 피땀 위에 지금의 풍요와 번영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 은혜를 갚는 길은 다음 세대에게 '통일된 한반도'를 물려주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통일 이후 이 자리, 사천왕사지는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기도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이 기도가
민족이 하나 되고 화해와 협력의 길을 열도록
배고프고 굶주리는 동포에게는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아프고 병들어 지친 동포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발원합니다.
글_박언희 희망리포터(대구경북지부 경주지회)
사진_박상우(부산울산지부 금정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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