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제주법당
[제주]제주도 토박이의 경주여행기!

매해 봄과 가을 두 차례 전국에서 정토회 불교대학 학생들이 경주로 모입니다. 바로, 지도법사님과 함께 하는 경주남산순례를 위해서지요. 그동안 제주에서도 꾸준히 참석해 왔는데, 이번에는 다섯 도반이 함께했습니다. 제주의 불교대학생들의 설레는‘경주남산순례길’을 순례에 동참한 이경임님의 글로 소개합니다.

스님 뵈러 경주 남산순례에 가보자!

지도법사님의 법문은 많은 이들에게 행복의 길을 안내해 주는 등불이기도 하고, 힘들 때는 큰 위로가 된다. 스님을 알게 된 후 수소문하여 정토회 가을불교대학에 들어오게 됐다. 불교대학의 1년 스케줄을 보고 ‘경주남산순례’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10월 8일 아침, 공항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시는 택시 기사님께 ‘경주’에 간다고 했더니 "지진 때문에 겁나지 않습니까?"라고 되물으셨다. 나는 태연하게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도 있는데요. 마냥 두렵다고 안 가면 되겠습니까?"하고 대답했다. 기사님은 웃으시며 "마음이 크시네요" 하셨다.

경주에 함께 가기로 한 도반을 만나 10시 30분 비행기로 출발, 김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40분을 기다려 경주 행 버스를 1시간 정도 더 탔다. 드디어 오후 2시쯤 경주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경주여행! 불국사, 첨성대, 안압지를 둘러보다.

경주 버스터미널 앞 관광 안내센터에서 자세히 안내를 받고 터미널 바로 맞은편에서 불국사 행 버스에 올랐다. 지도를 보니 불국사와 석굴암, 첨성대와 안압지가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버스로 이동하기 편리했다. 오랜만에 타는 버스는 차체가 높아서 경주 시내가 훤히 내다보였다. 여행하는 기분이 났다. 들판엔 노랗게 벼가 무르익어 풍경이 아름다웠고, 건물의 지붕은 기와로 되어있어 고풍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특히 산으로 둘러싸인 경주의 맑은 공기는 매우 상쾌했다.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가랑비여서 이동하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 며칠 전 태풍 ‘차마’가 지나가면서 지붕 기와가 많이 떨어진 집들이 있었다. 나중에 들으니 경주 시내에 기와 떨어진 집이 너무 많아 언제 복구될지 모른다고 했다.

불국사 입구에 도착하니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점심으로 산채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식당 주인은 지진으로 인해 손님이 뚝 끊겼다고 한숨을 쉬면서도 다니면서 먹으라고 누룽지를 한 봉지 싸 주셨다. 제주에서 온 손님이라고 자상하게 챙겨주신 친절한 마음씨에 따뜻함이 느껴졌고, 싸늘한 거리에 다시 관광객이 모여들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은 걸리겠구나 싶었다.

불국사에 들어서니 여행객들이 제법 있었다. 26년 전 신혼 때 이후 처음이어서 기분이 새로웠다. 맨 먼저 부처님 앞에 가서 절을 하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출입금지라고 되어있는 곳은 부처님이 지상에서 다른 세계로 가는 다리라고 하여 계단과 계단이 연결된 곳이었다. 많은 사람이 이 계단을 지나가야지 부처님과 같은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많이 닳아서 지금은 출입금지를 한 것 같았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첨성대의 야경. 불국사의 청운교, 자하문 계단. 홍예문의 무지개 모양은 백운교와 청운교를 연결해준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첨성대의 야경. 불국사의 청운교, 자하문 계단. 홍예문의 무지개 모양은 백운교와 청운교를 연결해준다.

불국사를 돌아본 후 버스를 타고 숙소인 경주법당으로 갔다. 그곳은 성동시장 내에 있어서 먹거리가 많았다. 우리는 남산 순례에 가져갈 고구랑, 바나나, 사과 등을 사서 숙소로 들어갔다. 짐을 풀고 제주에서 오기로 한 나머지 세 명의 도반을 기다리다 시간이 맞지 않아 둘이서 첨성대를 가기로 했다.

경주법당은 경주역과도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마침 그 날이 신라문화제 행사가 있어 교통이 통제되고 있었다. 저녁 7시쯤, 날이 흐려서였는지 어두웠고, 우리는 걸으며 물어물어 찾아서 첨성대의 야경을 구경했다. 첨성대 주변 대지는 탁 트여서 보기에도 시원시원했다. 산책하면서 보기에 멋있다고 소문난 안압지에 들어갔는데, 볼만한 장소마다 색깔별로 전구를 달아 놓아서 야경이 무척 아름다웠다. 우리가 안압지 주변을 돌고 저녁 관광을 하는 동안 나중에 출발했던 제주도 도반들도 경주법당에 도착해서 저녁 9시가 되어서야 모두가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통일전에서 아침을 맞이하며

이른 아침에 서둘러 잠자리를 정리하고 성동시장 입구에서 택시를 타고 7분가량 달려 통일전에 도착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썰렁했는데 6시 20분쯤 되자 전국에서 도반들을 태운 대형버스가 도착했다. 나는 제주에서 안내 받았던 대로 김성현님을 찾아 수신기를 받아 일행과 같이 귀에 꽂고 입재식에 참석했다. 남산을 오르기 전 평지에 신라시대의 돌탑이 세 개 있었는데, 탑 모양이 같아 보이지만 기둥을 보면 모두 다르다고 유수스님께서 알려주셨다.

 입재식과 함께 맞이한 일출과 아침 해를 맞고 있는 탑의 모습
▲ 입재식과 함께 맞이한 일출과 아침 해를 맞고 있는 탑의 모습

입재식이 끝나고 드디어 남산을 향해 걸었다. 순례에 참여한 인원이 2,170명이라고 들었는데 그 중에 서울제주팀은 300여 명 정도였다. 우리 팀은 남산의 많은 골짜기 중에서 청불암 코스를 올랐다. 주말이면 제주의 ‘오름’에 오르던 체력이 있어서인지 힘들지 않았고, 걷다보니 남산 입구였다. 산길이 돌과 바위로 이루어져서 제주의 오름과는 아주 달랐다. 돌길을 밟으며 오르는 길에 유수스님으로부터 신라 역사 이야기도 들었다. 청불암에 있는 절이 원효대사께서 머무르시던 절이고, 정토회 지도법사이신 법륜스님이 출가하신 곳이라고도 해서 친근하게 느껴졌다.

1시간가량 돌길과 가파른 길을 오르니 드디어 청불암이 보였다. 순례 일행은 거기에 앉아 불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법륜스님께서 출가하셨다는 법당은 아주 작고 소박해 보였다. 20분가량 앉아 있다가 다시 비탈진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오르다 보니 산 정상 능선에 이르렀다. 거기서 바라본 경주시의 경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멋졌다. 이런 것을 보고 사람들이 ‘한 폭의 그림’이라고 말하는구나! 지금도 그 풍광이 눈에 선하다. 그곳에 잠깐 앉아 바나나를 먹고 허기를 달랜 뒤 다시 발걸음을 옮겨 10분 정도 걷다가 넓고 고른 풀밭에 다다랐는데, 그곳에는 머리가 없는 부처님 불상이 있었다. 다시 능선을 따라 걷는데 저 멀리 다른 팀들이 절을 향해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는 도반들의 모습. 제주 오름과 달라서 이색적이었던 길
▲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는 도반들의 모습. 제주 오름과 달라서 이색적이었던 길

산에서 내려오는 도중 산속에 넓은 공간이 숨어 있었는데, 그곳에서 전국의 도반이 모두 다섯팀으로 나뉘어 앉았다. 2천 명이 넘는 인파 속에 우리 제주 도반들도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았다. 그때 한 도반이 "법륜스님 저 가운데에 계시네!"할 때 그쪽을 보니 중심부분 무대에 스님께서 서 계시면서 "자리잡고 앉으세요"라고 하시며 함께할 준비를 하고 계셨다. 나는 스님을 가까이 뵙고 싶어서 고개를 길게 내밀어 스님을 보려고 애를 써보기도 했다. 식사하면서 법륜스님과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 전에 비가 내려서 인지 기온이 내려간 상태라 해가 지면 추울 수 있을 정도의 날씨였다.

스님과 사진 찍고 싶어요!, 즐거운 장기자랑.

스님은 순례에 참여한 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장기자랑 시간을 마련하셨다. 첫 번째 가수를 자칭하신 분은 여성분으로 팝송을 멋들어지게 불렀지만, 스님이 경상도 사투리고 "무신 소린지 알아듣질 못하겠다."하시면서 농담을 하시자 분위기는 한껏 올라갔다. 두 번째 출연자는 미국인이었다. 스님이 " 또 모리는(모르는) 소리로 노래할 것 아니야?"하시자, 그분은 능숙한 한국어로 "전 한국가요 부를 거예요."하여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됐다.

장기자랑을 하면 스님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특혜가 주어져 도반들은 앞다투어 노래를 불렀다. 스님께서는 "나랑 사진 찍으려고 부르지도 못하면서 나오지 말고, 신나게 놀 사람만 나와라."고 하여서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됐다. 스님은 다섯 명에게 즉문즉설도 해주시고 그에 따른 답변도 시원스레 해주시며 2시간 넘게 자리를 함께 해주셨다. 해가 지려고 하니 밑에 절에 가서 통일을 위한 기도를 하고 오늘 일정을 마친다고 말씀을 하셨다.

칠불암 처마 밑에서 잠시 휴식 중인 도반들. 왼쪽부터 고정선, 이경보, 심병국님.
▲ 칠불암 처마 밑에서 잠시 휴식 중인 도반들. 왼쪽부터 고정선, 이경보, 심병국님.

서둘러 돌아온 제주도

나는 스님과 악수하는 타임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때를 기다렸는데 그럴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다. 우리 제주 도반 다섯 명은 비행기 예약시간에 맞추어야 해서 시간을 보면서 같이 움직였다. 통일을 위한 기도를 하고 난 후, 우리는 서울팀과 맨 먼저 스님과 단체 사진을 찍고 비행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콜택시를 타고 경주법당에 들러 아침에 두고 왔던 짐을 챙겨서 시외버스터미널로 갔다. 터미널에서 20분 정도 기다리면서 경주의 명물 ‘황남빵’을 함께 시식한 다음, 시간에 맞추어 버스에 몸을 싣고 도반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는 공항 2층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7시 30분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너무 피곤해서 잠시 눈만 감았을 뿐인데 벌써 제주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또 만나요, 지도 법사님!

아~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법륜스님과 악수를 고대 했는데, 이뤄지지 않아 섭섭했다. 그래도 26년 만에 경주여행도 하고, 영상으로만 뵙던 스님과 함께해서 정말 뿌듯했다. 행복했던 경주에서의 이틀을 추억으로 담고 지금 나는 일상으로 돌아와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산 순례를 위해 경주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제주법당의 불교대학 담당자님과 총무님이 여행 며칠 전부터 필요한 부분을 미리 안내해주신 덕분이다. 언제가 또다시 법륜스님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불교대학 수업을 통해 매주 스님의 법문을 체계적으로 듣기 시작하면서 대중 속에서부터 한 발 자국 더 스님과 가까워진 가을불교대학 도반의 설레는 마음을 잘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진으로 전국의 관광객들이 경주로 향했던 발길을 돌리고, 지진피해로 삶의 터전이 망가진 지역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만 가는 중인데도 ‘그 곳(경주)에서 사는 사람도 있는 데요, 뭘!’ 하며 이 날 가벼운 마음으로 경주 남산 순례에 참석한 전국의 가을불교대학 도반 여러분,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글_이경임 (제주법당)
사진_심병국 (제주법당)
정리_김문정 희망리포터 (제주정토회 제주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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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덕

해외에서 경주까지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다시 가고픈 마음이 뭉게뭉게 올라오네요. 감사합니다

2016-11-10 17: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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