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화성지회
두 번의 백일출가, 나는 변하지 않았다

안성 모둠에는 함께 있으면 덩달아 기운이 돋는 도반이 있습니다. 대답도 시원시원합니다. 똘망똘망한 얼굴과 생기 있는 목소리, 정확한 의사 표현이 인상적인 이희영님이 과거에 어떻게 지냈고, 요즘은 어떤지 궁금해 만나 보았습니다.

문경 백화암에서 상근활동 회향 날 선물 받는 이희영 님
▲ 문경 백화암에서 상근활동 회향 날 선물 받는 이희영 님

크리스천 부디스트가 되기까지

열심히 살았지만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늘 되돌아보고 '어떻게 살아야 만족하고 즐겁게 살 수 있을까?' 이런 고민 속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저를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해서 3년 전 백일출가를 했습니다.

저는 기독교가 모태신앙이다 보니, 문경 정토수련원에서의 경험들이 처음엔 무겁고 겁이 났습니다. 접시를 깨끗하게 닦아 먹는 것도, 집에서처럼 수시로 편하게 씻지 못하는 것도, 습관처럼 먹던 빵과 과자 등 간식을 못 먹는 것도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외치는 것이 낯설고 무서웠습니다. 사람들이 염불하는 소리가 마치 주문을 외우는 것 같고, 어색하고 무서워서 대웅전을 뛰쳐나오고 싶은 마음이 여러 번 올라왔습니다.

그렇게 백일출가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예불과 절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하다 보니 의식에도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공동체 사람들이 이렇게 거룩하게 여기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법이 어떤 것인지 조금씩 궁금해졌습니다. 백일출가를 하는 동안 불교대학 과정을 학습하고, 법사님과 함께 마음공부를 하면서 성경 말씀과 불법이 비슷한 점이 정말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내가 좋고, 내 좋은 에너지로 내 주변 사람들도 좋고, 세상에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발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내 인생의 단 한 번뿐인 백일출가를 회향하고 저는 외국으로 가서 새로 태어나듯 새 삶을 시작했습니다.

청춘콘서트 백일출가 부스에서(왼쪽 이희영 님)
▲ 청춘콘서트 백일출가 부스에서(왼쪽 이희영 님)

내 인생 두 번째 백일출가

가벼운 마음으로 호주에서 생활하다가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계획 없이 갑작스럽게 귀국해서 취업을 할지, 공부를 좀 더 할지 고민하던 중 <백일출가 스태프> 모집 공고를 보았습니다. 백일출가를 했던 마음을 다시 느끼고 싶고, 마음의 고향인 문경이 그리워 재입재를 했습니다. 문경수련원은 3년전 그때보다 변화되어 조금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백일출가의 기회가 한 번 더 주워졌다 생각하고 출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은 또 문득, ‘봉사 활동한다고 문경에서 나이만 먹는 것은 아닌가? 사회에 있는 친구들은 경력 쌓고, 결혼 자금 모으는데, 나는 지금 현실 도피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올라오며 미세하게 무의식 속에 불안함이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들판에 풀꽃처럼 나는 아무 문제 없다. 지금 이대로 좋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백일출가자였을 때는 저 혼자만 보여 개인 수행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스태프를 하니, 출가자들이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애쓴 주변에 많은 사람의 공덕이 보여 고마웠습니다. 백일출가 스태프로 상근 생활은 더 분별 나고 힘들었지만, 그제야 욕심 많고 개인 이익만 생각하던 제가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들어보고 챙길 수 있었습니다. 백일출가자보다 한발 앞서 나가 안내를 해야 하니 더 재바르게 움직이고, 스태프로 수련에 임하니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지내고 문경의 여러 풍경을 가슴 속에 담았습니다. 입재 할 때 약속한 1년을 채우고 회향했습니다.

자급자족 쌈채소 수확 중
▲ 자급자족 쌈채소 수확 중

180도 바뀌지 않아도 괜찮다

1년 정도 문경에서 상근활동을 하면 180도 바뀔 줄 알았는데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벌어 놓은 돈 까먹으며 사는 것이 불안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은 초조함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눈으로 보이는 결과물에 집착하지 않고 잘 쓰여 행복하고, 지금 모습 이대로가 좋고 고맙습니다. 언제라도 가면 반겨주는 반장님과 법사님, 그리고 도반! 제2의 고향 문경! 생각하면 가진 것이 참 많습니다. 못하는 것과 싫은 것은 가볍게 거절할 수 있고, 실수해서 욕하면 욕 듣고, 그냥 살아가는 요즘이 가장 행복합니다.

요즘 온라인으로 활동하는 모습에 저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온라인으로 새벽정진 꼬박꼬박하는 어머니를 포함한 개인 법당 당주(법당 주인)들과, 유난스럽다고 구박하는 친구들 모두가 아름다워 보입니다. 백일출가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자 최고의 캠프였고, 돈으로 살 수 없는 단 한 번뿐인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를 여기에 있게 해주신 하나님, 부모님, 반장님, 법사님 그리고 도반들한테 이 글을 빌려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냥 살아가는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는 이희영 님이 정토회에서 자신을 알고 사회도 살피며 함께 나아가길 응원합니다.

글_이희영(강원경기동부지부 화성지회)
정리\손유미 희망리포터(강원경기동부지부 화성지회)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 구미지회)

전체댓글 14

0/200

김요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09-11 23:17:20

이지은

법우님~방가워요!
법우님 스탈이~글속에서 느껴져서 흐뭇한 마음으로 읽었답니다!
행복하고 지혜로운 수행자 되소서~

2021-09-11 07:55:34

감동

희영님 정토행자의 하루에서 보니 반갑네요.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얼굴이 기억나요~~ ^^

2021-09-10 09:20:00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화성지회’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