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안양법당
환자와의 갈등에서 얻은 선물, 수행자의 삶!

깨닫지 못하면 정토회하고 ‘빠이빠이’한다는 생각으로 갔던 〈깨달음의 장1〉. 그 후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안양 법당의 든든한 지킴이 윤정환 님의 수행담을 소개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 법당에서 도반들과_기타치는 윤정환 님
▲ 부처님 오신 날 법당에서 도반들과_기타치는 윤정환 님

환자와의 갈등이 연결해 준 정토 불교대학

저는 안양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수양과 수련, 마음공부와 많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본래 관심이 많아 철학, 심리, 명상, 종교(불교) 등에 대한 서적을 읽는 편이었습니다. 2015년 말에 인문학을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과 108배를 천 일 동안 하기로 했습니다. 그때는 수행이란 생각 없이 숙제처럼 했고, 적어도 '나'를 위해 하루에 한 번, 기도한다는 생각에 만족했습니다.

그러던 2016년 어느 날, 환자와 문제가 생겼습니다. '한약을 먹고 몸이 더 안 좋아졌다. 우울증까지 왔다. 책임져라. 보상해라.'라는 환자가 있었습니다. 차분히 이해시키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조금 보상해 주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지만, 환자는 그 이상을 요구했습니다. 제 자존심 때문에 협상에 실패했습니다. 한의원에 눌러 앉아있는 환자를 보고, 경찰도 몇 번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환자들 앞에서 보란 듯이 소리치는 그 사람에게 저도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그렇게 억울하면 고소하세요!” 그런 저의 모습에 저 스스로 많이 창피했습니다.

그동안 마음이 힘든 환자들을 상담해주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조언도 해주었는데, 흥분해서 소리치는 모습이라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선배 소개로 보고 있던 법륜스님의 카카오톡에서 정토회 불교대학을 신청했습니다. 입학 첫날에 본 수행문의 한 구절 ‘세상에 일(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아, 세상은 원래 일이 일어나는 거구나, 그냥 내가 시비하고 집착하는 거구나.’

〈깨달음의 장〉에서 본 나의 참 모습

불교대학에 다니며 마음이 해이해질 즘 〈깨달음의 장〉에 갔습니다. 시간을 빼는 게 어려웠지만 깨달음의 장에 가서 깨닫지 못한다면, 정토회하고 ‘빠이빠이’ 한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에서 확 오는 깨달음은 없었지만 '나'를 돌아보는 알아차림은 있었습니다. '뭔가 아는 체하고, 가르치려 하고, 분별하려는 나의 습관이 오히려 솔직한 모습을 감추고, 깨달음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구나.’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불교대학을 졸업하면서 저를 불교대학으로 가게 해준 그 환자를 다시 만난다면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되물어보니 아직은 아니었습니다. 겉으로는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표정도 덤덤하게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은 여전히 그 환자를 두려워하고, 무시하고,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문경 나들이_가운데 윤정환 님
▲ 문경 나들이_가운데 윤정환 님

남에게 보여주려는 기도가 아닌, 진짜 나를 위한 기도

매달 한 번 1000배 정진 기도를 3년간 잘 마치고 얼마 전에 회향했습니다. 1000일 기도를 회향할 무렵 은근히 자랑하고 싶고, 매일 기도하는 '나'를 드러내고 싶은 제 마음을 보았습니다. ‘아, 내가 집착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언젠가는 기도의 끈을 살짝 놔보고 싶었습니다.

작년 경전반 담당을 하면서 새벽부터 바삐 돌아다니다가 밤 12시에 피곤한 몸으로 딱 누웠는데, 오늘 기도를 빼먹은 것이 떠올랐습니다. 할까 말까 고민하다 안 했습니다. 솔직히 귀찮아서 안 했지만, 덕분에 매일 기도한다는 것을 남에게 보여주려는 욕심은 내려놔 졌습니다. 지금은 오로지 저를 위한 기도로 하루하루 매일 해나가고 있습니다. 3년간 1000배 회향도 물론 뿌듯했지만, 그것을 통해 제 자신을 더욱 알았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아내의 암 발병과 어머니의 잦은 입원과 수술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2년 전입니다. 불교대학 담당 후반기에 천일결사 담당까지 맡고, 학회 일까지 바빠져 정토회 일이 버거웠습니다. 그때 아내의 갑상선 암 발병과 수술이 있었고, 어머님도 잦은 입원과 수술을 했습니다. 더군다나 한의원에서 약을 달이며 같이 일했던 매형이 갑작스럽게 뇌졸증으로 사지가 마비되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못 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감이 몰려왔습니다. 지금이라도 치료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토회의 맡은 일을 내려놓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선배 도반과 법사님에게 상담하면서 가족 치료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은 내려놓고, 정토회 일은 할 수 있는 만큼으로 정리했습니다. 지금 현재 상황은 그대로인데 좀 더 괴롭지 않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전에는 조금 억지로 끌려다니며 봉사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주인 된 자세로 일을 맡아 하게 되었습니다.

봄불교대학 담당 때 졸업갈무리에서 도반들과_우측 윤정환 님
▲ 봄불교대학 담당 때 졸업갈무리에서 도반들과_우측 윤정환 님

교회 다니는 아내와 함께 하는 정토불교대학 홍보

제게 가장 큰 변화는 관계들의 변화입니다. 환자들과의 관계에서 권위를 버리고, '나'를 내려놓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로서 대하게 되었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같이 공감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다만 알려만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려 합니다. 저를 정토회에 보내준 환자가 다시 온다면 절대적으로 마음 편한 상태는 아니지만 그 환자의 아픈 마음뿐 아니라, 제 안의 불안한 마음도 알아차리고 다독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토회에 나가는 제게 ‘자기만 행복하려고 가족 행복을 내팽겨 치냐?’며 반발했던 아내가 2년이 지난 지금, 저와 함께 불교대학 홍보 포스터를 붙입니다. 아내는 교회를 다니고 정토회에 올 생각이 없지만, 정토회에서 하는 마음 나누기를 같이 합니다. 또 제가 교회도 몇 번 따라갔습니다. 각자의 길은 다르지만, 공감과 나눔, 자유와 행복이라는 목표는 같기에 서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내가 정토회 활동을 열심히 응원해줍니다.

제가 아들만 셋인데 예전에는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내세울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욱, 해서 핸드폰을 망치로 깨버린 적도 있습니다. 지금도 밥 먹을 때 핸드폰을 보는 아들에게 잔소리가 나오지만 되도록 말을 걸어 핸드폰에서 눈을 떼도록 합니다. 제가 행복하고 자유로워야 아이들도 그러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수행하면서 알아차리려고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은 이렇게!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법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역시 면역력입니다. 면역력이 높아지면 자연 치유력도 높아집니다. 평소의 규칙적 생활습관, 원활한 신진대사가 중요합니다. 꾸준한 수행과 알아차림이 깨달음으로 가는 중요한 지표가 되듯이, 꾸준한 섭생(음식, 운동, 규칙적인 생활)과 내 몸의 기능(대, 소변, 소화, 수면)에 대한 관찰과 알아차림이 몸 건강에 정말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먹고 싸고 자고 소화 시키는 일상의 편안함이 중요합니다. 매 동작이나 기능에 대한 알아차림 속에 내 몸의 불편한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서 그것을 개선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세 번째는 꾸준히 수행하면서 집착 없이 자유로운 분들은 규칙적인 운동만 곁들이면(사실 108배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그 이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혀 겁낼 것이 못 됩니다.

불교대학 담당 때 경주남산순례에서 도반들과 함께
▲ 불교대학 담당 때 경주남산순례에서 도반들과 함께

전 세계를 누비는 의료 봉사의 꿈

저는 전 세계나 전국으로 행복강연 하는 법륜스님을 따라 스님도 치료하고, 주변 스텝, 도반들도 치료해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합니다. 문경수련원에 방 하나 얻어서 상주 도반들이나, 수련하는 도반들의 건강관리와 치료를 도와주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서 인도나 필리핀에 의료 봉사 가는 꿈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저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나’를 알아차리며,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준비만 할 뿐입니다. 그런데 자주 게을러져서 탈입니다.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입학 첫날 접한 수행문을 붙잡고 꾸준하게 수행•보시•봉사를 해 오신 이야기를 들으니 위로가 되고 든든합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윤정환 님에게 감사하며 그 꿈이 이루어지길 함께 마음 모읍니다. 전 국민이 수행하는 그 날까지 오늘도 아자아자!

글_박세영(안양 정토회 희망리포터)
편집_권영숙(홍보국 온라인팀)


  1. 깨달음의 장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4박 5일 

전체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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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에 대한 말씀 감사합니다 요즘 집에 있으면서 기도, 산책, 요가가 일상이 되어버린 제자신을 보면 마음이 훨씬 가볍습니다
의료봉사의 큰 뜻을 꼭 이루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감사합니다

2020-04-19 13:35:20

장성희

세상에서 의료봉사만큼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이 있을 까요?
응원합니다.

2020-04-17 16:30:36

장소윤

마음에 새기신 그 원을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아름다운 세상만들기 에 마음내어주는모습 감동입니다

2020-04-17 09: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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