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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순천에 살고 있습니다. 남편과 딸, 저까지 셋이 가족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일할 때 스트레스가 엄청났습니다. 업무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틀렸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로 작성되어 틀릴 일이 없는 서류도 계산기로 두 번 세 번 검증 했습니다. 마감 날, 10원이라도 안 맞으면 틀린 데를 찾을 때까지 퇴근 하지 않았습니다. 만일 끝내 찾지 못하고 집에 오면 잠을 설치고, 다음 날 출근해서 기어이 찾았습니다. 제 실수를 인정하지 못해서 불면증과 속이 울렁거리는 심한 두통에 시달렸습니다. 사직서도 여러 번 제출했습니다.
아마 회사 대표는 제가 그만두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던 모양입니다. "새 직원을 구할 때까지만 일해달라."고 해서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가라앉았고, 계속 직장에 다니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직장생활은 힘들었지만 인정받는 것은 좋았습니다. 어차피 이 회사를 그만둔다 해도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하고, 거기서도 이런 일이 반복될 테니 오랫동안 잘 다니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우연히 법륜스님 책을 읽었습니다. 핸드폰 어플로 즉문즉설도 들었습니다. 어느날 ‘정토불교대학 입학 홍보 인터뷰’를 들었는데, ‘삶이 변했다’고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와닿았습니다. ‘혹시 불교대학에 다니면 내 삶도 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입학했습니다.
불교대학에 다닐 때 ‘쿵’ 하고 마음을 울린 말씀이 있습니다.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친다.”
이 귀한 이치를 진작 알았다면 좀 편하게 직장에 다녔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나를 좀 다독여 줄 걸 그랬구나. 실수하면 사과하고 고치면 될 것을 그리도 힘들게 살았구나.’ 그 마음으로 아침 수행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불면증과 두통이 없어졌습니다. 지금은 눈뜨면 출근할 곳이 있음에 감사하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토행자의 하루’ 인터뷰 대상자로 여러 번 추천을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사양했습니다. 할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큰 어려움을 크게 극복한 이야기도 없고, 수행이 남다른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 지회장이 “왜 맨날 수행담이 ‘이렇게 힘들었는데 이렇게 좋아졌다’라는 얘기만 나와야 하나. 그런 이야기 없이도 그냥 ‘편안하게 살아왔고 지금 모습이 이렇다’고 이야기 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라고 하기에 용기를 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가볍게 돌아보면, 제가 정토회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자존감이 높아지고 당당해진 것입니다. 예전에는 뭘 해도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잘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실수를 안 하려고 했습니다. 정토회를 만나 활동하면서,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걸 인정하니까 더불어 자존감이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도반들과 봉사를 함께 하면서 좋은 영향을 주고받다 보니 더더욱 '나'를 인정하고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저 자신을 사랑하게 되니 남편이 보였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남편과 각방을 썼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이해해 주었지만, 아이가 컸는데도 계속 따로 자니 남편은 불만이 많았습니다. 남편의 그 불만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다른 부분은 잘 맞춰주지 않느냐, 이해해 달라.”고 하면서 고칠 생각을 안 했습니다.
법문을 들으며 저 때문에 괴로운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핑계 대며 합리화하기 전에 그냥 남편의 마음을 받아주고 이해해 주면 남편은 괴롭지 않을 것입니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랬더니 여전히 각방을 쓰는데도 남편의 불만이 없어졌습니다. 지금은 같이 자자고 해도 코를 고는 남편이 잠귀가 밝은 저를 위해 “편하게 자.”라며 거실로 나가서 잡니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에는 광주전라지부 으뜸절인 미륵사에 남편과 같이 다녀왔습니다. 심지어 함께 가자는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남편이 먼저 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몇 년 전 지나가는 말로 “자네가 정토회 다니지 않았으면 우리는 이혼했을 거야.”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사는 동안 이혼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남편은 늘 불안했나 봅니다.
그래서 제가 “정토회 만난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퇴근 후 힘들고 지친 얼굴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법회가 끝나면 웃는 얼굴로 방에서 나온다며 남편은 “자네가 좋아하는 거 많이 해.”라고 늘 응원해 줍니다. 만약 반대로 남편이 정토회 수행자였다면 저는 과연 남편을 지지하고 이해해 줄 수 있었을지 가끔 생각해 봅니다. 세상 모든 고민과 걱정을 다 짊어지고 살던 어두운 저로서는 아마 어림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제가 바른 법, 스님과 도반들을 만나 가벼워지니 딸과 남편이 편해졌습니다. 참 기적 같습니다.
딸에게 <청년 8일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추천했습니다.
“거기 다녀오면 세상에 못 할 일이 없다. 마음이란 것은 하루에 수십 번씩 변한다. 공부를 하고 싶었다가, 하기 싫었다가. 이게 더 쉬울까, 저게 더 나을까 하면서 계속 죽 끓듯 하는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헤쳐 나갈 힘을 얻고, ‘저거 아무것도 아니야, 할 수 있어.’ 이런 마음을 갖게 하고 싶어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딸은 “거기 가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지, 발우공양 해야지, 안 가.”라고 합니다. 이래서 남편과 딸에게 전법 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들 우리 집에서는 저 혼자로 충분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족들 생각과는 달리, 저는 아직 한 번도 백일기도를 완성하지 못한 수행자입니다.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만 부족한 제가 여기만큼 잘 쓰일 곳이 있을까 싶어, 그냥 정토회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쓰임이 있는 날까지 잘 붙어있고 싶습니다.
우리는 각자 인생의 주인공입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별거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자신에게는 소중한 삶입니다. 인생의 파도를 슬기롭게 넘어 가벼워진 정미영 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평범함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단단함이 느껴졌습니다. 작지만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씨앗 같은 이야기를 나누어 주어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차곡차곡 쌓아가는 정토행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글_김선화 희망리포터(광주전라지부 서광주지회)
편집_이승준(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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