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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답사하기 위해 오전 8시 50분에 두북수련원을 출발했습니다.

매년 봄가을, 두북수련원 인근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들이를 가는데, 올해는 포항 오어사와 보경사를 다녀오면 어떨까 싶어 산책 삼아 길을 나섰습니다.
차로 50분을 달려 오전 9시 40분에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오어사에 도착했습니다. 오어사는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천년 고찰입니다. 호수에 접한 절이라 경치가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대형 버스가 들어올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입구에서 대웅전까지 어르신들을 어떻게 안내할지 경내를 찬찬히 살펴본 뒤 일주문을 나왔습니다.

사찰 주변에는 수양버들 가지마다 새잎이 연둣빛으로 돋아나 있었습니다.
“수양버들이 폈어요. 봄이 왔네요.”

답사를 마친 후 구 경주역으로 향했습니다. 한국 사찰림 연구의 산증인이자 한·중 불교문화 교류에 앞장서 온 종수 스님이 요즘 불국사에 머물고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약속을 잡아두었습니다. 경주역 앞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차를 마시며 중국불교협회의 현황, 동북아역사기행 당시의 어려움 등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종수 스님을 배웅한 뒤 두북수련원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봄을 맞아 농사팀 행자님들이 밭에 퇴비를 뿌리고 있었습니다.

농사팀 팀장에게 올해 농사 계획을 보고받은 후 농장 곳곳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오후 5시 20분, 다시 차에 올라 양지마을 일대를 살펴보았습니다. 골짜기 특성상 하천 북쪽에 햇볕이 더 잘 드는 지형이라 추모 공원을 조성하기에 적합해 보였습니다. 알맞은 부지가 있을지 둘러본 후 두북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한 후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4,400여 명이 동시 접속한 가운데 스님을 소개하는 영상이 끝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스님은 이른 봄 울산 두북수련원의 풍경을 전하며, 자연의 순환처럼 인생을 크게 바라보면 우리의 고뇌와 괴로움도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지금 두북수련원에 내려와 있습니다. 날씨는 아직 쌀쌀하고, 내일 아침에는 영하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복수초는 노란 꽃을 피우고, 홍매화는 활짝 폈습니다. 담장 아래로는 상사화 등 여러 새싹도 돋아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르신 봄나들이 장소를 답사하기 위해 포항 오어사를 잠깐 다녀왔는데, 수양버들잎이 벌써 파랗게 돋아 있었습니다. 날씨는 춥고 얼음도 아직 남아 있지만, 이렇게 봄소식이 눈에 띄는 계절입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지요?
인생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어려움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럴 때면 마음속에 '제발 아무 일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예로부터 선조들의 기도도 대부분 사고가 없기를 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태풍이 불기도 하고 폭설이 내리기도 하며, 강추위가 오기도 하고 무더위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사람은 태어나기도 하고 죽기도 하며, 크고 작은 사고도 일어납니다. 그러니 인생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 발짝 물러서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봄이 되면 새싹이 돋고, 여름에는 무성해지고, 가을이 되면 잎이 떨어집니다.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오면 또 새싹이 돋습니다. 큰 홍수나 가뭄이 10년, 100년에 한 번씩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일은 늘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모든 생명도 마찬가지입니다. 태어나서 자라고, 늙고, 죽습니다. 나이 들어 죽기도 하고, 병들어 죽기도 하며, 사고로 죽기도 합니다. 크게 보면 이런 일들은 세상의 한 현상일 뿐입니다. 파도 하나하나는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다 전체로 보면 물이 그냥 출렁거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크게 보면, 우리 인생에서 과연 괴로워하고 슬퍼할 만한 일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요즘 나이가 드니 이곳저곳이 고장 납니다. 이곳을 치료하면 또 다른 곳이 고장 나고, 그것을 고치면 또 다른 곳이 고장 납니다. 낡은 차가 수리소에 다녀온 지 며칠도 안 되어, 또 고장 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폐차 수순을 밟을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주변에서 ‘조금 더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 합니다’ 하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의 애정은 충분히 압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적절한 시기에 정리하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 인생을 크게 보면 전전긍긍하고 고뇌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지금 세계를 보면, 더 많이 갖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폭탄을 떨어뜨리고 남을 짓밟고 죽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자신이 옳다는 이유, 힘이 있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고통을 줍니다. 그렇게까지 하며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조금 더 넓게 볼 수 있다면, 우리 스스로의 고뇌도 줄일 수 있고,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네 명이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약 한 시간 동안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그중 한 명은 자신에게 공격적으로 말하는 사람과 다시 같은 조가 된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상대를 대해야 할지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한 뒤 일을 하다가 다른 공부를 하고 싶어 다시 대학에 들어왔고, 지금은 4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도 저에게 공격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 피해 다녔지만, 학교 실습 인원 조정으로 같은 반이 되었고, 같은 조까지 되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긴밀하게 소통해야 하는 조별 활동이 시작되어 걱정이 큽니다. 최근 ‘깨달음의 장’에서 배운 내용을 떠올리며 좋게 생각해 보려 하지만, 아직은 너무 어렵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지내면 좋을까요?”
“우리의 마음은 그 사람이 살아온 습관, 즉 '카르마(Karma)'에 따라 어떤 것은 좋아하고 어떤 것은 싫어하는 분별을 일으킵니다. 그 사람은 질문자의 카르마에서 싫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싫은 마음이 생기면 만나지 않으려 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따라가서라도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좋은 관계로 지내던 사람과 헤어지게 되는 조건이 되면 괴로움이 생깁니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가졌는데 헤어지게 될 때, 이것을 '애별리고(愛別離苦)'라고 합니다. 즉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만나는 인연에서는 고통이 일어나지 않지만, 헤어지는 인연에서는 고통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싫어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는 어떨까요? 헤어지는 조건에서는 고통이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속이 시원합니다. 그러나 싫어하는 사람과 만나게 되면 괴로움이 생깁니다. 이것을 '원증회고(怨憎會苦)'라고 합니다. 즉 미워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고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는 헤어질 때 괴로움이 생기고, 싫어하는 사람과는 만날 때 괴로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어떤 사물이든, 어떤 사람이든, 어떤 일이든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합니다. 이것은 좋아하고 저것은 싫어하기도 합니다. 어떤 일은 하고자 하는 대로 되기도 하고, 어떤 일은 잘 안되기도 합니다. 만나기 싫은데 만나게 되기도 하고, 만나고 싶은데 헤어지게 되기도 합니다.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헤어지고 싶을 때 헤어지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만나고 싶은데 헤어지게 되거나, 헤어지고 싶은데 계속 만나게 될 때, 괴로움이 생겨납니다.
인생의 인연을 수학의 '경우의 수'로 보면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만나고 싶을 때 만나는 인연, 헤어지고 싶을 때 헤어지는 인연, 이 두 가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두 가지는 괴로움을 낳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해결할 수 있다면, 괴로울 일 없이 살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데 헤어지게 되어도 기꺼이 헤어질 줄 알고, 싫어하는데 만나게 되어도 기꺼이 만날 줄 알면, 괴로움에서 벗어나 언제나 자유롭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무슨 일을 하든, 어디를 가든, 무엇을 먹든 아무런 걸림이 없어집니다.
지금 질문자에게는 괴로움이 생기는 두 가지 과제 중 하나를 극복할 기회가 주어진 겁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좋겠지요. 굳이 만나서 해결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계속 엮인다면, 싫어하는 사람과도 함께할 수 있는 경험을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세상살이에서 아주 좋은 경험을 하나 하게 되는 겁니다. 직장에서 싫은 사람을 만나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하거나, 먹기 싫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괴롭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지금 질문자의 상황은 과제를 풀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이것만 극복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괴롭지 않을 경험 하나를 쌓게 되는 것이니, 적극적으로 한번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피하려고 해봤는데 안 피해지니까 그걸 붙들고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인생 과제로 삼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번 문제만 잘 풀면 내 인생에서 보다 큰 자유를 얻을 수 있겠다.' 하는 목표를 세워 보세요. 두 번, 세 번 도망가 봤는데도 묘하게 자꾸 엮인다면, 이것을 내 인생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삼아 보는 겁니다. 옛날에 전쟁할 때도, 도망가는데 적이 계속 따라오면 어느 적절한 위치에서 뒤돌아서서 반격하잖아요. 그것처럼 '이 문제를 한번 해결해 보자' 하고, 그 사람과 같이 일도 하고, 대화도 해보고, 밥도 먹어 보는 겁니다. 무슨 일이 생기는지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관점을 가져보는 거예요. 마음을 바꿔서 대해 보니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네' 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나중에는 싫어하는 것에 덜 구애받게 됩니다. 질문자의 상황을 자신이 자유로워지는 하나의 수행 과제로 생각하고 기꺼이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금 더 여쭤봐도 될까요? 수행 과제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인생이 나에게 뭔가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 이 사람과 자꾸 엮이나 보다' 하고 생각은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제가 두 번이나 친절하게 대했는데도 계속 공격적으로 나옵니다. 다른 방법을 써도 그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 같아서 고민입니다. 예전처럼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답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미워하는 마음을 갖고 지내기에는 제 마음이 너무 불편합니다.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조금 어리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한두 번 친절하게 대하거나 조금 노력한다고 풀린다면, 과제라고 할 수 없겠지요. 백 가지 방법을 써도 안 풀려야 진짜 과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요행을 바라며 '조금만 어떻게 해보면 되지 않을까?' 하다가, 안 되면 '아이고, 이 사람은 정말 문제다.' 하고 생각하는 것은 인생이 저절로 풀리기를 바라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자유로워진다면 수행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과제로 삼는다는 것은 백 번을 해도 안 풀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걸 알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되어야 한다'라거나 '반드시 풀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런 방법, 저런 방법, 천 가지 방법을 써서 겨우 해결이 되었을 때, 비로소 '이런 사람과도 관계를 풀 수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아무리 싫은 사람을 만나도, 한번 해결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안 풀릴수록 '내 인생의 자유를 위한 수행 과제다.' 하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친절도 베풀어 보고, 몇 번 노력도 해봤는데 안 되더라' 한다면, 그건 과제가 아닙니다. 백 가지 방법을 써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 그냥 해보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될 것이다.' 하는 생각을 버리고, 안 되는 것 자체를 받아들여 보세요. 해결이 되는 것이 수행이 아닙니다. 해결이 안 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쯤 되면 그 사람이 똑같이 공격적으로 나와도 질문자는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자유입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즉문즉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되었습니다.
내일은 정토회 임원들이 모두 온라인 화상회의 방에 모인 가운데 하루 종일 합동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오전에는 합동회의 입재 법문을 한 후 통도사로 이동하여 법산 큰스님을 친견하고 차담을 나누고, 오후에는 합동회의 참석자들을 위해 즉문즉설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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