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하노이법회
고사리손으로 만든, 마음보석을 담는 모금함

이 세상에는 부모가 없는 아이도 있고 집이 없거나 밥을 굶는 아이도 있다하니, 큰 집을 지어서 부모가 없는 100명의 아이들과 함께 살자고 합니다. 이우정 님의 둘째아들 잭의 이야기입니다. 거리모금이 어려운 상황에서 각자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모금함을 만들고 모금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보석은 단순한 돈의 액수가 아닌 아이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입니다. 현재 어려운 사태를 기회로 삼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모금을 이어 나가며 보석을 캐고 있는 하노이법회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물에 빠진 김에 진주를 줍는 방법

하노이에 도시 봉쇄령에 준하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시행되면서, 다른 도시에 연결되는 기차, 시외버스의 운행이 제한되고 도시 내에서도 시내버스와 택시에 영업 중지령이 내려졌습니다. 이유없이 외출하는 시민들에게 벌금령이 내려져, 한 시민은 낚시하러 나갔다가 공안에게 잡혀 벌금을 내었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합니다.

하노이법회는 2019년 1월 이후, 매월 정기적으로 JTS 거리 모금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정책으로 외부활동이 어려운 올해 3월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졌습니다. '물에 빠진 김에 진주를 줍자'고, 도반들과 함께 방법을 찾아 봅니다.

우선, 3월에는 거리모금 대신 온라인으로 모금을 이어 나갔습니다. 고명주 님의 제안으로 온라인모임을 가지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절약된 생활비를 어려운 곳에 쓰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를 공유했습니다. 도반들과 생활비 경감방법 등을 나눈 후, 실제 절약된 생활비 만큼을 JTS에 기부하였습니다.

재활용을 활용한 JTS 모금함 만들기

이번 4월에는 집에서 재활용 모금함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모금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걱정되는 것은 아이들의 과제가 부모의 숙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JTS 모금함을 만들자고 제시하고 만드는 과정에 부모의 손이 닿지 않을 수 없는 것과 모금함에 들어가는 돈이 결국 부모의 지갑에서 나가는 만큼 그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도 있다는 생각들이 있었습니다. 각자의 상황과 생각을 고려하여 자발적인 참여를 부탁하고, 기대는 내려놓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걱정했던 엄마 마음과는 달리, 재활용 종이상자와 플라스틱 상자를 주고 모금함을 만들어 보자하니 불평없이 창의적으로 만드는 아이들이 대견합니다. 모금함을 만들며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일원이 되었을 때를 마음속으로 그려봅니다. 세상에 바르게 쓰이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줄 부모의 역할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화단에 핀 다양한 꽃들처럼 다양하고 발랄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재활용 모금통에 담았는지 함께 보겠습니다.

사각 휴지통으로 만든 명품 모금함

김경필 님, 고명주 님

재활용 사각휴지통이 명품 JTS 모금함으로 변신하였습니다. 가정법회를 하고 있는 고명주 님 집에 처음 방문한 사람은 깜짝 놀랍니다.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경수련원의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이후 화장실 뒷물과 개인수건을 집에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화장지 대신 개인수건 쓰기에 동참하고 있는 고명주 님 집에서 언제 저런 사각 휴지통이 나왔나 궁금할 정도입니다.

고명주 님은 설거지나 빨래를 할 때에 합성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식사 후에는 바로 물과 수세미로만 설거지를 합니다. 그릇에 묻은 기름때는 직접 만든 천연비누를 사용하고 있어 여기가 깊은 산속 절간인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아껴서 먹고 나온 음식쓰레기는 베란다에 직접 말려 버립니다. 머리결과 환경을 생각하여 직접 만든 자연 샴푸를 쓰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고명주 님과 아들 태양, 딸 토야
▲ 고명주 님과 아들 태양, 딸 토야

일요일 법회에 오시는 도반들을 위해 두었던 사각 휴지통을 재활용한 것 같습니다. 이 사각 휴지통에 멋진 포장지 두르고 양 옆에 고급스러운 리본을 꼼꼼히 붙여 장인정신을 빛낸 명품 모금함을 만들었습니다. 딸은 자신의 재산 목록 1호인 핸드폰을 기부하겠다하여 당장은 마음만 기부하자고 다독였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명품 모금함에 리본을 붙이면서 평소에도 아껴 쓰던 용돈을 기부하니 대견합니다.

집안 금고 내놓았습니다

김화미 님

하노이법회 불교대학 1기 졸업생인 김화미 님은, 직접 담근 김치를 아낌없이 주위에 나누어주는 통 크고 수수한 맏언니입니다. 법당의 출석부, 독서토론회 등 자잘한 일들을 묵묵히 챙겨주는 믿음직한 도반입니다.

김화미 님과 딸들 은채, 은설
▲ 김화미 님과 딸들 은채, 은설

2016년 불교대학 졸업 후 매일 새벽마다 일어나 108배를 하며 천일결사에 참여하고 있어 수행의 깊이가 남 다른 듯 느껴집니다. 아직 어린 두 딸이 싸워도, 하늘 병풍 치듯이 넓게 감싸줍니다.

두 딸도 엄마의 넓은 아량을 닮아 집안의 금고를 아낌없이 내어주는 마음으로 재활용 종이박스로 커다란 금고를 두 개나 만들었습니다. 금고에 자물쇠를 채우지 않았으니, 어려운 이들을 위해 언제든지 활짝 열어 나누어줄 것 같습니다. 두 딸의 활짝 웃는 웃음을 JTS 모금함에 넣어 필요한 곳에 나누어주고 싶습니다.

물의 소중함을 모금함에 담습니다

최소연 님

하노이법회 불교대학 1기 졸업생인 최소연 님은 베트남 한인회 월간잡지 객원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오래된 하노이 토박이 중 한 명입니다. 최소연 님은 생각의 폭이 넓고 남다른데다 기자로서 만나는 사람이 많아 주위 인연이 끊임없습니다. 마음이 넉넉한 엄마를 보고 배워 온 두 자녀도 사람들과 어울려 봉사하고 모금하는 활동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습니다. 두 아들은 불우이웃 뿐만 아니라,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달라 직접 고슴도치 두 마리를 키우고 여행 간 친구의 강아지를 돌보아 주고 있습니다.

최소연 님과 작은아들 현건, 큰아들 현욱
▲ 최소연 님과 작은아들 현건, 큰아들 현욱

애완동물을 사랑하고 지켜주다 보면, 생명에게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돌이켜 보인다고 합니다. 잠깐의 실수로 물을 주지 못했을 때, 생물이 얼마나 목말라하는지 경험으로 깨달아 그 소중함을 고스란히 모금함에 담았습니다. 한 곳에서는 자칫 낭비하기 쉬운 물이, 필요한 곳에는 생명의 여부가 결정되는 것처럼 작은 돈도 적절한 곳에서는 값진 생명의 몫을 하게 되는지 압니다. 이를 알고 있으니 행복한 마음으로 모금함을 만들고 기부하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고물상에 재활용품 팔아 모금할 거에요!

함순옥 님

하노이법회 불교대학 2기 졸업생인 함순옥 님은 사는 곳이 멀어 수행법회는 자주 참석하지 못하지만, 매달 열리는 JTS 거리모금은 주저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오는 도반 입니다. 또한 추석, 설날 행사, 자선 바자회등 일손이 많이 필요하거나 큰 행사가 있으면, 두 팔 걷고 달려와 도와줍니다.

함순옥 님과 딸 기쁨, 아들 기현
▲ 함순옥 님과 딸 기쁨, 아들 기현

함순옥 님은 온라인 패션사업 후 남은 재고를, 돈을 주고 가져간다는 사람마다하고 어려운 이웃에 쓰일 수 있다하니 선뜻 내어주었습니다. 마음 씀씀이가 크고, 음식솜씨도 좋아서 하노이 법당에 감초 같은 존재입니다.

함순옥 님의 두 아이는 돈을 직접 벌어서 모금함에 넣을 생각입니다. 집 근처 고물상에 필요 없는 용품을 팔아 돈을 모으겠다며, 집에 있는 재활용품을 다 내어놓는 바람에 별안간 집안 대청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씀씀이가, 어려운곳에 자신이 도움이 필요하면 기쁜 마음으로 힘든 일부터 기꺼이 해 주는 엄마와 어쩜 이리 똑같은지요.

방울 토마토 모금함에 제 보석을 담아요

정지민 님, 김경하 님

방울토마토 상자를 재활용한 모금함을 든 큰딸 지인(왼쪽), 작은딸 혜선(오른쪽)
▲ 방울토마토 상자를 재활용한 모금함을 든 큰딸 지인(왼쪽), 작은딸 혜선(오른쪽)

하노이법회 불교대학 1기 졸업생 부부인 정지민 님, 김경하 님은 두 부부 모두 수행법회에 참여하는 행복한 모습으로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가족입니다. 두 딸이 온라인 수업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어도, JTS 모금활동에 적극 참여해서 플라스틱 방울토마토 상자를 뚝딱 보석상자로 만들어 내었습니다. 방울 토마토 보석상자에는, 세상에 어려운 이를 생각하여 나누어 주는 마음의 보석을 캐어 정성스레 담았습니다. 그 보석은 제일 필요한 곳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할 것입니다.

100명의 아이들이 같이 살 큰 집을 지어요

이우정 님

지난 2019년 7월 중국 상하이에서 베트남 하노이로 이사 오면서 2019년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한 이우정 님은 불법 만나 행복한 정토회 새내기입니다. 아직은 천일결사가 낮설고, 자신을 내려놓고 세상에 잘 쓰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선뜻 이해하기 힘들어 헤맬 때가 더 많지만, 주위 도반님들을 보고 배우고 있습니다.

이우정 님, 아들들 루카스와 잭
▲ 이우정 님, 아들들 루카스와 잭

모금하는 이유와 JTS가 무얼 하는 곳인지 아이들에게 설명하니 금방 이해가 되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부모가 없거나 집이 없거나 밥을 못 먹는 아이들이 있으니 도와주자고 쉽게 다시 설명했습니다. 용돈을 모금함에 넣으면 그 돈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해주니 큰 아들이 대뜸 부모 없는 아이들을 다 입양해서 우리집에서 같이 살자고 합니다. 처음엔 두 명이었다가, 다음에는 8명으로 늘어납니다.

더 어린 둘째는 자기가 큰 집을 지어 100명의 어린아이들이 살 수 있도록 하겠다며 모금함 뒤에 큰 집을 그리고 100명의 아이들을 그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순수하고 따뜻합니다. 본인이 미래의 주역이 되어 만들어 나갈 따뜻한 세상임을 믿습니다.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부모의 책임이 어떤건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들 마음의 보석을 담는 모금함을 응원합니다

남한익 님

아이들이 만든 모금함에 모금을 해 주시기 위해 손수 차를 몰고 도반들이 사는 곳을 방문한 남한익 님(맨오른쪽)
▲ 아이들이 만든 모금함에 모금을 해 주시기 위해 손수 차를 몰고 도반들이 사는 곳을 방문한 남한익 님(맨오른쪽)

끝으로 부동산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사회봉사와 모금활동에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남한익 님은 하노이 도시봉쇄령 속에서도 자가 운전으로 각 가정에 방문하여 아이들이 손수 만든 JTS 모금함에 기부하며 응원해 주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실천해 보고자, 하노이법회에서는 계속 새로운 JTS캠페인 활동을 고민해 보고 실천해가고 있습니다.

글_이우정 희망리포터(아시아태평양정토회 하노이법회)
편집_김난희 (홍보국 홈페이지운영팀)

전체댓글 16

0/200

이기찬

잘 읽었습니다.

2020-05-14 00:20:56

무승화

모터사이클이 아름다운 구름떼를 만드는 거리의 하노이에 사시는 도반님들, "잠깐의 실수로 물을 주지 못했을 때, 생물이 얼마나 목말라하는지 경험”, 다양한 재활용 기금통, 정토어린이들의 마음이 쑥쑥 커가는 모습을 보니 기쁩니다.

2020-05-13 23:04:14

법승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의 삶을 놀이처럼 밝고 경쾌하게 하는 모습을 보니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기분좋아집니다.
우정 도반님 글 잘 읽었습니다.

2020-05-13 09:55:23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하노이법회’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