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창원법당
내 인생의 길을 찾아

요즘 한 낮에는 초여름 같은 더운 날입니다. 추우면 추워서 좋고, 더우면 더워서 좋은, 흔들리지 않는 길을 가는 수행자가 있습니다. 인생의 주인으로, 아름다운 수행자로 물들어 가고 있는 창원법당 이정민 님의 이야기 입니다.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이정민 님
▲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이정민 님

내 인생의 길을 찾아

저는 1남 2녀의 장녀로 친구와 8촌 관계인 남편을 소개로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한지 6개월만에 남편의 직장이 서울부서와 창원부서가 통합이 되어 창원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첫아이가 돌이 되기 전이었는데 남편은 늦게 오는 날이 많았고 서툰 육아와 살림으로 힘들고 우울함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형님 댁과 재산 문제가 생겨 남편에게 불평도 했습니다. 그런 일상 중에 불교 TV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스님의 책을 찾아 읽고 강연도 참석했습니다.

남편은 가정보다는 사회생활을 우선으로 생각했고 경력이 쌓이면서는 취미생활과, 동창회 등으로 술 마시고 늦게 오는 날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군대에서 큰아들이 휴가를 나와 가족들이 한자리에 있던 늦은 시간에 남편 모임의 여자 회원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그날 이후로 남편이 늦게 오는 날은 의심이 되었고 다투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행복하지는 않았고 공허했습니다.

마음공부를 하려고 했을 때 아는 분이 소개 해준 곳에 한 달 정도 다녔습니다. 그런데 저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만두었고 나중에 정토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작은아들이 수능시험 보는 날, 법당에서 수능기도를 했습니다. 그렇게 수요 수행법회에 다니다 다음 해 봄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2018년 가을 불교대학 입학식때, 왼쪽 첫번째 이정민 님
▲ 2018년 가을 불교대학 입학식때, 왼쪽 첫번째 이정민 님

법당에서 법문 듣고 마음이 넓어졌다가도 막상 집에 가서는 새벽에 오는 남편을 보며 의심도 되고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취미생활, 동호회, 운동, 쇼핑을 하고 살림은 하지 않았습니다. 자식들은 집을 떠났고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늦은 시간에 남편과 둘이 있는데 아는 남자분 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내가 생각지 못한 일이 남편에게만 일어난 게 아니라 저에게도 일어났습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 중에 일주일에 한 번은 불법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공부하면서 그전에 내가 혼자 책보고 강연 듣고 알았다고 생각한 것은 상대의 행동을 참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에 따라 제대로 공부해야 하는구나 느꼈습니다.

길을 찾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남편이 언제 들어 오려나'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운동한다고 새벽에 나갔다가 밤늦게 들어오는 남편이 어디서 뭐하다 들어오는지 의심이 되었습니다. 친구들에게는 ‘남편이 어떻고 그래서 내가 괴롭다’ 주로 그런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불법을 만나 괴로움이 '나로부터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내가 소심하고 의심이 많구나’ 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냥 그 사람일 뿐인데 내가 시비분별심을 일으켰구나' 알아지면서 늦게 오는 남편을 그냥 보아 넘기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옆집 동생의 남편이 '옆집 언니 이혼 안 하고 살고 있냐'고 물어보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그런 소리 들리게 했구나' 하고 돌아 봐졌습니다. 제가 남편이 술 먹고 늦게 오는 것에 반응하지 않으니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남편은 일찍 오고 있었습니다.

한때 나의 소원은 남편과 저녁 한 끼 먹는 거였습니다. 내 괴로움의 원인이 남편이 아니라 '나로부터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어도 '그래도 그렇지' 라는 생각으로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난날은 눈감고 괴롭게 살았던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불법을 만나 삶의 방향을 찾았고 이제는 주인된 삶을 살아 가고 있는 중입니다.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되었고 살아 숨 쉬는 여기에 행복이 있는 줄을 알게 되었습니다.

2019년 가을경전반 학생들과 문경특강에서, 왼쪽에서 첫번째 이정민 님
▲ 2019년 가을경전반 학생들과 문경특강에서, 왼쪽에서 첫번째 이정민 님

봉사와 함께 이 길을 가다

봉사는 경전반 다닐 때 일요법회에서 만난 박미건 님의 권유 덕입니다. 나누기를 통해 남편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박미건 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당시 법당에 담당자가 필요한 것을 알고 총무님께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그때 주간반 가을불교대학 담당자가 학기 중간에 개인 사정으로 못 나오게 되면서 공석이 된 상황이었습니다. 학기 중간에 해야 하는 부담감과 제대로 실무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불교대학과 경전반 다니면서는 일주일에 한 번 법당에 나온 것이 전부였던 때라 '담당자를 할 수 있을까' 라는 부담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연이 될려고 했었는지 그 무렵 저는 봄경전 졸업을 앞둔 시점이었고, 졸업을 하면 그 시간에 뭘 할까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담당을 하면 좋겠다는 권유도 받았고 법문도 다시 들을 수 있다는 말에 끌려 알겠다고 했습니다. 소임을 하면서 스님 법문 듣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들을 때마다 새롭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첫 소임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큰 학사일정은 상반기에 다 지나간 뒤였고 졸업을 몇 개월 앞둔 상태여서 도반들과 학생들의 도움으로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새 학기가 되면서 담당자교육을 받고 3년을 더했습니다. 하다 보니 개편된 학사프로그램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법문을 듣고 나누기만 하던 것과 달리 수행실천 프로그램이 있어, 제게도 생활 속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학생들과 같이 저도 배우고 성장하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도반들과 함께하니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2019년 경전반 학생들과, 왼쪽에서 첫번째 이정민 님
▲ 2019년 경전반 학생들과, 왼쪽에서 첫번째 이정민 님

물들어 가다

이렇게 봉사 소임을 하고 주례회의를 하다 보니 일주일에 몇 번을 법당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그동안 하던 취미활동 등 개인적인 시간을 자유롭게 못 가지다 보니 물러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좀 편해지고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선배 도반들 덕분에 제가 공부했으니 회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법당에 나가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주변은 자연스럽게 정리 되어갔습니다. 사놓고 쓰지 않던 운동용품은 망설이다가 처분하게 되었고, 쇼핑 잘하는 친구와는 만나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새물 정진, 정일사 회향 시간에는 그때그때 개인적인 궁금한 것들을 내어놓고 법사님들의 답변을 들으며 '내가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알게 되고 안으로 돌이키니 가벼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저에게 집중하다 보니 남편과 자식에게 덜 집중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어떤 봉사도 시작은 부담감이 있지만 하다 보면 제가 단단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경전반은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제 후배 도반에게도 담당자 소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불교대학 3년 반, 경전반 1년을 했으니 오래했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런데 이번10차에 조직이 바뀌면서, 총무님이 학생들과 활동 하는 건 많이 했으니 문서 내리고 올리는 거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했을 때 일단 '알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지원팀장 역할이라는 것은 알았는데 법당지원인지 정토회 지원인지도 모르고 받았는데 알고 보니 정토회 지원팀장이었습니다. 이 또한 제게 온 인연이라 여깁니다.

함께하는 도반들이 있으니 모르는 거는 배워가면서 욕먹을 각오로 해볼까 합니다. 한 조각 모자이크 붓다가 되겠습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는 말씀 새기면서 앞으로 가보겠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있게 이끌어주신 스승님과 법사님들, 도반님들, 모든 인연 있는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글_이정민 (창원 정토회 창원법당)
정리_손해경 희망리포터(창원법당)
편집_박성희 (홍보국 홈페이지 운영팀)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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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한곳에 집착하지 않고 온전한 내 삶에 깨달음을 얻으려면 봉사를 해야 되겠습니다 나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2-03 06:15:19

이의수

힘들었을시간 수행으로 극복하셧네요 축하드리고 많은 도움됐습니다

2020-05-20 10:26:52

실상행

정민님 곱고 편안하게 물들어 가는 모습 좋아요~~

2020-05-16 16: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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