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시흥법당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더라

"후회되는 게 없는데 봉사활동 한 번도 안 해본 게 걸렸고, 같이 활동하며 도반들의 소중함을 그때 알았답니다." 시흥법당에서 사활담당과 새터민 지원 방문(좋은이웃되기)활동을 맡아 봉사 중인 신미순 님 이야기입니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던

2005년 어느 날, 남편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 나이 40대 초반,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고 두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기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말로만 듣던 하늘이 무너질 것 같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거구나. 세상은 다 슬픔으로 잠겨 내 몸뚱아리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남들이 웃으면 왜 웃을까? 심각할 정도로 우울증에 빠져 있었지만 우리 아이들이 눈치라도 챌까 싶어 아이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 웃었습니다.

그렇게 시름에 빠져있던 중 외사촌 오빠가 고물상(그러니까 지금으로 말하면 ‘자원’이다)을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자원이 뭐 하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도와줄 테니 한번 해보라는 말에 아이들과 먹고 살려고 시작했습니다. 운전도 할 줄 몰라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공장, 공사 현장 등을 영업하면서 물건도 가지고 오는데 경비아저씨와 말싸움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런 일들이 익숙해지기 시작하고 어느새 자리도 잡혀 아이들이 잘 커가고 있었습니다.

수보봉 (뒷줄 오른쪽 안경 쓴 이가 신미순 님)
▲ 수보봉 (뒷줄 오른쪽 안경 쓴 이가 신미순 님)

이치에 맞는 즉문즉설

원래도 절에 다녔지만 유튜브에서 스님 이름도 모르고 즉문즉설 답변을 우연히 보았습니다. 현실적으로, 현명하게, 이치에 맞는 설명에 시간만 있으면 들었습니다. 어느 날 버스 타고 가다가 삼미시장에 행복강연 현수막을 보고 지인들과 참석했습니다. 행복강연이 너무 좋고 감동적이라 불교대학 안내 문자에 ‘법륜스님’이름만 보고 무조건 전화해서 법당에 오지도 않고 바로 입학했습니다.

2018년 봄불교대학, 2019년 봄경전반을 들었는데 2019년 1월 3일 장출혈로 1시간에 한 번씩 출혈이 있어 응급실에 갔습니다. 일주일 동안 입원하면서 집중치료와 암 검사를 했습니다. 미리 겁을 먹고 암이구나 생각하면서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동안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 덕인지 후회되는 것은 없는데 딱 하나 남을 위한 봉사를 한 번도 안 해본 게 걸렸습니다.

경전반 졸업 (빨간 옷이 신미순 님)
▲ 경전반 졸업 (빨간 옷이 신미순 님)

좀 괜찮은가 싶더니 한 달 뒤 또 다른 출혈로 병원 신세를 졌지만 큰 이상이 없어 간단한 수술 후 퇴원했습니다. 그러나, 3개월 동안 기어 다닐 정도로 배가 쥐어짜듯 아파서 불교대학 졸업식(충북호암)도 참석 못했습니다. 그 후 가을경전 후배들과 같이 졸업했습니다. 아픈 중에 겨우 경전반을 입학했고, 문경수련은 도반님들의 도움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경전반 공부 마음에 많이 와닿아

불교대학은 “다닐까? 안 다닐까?” 마음조차도 잡지 못하고 다녔는데 경전반 수업은 마음에 많이 와닿았습니다. 일이 있는 날에는 이동수업까지 하면서 스님 말씀을 놓치지 않고 집중했습니다. 경전공부가 저를 잡아주었습니다. 입원했을 때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9-10차 입재식 합창단(수보봉)에도 서슴없이 참여했습니다. 합창 연습과 가을불대 홍보를 하면서 선배 도반들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봄경전 마치며 후기 발표
▲ 봄경전 마치며 후기 발표

여기서 경전담당 보살을 빼놓을 수 없네요. 우울증이 약간 있어 <깨달음의 장〉가기를 완전히 포기했었는데 보살님의 따뜻한 안내와 상담으로 마음을 굳혀 깨달음의 장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깨달음의 장 다녀온 후 지금까지 계속 아침기도와 나누기를 합니다.

새터민 지원 방문 활동

사회활동 담당과 새터민 지원 방문(좋은이웃되기)활동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사활은 신경 쓸 일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아서 편하게 받아들였는데 이런저런 공지와 회의로 일하면서 하기가 버거웠습니다. 봉사를 내려놓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소임 맡으면 3년을 해야 한다고 하니 팀장한테 줄기차게 물으며 헤쳐나가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재활용품 수거(가장 오른쪽이 신미순 님)
▲ 재활용품 수거(가장 오른쪽이 신미순 님)

배운 게 도둑질

사활은 크게 3부분, 환경 /복지(jts)/통일(새터민 지원사업 포함)로 나뉩니다. 옛말에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제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부터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jts 거리모금이 중단된 상태라서 상반기에는 도반님들의 각 가정에서 쓰고 버려지는 헌 옷, 헌 냄비 등을 모아 수거하여 재활용 업체에 판매했습니다. 그렇게 jts 기금 마련 캠페인을 했는데 도반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을 모아줘서 풍성하게 잘 마쳤습니다.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믿고 무던하게 따라준 우리 도반들을 보며 겸허하고 겸손함을 배웠습니다.

또한 저금통을 상가에 분양하는 봉사도 하면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내 마음이 약간 위축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좋은 일이라고 흔쾌히 받아주시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일하다 보니 도반에 대한 분별심이 장난 아니게 올라와서 좀 힘들었습니다.

봄불대 봄경전 졸업 갈무리
▲ 봄불대 봄경전 졸업 갈무리

처음에는 서운함이 정토회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습니다. 아침기도를 4일씩이나 안 하고 나누기도 안 올리는 상황까지 갔습니다. 제가 속해있는 모둠장이 "별일 없으신 거죠?" 하고 전화가 왔습니다. 왠지 미안하기도 하고 전화 오기를 바랐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수행의 관점으로 보면 상대에게 서운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단지 제가 만들어낸 아상과 충족시키고 싶어하는 욕구임을 알아 참회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정토회에 물들었나 봐

떨어지지도 못하고 붙어있는 걸 보면 저도 정토에 물들었나 봅니다. 우리 법당 부총무님께서는 도반들 누구에게나 일감을 나누어 주고 통합하는 조직력 있고 탁월한 분입니다. 요즘은 행복한 회의를 하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고, 덕분에 처음에는 약간 뒷전이었던 사활이 지금은 온라인 속에서 활기차게 움직입니다. 저 또한 정토회를 몰랐더라면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우리 아이들과 이만큼 행복하진 않았을 겁니다. 모두 덕분입니다. 제가 환경 쪽은 약한 터라 배울 겸 또 널리 알릴 겸, 환경을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으로 환경팀을 구성했습니다.

새물정진

법당 총무가 새물정진을 같이 하자고 해서 새물이 뭔지 정확하게 모르지만 했습니다. 300배 정진과 스님 입재 법문(미래 문명의 지도자)을 시작으로 주 1회 7주 동안 프로그램 안에서 활동하면서 8주째 회향식을 하며 매일 300배 정진, 나를 돌아보고 자기 한계를 극복해 고여있지 않고 흐르는 물이 '새물'이라고 합니다.

첫째 줄 맨 왼쪽
▲ 첫째 줄 맨 왼쪽

6주 차 막 끝났습니다. 전혀 모르는 도반들끼리 모였는데 수행공동체 안에서 이름 하나만으로 서로 잘 알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말주변도 없고 깨달음도 없으니 당연히 할 말도 없어 처음에는 떨리는 마음이었지만, 서서히 그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도반들의 깨달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제가 꼭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전에는 제 의견만 중요시해 할 말을 못하면 무시당한 느낌으로 감정이 올라왔는데, 행복한 회의나 새물정진을 하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렸다고 해야 하나. 300배 정진도 처음에 할 때는 어지럽고 무릎도 아프고 해서 안 할까 했지만 마음 하나 고쳐먹으니 어지러움도 없고 아프지도 않았습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수행의 길은 저를 위한 길이지만 결코 저 혼자서는 갈 수 없음을 새삼 느낍니다.

재활용품 수거
▲ 재활용품 수거

월광법사님. 향실법사님 수행담을 감명 깊게 들으면서 봉사의 정신과 30년의 세월 속에 꾸준함, 간절함을 보았습니다. 상대에 대한 선입견과 내 중심으로만 사는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수행 생활이 평범한 삶의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애써 주는 우리 도반들에게 고맙습니다.


컵을 안 들고 가서 그냥 플라스틱 컵에 받기도 하고, '300배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리포터에게 가르침을 주는 인터뷰였습니다. 도반들은 참 소중합니다.

글_남리라 희망리포터(부천정토회/시흥법당)
편집_조미경(김해정토회/김해법당)


전체댓글 26

0/200

월광

수항정진 하시는 도반님이 계셔서 참 든든합니다. 고맙습니다.

2020-09-20 16:06:25

견오행

_()()()_

2020-09-17 12:10:06

김봉실

대단하십니다

2020-09-16 12:59:01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시흥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