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세종법당
나는 왜 해도 해도 안 될까?

매주 수요일 사시기도 시간, 장엄하게 법당을 채우는 울림이 있습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세종법당 불교대학 담당인 김진희 님입니다. 법당에 큰 행사가 열릴 때마다 집전과 봉사를 통해 불교대학생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아름다운 김진희 님의 수행과 봉사 이야기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Q> 어떻게 정토회와 인연이 시작되었나요?

사랑이 죄책감으로

저에겐 너무나 예쁜 아들이 하나 있어요. 그 예쁜 아들을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육아서에 나오는 지식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대로만 하면 잘 클 줄 알고, 24시간을 모두 아이에게 맞춰 생활했어요. 아이에게 맞추다 보니 어느새 지쳐있더라고요. 육아가 행복하지 않고 힘들기만 했어요. 힘든 과정을 참으며 하다 보니, 아이에게 폭발하듯 화내고 사과하는 일상이 반복됐어요. 그런 과정에서 죄책감만 점점 더 커져갔지요.
그때 육아 정보를 같이 나누며 의지하던 동네 언니가 있었어요. 아이를 키우며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제 상황에 맞는 영상을 하나씩 보내줬어요. 그게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었어요. 보내주는 영상을 어느 때는 보고, 어느 때는 그냥 지나치고 그랬어요.

2018년 정초기도 후에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진희 님)
▲ 2018년 정초기도 후에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진희 님)

그러던 중에 시력을 좋게 해 준다는 한의원을 누가 소개해줬어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안경을 썼는데, 잘 보았으면 하는 욕심에 인천에서 수원까지 그 한의원을 일주일에 3번씩 다녔어요. 그렇게 두 달을 다니니, 체력도 떨어지고 오히려 시력까지 떨어졌어요. 그때서야 이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또 죄책감이 몰려왔어요. 억울한 마음도 그만큼 컸고 원망과 분노가 많아졌어요. 상황이 그랬는데도 그때까지는 스스로 욕심이 많다는 생각은 하나도 없었지요.
억울함과 죄책감에 우울해지고 여기저기 아픈 것 같았어요. 그때 스님 영상을 보내주던 언니가 새벽 5시에 모닝콜 해줄 테니 같이 기도하자고 했어요. 그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 뭐라도 해야 했기에 언니를 따라서 무작정 매일 300배만 했어요. 처음에는 절하는 방법, 기도하는 방법도 제대로 모르고 그냥 했어요. 그게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도 6년째 매일 수행하고 둘이 마음 나누기를 해요. 그리고 그렇게 절하기 시작한 해에 정토회 가을불교대학에 입학했어요.

두 번의 불교대학 입학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했을 때 기대와 목표가 컸어요. 하루빨리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아이에게 훌륭한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불교대학을 다녀도 바로 깨우쳐지지도 않고 수행을 바로 알려주지도 않았어요. 마음만 급해졌어요. 그때까지도 한 번에 좋아지는 기적을 바라고, 한 번에 깨달을 거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원하는 속도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아이에게는 계속 화내고 사과하고 자책하는 시간이 반복됐어요. 그리고 불교대학에 가기 싫은 마음이 항상 밑바탕에 있었지요. 그러다 보니 자주 지각하고 결국 중도 탈락했어요. 그래도 끈을 놓고 싶지 않아 수행법회는 꾸준히 나갔는데, 힘들어하는 저를 계속 기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끌어주는 선배 도반들이 있었어요.
그 와중에 세종시로 이사를 하면서 다음해 봄불교대학에 다시 입학했어요. 그것 역시 선배 도반이 이끌어줬어요. 다시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함께 차를 타고 다니던 도반 덕분에 정근으로 졸업할 수 있었어요.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반에 입학하면서 경전반 담당을 맡았어요. 책임을 맡으니까 가기 싫은 마음이 싹 사라졌어요. 가기 싫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서서히 생기가 돌기 시작했어요.

2018년 봄불교대학 홍보 모습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진희 님)
▲ 2018년 봄불교대학 홍보 모습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진희 님)

Q> 정토회에 다니면서 어떤 것이 좋아졌어요?

아이에 대한 사랑도, 수행도 다 욕심임을 알게 되다

어느 순간 절하면서 지난 몇 년간 수행한다고 한 것이 놓기 위해서 한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되게 하고 싶어서 했구나, 욕심으로 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절을 하면서 통곡의 눈물이 참회의 눈물로 바뀌더라고요.
‘내가 어리석어서 그렇게 괴롭게 살아왔구나.’를 절실히 느꼈어요. 스님의 법문이 알게 모르게 저에게 스며들어 있었던 것 같아요. 들을 때는 바로 깨닫지 못했어도 ‘이게 욕심을 부려서 그런 거구나. 내 어리석음이 내 눈을 가린 거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러고 나니,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어요. 스스로 좋아진 것을 느껴요. 무엇보다 요즘에는 아이를 보면서 화가 많이 안 나요. 예전에는 분명히 화가 났을 상황인데, 요즘에는 ‘그럴 수도 있지, 아이가 안 할 수도 있지.’가 되더라고요. 이제야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된 것 같아요.

불기 2562년 봉축법요식 집전 모습 (가운데가 김진희 님)
▲ 불기 2562년 봉축법요식 집전 모습 (가운데가 김진희 님)

Q> 정토회에서 특별히 좋았던 프로그램이 있나요?

도반들과 마음나누기

저는 도반들과 함께하는 나누기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정말 힘들 때 도반들이 마음으로 응원해주고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의 이야기를 분별하지 않고 들어주고, 자신들의 지나온 이야기를 선뜻 나누어 주셨거든요. 저는 느껴졌습니다. 그분들이 진정으로 격려해주고, 괜찮다고 아무 문제 없다고 모두 잘 지나갈 거라고 말해주고 있다는 것을요. 진솔한 나누기 속에서 스스로를 비춰보고 겸허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마음을 열어 내어놓을 때 받을 수 있는 축복을 흠뻑 느꼈어요. ‘이것이 부처님 법이고 가피구나.’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도반들과의 나누기였어요.
수행하면서 제 조건이 바뀐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마음이 편해졌어요. 편안해진 저를 보며 남편과 아이도 안정되어가고 편안해지더라고요. 그것이 다시 긍정적인 피드백이 되어 저에게 돌아오는 것을 종종 느낍니다. ‘나는 왜 해도 해도 안 될까?’라고 생각한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 행복”임을 알아차리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글_류현영 희망리포터(대전정토회 세종법당)
편집_하은이(대전충청지부)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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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화

정말 도움이 되는 수행담이었습니다.
마음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06-05 07:58:48

정혜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도반으로 함께하니 좋아요.
아이와 더 행복하세요~~

2018-05-29 19:03:43

이기사

꾸준한 수행의 힘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_()_

2018-05-29 17: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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