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평택법당
당당하고 멋지게

기사를 쓰기 위해 ‘누가 주인공이 될지’에 대한 안건을 모둠장 회의 때 올렸습니다. 마침 모둠장이면서 불교대학 꼭지를 맡고 있는 최효준 님이 손을 들었습니다. 작년에 도반의 추천이 있었지만 그때는 거절했는데 올해는 용기를 내어 본다며 수줍게 웃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인도 성지순례 중 사르나트에서
▲ 인도 성지순례 중 사르나트에서

술이 친구

저는 말주변도 없고 외로움도 많이 타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평택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도 가끔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친구가 없어 술로 친구를 찾아 헤맸습니다. 술 얘기만 들어도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좋았고 모든 것을 술로 해결하려 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술로 밤을 새운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술독에 빠진 저를 걱정하고 불안해 했고 화도 내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강압으로 느꼈고 주눅이 들었습니다. 감사한 마음보다 부모님께 화를 내고 원망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정토불교대학 홍보 활동 중인 최효준 님
▲ 정토불교대학 홍보 활동 중인 최효준 님

지난날을 뒤로 하고

법륜스님을 처음 만난 건 2013년 속리산 산사 청년법회였습니다. 그후 2016년 가을 아파트 근처에 붙여진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그러다 2018년 봄 드디어 평택법당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입학 법문을 듣고 제가 '색안경을 쓰고 양동이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람과 같다'는 걸 알았습니다.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깨달음의 장>을 신청했습니다. <깨달음의 장>에 다녀 와서야 부모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천일결사 회향식 새물공연에서 (오른쪽 첫 번째 최효준 님)
▲ 천일결사 회향식 새물공연에서 (오른쪽 첫 번째 최효준 님)

2018년 6월 부총무님과 자활팀장님의 추천으로 ‘정일사1’에 처음 입재했습니다. 간담회에서 제 자신의 상태를 점검 받고 70일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70일만 하려던 게 100일이 되고 200일이 되었습니다. 정진하는 동안 짜증이 나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고, 나태해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털처럼 가벼운 마음을 한번 느껴봤기 때문에 멈추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9-5차 천일결사에 입재하고 지금까지 쭉 수행정진 하고 있습니다.

원칙을 고집하며 생긴 갈등들

돌이켜보면 저는 도반에 대한 분별이 참 많았습니다. 제게 원칙을 적용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도 그 원칙을 고집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니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인도 성지순례 중 타지마할에서
▲ 인도 성지순례 중 타지마할에서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다녀온 15일간의 인도 성지순례 때 한 도반에 대해 분별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경전반 학생이면서 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맡고 있을 때 일도 생각납니다. 행복한 마음공부 진행 중 도반과 갈등이 생기자 법당을 나와 곧장 집으로 갔습니다. 갈등을 해결하기 보다는 그 자리를 피해버린 것이었습니다. 이후 경전반 수업은 나가지 않았고, 담당자의 연락도 받지 않았습니다. 경전반 마지막 수업 날 불교대학 다닐 때 함께 공부한 도반이 수업에 참석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경전반에 입학하지 않은 도반이 참석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의견을 냈지만 경전반 팀장님과 다른 도반들은 저와 의견이 달랐습니다. 저는 마지막 수업에 출석하지 않았고 졸업식에도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웠습니다. 모둠활동을 할 때도 ‘영양꾸러미’에 대한 안내가 지시 같이 느껴져 모둠을 탈퇴해 버렸습니다. 모둠장님과 사이가 불편해져 불교대학 홍보활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를 하며 다시 한번 저를 돌아보니 부끄럽습니다. 저는 동기들과 불편한 사이로 졸업을 했습니다. 저는 동기들과 갈등을 풀어야 하는 숙제가 있습니다. 불쑥불쑥 올라오는 미운 감정은 정진하면서 내 문제로 돌이킵니다. 지난 날들의 갈등을 통해 ‘나를 살피는 마음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법당에서 도반들과 함께 하는 새벽기도(왼쪽 첫 번째)
▲ 법당에서 도반들과 함께 하는 새벽기도(왼쪽 첫 번째)

갈등을 풀어가며 나를 살피는 마음공부에 매진하다

집전교육, 신규발심행자교육, 통일의병교육, 새물정진2, <명상수련>, <나눔의 장> 까지 쉼 없이 활동했습니다. 집전교육을 받을 때 남들과 비교하는 제 자신을 보았습니다. 제 목탁 소리는 둔탁하고 박자도 느리고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4주 교육을 마치고 토요일 새벽 천일결사 기도 때 집전을 했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집전하는 도반이 힘들어 보여 돕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저의 의도와 달리 소임을 뺏은 거 같아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만둘까 하는 마음의 갈등도 있었습니다. 음원보다 느려진다는 도반의 나누기도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연습하는 과정이고 처음부터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돌이키니 마음이 편안해 졌습니다.

9차 회향식에서
▲ 9차 회향식에서

화요일 불교대학담당, 수요일 수행법회, 목요일 주례회의, 금요일 경전반수업, 토요일 천일결사 기도까지 법당은 집처럼 익숙했습니다. 몸이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정진의 힘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소임을 맡겨주고 이끌어 준 선배 도반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대로 참 좋습니다

2020년 1월 법당 근처로 이사를 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했습니다. 정토회를 만나 변한 건 술 생각이 사라진 것입니다. 저는 지금 이대로 참 좋습니다. 선배 도반들은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이 예쁘기도 하지만 지칠 수도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저를 위한 응원임을 알고 있습니다. 선배 도반들을 따라 배우며 함께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수행, 보시, 봉사하며 수행자임을 놓치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자기의 모습과 경험을 솔직하게 나눠준 최효준 님께 참 감사합니다. 육아를 겸하고 있는 바쁜 희망리포터를 배려하여 흔쾌히 화상으로 인터뷰에 응해준 것 또한 고마웠습니다. 분별하는 자기 모습을 인정하고 돌이키고 수행하는 모습이 참 멋졌습니다. 앞으로의 모습도 응원합니다.

글_장수정 희망리포터(수원정토회 평택법당)
편집_허란희(용인정토회 용인법당)


  1. 정일사 정토회를 일구는 사람들의 준말로 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입니다. 

  2. 새물정진 정일사 프로그램을 마친 정토회 신규 활동가를 대상으로 하는 수련프로그램입니다.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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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산등

하루도 빠짐없이 깨장밴드 대문열기를 하고 계신 최효준 법우님 응원하며 감사합니다~~~!!!

2020-06-24 18:58:24

조방환

평택법당 최호준 모둠장님!
대단하고 멋집니다.
평택법당에 모범 수행자가 되어
성불하시길 바랍니다 ~~

2020-06-12 01:06:36

김은경

솔직한 수행함 감사합니다

2020-06-11 16: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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