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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차 인도성지순례 B팀 4호차 2조의 해결사 도태숙 님은 봄불교대학생입니다. 인도로 출발하는 날 빨간 바지에 빨간 모자를 쓰고 난 그녀는 정열 그 자체인 분입니다. 순례 기간 우리 조원들이 함께 먹을 간식 한 보따리와 찹쌀 10㎏(10인분)을 도맡아 준비해 오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순례하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밥 당번 소임을 혼자 해보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날그날 일정 마치고 나누기할 때, “모든 분별심은 다 내 업식이 짓는 상일뿐입니다”라고 3창 했습니다. 숙연해졌습니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잠자러 갈 때, 태숙 님은 밥솥 스위치를 눌러놓고 자리에 눕자마자 코를 골았습니다. 일정의 대부분 새벽 3시 반이면 일어나 자신의 짐 싸기도 바쁜데, 조원들이 먹을 밥과 반찬 통 챙기느라 곱절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걷거나 차로 이동하다가 돗자리 깔고 둘러앉아 열 명이서 밥 먹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먹기에 바쁠 때, 태숙 님은 엄마처럼 조원들 밥 퍼주고 자신은 맨 나중에 먹었습니다. 늘 활기차고 웃음이 떠나지 않아서, 태숙 님은 원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면 우리는 각자 자기들 짐 풀고 씻기에 바빴습니다. 태숙 님은 낮에 먹은 반찬 그릇 설거지하면서 쌀을 씻었던 것입니다. 방을 따로 쓰다보니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해서 도와줄 생각 못 했다가 며칠 지난 뒤에 알게 되었고 설거지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소임을 나누었기에 당연히 설거지 당번인 분이 자기 소임을 하리라 믿었습니다. 무엇보다 태숙 님이 불평하지 않고 즐겁게 해냈기 때문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달리는 버스 안에서 그동안 일어난 마음을 내놓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아무도 “저에게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칭찬 한마디 하지 않아서 서운했습니다. 분별심이 올라올 때마다 나는 수행자다, 분별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본다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당연하게 얻어먹고 희희낙락 즐거워했습니다. 본인이 좋아서 저렇게 열심히 봉사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사람 마음은 다 똑같구나 하면서 도반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점이 부끄러웠습니다. 다행히도 딱 반절 남은 기간 동안 설거지를 해주었습니다. 내 마음이 그렇게 가볍고 행복했습니다. “수고한다. 고맙다. 보살님이 우리 조의 꽃이다.”고 말해줄 때 도반님의 얼굴은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버스 타고 장거리 이동하는 동안 태숙 님이 앞으로 나가 몸 푸는 스트레칭과 여러 가지 박수와 폭탄 웃음 웃기 등을 지도해 주어 4호차 도반들 모두 박장대소했습니다. 덕분에 개운한 컨디션을 유지했습니다. 처음 시작은 방콕 공항에서, 그다음은 바이샬리의 풀밭에서 잠시 짬을 내어 국민체조를 지도해 주었는데, 그런 모습을 보았던 다른 조원들이 몸 좀 풀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던 겁니다. 인기가 좋았습니다.
천축선원에서 자고 기원정사까지 걸어간 날 저는 모자를 숙소에 빠뜨리고 갔습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너무 괴로웠습니다. 태숙 님이 자기 모자를 저에게 씌워주고 자신은 손수건 두 개로 얼굴을 위아래 가리고 선글라스를 꼈습니다. 꼭 IS 같았습니다. 저는 미안해서 어쩔 바를 모르고 태숙 님은 IS 복면을 즐겼습니다.
호텔에서 자고 나온 날은 버스 안에서 짜이를 만들어서 조원들을 먹였습니다. 호텔 방에 놓아 둔 홍차, 가루우유 티백을 알뜰하게 챙겨가지고 왔던 것입니다. 델리 공항에서 3시간 기다리는 동안엔 커피 파는 가게에 가서 살살 녹이는 웃음으로 뜨거운 물을 얻어다가 짜이를 만들었습니다. 영어는 못하지만 상냥한 웃음이 사람 마음을 통하게 하는 만능 언어였습니다.
태숙 님의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은 달리는 차 안에서 공부하는 모습입니다. 8대 성지에 대해 복습하며 모르는 것은 자꾸 물어보고 수첩에 기록하는 모습이야말로 부처님의 참다운 제자다웠습니다.
이번 성지순례에서 도태숙 님을 보며 내 이기심의 울타리를 잠시라도 깨부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내 일입니다. 저것은 너의 일인데, 왜 너는 너의 일도 안 하느냐? 하면서 분별심 내던 마음의 감옥이 허물어지니 가볍고 자유로웠습니다. 도반이 스승임을 깨달았습니다.
글_이기자 희망리포터 (대전정토회 대전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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