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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님은 올해 인도성지순례를 두 번째로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다녀왔는데 너무 좋아서 다시 신청했다고 하네요. 이번에는 차장 소임을 맡아서 사전에 준비할 것도 많았고, 인도에서 새벽에 이동할 때 불 꺼진 버스에서조차 쉬지 못할 정도로 챙길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글을 읽어 내려가며 '그래, 아무리 젊어도 그렇지. 이제 슬슬 성지순례에서 겪은 힘든 이야기가 나오겠구나!' 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저는 작년에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왔는데 너무 좋아서 올해 다시 신청했습니다. 새해를 부처님의 성지에 가서 참배를 드리며 시작하기로 다짐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4호차 차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청년특별지부 소임과 성지순례 차장 소임을 이중으로 맡아 연말연시를 아주 알차게 보냈습니다. 사전 준비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성지순례에 필요한 실무를 하나씩 챙겼습니다. 총괄에서 공유하는 공지를 다듬어 조장님들에게 전달하고, 참가자들의 교육은 어떻게 진행할지 4호차 인솔 법사인 향화 법사님과 의논하고, 차·조장 회의에서 무엇을 사전에 챙겨야할지 체크하는 등 준비 과정이 재밌었습니다. 바쁘게 준비하는 가운데 순례 출발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인도로 가는 날이 밝았습니다. 도반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속속 공항에 모였습니다. 도반들이 서로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씨익 웃었습니다. 어색함이 풀리는 건 시간문제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4호차에는 청년 3개 조와 지역지부 1개 조가 타고 이동했으며, 모두 바라나시 사르나트 중국 절에 잘 도착했습니다.
작년 순례 때 차장 소임을 맡았던 도반이 차장은 잠을 거의 못 잔다고 하여 내심 걱정하였습니다. 새벽에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는 버스 불을 끄고 잡니다. 하지만 제 옆자리에 앉은 향화 법사님은 주무시지 않고 어둠 속에서 계속 자료를 보시기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료를 보다가 한 번씩 “상원 법우님~” 하고 부르셔서 저도 거의 잠을 못 잤습니다. 법사님과 저는 불 꺼진 버스 안에서 서로 얘기 나누며 순례 일정을 체크하고, 구글 지도를 보며 버스 동선을 지속적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행사 중 법문 시간에 많~이 잤습니다. 맨 앞에 앉은 법사님들이 왜 자꾸 조는지 그제야 조금 이해됐습니다.
작년보다 올해 순례가 더욱 재밌었습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소임 덕분이었습니다. 차장 소임은 매 순간에 깨어있어야 합니다. 옆에서 법사님이 뭔가 얘기하시면 내용을 파악하고 공지를 정리하고, 말씀하신 내용을 해당하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등 매사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순례 기간 내내 바쁘기는 하지만 지루할 틈이 없고 제가 작으나마 쓰인다는 사실이 뿌듯했습니다. 소임이 복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에 가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축하 공연을 펼쳤는데 춤을 너무 잘 췄습니다. 어느 남자 도반이 그 모습을 보고 감동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옆에서 “에~~ 운대요~”라고 놀렸지만, 사실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학교를 세우지 않았다면 이 아이들이 교육받고 춤을 추고 봉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수자타 아카데미를 꾸려가는 JTS가 정말 고마웠습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1월 17일 바이샬리 일정 중에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많이 슬펐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심란했지만 인도에 계속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음 날 라마바르총에서 천도재를 지내는 시간이 있었는데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천도 의식을 지내니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향화 법사님, 법일 법사님, 도반님들이 제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기도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참 고맙고 위로가 되었습니다. 할머니를 비롯하여 조상님들, 수많은 영가님들의 극락왕생을 다시 한번 발원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지는 시라바스티 기원정사입니다. 부처님께서 가장 오래 안거하시며 가르치신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평화로운 성지에서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경전을 대중들과 함께 독송하니 기분이 참 좋았고, 2600년 전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시던 장면을 상상하니 마음이 크게 울렸습니다.
이번 순례에서 좋았던 점은 향화 법사님, 법일 법사님, 조장님들과 함께 마음을 맞춰 순례를 순조롭게 진행한 것입니다. 향화 법사님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료를 살펴보며 참가자들에게 좋은 안내를 해주셨고, 도반들의 건강 상태를 세심하게 살펴주셨습니다. 법일 법사님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시고 혹시나 뒤처지는 사람들이 없는지 후미 사람들을 잘 챙겨주셨습니다.
1조 조장 김경서 님은 조 운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조원들을 잘 살펴주셨고, 너무 징징거려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전 괜찮았습니다. 2조 조장 류지민 님은 순례 내내 웃고 다녀 도반들에게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2조 분위기가 좋았던 건 조장님 덕분입니다. 3조 조장 이윤슬 님은 잠만 잘 재워주면 어떤 소임이든 괜찮다고 했는데, 이번 성지순례에서도 틈틈이 잠을 잘 자서 조장 소임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조장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3조 조원들에게 잘 전해졌습니다. 4조 조장 이선자 님은 사전 준비 및 안내를 꼼꼼하게 잘해주신 데다 보살님들의 많은 의견 속에서도 중심을 잡으시고 끝까지 조장 역할을 잘 수행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각 조 내 역할 담당자분들, 차량 내 소임 담당자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잘 챙겨주신 덕분에 성지순례를 원만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도반님들 한 분 한 분이 전체 순례 일정을 잘 따라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길거리 상점에서 파는 음식에 사로잡혀 무리에서 이탈하거나 아무 말 없이 사라지거나 하는 등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건 모두 순례자의 마음으로 일정에 잘 따라준 덕분입니다.
이번 성지순례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스님 법문 시간에 조느라 집중해서 못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게 주어진 소임을 나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소임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분들의 노고 속에서 성지순례가 이뤄지는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장 진행팀 담당 여광 법사님은 뛰어다니며 안내를 해주시고, 향존 법사님은 순례자가 때와 장소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하면 질서를 바로잡아주셨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현장 진행팀 담당자들이 계속 송수신기로 소통하며 순례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애쓰는 걸 보면서 ‘이분들이야말로 부처님의 모습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끝으로 4호차 드라이브지(기사님)가 밥 먹듯이 제게 했던 말을 공유하며 글을 마칩니다.
“You are happy, I am happy. We are all family.”
글_이상원(청년특별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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