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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인도네시아 긴급구호 활동을 마치고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거쳐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입니다.
어제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공항을 출발한 스님은 밤 8시 35분, 중간 경유지인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출발 시간이 6시간이나 연기되면서, 스님은 공항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환승을 위해 탑승구로 향하는 길에는 푸드코트가 있었습니다. 빵으로 간단히 식사한 후 스님이 말했습니다.

“탑승구로 가는 길의 바닥에 카펫이 깔린 곳이 있던데, 거기서 자면 어떨까요?”
이에 박지나 JTS 대표님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습니다.
“카펫은 많이 더러워요. 차라리 여기 식당 의자에 누워 자는 게 낫겠습니다.”
6시간의 대기 시간이 길게 느껴지긴 했지만, 일단 식당 의자에 누워 잠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의자에 눕자마자 곧 깊은 잠에 들었습니다.

새벽 4시가 되자 모두 함께 탑승구로 이동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캐리어를 끌며, 스님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비행기가 제일 저렴하잖아요.”
새벽 4시 45분,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창밖으로 서서히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스님은 기내에서 잠시 쪽잠을 잔 뒤, 올해 연간 일정을 점검하며 업무를 보았습니다.

비행기는 6시간 20분을 비행한 끝에 낮 12시 5분, 인천공항에 착륙했습니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 기온은 영하 10도였습니다. 차가운 바람에 몸을 움츠리며 차에 올라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2시, 정토회관에 도착해 짐을 정리하고 여독을 풀었습니다. 스님은 목디스크로 인한 통증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깨 통증이 남아 있다고 했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업무를 이어가다, 저녁 6시에는 지난 10일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 답사를 함께했던 활동가들을 불러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그간의 노고를 격려했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인도성지순례에 필요한 물품을 챙긴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한 후 오후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달아 미팅을 하고, 정토회 상임 천일준비위원회, 세계명상포럼 준비위원회와 이후 계획에 대해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작년 10월 애틀랜타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해외에서 공부하다가 필리핀 사람을 만나 결혼했고, 남편이 전문가 비자로 미국 영주권을 받아서 미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기러기 가족’으로 생활할 생각이 없었는데, 코로나 시기에 영주권을 유지하려고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기러기 엄마가 되었습니다. 현재 남편은 미국에서 적절한 직업을 찾지 못해서 계속 마닐라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문제가 결국 제 욕심이나 눈높이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마닐라에 살 때는 필리핀 상류층에 속하는 생활을 했지만, 미국에서는 그 정도가 되지 않으니, 아이들을 키우는 데 생활 수준의 차이가 크게 느껴졌어요. 아이들을 외국인 학교에 보내자니 비용이 버겁고, 남편이 미국에 오기를 기다리다가 시민권까지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저희에게는 두 딸이 있는데, 아무래도 혼혈 아이들이기 때문에 필리핀이나 한국 국적보다는 미국 시민권을 가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시민권만 취득하면 남편이 있는 필리핀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미국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하고 기러기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아무리 좋은 아빠여도 여러모로 부족함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생계를 위해 안 하던 일을 해야 하다 보니 마음의 여유도 없어졌습니다.
마닐라로 돌아가면 몸은 편할 것 같지만, 아이들의 교육 등이 걱정되어 마음이 불편해질 것 같아서 고민이 됩니다. 기러기 가족이라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을지, 시민권을 받은 다음에는 아이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마닐라로 함께 가야 하는 것인지, 현실적인 문제들 속에서 욕심 많은 저 자신을 자책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시민권을 받기까지는 앞으로 1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는데, 그동안 제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지 스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에 관한 일이기 때문에, 제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 다만 저처럼 혼자 사는 사람은 애초에 혼자 살겠다는 생각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고, 결혼을 했다면 함께 살기 위해 한 것이 아닌가요? 따로 살기 위해 결혼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저는 결혼을 했다면 부부는 함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하고도 장기간 따로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이혼하고 각자 자유롭게 사는 편이 더 낫다고 봅니다. 부부가 떨어져 지내는 동안 성인으로서 여러 욕구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생기게 되고, 아내나 남편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된다면, 그것은 결국 분란의 씨앗이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정 기간 떨어져 지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간 별거가 불가피하다면, 일단 각자의 삶을 존중하며 이혼을 선택하고, 이후 다시 함께 살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면 재결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오히려 더 상식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을 했다면 함께 살아야 하고, 남편이 미국에 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질문자가 남편이 있는 필리핀으로 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질문자가 남편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문제는 그렇게까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질문자의 고민대로라면, 미국이 아닌 나라에서 사는 모든 아이들의 장래가 어둡다는 말이 되는데, 그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질문자가 필리핀으로 돌아가면 아이들도 함께 가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형편이 되면 외국인 학교에 보내면 되고, 여건이 안 되면 필리핀 학교에 다니면 됩니다. 이 문제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두 번째 선택으로는, 이미 질문자가 미국에 와 있고 아이들이 시민권을 취득하기까지 1년에서 1년 반 정도가 남아 있다면, 차선책으로 그 기간만큼은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아이들이 지금 몇 학년인가요?”
“2학년과 5학년입니다.”
“그렇다면 1년 뒤에 아이들이 시민권을 받으면, 아이들은 이곳에 살라고 하고, 질문자는 당연히 필리핀으로 돌아가야죠.”
“아이들이 아직 좀 어려서요.”
“아이들이 어리다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민권을 취득하게 되면 아이들에게 분명히 설명하세요. 영주권은 해외에 오래 나가 있으면 박탈될 수 있지만, 시민권은 그렇지 않지요. 그렇다면 필리핀으로 가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시민권을 바탕으로 미국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들만 미국에 남겨 둘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자취하며 살았습니다. 아이들이 어리다는 점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형편이 넉넉하지도 않은데 부부가 떨어져 살면서 아이들 유학까지 이어가려는 것은, 결국 모두 욕심에서 비롯된 선택입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저 역시 스님으로 살면서 결혼도 하고, 재산도 갖고, 모든 것을 다 누리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 삶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인생에서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결국에는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만약 제가 질문자의 입장이라면, 저는 지금 당장 마닐라로 돌아갈 것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부부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미 미국에 와 있고 시민권 취득까지 약 1년 정도가 남아 있다면, 그 기간만큼은 남편에게 양해를 구해 마무리한 뒤, 시민권을 받은 후에 아이들만 미국에 남길지, 아니면 아이들과 함께 마닐라로 갈지를 선택하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명쾌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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