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귀포법당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합니다
진지회님 이야기

오늘은 희망리포터(글쓴이)가 지난 5월 초 제주여행을 하면서 들른 서귀포법당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스무 살이 넘은 두 아들을 독립시키고, 남편과 초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진지회 님을 소개합니다.

전 재산을 주고 불법을 만난 남편

저는 2010년에 불교대학에 입학한 후 거제도법당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했습니다. 지역 담당자로서 불사에도 참여했고, 부총무 소임, 불교대학 담당을 했습니다. 제주도에는 2018년 8월에 왔기에,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주도는 남편의 일 때문에 오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전기·통신 회사를 운영 해왔는데 거제도에서 자리 잡고 하던 남편의 사업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하면서 실패를 하게 되었고 생활이 어려워졌습니다. 남편은 자신이 투자하던 전기온풍기 사업을 위해 제주도에 저보다 1년 먼저 들어와 사업을 계속하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고, 다시 거제도로 오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막내아들이 여름방학 중 아빠와 일주일을 보내기 위해 제주도에 갔습니다. 저는 그동안 지리산으로 4박 5일 동안 <깨달음의 장> 바라지에 갔습니다. 바라지 일문일답 중에 ‘부부가 행복하면 아이는 자연히 행복해진다’는 말씀으로 듣고 바라지가 끝나자마자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제주도는 비 많이 오고 바람 많이 부니까 비, 바람 피하면서 세 사람이 살 수 있는 작고 소박한 집을 구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남편에게 말을 했고, 그 후 보름만인 작년 8월 말에 제주도로 이사를 왔습니다.

사업 실패에도 화내거나 짜증 내지 않고 그래도 건강만 하면 젊으니 뭐라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받아준 저에게 남편은 고마웠나 봅니다. 제가 정토회에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남편이 서귀포법당과 10분 거리에 집을 마련했습니다.

남편이 구한 집은 작년에 태풍이 왔을 때도 비바람을 부는 걸 못 느낄 정도로 정말 안전한 집이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막내 아이의 학교는 운동장이 천연 잔디로 되어 있고, 집과 길 하나 사이에 있을 정도로 가깝습니다. 불안감이 있는 아이는 낯선 제주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했지만, 시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상담 센터가 가까이 있었어 비용 부담 없이 상담도 받고 지금은 적응하여 족구 선수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살을 넘긴 두 아들은 어려워진 환경 덕분에 자연스럽게 독립하였습니다. 첫째 아이는 제주도에서 전기전공으로 회사에 다니고 있고, 둘째 아이는 거제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곧 군 입대를 기다리면서 잠시 휴식 중입니다. 지금은 이 모든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남편은 그동안 거제도와 제주도를 오가느라 졸업하지 못했던 불교대학에 재입학을 했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올해는 꼭 <깨달음 장>을 다녀오라 권했습니다. 남편은 예전에도 두 번이나 <깨달음의 장>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사업상 큰 규모의 일이 들어와 가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남편 스스로 꼭 다녀오겠다고 다짐해서인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지난 4월 3일 문경에서 열리는 <깨달음의 장>수련을 다녀왔습니다.

남편, 세 아들과 진지회 님
▲ 남편, 세 아들과 진지회 님

남편과 막내 아들과 진지회 님
▲ 남편과 막내 아들과 진지회 님

남편과의 나누기, 쏠쏠합니다.

저는 남편이 사업 잘 될 때도 사업이 힘들 때도 정토회 봉사와 정진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남편의 사무실에서 저를 필요로 할 때도 ‘정토회 봉사’를 우선으로 생각해서 남편은 제가 법당 가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거제도법당에 다닐 때 경주로 1박 2일 수련을 갔는데 당장 오지 않으면 이혼한다고도 한 적도 있었고, 활동하는 중간중간에도 제가 하는 봉사 때문에 화도 많이 냈습니다. 요즘도 서귀포법당에 봉사자가 부족하니 제가 저녁에 지원 가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후에는 흔쾌히 다녀오라고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저녁밥도 챙겨 먹고 설거지와 청소도 저보다 더 잘 해놓습니다.

요즘 남편은 재입학한 불교대학 수업에 꼬박꼬박 가고, 정토회 봉사도 “예!”하고 합니다. 화와 짜증도 많이 줄었고, 무엇보다 남편의 얼굴이 정말 밝아졌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남편과의 나누기입니다. 요즘 나누기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예전에 서로 못했던 이야기도 가볍게 내어 놓습니다.

세상 기준으로 남편의 사업은 실패했지만 우리 가족은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합니다. 남편과 저는 스무 살이 넘어 독립하여 사는 두 아들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고 믿어주고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불안감이 있는 막내 아들의 마음을 받아주고 공감하는 너그럽고 여유로운 마음도 생겼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워졌지만 예전보다 괴로움이 적고 행복이 더 많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기쁨은 저와 남편이 도반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남편과 진지회님
▲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남편과 진지회님

막내 아들과 함께 한 JTS 거리모금
▲ 막내 아들과 함께 한 JTS 거리모금

어머니를 향한 참회 1000일 기도

2009년 가을, 우연히 선배 학원에서 진행된 <열린 법회>에서 스님의 법문을 듣고, 내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 ‘나의 어리석음’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잦은 남편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결혼 생활이 지속되었고, 이 괴로움의 원인이 ‘다 엄마 탓’이라 생각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교대학과 경전반,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천일결사 7-9차부터 백일기도에 입재했습니다. 사춘기 둘째 아들이 저에게 화내는 모습이 곧 제가 엄마에게 한 행동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에도 엄마가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 모두 잔소리로 들리고 짜증 내고 화내는 것이 잘 조절이 되지 않았습니다.

5년 전 어머니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들이 없으니 딸들에게 짐 되지 않겠다고 늘 말씀하셨고 그래서인지 병명을 알고 난 후 3개월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화내고 짜증내면서 탓만 했던 엄마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보내 드린 것이 마음이 아팠고 그런 저를 자책했습니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8차년 회향 후 쉬는 백일부터 엄마에 대한 참회(300배정진) 기도를 시작했고, 올해 천일기도 회향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들 못 낳는다고 술주정하고 엄마를 구박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그 모습을 고스란히 배워 저 역시 엄마에게 화내고 짜증 내었던 것임을 기도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형성된 불안감 때문에 엄마에게 그토록 화를 내던 저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이렇게 잘 키워주신 엄마에게 감사하고, 없는 살림에 하던 사업도 안되고 아들 하나 가져 보겠다는 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던 아버지 마음도 헤아려집니다. 남은 기간 천일기도 회향까지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각각 서울과 마산에서 동생 응원하러 와 준 두 언니와 함께  (가장 왼쪽 진지회 님)
▲ 각각 서울과 마산에서 동생 응원하러 와 준 두 언니와 함께 (가장 왼쪽 진지회 님)

얼마 전 둘째 아들이 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옛날의 엄마를 보고 지금의 엄마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 하루하루를 보면 별로 모르겠는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엄마는 많이 바뀌었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예전에는 일어난 일에 대해 화부터 냈었는데 이제는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방법부터 생각하고 서로에게 좋은 쪽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는 봉사를 좋아합니다. 정토회 들어와서 처음부터 제 역량 보다 큰소임을 받다 보니 저의 어리석음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어리석음을 보고 깨우치는 것을 좋아해서 봉사에 더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서귀포법당에는 활동가들이 적어 할 수 있는 봉사가 많습니다

집과 법당이 가까우니 새벽예불, 사시예불, 자활담당, 수행법회 8대행사와 법당 일이 아닌 3시간 파트타임으로 하루 일과가 빡빡하게 돌아갑니다. 몸이 힘들어 할 때는 마음이 상대에게로 향할 때도 있지만 돌이킴으로 얼른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일이 곧 수행임을 압니다. 예전 소임의 경험으로 쓰일 곳이 많은 이 곳, 서귀포법당에서 잘 쓰이는 삶으로 도반들과 가볍게 “예” 하며 하겠습니다.

 첫번째 줄 맨 오른쪽 진지회 님과 두번째 줄  맨 오른쪽 남편 분
▲ 첫번째 줄 맨 오른쪽 진지회 님과 두번째 줄 맨 오른쪽 남편 분

글_진지회(제주정토회 서귀포법당), 권지연(서울제주지부)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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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넘어지는 수행자

잘 보았습니다.감동입니다. 어찌 어찌 큰봉사 소임을 회피하며 작은 봉사하나 받으며 겨우 연명하고 있습니다.
봉사가 나늘 위해 좋은건 알지만 왜 나만 바빠야하나 7년이 넘었는데 봉사 할 사람이 이리없나 해서 안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데
요즘 들어 자꾸 넘어지는것이 큰그릇이 되기 위해 봉사만한게 없어 그렇구나 싶네요
진지회 보살님 계시는 법당 서귀포정토회 화이팅입니다
제주도에 가면 생각날겁니다.

2019-06-24 07:32:06

김성목

ㅎ.. 이제야 봤네
전에 막내 넘어져서 울때 애 달래면서 하는 말 듣고
마음공부가 많이 됐구나 하고 느꼈는데..
역시 진정한 정토행자!!!~~
제주도 함 놀러갈께~~

2019-06-22 10:41:40

리나

진지회님~! 그 맑은 마음, 밝은 에너지로
행복을 전해주시는 진정한 정토행자시네요~~

2019-06-20 15: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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