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밴쿠버법당
내게 사회활동이란 “즐거운 놀이이자 수행의 최전선”

코로나가 전 세계인의 손발을 꽁꽁 묶어두고 있는 요즘입니다. 밴쿠버법당 역시 도반들이 각자 집에 머물며 온라인법회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들 힘든 이 시기, 특별히 가장 좀이 쑤시는(?) 사람이 있다면 누굴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마도 밴쿠버법당의 사회활동담당 허미영 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늘은 밴쿠버법당의 ‘행사제조기’로 불리는 허미영 님의 이야기 들려드립니다.

밴쿠버 코울하버 근처 스탠리공원 입구
▲ 밴쿠버 코울하버 근처 스탠리공원 입구

벤쿠버법당의 행사제조기

캐나다 서부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밴쿠버. 밴쿠버법당은 도반들의 활발한 사회활동과 최근 불교대학의 눈에 띄는 성장, 그리고 무엇보다 강한 협동심으로 주변 법당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밴쿠버법당에는 협동심으로 무장된 막강 봉사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특히, 어려운 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선뜻 앞장서 주는 허미영 님이 있습니다.

허미영 님은 2015년 3월에 정토회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밴쿠버에 있는 다른 절을 다니며 한글학교 선생님과 공양간 봉사를 하던 불자였습니다. 오랫동안 금강경을 공부했지만 늘 그 의미에 대한 막연한 답답함을 품고 있었는데, 마침 정토회 경전반에 다니던 도반의 금강경 수업에 대한 벅찬 감동을 전해 듣고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불교대학과 경전반 담당을 하고있는 지금까지 금강경 수업을 세 번이나 듣고 그 가르침을 삶에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2019년 인도 성지순례 중에 (가장 오른쪽 허미영 님)
▲ 2019년 인도 성지순례 중에 (가장 오른쪽 허미영 님)

첫 소임으로 법당의 법회담당 소임을 맡아서 하던 중 허미영 님의 추진력이 소문이 나서였을까요? 사회활동 담당으로의 소임 제안이 왔습니다. 순응하는 마음으로 이후 1년 반 동안 사회활동 담당으로 활동했습니다. JTS 기금모금 하이킹대회 2회, 김치 담그기 4회, 사과 따기 행사(유픽) 2번, 연등만들기, 제3세계 어린이 돕기 음악회, 경전반 환경 프로젝트, 300배 평화대회, JTS 거리모금 등등. 그 기간 동안 허미영 님의 손을 거쳐간 행사는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찹니다.

이렇게 많은 행사를 거침없이 추진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오늘 인터뷰는 이 궁금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여러 행사에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본인의 집까지 개방하며 행사를 이끈 허미영 님의 집을 인터뷰를 위해 다시 찾았습니다. 본인에게 맡겨진 소임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지, 가정집을 행사 장소로 많이 활용했는데 힘든 점은 없었는지, 그간 사회활동 담당으로서 어떤 보람이 있었는지를 묻는 것으로 오늘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배움과 실천은 둘이 아닌 하나

"원래 저는 여러 면에서 많이 부족하고 배움에 대한 의지도 약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를 바꿔보고자 불교대학과 경전반 담당을 자진했습니다. 수업이 회를 거듭해 갈수록 학생들뿐 아니라 저 역시 배움이 깊어지는 것이 느껴졌고, 그러면서 제 삶의 행복도 커졌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제 작은 실천이 저를 조금씩 채워주었고, 그 배움은 다시 주변을 향한 실천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 면에서 배움과 실천은 둘이 아니었습니다. 봉사활동은 언제나 놀이처럼 즐거웠고,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고, 때때로 가족들의 희생이 따르기도 해서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봉사를 하고 난 후의 보람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달고 컸습니다."

2019년 11월, JTS 기금마련 김장 중에 (왼쪽 허미영 님)
▲ 2019년 11월, JTS 기금마련 김장 중에 (왼쪽 허미영 님)

인연 따라 내게 온 집, 이제는 또 다른 인연에 내어주는 것

"여러 행사에 동참하신 분 중에는 밴쿠버 법당 도반들뿐 아니라 지인과 이웃들까지 있었습니다. "내가 어디에 좋은 일을 할지 몰랐는데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어 고맙다!" 며 기금마련에 동참한 분들도 적지 않았는데, 그럴 때 더욱 보람과 행복을 느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제3세계 어린이 돕기’ 기금마련 음악회를 저희 집 뒤뜰에서 했습니다. 집 곳곳에 그날의 감동이 남아있습니다. 곧 작은 집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어 아쉬움과 시원함이 교차합니다. 그동안 이 넉넉한 공간이 여러 행사에 쓰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집 역시 인연 따라 내게 온 것이고, 내가 머물렀지만 우리의 것이며,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것도 내 것이라서가 아니라 받은 것을 돌려주는 것' 이라 말하는 허미영 님의 말에 절로 고개가 숙어집니다. 더불어 나눔과 공유를 실천하는 수행자로서의 마음가짐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2019년 6월 22일 '제3세계 어린이 돕기' 음악회에서 허미영 님
▲ 2019년 6월 22일 '제3세계 어린이 돕기' 음악회에서 허미영 님

음악회에 모인 출연진과 스탭들
▲ 음악회에 모인 출연진과 스탭들

음악회에 모인 관객들
▲ 음악회에 모인 관객들

일이 아니라, 수행이다!

"나눈다는 선의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더라도 그곳에도 번뇌와 갈등은 있습니다.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반과의 의견 대립도 있습니다. 어떤 때는 제 선입견으로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 정해놓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주어진 사회활동 소임을 하면서 저는 비로소 ‘일과 수행의 통일’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상황마다 움직이는 내 마음을 마주 할 수 있었고, 제 업식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회활동은 교류가 한정적인 다른 활동에 비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가 수행 과제로 삼기에 아주 좋은 소임입니다."

"하지만 가끔 수행자라는 본분을 잊고, 성과지향적이 되려는 저를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건 일이 아니라 수행이다’를 되뇌이곤 합니다. 행사마다 함께하는 봉사자들의 노고는 한 분, 한 분이 감동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든든히 응원해 주는 밴쿠버 도반님들, 그분들 덕에 그 모든 일이 가능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 드립니다."

허미영 님 같은 분을 일컬어 ‘수행자’ 라 부르는 것 같습니다. 법회담당으로 다시 돌아온 지금은 온라인 법회의 장점을 살려 여법하게 진행하되 보다 많은 사람의 참여를 모색해 보겠다는 포부도 귀띔해 주었습니다.

2019년 10월 14일 JTS기금마련 하이킹대회 (가장 오른쪽 허미영 님)
▲ 2019년 10월 14일 JTS기금마련 하이킹대회 (가장 오른쪽 허미영 님)


곧 이사를 앞두고 있어 어수선한 상황에도 집으로 초대해 기꺼이 인터뷰를 허락해 주신 허미영 님께 감사드립니다. 그윽한 보이차 한잔과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다시 사회활동 소임을 하게 된다면 어떤 행사를 열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음악회와 행복학교 공간’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요즘 법당마다 활동이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이 시기가 어서 지나 허미영 님의 말씀처럼 다양한 사회활동들로 밴쿠버법당이 봄을 맞기를 기대합니다. 지금은 그때를 위한 준비 기간이며, 허미영 님이 그 힌트를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행∙보시∙봉사하는 전 세계의 정토행자들과 특별히 이 시기에 세계 각국에서 질병 퇴치를 위해 애쓰고 계신 수많은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글_장민용 희망리포터(밴쿠버법당)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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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안 강일향

이렇게 뵈니 너무 반갑네요
행사제조기!!
멋지십니다.

2020-04-10 07:24:29

세명화 고명주

대박 제조기 였네요 ㅎ
재미나게 소임 마치신 얘기 잘 들었습니다

2020-04-09 17:02:33

달오 이창석

2019년 인도 성지순례 동기(?라고도 하나요?)인데, 무엇이든 잔잔한 인정과 웃음으로, 함께하는 것이 늘 밝고 즐거운 도반이십니다. 자랑스럽습니다! - 켈리포니아 샌디에고 도반으로 부터

2020-04-09 13: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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