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5월 21일 토요일 늦봄, 완연한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은 대지를 맑은 햇살이 비추는 따뜻한 봄 날, 언양법당 불교대 학생들과 경전반 학생들이 두북 봉사를 갔습니다. 언양에서 두북수련원은 거리상 가깝고 지역도 같은 울주군이라 자주 가본다는 것이 잘 안되었는데 이번 기회에 도반들과 봉사의 뜻을 모아 가보게 되었습니다.
막상 가려니 마장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조금 힘든 점도이었지만 씩씩하게 가니 화광법사님이 환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긴장이 풀렸습니다. 간단히 수련원 소개를 받고 나서 두 조로 나누어 한 조는 내와리에 계시는 어르신 가정방문 봉사, 또 한 조는 수련원 내에 있는 밭일 봉사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가정방문 봉사는 문영진 님, 송미령 님 그리고 울산 옥교법당에서 오신 봉사자와 함께 집 안 청소와 빨래 봉사를 다녀왔고, 하수화 님, 김윤진 님과 저 세 사람은 고춧대 세우기, 고구마 심기를 진행했습니다. 법당에서 가끔 얼굴만 보다가 이렇게 봉사를 같이하니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도반의 모습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도반과 함께 봉사하면서 같은 길을 간다는 것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다들 갈 때는 봉사라고 가는데 올 때는 한가득 무엇인가를 담아 왔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나누기로 내용을 담았습니다.
하수화 님
"일과 수행의 통일'을 강조하는 정토회 수행 관점에도 맞고, 경전반 수업의 연장이기도 해서 봉사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 나이(70대 중반)에도 젊은 도반들과 어울려 공부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좋은데 이렇게 같이 봉사를 한다는 것이 좋아 힘든 줄 모르고 했습니다. 젊은 도반들이 모두 바쁜 가운데 짬을 내서 같이 봉사를 하니 보기 좋고 뿌듯합니다. 나도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는데 두북에서는 여기 방식으로 법사님의 안내에 따라 배워가며 웃어가며 일을 하니 일인지 놀이인지 재미도 있고 시간도 금방 갔습니다. 점심 공양 후 법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젊은 도반들이 봉사하는 것만큼 내가 못 해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했는데 일은 좀 힘들어도 보람된 하루였습니다."
하수화 님은 일흔이 넘는 나이에 병마와 싸우는 와중에도 부처님에 대한 남다른 일념으로 공부와 봉사에 임하시는 분입니다.
문영진 님
"정토회와 인연 맺었으니 수련원 봉사는 꼭 하고 싶었지요. 집 텃밭에 옥수수 모종 심기로 했는데 또 미뤘네요. 불교대 동기들과 같이하고 싶었고요. 막상 두북에 가서는 수련원 일 도와주시는 거사님 댁 치우는 일감을 맡게 됐어요. 사실은, 고추묘 비료 넣기 고추 줄 매는 법을 배울 겸 밭일을 하고 싶었는데 아쉬웠습니다. 집안일은 치워도 끝이 없고 해도 그다지 표가 나지 않으나 현장에 가니 잘 왔구나 했습니다. 지난 겨울 옷부터 빨랫감이 쌓여 있었고 부엌이며 화장실, 방, 마당 등 손이 가야 할 곳이 많아 필요로 하는 곳에 잘 쓰이게 되어 참 다행이었답니다. 시골에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아 일손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 것 같아요. 언양법당에서도 정토회 내부 봉사 말고도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보면 어떨까 했어요. 거사님은 남의 도움을 받는 걸 민망하다면서도 누군가 찾아와 주는 게 좋으셨는지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인지 거사님을 혼자 두고 돌아오는 발길이 가볍지가 않더군요. 수련원 돌아와서는 화광법사님과 나누기를 꽤 오래 했어요. 봉사자들에게 일과 하나 되는 수행을 강조하셨는데 꼭 새겨들어야 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텃밭 농사꾼입니다만 밭일할 때는 잡념이 거의 없거든요. 괴로운 일이 있을 때도 밭에 나가 일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몰라요. 일과 하나 되는 수행으로 농사만 한 게 있을까요?
봉사를 통해 느낀 것 첫 번째, 혼자서는 쉽게 못 하는 일도 도반들과 함께하니 가볍게 해졌어요. 두 번째, 작은 일이지만 정성껏 실천해보니 결국 내 공부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일을 하면서 일어나는 분별심을 지켜보고 내 업식을 업그레이드하려 노력하게 되더군요. 지속적해서 제대로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봉사자들 뒤치다꺼리도 만만찮을 것 같던데요. 다음에는 도시락을 가져가서 수련원에 부담 주지 않았으면 어떨까 해요. 맛있게 점심 준비해 주시고 오랜 시간 얘기 들어주며 몇몇 봉사자들에게 개별적으로 기도 숙제 주신 법사님께 감사합니다."
송미령 님
"두북수련원? 가끔 지나치며 여기는 뭘 하는 곳일까 했던 곳이 이곳이어서 반갑기도 하고 무심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정방문 봉사와 고구마 심기를 했는데 봉사라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와서 도리어 봉사를 받은 셈이었습니다. 농산물을 살 때마다 비싸다 싶었는데 고구마를 직접 심어보니 그 수고가 돈으로는 따질 수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가정 봉사 간 곳의 어르신께서는 무엇이라도 주고 싶어 하시는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봉사를 했다기 보다 베풂을 더 많이 받아 마음이 따뜻한 하루였습니다."
김윤진 님
"두북 수련원 봉사는 봉사라기보단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고, 얻어온 매우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고구마를 심을 땐 땅 파서 모종을 넣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고구마가 결실을 맺어 나에게 오기까지 많은 손길이 필요하구나,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편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에 만물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고구마 모종이 삐뚤게 심어져도 그냥 깊게 심어진 것에 만족했어요. 서툴러 작업 속도가 느렸지만 초조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처음 해 보는 농사일에 뭐라 말할 수 없는 행복이 집에 돌아와서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나의 모자람도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법사님과 봉사자들과 함께 경험담을 나누며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모두가 나에게 주어진 복이구나 싶어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정진익 님
"처음에는 ‘뭐 이렇게 가는 사람이 없어’라는 실망에다 제 농장 일도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가자고 하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래도 두북은 언양법당에서 가깝고 두북 봉사에 대해 좋은 말을 많이 들어와서 인지 꼭 도반들과 같이 가보고 싶었기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꽃들이 만발한 두북 교정의 밭들이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농사일이야 익숙하여 특별할 건 없었지만, 도반들과 함께 하는 일은 달랐습니다. 성불을 향해가는 도반들이라 일이 곧 수행이 되었습니다. 도반들과 일과 수행의 통일을 함께 경험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 이었습니다. 산속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서도 수행할 수 있는 정토회가 좋다는 법사님 말씀도 가슴에 새기며, 그 덤으로 법사님이 수행방향을 잡아주신 건 보너스였습니다. 감사합니다.이 세상이 연기로 이어져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봉사하다 보면, 조금은 내가 희생한다는 느낌이 있는데 막상 해보면 이구동성으로 ‘오기를 잘 했다.’ 합니다.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 네가 둘이 아님을 알고, 도와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 아니요, 도움은 받는 것이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봉사를 통해서 배우는 것 같습니다.
두북수련원 봉사는 법당에서의 봉사와는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야외에서 땀 흘리며 농사일을 하다보면 오히려 망상을 지우고, 일에 집중하고, 나를 살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도반들과 같이 호흡하며 진정한 도반이 되는 시간이어서 좋았습니다. 나무그늘 밑에서 나누기하는 것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글_정진익 희망리포터(언양법당)
편집_이혜진(부산울산지부)
전체댓글 1
전체 댓글 보기정토행자의 하루 ‘언양법당’의 다른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