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중울산지회
바위를 뚫는 굳센 소나무처럼

코로나로 온라인이 익숙했지만, 이번에는 꼭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맞아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직장 생활도 하면서 시간을 쪼개어 소임 하는 중울산지회 김정아 님을 만난 이야기,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일찍 철이 든 나

조금 일찍 철이 들었습니다. 학교에 입학했던 7살 겨울방학 때, 연탄가스로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집이 엉망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버지도 매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아이 셋을 홀로 키워야 하는 처지가 되니, 주위에서 아버지에게 재혼을 권했습니다. 그렇게 새엄마가 생겼습니다.

경전대학 학생들과 모금활동을 하며 (오른쪽에서 첫 번째 김정아 님)
▲ 경전대학 학생들과 모금활동을 하며 (오른쪽에서 첫 번째 김정아 님)

평소 막냇동생을 업고 친구들과 고무줄도 하고 놀았는데, 3학년 때 학교 끝나고 집에 오니 막냇동생이 죽었다고 했습니다. 엉망인 집안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일으킨 동생에게 제대로 된 치료나 챙김을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동생이 ‘어릴 때 못 받은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러 엄마에게 빨리 간 것일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도 방황하면서 사업에 실패하고, 새어머니와 떠나 버렸습니다. 저와 동생은 새 할머니 집에서 새어머니의 딸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집으로 전학하기 전까지 매일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서 1학년 동생과 함께 다녔습니다. 어른들이 그렇게 하라고 하니 힘든 것도 모르고 다녔습니다. 남동생이 힘들어하면 달래서 데리고 가고, 또 힘들어하면 놀다가 가기도 하고, 또 힘들면 그늘에 앉아서 쉬어 가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가 오는 날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상장을 받아서 가방에 넣고 집에 오니 상장이 다 젖고 헤졌습니다. 칭찬해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크고 나서도 그걸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뭐든지 열심히 해야 하고, 악착같이 해야 하고, 잘해서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어릴 때 그런 환경들 때문에 생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왼쪽 두 번째 김정아 님)
▲ 불교대학 졸업식에서(왼쪽 두 번째 김정아 님)

신데렐라가 된 나

할머니한테 칭찬은 못 받고, 매번 혼나고 비난받았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보낸 4년 시간 동안 저는 우울하고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매일 탈출을 꿈꾸었습니다.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매일 행복하지 못한가? 거의 매일 밤 울면서 잤습니다. 갑자기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처한 상황이 신데렐라 동화와 정말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상황은 전혀 아닌데 자기 생각만 이야기하는 사람들,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들, 윽박지르는 사람들을 텔레비전에서 보면 나인 것 같은 마음에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상처를 버리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십 대 중후반, ‘내가 잘살고 있나? 잘 가고 있나?’ 하는 의문이 문득 들었습니다. 당시 친구가 불교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조금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버스에 붙어 있는 정토 불교대학 전단을 보고 무작정 전화해서 찾아갔습니다. 바로 2016년에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다음 해 경전대학을 다니고, 불교대학 돕는이, 수행법회, 진행자까지 봉사했습니다.

부지런히 살면서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들 어릴 때는 부업하고, 아이들 학교 다닐 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봉사하고 일도 하며 엄청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공부하는 것이 저를 위한 일이니, 저를 위한 시간을 좀 가져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찾은 돌파구가 정토회였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친정에 가도 마음이 불편했는데, 제가 나중에 늙어서 갈 수 있는 친정이 생긴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엄청 든든합니다. 노후를 생각해도 ‘내 마음의 쉼터, 정토회’가 있다는 것에 위안이 됩니다.

사천왕지 통일기도 후(오른쪽 두 번째 김정아 님)
▲ 사천왕지 통일기도 후(오른쪽 두 번째 김정아 님)

인생의 밑거름이 된 모든 것

제가 늘 부러웠던 것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엄마~" 하면서 달려가 엄마에게 안기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밝게 웃으며 엄마에게 잘하려고 애쓰며 살았습니다. 엄마는 작년 봄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아픈 엄마를 제가 대신 많이 안아 드렸습니다.

아이를 낳고 살면서 엄마가 되어 여자 처지에서 새엄마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새엄마가 20대 후반에 우리 집에 온 것 같습니다. 그 젊은 나이에 아이가 셋이나 있는 집에 오기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여자의 일생치고는 빡빡한 팔자였습니다. ‘우리 집에 와준 것만 해도 감사하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새어머니에게 살갑게 했습니다. ‘내가 잘하면 언젠가 새어머니도 마음을 열지 않을까? 내가 잘하면 돼’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외할머니가 저를 그렇게 구박했지만 구박하는 와중에 제가 그 잔소리 들어가면서 일을 배웠다는 걸 알았습니다. 손에 물도 안 묻혀보고 자라다가, 8살 때부터 잔소리 들어가면서 밥하는 것도 배우고, 청소하는 것도 배우고, 어쨌든 생활하는 데 필요한 삶의 지식을 배웠다고 돌이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도 일하면 ‘일 잘한다. 손끝이 야물다.’라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욕먹으면서 이렇게라도 배운 것은 외할머니 덕분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경전대학 활동 중 학생들과(오른쪽 끝 김정아 님)
▲ 경전대학 활동 중 학생들과(오른쪽 끝 김정아 님)

엄마를 이해하면서 제 마음에 흔히 화병이라고 말하는 응어리가 내려갔습니다. 두통도 없어졌습니다. 우리 남동생은 저를 보고 ‘누나는 참 속도 좋아’라고 합니다. 엄마한테 가서 밤새 얘기하면서 "하하 호호"하면서 함께 자기도 했습니다. 엄마는 마음을 안 열어도 저는 그냥 제가 좋아서,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하니까 명절 때 가고, 제사 때 가고, 주말에도 가고 꾸준히 찾아갔습니다. 어린 시절은 어린 시절에 끝내고, 시장 갈 때도 제가 먼저 엄마에게 팔짱 끼고, 얘기도 많이 했습니다.

어릴 때 경험이 제 삶의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걸 몰랐는데 정토회에서 마음공부하면서 제 어릴 적 일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예전 같으면 이 모든 것이 상처였고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있을까?' 하면서 아파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과거가 밑거름이 되어 지금의 제가 있고, 지금 행복하게 살 수 있기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저는 정말로 만족합니다

진행자로 봉사를 하면서 학생들도 공부하지만, 저도 같이 공부가 됩니다. 몇 년 전에 들었던 법문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배우는 마음으로 함께 불타올랐습니다. 상대를 위해서 저의 시간을 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말이 봉사이지, 제가 얻는 게 더 많습니다.

아들에 대한 마음도 달라졌습니다. 제 기준에 아들을 맞추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고 살아왔고, 아이들이 그런 저를 보고 자랐고, 제가 그렇게 키웠기 때문에 저처럼 잘 살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아들을 믿고 응원해주려고 합니다. 지금은 ‘그냥 지금 이대로 충분합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합니다.’를 수행 과제로 삼아 이번 하반기 정일사까지 꾸준히 정진할 생각입니다.

초파일 연등행사(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정아 님)
▲ 초파일 연등행사(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정아 님)

정토회는 자기 인생에서 기준과 관점을 잘 잡고, 삶의 버팀목이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잘 안내합니다. 앞으로의 소임은 부담 없이 가볍게 할 수 있습니다. 마음만 낸다면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가르쳐주니까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너무 좋았습니다. 앞으로 그때그때 주어질 때마다 그 소임에서 해야 할 역할을 다 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이대로 정말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저는 지금 이대로 충분합니다.


직접 만난 김정아 님은 바위를 뚫고 굳세게 사는 소나무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을 물어봤습니다. “함께하는 도반이 있어 힘들 때 주저앉더라도 그 힘으로 앞으로 나가는 힘이 된다.”라고 했습니다. 바가지 거꾸로 들고 있을 때 거꾸로 들었다고 알려줄 수 있는 김정아 님 같은 도반이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글_황유(부산울산지부 중울산지회)
편집_서지영(강원경기동부지부 수원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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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맑음

수행담 읽으니 어머니에게 불편하던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어머니를 이해하고 감사한 마음만 가지겠습니다.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_()_

2024-02-02 13:48:25

비가오는날

많이 공감되는 글이며 감동받았습니다
앞으로 저도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2023-10-08 19:50:18

첫눈

많이 배우고 공감하며 감동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상처가 거름이 되도록 끝없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2023-10-04 22: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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