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하남법당
수행자의 동반자, 분별의 업식을 넘어

작년 12월, 옥윤봉 님은 광명에서 아내인 신성숙 님과 함께 하남법당으로 전입해 왔습니다. 오자마자 부부는 각각 주간과 저녁 모둠장을 맡으면서 하남법당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옥윤봉 님은 늘 꿀 떨어지는 눈으로 아내를 바라보는 애처가입니다. 모둠원들을 따뜻하게 이끌어주는 하남법당의 꿀보이스, 워너비 남편인 옥윤봉 님의 수행담을 소개합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오른쪽 옥윤봉 님, 가운데 아내 신성숙 님)
▲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오른쪽 옥윤봉 님, 가운데 아내 신성숙 님)

과연 내가 자격이 될까

정토행자의 하루에 실릴 수행담을 이야기해달라는 권유를 받았을 때, ‘과연 내가 정토행자로서 수행담을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해 본다’는 수행자의 관점에서 가볍게 ‘예’라고 했습니다. 살면서 큰 괴로움이나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람을 자유롭고 행복한 방향으로 잘 인도한다’는 법륜스님에 대한 신뢰와 경험을 통해 3년 넘게 수행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처음 정토회에 왔을 때는 ‘삶의 큰 의미는 없다’, ‘모든 괴로움은 나로부터 일어 난다’, ‘상대는 다만 나와 다를 뿐이다’ 등의 수업 내용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속적인 수행과 법문, 나누기 등을 통해 삶에 대한 관점이나 나의 반응과 행동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광명법당 도반들과 불교대학 홍보 중(맨 오른쪽 옥윤봉 님)
▲ 광명법당 도반들과 불교대학 홍보 중(맨 오른쪽 옥윤봉 님)

행복한 동행

정토회와의 인연은 아내가 먼저 2017년 봄에 지인의 권유를 받고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여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아내를 따라 저 역시 광명법당의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처음에는 약간의 낯섦과 종교적 의식행사에 거부감도 들었지만 부처님의 법을 배운다는 기대감으로 수업을 들었습니다.

‘어느 곳에 가든지 그곳의 문화를 수용하는 것이 바른 길’이라는 가르침에 ‘그렇구나’하는 자각이 있은 후 별다른 분별없이 다닐 수 있었습니다. 위대하고 자비하신 부처님의 일생은 제게 큰 감동을 주었고 교과과정인 근본불교를 들으면서는 불법의 정교함과 심오함에 놀랐습니다.

법당과 5분 거리의 집에서 부인과 함께 다니는 편안함과 유쾌한 도반들이 있어 재미있게 경전반까지 졸업했습니다. 도반들과는 지금까지 행복한 만남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인연이 지금도 삶에서 행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봉사, 수행의 길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017년 3월 19일, 9-1차 천일결사1에 입재했습니다. 조금 이른 입문이었지만 덕분에 정토행자의 길에 빨리 접어 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9-3차 때부터는 모둠장 소임을 맡으며 도반들과 더 친밀해졌고, 9-6차에는 천일결사 부담당 소임을 맡으며 법당 일에 조금 더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광명법당 도반들과(맨 오른쪽 옥윤봉 님)
▲ 광명법당 도반들과(맨 오른쪽 옥윤봉 님)

그러자 부딪힘과 귀찮은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꼭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분별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받은 것은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이치이고, 분별심은 업식 따라 다만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일 뿐임을 인지하며 어느덧 편안함이 찾아와 소임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되어가는 길

결혼하고 얼마되지 않아 아내와 제 가족들 스무 명 정도가 함께 처음으로 여행을 갔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아내가 문화도 다르고 낯선 시댁 식구들과 함께 하는 게 힘들었는지 어울리지 않고 혼자 따로 행동을 했습니다. 한편으론 아내를 이해하면서도, '이 정도는 아내가 감내하고 해줘야 하지 않나' 하는 불편한 마음과 짜증이 났습니다.

‘삶이란 무엇인가’하는 의문을 안고 살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쌓은 덕분에 삶이 조금씩 편안해졌습니다. 하지만 ‘내가 옳은데, 저 사람은 왜 저러지?’와 같은 분별은 삶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별이 미친(?) 정신 같은 것이라는 것을 정토회를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내가 옳다'는 생각으로 상대를 탓하던 마음을 보았던 순간 '아, 내가 미쳤었구나' 하는 깨달음과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부 환경과 남을 탓하는 마음이 사실은 '나의 착각'에 불과하고 '모든 것은 내 마음이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된후로는 외부 환경이나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습관이 많이 줄었습니다. 수행을 하며 잡은 개인 명심문은 기도할 때나 생활할 때 내 삶의 중심을 잡게 하고, 경계에 부딪힐 때 업식속에서 일어나는 마음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제게 있던 많은 분별의 업식들이 점점 줄었고 이제는 조금씩 사람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전에 비해 나아진 게 있다면 수행자로서 잘 가고 있는 것이다’라는 법문이 위안도 되고 방향도 잡아 줍니다.

선유동 연수원 개원식 때 월광법사님과  (맨 오른쪽 옥윤봉 님)
▲ 선유동 연수원 개원식 때 월광법사님과 (맨 오른쪽 옥윤봉 님)

여섯 차례의 명상수련, 명상은 나의 힘

2018년 5월, 처음으로 문경에서의 4박 5일 <명상수련>을 다녀왔습니다. 그 뒤로 법륜스님이 직접 진행하시는 여름 명상을 포함하여 총 6회 〈명상수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명상이 업식을 소멸시킬 수 있는 수행으로 느껴져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련을 통해 뭔가 이루려고 하는 마음에서 자유로워지고 있는 중이며 ‘삶이란 그냥 살아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을 세속적인 성공의 한 영역으로 이루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욕망에서 온 잘못된 수행의 방향’이라는 말씀이 머리와 마음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 후부터는 명상을 통해 뭔가 이루려는 목적을 내려놓고 호흡을 그냥 편안하게 바라보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일상의 삶도 편안해졌습니다. 어찌보면 너무 단순한 앎인데도, 이 앎이 욕망에 가려져 보지 못하고 어리석게 살며 괴로워했던 것 같습니다.

2020년 정초순회법회 하남법당 도반들과(뒷줄 오른쪽 세번째 옥윤봉 님)
▲ 2020년 정초순회법회 하남법당 도반들과(뒷줄 오른쪽 세번째 옥윤봉 님)

일을 놀이처럼

2019년 12월에 하남시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하남법당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2020년 3월 10-1차 때부터 모둠장 소임도 맡았습니다. 법당 선배도반들이 이끌어주는 대로 잘 따라 가고 있는 중입니다. 덕분에 발심행자와 통일의병도 되었습니다. 새로운 지역적 환경, 새로운 도반, 코로나19로 인한 정토회의 온라인 전환 등으로 모둠장 역할이 혼란스럽고 어수선하여 우왕좌왕하기도 하지만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모둠장 외에도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는 '행복학교' 담당소임도 하고 있습니다. 향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에 도움을 주고 그 기쁨을 맛보고 싶은 기대감이 있습니다. 또한 가을경전반 저녁부 꼭지 소임도 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잘 분배하고 관리하여 일을 놀이처럼 하는 조화로운 정토행자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옥윤봉, 신성숙 님)
▲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옥윤봉, 신성숙 님)


하남법당으로 오자마자 도반들의 얼굴과 이름도 익히지 못한 낯선 상황에서 기꺼이 소임을 맡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느낀 것이 많습니다. '늘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수행자이기에 힘든 소임도 편안하게 행하고, 아내에게도 그렇게 따뜻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옥윤봉 님의 두 아들은 자신들도 결혼해서 부모님처럼 살고 싶다며 부모님이 ‘부부의 롤모델’이라고 합니다. 오랜 세월 ‘마음 가꾸는 일’을 함께 하며 이제는 서로에게 가장 든든하고 편안한 수행의 동반자가 된 부부의 모습이 참 아름답고 행복해 보입니다.

글_옥윤봉(분당정토회_하남법당)
정리_신정아 희망리포터(분당정토회_하남법당)
편집_정지혜(해운대정토회_반여법당)


  1. 천일결사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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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분

고맙습니다
옥윤봉거사님
신성숙보살님
언제어디서나 인연따라 쓰일수있어 수행자
한동안 함께할수있어 행복했습니다.

2021-12-05 14:56:28

최민경

잘 읽었습니다. 옥윤봉거사님과 신성숙보살님 두 분의 좋은 수행 모델로 많은 부부 수행자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2020-08-25 18:14:52

무량심

오랜만 들어왔다가 깜짝 놀랬네요.반가운 거사님 보살님 하남법당의 두분이 계시니 웃음이 끊이질 않겠네요. 그립습니다

2020-08-21 06: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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