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중울산지회
오르막 내리막, 꾸준히 걷다 보니 발견한 보물

꾸준한 정진과 봉사를 통해,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일어난다는 것을 깨우쳤다는 안영미 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상황을 탓하지 않고, 운명을 바꾸게 된 깨달음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깨달음의 장으로 처음 만난 정토회

직장, 육아, 가사노동, 가정생활 모두가 버겁기만 해서 상담 공부를 하던 중 지인의 도움으로 <깨달음의 장>을 알았습니다. 보수 법사님의 안내를 받고, 그때도 내 문제에 쌓여 울고만 왔을 뿐, 깨달음과는 거리가 먼 <깨달음의 장>이었습니다. 단지 안내자가 너무나 타인의 말을 잘 알아듣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그 이후 안내자에게 감명받아, <일상에서 깨어있기>를 동아줄 삼아 처음에는 수련생으로, 다음에는 공양간 바라지로, 그 이후에는 사회, 팀장 역할을 하면서 10년 동안 매달 꾸준히 다녔습니다.

아이의 문제도 남편의 문제도 모두 저의 죄책감으로 끌어안고, 제 말을 하려면 한참을 울고 나서야 말할 수 있는 울보였습니다. 어린 시절 엄마가 5살에 돌아가시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은 눈덩이처럼 커져 있었지만, 남편도 그 누구도 의지의 대상이 되지 못했고 현실은 남편도 어렵고, 아이도 어렵고, 직장도 어렵고, 시댁도 어렵고. 모두가 어려웠습니다.

자녀들과 평화대회 참여(제일 오른쪽 안영미 님)
▲ 자녀들과 평화대회 참여(제일 오른쪽 안영미 님)

나누기 속에서 발견한 보물

바라지하던 중 큰 보물을 발견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의 나누기를 듣던 중, 지금까지 무시하고 미워했던 새엄마에 대한 마음을 돌이키는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새엄마가 한 여성으로 보이고, 그 여성이 다른 여자의 아이를 키울 때 마음은 어떠했을까 돌아봐지며 지금까지 내가 어리석은 마음에 무시하고 상대조차 하지 않았던 지난 날들의 행동에 참회하며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사실은 너무나 고마워해야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고, 그 후로 새엄마에게는 집에 다녀 올 때 항상 삼배를 정성스럽게 드립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한번은 제가 삼배하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던 작은 엄마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엄마는 늘 무심한 모습으로 절을 받습니다. 내 마음이 잘 전달되기를 저는 간절히 바랍니다.

통일의병대회 봉사
▲ 통일의병대회 봉사

좋은 일을 하는데 왜 괴로울까요?

방어법당 지원담당을 할 때 일화입니다. 저는 <일상에서 깨어있기> 봉사를 10년 가까이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선배로서 함께 일하는 도반들에게 잘 가르쳐주고 모르는 것을 알려주며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 많았습니다. 적극적으로 주인 된 마음으로 법당에 봉사도 많이 했습니다. 10차 연도에 들어오면서 법당 부총무 대행으로 임명되었는데, 정작 다른 사람이 부총무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법당에 기여한 업적으로 보나 연륜으로 보나 부총무는 제자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지지하는 도반도 많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 상황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화가 많이 났습니다. 그때는 선거가 아니라 총무가 부총무를 임명하는 시기였는데, 분명히 개인적인 감정으로 나를 배제했다는 생각으로 스님에게까지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이 그건 정토회의 규칙이라는 말을 단호하게 했는데도,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일인데) 그 당시에는 정당성, 당위성, 분명한 개인적 감정 등등을 내세우며 미워했습니다. 한편으로 나는 어떤 부분이 부족해서 안 시켜주는 걸까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미워하며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당위성을 주장하던 어느 날,

‘아, 이럴 수가... 내가 부총무가 하고 싶었구나. 내 욕구가 좌절되어서 화가 나고, 그 감정이 일파만파 커져서 주변 사람도 괴롭히고, 자신도 탓하고 있었구나. 내 욕구 없이는 이런 마음, 이런 생각이 일어나지 않았겠구나’

탁 알아차리고 나니 그렇게 밉던 도반이 미워할 대상이 아님을 알았고 밉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부딪히는 상황과 도반들을 탓하기만 했는데, 그 도반으로 인해 저를 안으로 돌아보았고, 그 경험은 이제 밖을 향하던 눈을 안으로 돌아보는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일상에서 깨어있기 봉사(제일 왼쪽 안영미 님)
▲ 일상에서 깨어있기 봉사(제일 왼쪽 안영미 님)

좌충우돌 전법 유람기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되면서 4개의 법당이 모인 중울산지회의 지회장에 선출되었습니다. 서로를 잘 모르는 가운데, 처음에는 서로 어색하고 낯설고 어렵기만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해 주고, 솔선수범하는 모둠장들과 지원담당 덕분에 점점 힘이 났습니다. 역시 정토회는 함께 해 나가는 것이어서 겁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1만 불대 전법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전에 불교대학 학생이 적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유튜브, 인스타에 동영상도 찍고, 거리 현수막도 달고, 오전 오후로 매일 전화전법 카페에서 열심히 했습니다. 그중에서, 꾸준히 6개월 동안 문자 전법팀을 꾸려서 매주 2번씩 희망편지를 보냈던 것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요?

불교대학 학생들이 많이 들어왔고, 그러는 가운데, 뿔뿔이 흩어진 4개 법당 도반들이 모여 하나의 지회가 되었습니다. 그때의 뿌듯함과 감동은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1만 불대 학생 중 한 명이 남편입니다. 직장에서 작은 공간을 어렵게 찾아서 수업을 듣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졸업한 남편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동안 제가 왜 눈물이 나는지도 모르고 십수 년 울고 다녔는데, 이젠 서러움과 원망이 많은 사람이 저라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그런 마음들이 올라오면 따뜻하게 보아주고 빙긋 웃는 여유도 생기고, 한 생각 올라와서 고구마 줄기가 되면 그 생각을 제가 만들었다는 것을 압니다.

도반들과 함께 모둠활동 피켓 만들기(제일 왼쪽 안영미 님)
▲ 도반들과 함께 모둠활동 피켓 만들기(제일 왼쪽 안영미 님)


인터뷰하는 동안 안영미 님의 망설이지 않는 태도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마음을 내어놓는 모습에서 박하사탕을 먹은 것처럼 시원함을 느꼈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 그녀의 계절도 이제는 따뜻한 봄날입니다.

글_정도현 희망리포터(대구경북지부 포항지회)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 동대구지회)

전체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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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애안

마음이 따스해지고 눈시울이 시큰하네요...
잘 살아 오셨어요...

2023-05-12 09:31:47

정종석

안영미 님의 수행담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내가 수행과 전법을 욕심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가? 살펴 봅니다. 감사합니다.

2023-05-10 07:53:52

송계순

그동안 스스로 연민의 마음이 올라와 울먹인 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글을 통해 그게 진정 내가 연민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깨우쳐주시네요
나를 바라졸 수 있게 해 준 아름다운 수행담입니다.
고맙습니다.

2023-05-09 17: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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