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명상수련
몸과 마음을 해독하는 시간

몹시 힘들지만, 몸과 마음을 해독하는 명상 수련!
그 힘든 과정을 무사히 통과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홀가분함, 뿌듯함, 평화로움!
두 분의 수련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디지털 디톡스, 욕망 디톡스!

김현주 청년특별지부

명상 수련은 스님께 받는 명상 과외이자,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과 사랑을 받는 시간으로 느껴졌습니다.

스님 법문 중 "첫날, 수련 목표를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조느라 기억을 못 하시죠?"라는 말씀을 듣자마자 저는 뜨끔했습니다.
명상 첫날 금요일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조느라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습니다. 착용한 스마트워치로 수면 시간을 확인하니 토요일 새벽 1시부터 15시까지 15시간 중 13시간을 잤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마라탕과 젤리가 먹고 싶어 2일 차까지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 "먹고 싶을 때 먹는 것과 억제하는 것 둘 다 욕망에 반응하는 거다. 다만 욕구를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제야 '마라탕이 먹고 싶구나. 젤리가 먹고 싶구나.'를 알아차리고 호흡했습니다. 3일 차부터 일부러 마라탕과 젤리를 떠올려도 먹고 싶지 않았습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명상 2일 차, 제 몸이 이렇게 간지러운 줄 몰랐습니다. 특히 머리 긁느라 산만했습니다. 스님께서 머리 긁는 비유를 들면서 "안 긁으면 간지러움이 더 세졌다가 사라진다."라고 말씀하셔서 스님을 믿고 긁지 않았습니다.
정말 벌레가 사라진 느낌이었습니다.

더불어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명상에 잘 몰입했습니다.
나중에 친구들에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 명상의 포인트다'라고 꿀조언 한 마디 해주려 합니다.

명상에 몰입되고 졸음도 없어지니 3일 차부터 과거 기억들과 화난 감정이 폭풍처럼 일어나 새벽 1시까지 잠을 못 잤습니다.
예전에도 감정이 일어났다 증발하는 경험을 했기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었습니다. 역시 다음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전혀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과거 기억을 떠올리면 화가 나지 않습니다.

다음 명상 수련이 기대됩니다. 또 어떤 감정을 증발시켜 자유로워질지 말입니다.

저는 주말에 하루 16시간을 자도 피곤했습니다. 그러나 명상 수련을 하니 평온 속에 활기가 느껴졌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침체될 줄 알았는데 말똥말똥하니 신기합니다. 회사 업무로 지친 저에게 명상을 선물해야겠습니다.

명상 수련으로 핸드폰 끄고 디지털 디톡스도 하고, 욕망 디톡스도 하고, 감정 디톡스도 하자! 아자!!


일상에 감사함을 느낀다.

김민정 경기광주지회

명상 수련 일정을 보면서 '명상 수련을 신청할까?, 제주도 올레길을 걸을까?' 하고 고민했다. 벌써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비 맞으며 걸었던 올레길이 떠오른다. 그런 나에게 '진짜 올레길 걷고 싶니?'라고 물으니 이렇게 답한다. 그동안 눈, 귀, 입이 힘들었으니, 이번에는 명상 가서 편안하게 쉬고, 돌아와 하반기에 웃으며 활동하자.

첫째 날,
명상 전 먹었던 스파게티가 화근이었다. 죽비 소리에 맞춰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으면 배 속이 요동을 친다. 면이 부풀었는지 속이 더부룩하고 온 신경이 배로 간다. 허리를 꼿꼿이 할수록 배가 점점 더 앞으로 나온다. 호흡도 졸음도 관심 없고 오직 배에만 온 신경이 쓰인 하루였다. 침대에 누워 '일주일 동안 먹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전날 먹은 스파게티가 이렇게 화근이 될 줄이야. 참 어리석은 중생이구나.' 피식 웃으며 잠을 청했다.

둘째 날,
졸음은 졸음대로 통증은 통증대로 나를 지배한다. 이 또한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마음을 일으키지만 힘들다. 이 힘든 과정을 왜 일 년에 두 번씩 하는 것일까? 아이고! 힘들어 죽겠다. 생각하면 힘만 드니 일단 하라는 대로 호흡에 집중하니 그렇게 힘든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셋째 날,
죽비 소리에 맞춰 호흡한다. 호흡을 반복하는데 엄마에게 등짝 맞은 장면이 떠오른다. 엄마는 나를 볼 때마다 "이 재산은 오빠 물려줄 거니까 꿈도 꾸지 말라."라는 말에 "쓰고 남기면 오빠랑 제가 알아서 나누면 돼요. 왜 자꾸 말씀하세요."하는 순간 퍽 소리와 함께 등에서 불이 번쩍번쩍 난다. "탐할 걸 탐해야지."

이 장면이 떠오르고 '그 말이 그리 맞을 일이었나.' 하는 불편함이 올라왔다. 꼬리에 꼬리를 물듯 억울함과 섭섭함이 밀려오니 호흡도 안 되고 답답하고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맞은 것이 억울한 것인지, '탐할 것을 탐해야지'라는 말이 억울한 것인지 모르겠다. 엄마와 사이가 좋았는데, '오빠가 엄마에게 뭐라고 해서 나에게 이렇게 하는 것일까?'라는 오빠에 대한 오해와 섭섭함인지도 헷갈린다. 부여잡을수록 더 답답해지고 나중에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아 포기하고 싶었다. 그때 내 마음을 아는지 쉬는 시간을 알리는 죽비 소리가 들린다. 감사합니다. 스님! 옹졸한 마음 그대로 잠을 청했다.

넷째 날,
호흡에 집중할수록 졸음도 사라지고 몸도 좋아지니 호흡을 관찰하기보다 어제 답답했던 마음을 꺼내본다. 번뇌 망상이지만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살펴보니, 이 더운 날씨에 혼자 있는 엄마가 걱정되고 안쓰러운 마음이 밀려온다. 섭섭할 일도, 억울할 일도 아니었는데 내가 부여잡고 답답해했구나.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해 드리자.'라고 마음을 정리하고 호흡에 집중하니 편안하다. 그러나 편안함은 잠시 덥고 습하니 마음이 요동친다. '엄마는 이해되고 안쓰러운데 왜 시어머니를 향한 마음은 움직이지 않을까?' 번뇌를 또 일으킨다. 일어나는 번뇌는 번뇌대로 호흡은 호흡대로 옹졸함은 옹졸함대로 너그러움은 너그러움대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섯째 날,
방이 서쪽에 있으니 오후 4시부터 찜질방이다. 5시부터 하는 명상은 불구덩이에서 '나 좀 살려주세요.'라며 사투를 벌이는 시간이다. 그래도 허리를 세우고 코끝 밑 호흡에 집중해 본다. 호흡에 집중하는데 다리, 허리가 아프고 가슴도 답답해진다. '왜 스님은 죽비를 안 치시는 거야.' 분별심이 확 올라온다. '다리를 풀까?' 조금만 더 더 하는데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눈을 뜨고 컴퓨터를 보니 컴퓨터가 꺼져 있다!! 시간을 보니 명상 시간보다 20분이 넘었다. '아! 이런 일이? 설렁설렁하는 나에게 정신 차리라는 뜻이구나.' 하면서 피식 웃는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갔다. 시간이 흘러 잠을 청하러 누우니 온 세상이 나를 축복해 주는 것 같다. 잘하고 있다고…

여섯째 날,
날라리 수행자로 욕구 따라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 포기하지 않았다.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고 되어가는 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좋다. 물 마시러 거실에 나가니 남편과 아들이 마주 앉아 이야기한다. 참 좋아 보인다. '일상에 감사함이 매우 부족했구나. 이렇게 좋은 가정에서 편안하게 삽니다. 누리고 사는 삶 꼭 회향하겠습니다.' 하고 자리에 눕는다.

일곱째 날,
작년 여름 100% 껄떡거리던 삶이 이번 여름 명상은 10% 정도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나에게 큰 수확이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것이 변하고 있다는 감사함과 고마움이 밀려온다. '스님은 왜 이리 말씀이 많지? 빨리 죽비 치지. 앉아 있기 힘든데…' 스님께 시비했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명상 수련을 준비한 바라지 님들도 고맙고, 고맙습니다. 덕분에 잘 마무리합니다. 조금 후 쌓인 메시지를 확인하고 컴퓨터를 켜고 작업하고, 또 도반과 통화하며 공감과 반감을 일으키면서 일상을 다시 시작하겠지. 그런 일상이 있어 참 행복합니다. 늘 부족한 나를 존중하는 남편도 고맙습니다. 이 세상 모든 분 덕분에 제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2023년 가을 불교대학 홍보 (오른쪽 김민정 님)
▲ 2023년 가을 불교대학 홍보 (오른쪽 김민정 님)

글_김현주(청년지부), 김민정(경기광주지회)
사진_이승준(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편집_김윤희(강원경기동부지부 용인지회)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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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엽

직장을 핑계로 명상수련을 못하고 있습니다. 일요명상으로 만족해야지요. 도반님들 응원합니다!

2024-09-03 15:58:52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4-09-02 06:34:29

강민선

명상이 어떤것일지 저에게도 호기심이 생기네요...생생한 수행담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4-09-01 21: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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