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12.14. 제2-1차 천일결사 회향식, 국제지부 회원의 날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과 일하면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고 제1차 천일을 마무리하는 회향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지난 천일 동안 정토회 회원들은 수행을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하며 정진해 왔습니다. 오늘은 천일 동안의 수행을 마무리하는 뜻깊은 순간입니다.

스님은 천일결사 회향식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밤 12시 2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인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4시간을 비행기 좌석에 앉은 채로 쪽잠을 잔 후 오전 5시 30분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곧바로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이동하여 2차 만일결사, 제1차 천일결사 회향식에 참석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지하 대강당에는 400여 명의 대중이 자리했습니다. 타종, 예불, 반야심경을 하며 2차 만일결사, 제1차 천일결사 회향식을 힘차게 시작했습니다. 1부는 지난 9월에 시작한 제10차 백일기도 회향식을 하고, 2부는 제1차 천일결사 회향식을 했습니다.

국내외에서 7천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정토행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을 기뻐하며 큰 박수와 함께 입재식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먼저 10차 백일기도 회향식을 했습니다. 정토회 대표의 인사말에 이어서 청년특별지부에서 오늘 행사를 여는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익숙한 목탁소리 가득한 새벽 ♬

천일 정성 들인 하루하루 소복이 쌓이는 날

랜선 너머 들려오는 스님 목소리

날 위해 준비해 둔 것 같아 너무 감사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잖아

나를 깨어있게 하는 법문 있으면 돼 ♬

내 맘을 다 아나 봐 법문에서도

우리 마음에 평화 와!

잠시 청년들의 에너지를 듬뿍 느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지난 100일간의 발자취를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펼쳐진 많은 활동들이 15분의 영상 속에 담겼습니다.

다음은 지난 100일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해 온 두 사람의 수행 사례담을 들어 보았습니다. 먼저 국제지부 아시아태평양지회 크레이그 루이스 님의 수행 사례담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제 이름은 크레이그 루이스입니다. 저는 불교 전문 기자이자 정토회 수행자입니다. 처음에는 기자로서 정토회를 알게 되었지만, 이후 수행자로서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습니다. 정토회 정토불교대학(정토 담마 스쿨) 과정을 수강했고, 천일결사 수행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수행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 중 하나는, 모둠이나 공동체 안에서 제 마음 상태와 감정, 수행 과정에서의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는 일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큰 과제는 제 삶 속에 있는 어리석음과 망상, 부정적인 면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며 그것들과 함께 작업해 나가는 일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 수행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어려움들은 결국 수행을 통해, 그리고 정토회 도반들이 보여주는 열린 태도와 따뜻한 수용 속에서 조금씩 극복해 올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나누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공동체의 분위기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해마다 정토회가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앞으로도 이 흐름이 잘 이어져서, 정토회와 인연을 맺는 많은 분들이 그 가치와 정신을 이해하고, 또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공동체지부 부탄 파견 실무자 박시현 님의 수행 사례담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남의 눈에 비친 저는 화가 많고, 함께 화합하기 어려운 사람이었습니다. 업무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니, 저와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도반들에게 계속 시비를 걸었습니다. 그동안 ‘2년에 한 번은 집에 가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그때는 정말 필리핀과의 인연이 끝났다고 느꼈습니다. 공동체와 필리핀 정토회에 모두 인사를 하고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 유수 스님의 말씀에 따라 100일 정도를 더 정진하며 지냈습니다. 100일이 지날 즈음, 저는 그동안 수행의 관점을 놓치고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스님께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지금 네가 가장 공부하기 좋은 곳은 필리핀이다. 다시 필리핀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하루 정도 고민한 끝에 가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번에는 필리핀에서 저를 받지 않겠다는 답이 왔습니다. 그 사실이 또 큰 충격이었습니다. ‘나를 안 받아? 내가 거기서 어떻게 했는데?’라는 마음이 올라왔고, 또다시 정신을 못 차린 상태였습니다. ‘오죽했으면 안 받겠다고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제야 제가 했던 행동들을 조금씩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필리핀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다시 갔을 때는 정말 비장한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업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것은 아니어서, 예전 모습이 또다시 올라왔습니다. 그럼에도 그때 제가 세운 결심은 분명했습니다. ‘3년 동안 집에 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렇게 수행 과제대로 3년을 채웠고, 결과적으로 총 6년을 필리핀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고 모든 것이 잘못될 것 같다는 불안이 제 안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불안을 남에게 덮어 씌우며 화를 냈던 것이었음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는 부탄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의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나는 혼자 일하는 게 맞는 사람이다. 혼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진을 시작한 지 13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정토회 경험을 통해 이제야 수행이 무엇인지 제대로 시동이 걸린 것 같습니다.”

수행 사례담을 마친 뒤, 정토회 지도법사 지광 법륜스님을 모시고 제1차 천일결사 제10차 백일기도 회향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대중이 삼배의 예로 법을 청하자 스님은 지난 100일의 수행과 실천을 돌아보며, 정토회의 활동은 미래 사회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미리 연습하는 개척자의 실험임을 강조했습니다.

“앞에서 영상으로 보셨다시피 지난 100일 동안 정토행자들은 정말 많은 활동을 해 왔습니다. 첫째, 개인 수행에 힘썼고, 둘째, 정토불교대학, 경전대학, 행복학교 등 다양한 전법 활동을 펼쳤습니다. 셋째, 국내외에서 여러 사회적 실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정토행자들이 조금 과하게 일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천일결사에서는 회의 시간도 줄이고, 업무량도 다소 조정해 보려고 합니다. 앞서 수행 사례담에서도 나왔듯이 습관이라는 게 쉽게 고쳐지지 않지요. 나쁜 습관만 그런 게 아닙니다. ‘좋은 일을 더 많이 하고 싶다.’는 습관 역시 잘 안 고쳐집니다. 좋은 일은 할 수만 있다면 자꾸 더 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례들이 말해 주듯, 정토회원들은 작은 돈이라도 꾸준히 기부하고, 바쁜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어 실무를 맡아 주고 계십니다.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진행하고, 각종 실천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주고 계시지요. 이런 힘 덕분에 정토회는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고 유의미한 일들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정토회가 불교계 안에서 ‘괜찮은 단체’라는 평가를 받았다면, 요즘에는 불교라는 틀을 넘어 많은 종교인이 ‘정토회 활동이 가장 모범적인 종교 활동에 가깝다.’고 이야기합니다. 더 나아가 종교를 떠난 시민운동이나 NGO의 관점에서도 정토회는 ‘시민이 있는 시민 활동’, 그리고 ‘재정이 자립된 시민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민 단체는 참여하는 시민이 적고, 재정도 후원금이나 보조금에 크게 의존합니다. 반면 정토회는 회원 여러분이 직접 활동의 주체가 되고, 재정도 자립되어 있으며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한국 사회에서 정토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더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이유입니다.

작은 선의가 만드는 미래를 향한 발걸음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는 ‘미래를 위한 작은 씨앗이라도 뿌려 보자.’는 마음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크지는 않지만,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구호 활동 역시 단순히 돕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재정 부담은 적고 주민 만족도는 높으며,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지속 가능한 구호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흔히 좋은 일을 하려면 돈이나 건물 같은 기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활동은 뜻만 있다면, 그리고 뜻을 함께하는 사람만 있다면 가능한 방식입니다. 다만 지금은 이런 모델을 만들어 가는 초기 단계이다 보니 업무가 가중되는 어려움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것 역시 시행착오의 한 과정으로 보고, 여러분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을 지키면서 가정도 화목하게 돌보고, 세상에 유의미한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개선해 보려 합니다.

세상에 유의미한 일은 단지 한두 명의 영웅적인 활동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작은 선의를 가진 수많은 사람이 연결되어 만들어 내는 힘입니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연기법’이고,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으로는 ‘모자이크 붓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하는 일 대부분은 실험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은 규모가 크거나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기보다는, 여러 가능성을 시험해 가는 단계입니다. 이런 초기에는 개척자들이 힘들기 마련이에요. 여러분이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저에게 들려옵니다만, 스스로를 개척자라고 인식한다면 힘은 들어도 아우성은 조금 덜 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여러분은 분명 개척자입니다. 다만 그 사실을 자신이 아직 충분히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환경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자기주장이 강한 시대 속에서 어떻게 갈등을 극복할 것인지 등 여러 영역에서 앞서 연습해 나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먹을 것과 입을 것, 살 집을 마련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생산이 경제의 핵심이었고, 생산을 위해 노동자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계화와 자동화가 이루어지고, 인공지능까지 등장하면서 ‘사람이 없어서 생산을 못 한다.’라는 문제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오히려 오늘날의 문제는 생산할 사람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소비할 사람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경제를 움직이려면 누군가는 계속 물건을 사야 합니다. 이미 신발이나 옷이 있어도 또 사야 돌아가는 이 시스템이 과연 지속 가능할까요?

생산은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직장이 없어도 기본소득을 통해 최저 생계비를 제공하는 것도 사실 큰 어려움은 아닐 거예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일하지 않고 살아야 합니다. 언뜻 들으면 천국 같죠. 매달 300만 원씩 들어온다면 정말 행복할까요? 놀고먹는 삶이 여러분이 꿈꾸던 이상 아니었습니까? (웃음) 이런 상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과연 그렇게 살아도 사람이 행복할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생산활동 없이 매달 돈만 주어진다면 처음에는 좋겠지만, 소비는 일정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점점 더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이 일하지 않고 주는 것만 받아먹으며 살아갈 때 과연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예요. 설령 모든 일을 기계가 대신해 주어서 먹고, 입고, 자는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그때 사람은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요?

대안은 두 가지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명상만 하는 삶을 살든지, 아니면 봉사나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는 삶을 살든지입니다. 그리고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는 삶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런 관점이 없다면 사회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기후 위기뿐만 아니라,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점점 더 근본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직은 일해야 먹고사는 구조가 남아 있어 일이 없다고 난리지만, 실제로는 앞으로 갈수록 일자리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굶어 죽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인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회적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독재사회든 민주사회든 결국은 생존을 위해 무언가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그런 세상에서 사람이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미리 연구하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정토행자들은 그런 시대가 오더라도 정토회에 제대로 물들어 있다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정토회라는 이름만 달고 마음이 수행에 덜 물든 사람은 헤맬 수도 있겠죠.

개척자의 길에서 배우는 수행과 실천의 의미

정토회는 먹고 입고 자는 기본 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을 돕고 있습니다. 당장 배고픈 사람에게는 밥을, 옷이 없는 사람에게는 옷을, 아픈 사람에게는 약을 주는 일처럼 우리 사회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인간의 생존권 문제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본적인 생존권은 해결되었지만 갈등과 스트레스로 괴로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돌보는 일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정토회는 현재의 문제 해결에만 머물지 않고, '미래에 우리는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사회는 우리가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기술문명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환경 변화와 자동화 기술의 발전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 등 여러 문제가 동시에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에 대한 준비 없이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온 이상, 즉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세상에 도달한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인류는 지금 바로 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그런 미래까지 내다보며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가족들이 불평하는 이유는 과거 삶의 기준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에요.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느냐?’ 하는 관점이죠. 그 사람의 안목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더 큰 시야로 보면 그것은 아주 작은 일에 불과합니다. 부처님도 세속의 눈으로 보면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데 왜 그걸 버렸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넓은 역사적 흐름 속에서 보면, 제국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작은 나라들은 이미 소멸해 가고 있었습니다. 집착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일이지만, 세상을 제대로 보면 가만히 두어도 사라질 일입니다. 멀리 내다보는 눈이 있어야 그것을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이 작은 것을 버리고 다음을 내다보며 길을 제시하셨듯이, 우리 역시 지금 그 길을 따라 다음을 보고 나아가야 합니다.

이런 큰 시야를 가질 수 있다면, 지금 육체적으로 조금 힘든 것은 그리 큰일이 아닙니다. 저는 어릴 때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기 때문에, 누가 힘들다고 하면 농담 삼아 ‘그래도 여름에 농사짓는 것보다는 쉽지.’라고 말하곤 합니다. 공항에서 하룻밤 자는 것이 농사짓는 일보다 어렵겠습니까? 부탄에서 산을 걷는 것도, 나무 지게를 지고 산길을 걷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낫지 않겠어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사실 다 별일이 아닙니다. 물론 정토행자들에게는 업무를 줄이는 시스템적인 변화도 필요합니다. 동시에 바른 관점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세상을 저 멀리 내다보는 눈이 있을 때, 높은 고개를 넘는 일이 땀이 나고 힘이 들더라도 괴롭다고는 말하지 않게 됩니다.

이번 백 일 동안, 지난 백일을 시작할 때 약속한 대로 아침 기도를 빼먹지 않고 다 했나요? 아마 또 빼먹었겠죠. (웃음) 그래도 이게 사는 모습입니다. 다짐하고, 실수하고, 시정하고, 다시 다짐하며 나아가는 것, 그 과정에서는 늘 실패한 것 같고 잘못한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면 어느새 많은 변화와 진척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마음으로 꾸준히 정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지난 백 일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정진하고, 전법하고, 활동해 주신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어서 300일 특별정진 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유수 스님의 회향 인사 말씀을 들은 후 특별정진 기간을 계기로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3일 이상 상근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마야붓다 팀이 멋진 합창으로 특별정진위원회 300일 여정의 회향을 축하했습니다.

이어서 30분간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회원들은 꿀떡과 약과를 나눠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해외지부와 국제지부 정토행자들이 준비한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해외지부와 국제지부 정토행자들의 활동과 각오들을 AI로 구현한 '용성조사님의 꿈'이라는 이야기로 만들어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지난 천일의 이야기를 담은 정토행자 ‘천일 간의 발자취’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1,250명이 떠난 인도성지순례, 만인이 모여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한 6.13만인대법회, 최근에 청년페스타 행사까지 지난 천일 간 정토행자들의 여러 활동이 7분 45초의 영상 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다음은 천일을 하루같이 기도하신 분들에 대한 시상식을 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천 일을 한결 같이 기도하신 분들은 98명, 비록 시간은 지키지 못했지만 천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하신 분이 총 126명입니다. 영상 속에 한 분 한 분의 얼굴이 떠오르자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이어서 법륜스님이 직접 무대에 올라 시상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제지부와 청년지부 4명이 수상자들을 대표하여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수상한 분들에게는 법륜스님의 신간 '탁! 깨달음의 대화' 책과 명상포를 선물했습니다.

행사는 2025년을 빛낸 자랑스러운 정토행자상 시상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정토행자상은 한 해 동안 각 부분에서 모범적으로 활동하신 분이나 단체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시상은 총 여덟 개 부문으로, 정진, 포교, 보시, 통일, 복지, 환경, 특별상 그리고 정토행자 대상입니다.

정진상은 변함없이 꾸준한 정진으로 타의 귀감이 되거나, 일과 수행이 통일된 정토행자에게 주는 상입니다. 수상자는 경남지부 창원지회 박태화 님입니다. 박태화 님은 봉림사지 중창불사 및 통일염원기도가 시작된 날부터 10여 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정진해 왔으며, 정토사회문화회관 건립과 함께 보리수 봉사에 참여하고, 평일에는 정토사회문화회관 전기 분야를 책임지는 담당으로, 주말에는 봉림사지 통일 기도 집전을 맡아, 서울과 창원을 오가며 한결같은 수행 정진으로 정토행자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향취 법사님이 대신 수상을 했습니다.

통일상은 평화와 통일 운동에 헌신한 정토행자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수상자는 강원경기동부지부 화성지회입니다. 화성지회는 16명의 회원이 역할을 나누어 통일 활동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회 전체가 한마음으로 북한 이탈 주민과 함께하는 일상 방문, 통일 정진, 역사 기행, 좋은 이웃의 날, 김장축제를 비롯해 새벗합창단과 통스타댄스팀 활동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서로 존중하고 배우며 돕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왔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북한 이탈 주민들이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활동의 주체로 참여하며, 함께 믿고 의지하는 진정한 통일 활동의 모범을 보여주어 정토행자들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복지상은 JTS 활동을 통해 국내외 복지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정토행자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수상자는 해외지부 아시아지회입니다. 아시아지회는 태국, 상하이, 마닐라, 호치민, 홍콩 등 여러 지역에 거주하는 회원들이 본인 경비로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을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필리핀 민다나오 학교 지원과 의료봉사, 마닐라 도시빈민가 지원, 태국 매솟 지역 난민 구호 및 칸차나부리 고아원 지원, 베트남 하노이와 필리핀 세부 지역 태풍 피해 긴급 구호 활동 등 다양한 복지 활동을 자발적이고 헌신적으로 참여하여 정토행자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환경상은 생태적 삶을 스스로 실천하고, 쓰레기 제로 운동 등 환경 활동에 기여도가 높은 정토행자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수상자는 행복운동본부 광전지회 반청 님입니다. 반청 님은 텃밭을 가꾸면서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생활하고, 외출할 때마다 쓰레기를 줍고, 새 옷을 사지 않고 옷을 고쳐 입는 등 검소함이 일상이 된 정토행자로서, 행복시민들과 해양 쓰레기 줍기로 지역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소비 멈춤 실천단과 온라인 미디어에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실천활동을 알려 내며,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고 일상에서의 환경 실천 본보기를 보여주어 정토행자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포교상은 행복세상을 만들기 위한 전법활동에 기여한 정토행자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수상자는 국제지부 북미유럽지회 유주영 님입니다. 유주영 님은 워싱턴정토회 총무, 미국 JTS 팀장, 수련바라지 팀장 등 맡은 역할에 헌신했으며, 2010년부터 법륜스님의 영어 책 출판과 정토담마스쿨 법문, 해외 JTS 활동 보고서 등 세계 전법 콘텐츠의 영어 번역을 최종 감수하며, 정확하고 깊이 있는 전달을 위해 번역 봉사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고, 지난 3년간 국제지부 콘텐츠 국장으로서 모든 외국어 번역 및 콘텐츠 제작을 총괄하며 세계전법에 큰 기여를 하여 정토행자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해외에 있어 참석하기 어려워 국제지부장 김지현 님이 대신 수상을 했습니다.

특별상은 2025년 특별한 공로가 있는 내부인이나 외부인, 단체에 주어지는 상입니다. 수상자는 청년특별지부와 강원경기동부지부 허영애 님입니다.

청년특별지부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온라인 청년불교대학을 시작으로 청춘캠프, 온종일 청춘톡톡, 청년붓다 등 오프라인 활동을 진행하여 대한민국 청년 세대의 희망을 만들어왔으며, 그 힘으로 최근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3일 동안 진행된 첫 청년페스타 행사를 전국 청년특별지부 회원들이 직접 기획, 홍보, 운영까지 책임지고 준비하며 청년 전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정토행자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허영애 님은 2015년 연변에서 귀화하여 여러 실패의 과정 속에서 법륜스님 유튜브를 들으며 마음이 평화롭고 행복해진 정토행자로서,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바라는 바 없이 세상에 회향하는 마음으로 JTS에 꾸준히 보시해 왔고, 평택에서 정토사회문화회관까지 백일법문을 들으러 오는 열정과 가진 것을 전부 나누는 아름다운 사람으로서, 정토행자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보시상은 꾸준한 보시를 통해 정토회 발전에 기여하고, 활동 속에서 보시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정토행자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수상자는 서울제주지부 신현길, 함은미 님입니다.

신현길 님은 2005년부터 20년간 꾸준히 JTS를 후원해 왔고, 정년퇴직 시 연구 성과로 받은 포상금 전액을 세상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JTS에 보시하였으며, 2025년 법륜스님 백일법문 불교사회대학을 수료하였습니다. 함은미 님은 수행, 보시, 봉사를 통해 행복해진 정토행자로서 큰 금액을 보시하는 등 부부가 함께 베풀고 나누는 삶을 실천하여 정토행자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토행자상 대상은 수행, 보시, 봉사의 모든 면에서 정토행자의 귀감이 되는 분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사회자가 큰 목소리로 호명했습니다.

“2025년 정토행자상 대상! 수상자는 강원경기동부지부 화성지회 백기순 님입니다.”

모두가 큰 박수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정토행자상 대상에는 인도성지순례 참가 티켓이 부상으로 주어졌습니다.

백기순 님은 2009년 서초정토회 저녁부 봉사를 시작으로, 2014년 ‘남은 생은 세상에 잘 쓰이자’는 발원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고, 전국 첫 저녁부 모델을 만들기 위해 주간 활동의 경험을 저녁 활동에 연결해 왔으며, 지난 3년 동안 정토회 전체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사무처장 역할을 맡아 헌신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어서는 지원 범위와 한국과 전 세계를 연결하는 방대한 지원 업무의 중심에서, 여러 단위의 다양한 요구를 포용하고 소통하며 수행자로서 솔선수범하여 정토행자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이어서 백기순 님의 수상 소감을 들어 보았습니다.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훌륭한 분들이 정말 많은데 저에게 이런 상을 주셔서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상은 백기순 개인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이 상은 저의 것이 아니라 함께한 모두의 것입니다

불철주야 애써 주신 수많은 분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얼마 전에는 해외 학사 사이트에 오류가 발생했는데, 직장에 다니는 분이 새벽까지 잠도 자지 않고 문제를 복구한 뒤 곧바로 출근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분을 떠올리며, ‘아, 이 상은 이런 분들을 대신해 받는 상이구나. 그래서 내가 받을 만하다고 생각해도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콜센터에서 예기치 않게 항의 전화를 받으며 애쓰는 분들, 오늘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서 이 자리에 함께하고 계신 시스템 팀장님, 회관을 오가며 수시로 현장을 지원하시는 분들, 남해와 부산, 대전, 대구 등 전국 곳곳에서 사무처 활동을 위해 이동하시는 분들, 지부에서 지부장님을 모시고 지부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뒷받침하시는 분들, 그리고 지회에서 지회장님을 도와 지회가 잘 돌아가도록 애써 주시는 많은 분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정토회가 여러분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한 분 한 분께 상을 드릴 수 없기에 지원 소임을 대표해 저에게 이 상을 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이 상을 받습니다. 이 상과 이 꽃다발을 전국에서, 또 전 세계 곳곳에서 정토회를 위해 묵묵히 활동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전하고 싶습니다.”

수상자들과 법륜스님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대중들은 오늘 영예로운 정토행자상을 수상한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다음은 지난 천일결사 기간 동안 우리 곁을 떠난 활동가님들을 잠시 추모하는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제1차 천일결사를 함께하다 먼저 떠나신 활동가들을 잠시 추모할 수 있었습니다. 정토 세상을 향한 그분들의 마음과 헌신을 기억하며, 그 뜻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제2차 만일결사 제1차 천일결사 3년 동안 열심히 활동하신 분들을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1차 천일결사 활동가 분들의 자랑스러운 이름을 먼저 화면으로 보았습니다.

“이번 제2차 만일결사 제1차 천일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정토회 활동가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사회자가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대중 모두가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이어서 1차 천일결사 회향 이후 업무를 대행할 인사를 영상으로 본 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격려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법륜스님을 모시고 제2차 만일결사 제1차 천일결사 회향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천 일의 정진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외적 성과가 아니라 자기중심을 바로 세우는 개인의 변화이며, 그 변화가 수행과 전법으로 하나 되어 다시 사회로 확산되는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오늘로써 2023년 3월 19일에 시작한 제2차 만일결사, 제1차 천일결사를 모두 마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 듯이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정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가르침을 따라 우리는 매일 꾸준히 정진해 왔습니다. ‘백 일을 정진하면 자기를 알 수 있고, 천 일을 정진하면 자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하는 원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오늘 회향을 맞아 여러분은 스스로를 한 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 그리고 지난 천 일 동안 비록 작을지라도 나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사람이 저를 찾아와 즉문즉설만 듣고도 삶의 변화가 있었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법문을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매일 아침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쉼 없이 정진해 왔습니다. 어쩌면 그들보다 더 많은 변화를 이미 가져왔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끌려가지 않고 세상을 굴리는 삶을 향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의 변화입니다. 바깥의 자극에 끌려다니며 세상에 군림당하는 존재에서, 자기중심을 바로 세우고 외부의 자극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살아가는 존재로 전환하는 것, 다시 말해 세상에 끌려가는 삶에서 세상을 굴리는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괴롭지 않고 속박받지 않는 자기 중심성과 자기 주도성을 지닌 채 살아가는 것이 수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여전히 세상에 군림당하고 의지하며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경험하고 깨닫고 얻은 바를 나누어야 합니다. 그들 또한 우리처럼 조금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도록 돕는 것입니다.

자기 변화를 이루는 것을 우리는 수행이라 합니다. 그리고 나의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 그들도 행복하게 살도록 안내하는 것을 전법이라 합니다. 그러나 불교의 역사를 돌아보면 수행과 전법을 분리해 강조해 온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전법 없는 수행은 또 다른 이기심의 발로가 되기 쉽고, 수행 없는 전법은 세력을 확장하는 세상살이에 그치기 쉽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길은 분명합니다. 내가 주인이 되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수행의 목표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렇게 살도록 하는 전법의 목표가 아래위, 좌우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선인들은 이것을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라 표현했고, 정토회에서는 ‘일과 수행의 통일’이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정토회는 수행과 전법이라는 두 날개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자기 변화가 곧 수행이고 전법입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타인도 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타인만을 위해 나를 희생해서도 안 되고, 나를 위해 타인이 희생해서도 안 됩니다. 내가 소중한 만큼 타인도 소중하고, 타인이 소중하다면 나 또한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는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하면 착한 사람, 좋은 사람, 선행을 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수행자에게는 희생이 없습니다. 남을 위해 필요해서 내가 행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행위 자체가 곧 나를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희생했다고 생각하면 보상을 바라게 되고, 그 보상이 여의치 않으면 후회하게 되며, 나아가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후회나 배신감은 곧 고통이고, 번뇌이며 고뇌입니다. 어떤 후회나 배신감도 어떤 미움도 없어야 우리는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이 나의 선택임을 분명히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내가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인연과보(因緣果報)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는 이 길을 꾸준히 걸어왔습니다. 2차 만일 중 1차 천일을 외형적으로만 보면, 특별한 성과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1차 만일결사의 마지막과 비교해 보아도 모든 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전법 회원 수나 재정, 전체 회원 수나 불교대학 학생 수를 놓고 보면, 1차 만일의 9차와 10차를 2차 만일의 1차와 비교했을 때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이런 수치만 보면 정토회가 정체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을 새로운 확산을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간을 발판 삼아 이번 회향 기간에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면, 2차 천일결사에서는 한층 더 확산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2-1차 천일결사를 마무리하고, 2026년 3월 15일 2-2차 천일결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대행 체제로 운영됩니다. 이 대행 기간에 정토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애써 주실 새로 대행을 맡은 모든 분과 임명직 임원 여러분께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스님의 말씀을 새기며 남은 회향기간 잘 보낼 것을 다짐해 보았습니다.

다음은 매번 백일기도 입재식에 참석하고 있는 김홍신 작가님이 축하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우리 시대에는 오랫동안 ‘노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이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책방과 화장실에 ‘인생에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놀다 가지 않으면 불법이다.’ 이렇게 써 붙여 두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그 문구를 보고 왔습니다. 정토행자가 되면 영혼의 놀이꾼, 정신의 놀이꾼이 됩니다. 그래서 관상이 좋아집니다. 동년배들과 비교해 보시면 스스로 아실 겁니다. 확실히 건강합니다. 큰 스승님의 법문과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은, 우리의 영혼과 육신을 함께 보존하고, 인생을 진짜로 제대로 놀다 가는 비법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분위기를 이어 인천경기서부지부에서 회향 축하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나비처럼 자유롭게 날아, 세상에 희망을 전한다는 메시지를 '빛, 합창, 율동'으로 표현했습니다.

모두가 환호하며 공연이 끝나자 법사단장인 선주법사님이 무대로 올라와 닫는 말씀을 했습니다.

“헬로! 곤니찌와! 봉주르! 안녕하세요! 지난 천일결사를 돌아보는 이 시간이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회향식의 순간순간마다 감동이 아닌 장면이 없었습니다. 함께해 온 수행과 전법, 그리고 사회 활동 하나하나가 모두의 마음에 깊이 남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이 길을 함께 걸어온 도반들이 더욱 고맙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모든 인연과 과정이 참으로 소중하고,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회향식을 마치면서 다 함께 손에 손을 맞잡고 산회가를 불렀습니다. 내년 3월 2차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1차 천일결사 회향식을 마쳤습니다.

참석한 대중들은 모둠별로 소감나누기를 한 후 삼삼오오 흩어져 각자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스님도 공양간에서 참석한 내빈들과 식사를 했습니다.

곧바로 오후 2시 30분부터는 국제지부 회원의 날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국제지부 첫 회원의 날입니다.

먼저 국제지부 지부장 소임을 맡고 있는 김지현 님이 인사말을 한 후 참가자 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태지회 국내 모둠, 도쿄 모둠, 동남아 모둠, 시드니 모둠, 북미와 유럽 모둠까지 20여 명이 천일결사 회향일을 맞아 비행기를 타고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온라인으로도 50여 명이 접속하여 회원의 날 행사를 함께 했습니다.

이어서 회원의 날 축하 공연을 했습니다.

‘작은 세상’이라는 노래를 영어, 한국어, 일어, 중국어, 독일어로 부르고 후렴은 영어로 함께 합창을 했습니다.

같은 노래도 5개 국어로 부르니까 정말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멋진 공연을 준비해 준 분들께 모두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전에 신청하신 분들의 질문을 먼저 받고, 이후 현장에서 추가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다섯 명이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자신의 방식이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마다 마음의 불편함이 커지는 문제를 어떻게 수행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과 일하면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할까요?

“저는 일할 때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소통 없이 전체적인 맥락은 무시하고 숫자나 규정 같은 디테일에만 매달리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예전에 한 프로젝트에서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고객은 큰 그림을 보는 제 방식을 선호했는데, 함께 일하던 팀장은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습니다. 저는 문제점만 나열하기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을 빨리 찾자고 제안했지만, 팀장은 해결책은 뒷전이고 문제 하나하나를 지적하고 분석하는 데만 시간을 쏟았습니다. 저는 그 과정이 시간 낭비라고 느껴 제 방식대로 밀고 나갔고, 결과적으로 고객의 신임을 얻어 성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팀장과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졌고, 일은 성공했지만 제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머리로는 ‘팀장은 자기 역할에 충실했고, 그 꼼꼼함이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었으니 감사해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슴속에는 여전히 팀장에 대한 불편함이 남아 있습니다. 비록 사람은 잃었지만 고객의 신임은 얻었고, 제 방식이 통한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제 아집도 점점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비슷한 경험이 한국 사람들과만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독일 사람과 일할 때도 유사한 문제를 겪었습니다. 국적의 문제라기보다는,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 일할 때 반복해서 생기는 갈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성향의 사람들을 계속 만나게 될 텐데, 제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평온함을 유지하려면 어떤 관점으로 수행해야 할까요?”

“질문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은 바뀌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 보여요. 자기 방식이 꽤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그 방식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주 강합니다. 그냥 생긴 대로 사세요. 굳이 바꿔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신 손실은 좀 감수해야 합니다.

손실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억지로 자신의 성향을 바꾸려 하면,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참고 견디며 바꾸게 되고,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아 병이 나거나, 결국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자책하게 되죠. 이런 성향을 고치려면 큰 손실을 한 번 봐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꼭 옳은 건 아니구나.’ 하고 자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팀장과의 관계는 나빠졌지만 프로젝트는 성공했잖아요. 그러니 무의식에서는 ‘내가 옳았다.’라는 생각이 남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아직 변화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에요.

손실을 예방해 보겠다고 미리 바꾸려 하면 잘 안 됩니다. 인간 사회에서 예방이라는 건 잘되지 않아요. 꼭 손해를 보고 나서야 반성을 하게 됩니다. 미리 반성하는 건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예방하려는 노력이 좋기는 하지만, 제 법문을 미리 듣고 바뀌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대개는 아이를 망치고 나서나, 크게 싸우고 난 뒤에야 ‘스님 말씀이 맞았구나.’ 하고 알게 됩니다. 그때도 늦은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것도 빠른 편이에요. 어떤 사람은 큰 손실을 보고도 끝내 못 고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예방하는 사람은 정말 지혜로운 사람이지만, 제가 경험해 보니 미리 고치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도 안 됩니다. 그러니 그냥 생긴 대로 사세요.

그러다 손실이 날 때 ‘내 성질대로 하면 분명 잘돼야 하는데, 오히려 손해가 나는구나.’ 하고 알게 되면 그때가 바뀌기에 적기입니다.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겪거나, 이혼하거나, 회사와 큰 문제가 생겨 떠나게 되거나 하면 그제야 ‘내가 문제구나, 개선해야겠다.’ 하고 자각하게 됩니다. 그런 일도 없이 미리 자각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생긴 대로 더 살아보세요. 본인 방식대로 하다가 손실이 너무 커서 고통이 클 때, 그때 다시 한번 물어도 늦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을 보세요. 잘 나가다가도 어떤 사건 하나 터지면 곤두박질칩니다. 돈 문제로 감옥에 가기도 하고, 성추행이나 로비 문제로 감옥에 가기도 합니다. 사람이 본래 나빠서라기보다는, 선거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니 구조적으로 그런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재기 불능 수준으로 좌절을 겪고 나면 그제야 사람이 됩니다. 그전에는 정치인은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말을 하면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은 하지만, 마음속은 야망으로 가득 차 있어 들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생길이 완전히 막혀버리면 그제야 제 얘기가 귀에 들어오고 대화가 됩니다. 다만 그때는 이미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상태죠. 그래서 저는 가끔 이런 생각도 합니다. 신문에 불미한 사건으로 기사가 나서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한 사람들만 모아서 정당을 하나 만들어 볼까 하고요.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꼭 무엇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저는 이런 잘못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고 먼저 고백하고 나서 자기 재능을 국가 발전을 위해 쓰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모인 정당 말이에요. 그 사람들도 한때는 다 잘 나가던 사람들이에요. 당시에도 저에게 조언을 구하긴 했지만 대답뿐이었어요. 그런데 감옥에 가서 면회를 가 보면, 사람이 완전히 달라져 있습니다. 정치인도, 연예인도, 재벌도 아닌 그냥 여러분과 똑같은 보통 사람이 되어 있어요. 그제야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며, 앞서 제가 말한 ‘사람’이 됩니다.

여러분도 다 꿈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마다 나름의 요령으로 시험도 치르고 사업도 하며, 늘 자신을 방어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어떤 요령도 통하지 않을 때, 그때 비로소 스스로가 깨집니다. 그제야 자신을 제대로 보게 됩니다. 그만큼 자기를 바로 보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얼마나 어려우면 소크라테스께서도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겠어요.

제가 감옥에 면회를 가서 사람들과 대화한다고 하면, 극우도 있고 극좌도 있고 온갖 파렴치한 사람도 다 있는데 왜 굳이 그런 데 가서 대화를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막상 가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은 억울하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하소연하면 저는 ‘아직 숨이 덜 죽었구나. 소금을 더 뿌려야 되겠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이 볼 때는 나쁜 사람일지 몰라도, 본인들은 다 억울합니다. 억울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그만큼 인간의 자기 방어가 강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잘 안 고쳐져요. 그래서 제가 생긴 대로 살라고 말하는 겁니다.

사람이 고쳐지려면 큰 충격이 있어야 합니다. 인기가 바닥에 떨어지든, 돈이 바닥나든, 병이 들어 죽을 지경까지 갔다가 살아나든 해야 자기 방어가 깨집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거듭남’도 그렇고,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 금식한 것도 그렇고, 부처님이 6년간 고행을 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처님도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면서 거듭난 것입니다.

질문자는 지금 방법을 찾아 바꿔보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기술적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괜히 힘만 듭니다. 그러니 그냥 생긴 대로 사세요. 대신 자기 장점은 살리고, 손실은 감수하면 됩니다.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인간관계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크게 한 번 깨지고 나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경전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위제히(Vedehi)는 마가다국의 빔비사라(Bimbisāra) 왕의 부인이었습니다. 위제히 부인은 부처님을 깊이 존경하며 따르던 불교 신자였어요. 좋은 조건에서 살면서 부처님께 공양도 정성껏 올렸습니다. 그러면 아무 문제도 안 생길 것 같잖아요.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집니다. 아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아버지를 감옥에 가둔 겁니다. 그러니 아들의 어머니이자 남편의 아내인 위제히의 처지가 어땠겠어요. 한 나라에 왕은 한 명뿐이고, 왕위 쟁탈에는 타협이 없습니다. 남편이 죽든지, 아니면 아들이 죽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거죠.

위제히 부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진 여인이었습니다. 남편은 왕이고, 다음 왕이 될 사람은 자기 아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왕후라고 해서 언제나 좋은 건 아니에요. 아무리 왕후라 해도 아들이 왕이 되지 못하면, 왕이 바뀌는 순간 모든 것이 끝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과 아들이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상황이 되어 버렸어요. 남편이 다시 왕위에 오르면 아들이 죽고, 아들의 쿠데타가 성공하면 남편이 죽습니다. 이보다 더 불행한 처지가 어디 있겠습니까. 위제히 부인은 순식간에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가 되었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불행은 평범한 사람은 겪고 싶어도 겪기 어렵겠죠.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극단적인 행복과 극단적인 불행은 늘 극과 극에서 만납니다. 좋은 조건도, 감당하기 힘든 고통도 늘 극과 극에서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부닥치면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원망을 하게 됩니다. 위제히 부인 역시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저런 아들을 낳았나’ 하고 부처님을 원망하게 되죠. 더구나 아들과 함께 역모를 꾸민 사람이 데바닷타였는데, 그는 부처님의 사촌이었어요. 그러니 ‘부처님은 왜 저런 사람을 사촌으로 두셨나’ 하는 원망까지 따라붙었겠죠. 불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누구보다 열성적인 신자였지만 막상 자기 인생이 극단적인 불행에 처하자 원망이 먼저 나온 것입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부처님께 도움을 요청했는데 법문을 듣고서야, 이 모든 괴로움이 결국 자기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다시 질문합니다. ‘이기고 지고, 옳고 그름이 없는 세상, 정토 세상을 저에게 설해주십시오.’라고 법문을 요청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던 왕후도 한순간에 가장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그제야 똑바로 보게 된 것입니다.

위제히 부인이 그전까지 불법을 몰랐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진정으로 자기 방어가 깨지기 전에는,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법입니다. 여러분도 법륜 스님을 안다고 말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마음은 순식간에 뒤집혀 버립니다. 지극한 즐거움이 지극한 괴로움으로 바뀌고, 지극한 존경이 지극한 미움으로 변해 버리죠. 이것이 바로 윤회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미워하는 이 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 겁니다. 이 틀을 벗어날 때, 고와 락을 넘어선 상태, 즉 윤회에서 벗어난 해탈과 열반이라는 개념이 성립합니다.

그런데 ‘고락의 윤회에서 벗어났다.’라고 하면 잘 와닿지 않으니까, 그것을 흔히 ‘행복’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추구하는 행복은 지고한 행복이 아니라 즐거움입니다. 붓다가 말한 행복은 즐거움과 괴로움이 반복되는 상태에서 벗어난 것이고, 우리가 말하는 행복은 그저 즐거운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차이가 분명히 이해되지 않거나, 이해했어도 체험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공부 좀 된 것 같다가도 금세 원래 자리로 돌아가 버립니다. 탁 깨달아 해탈하면 좋겠지만, 솔직히 그렇게까지 하려고 하지는 않잖아요. 출가도 못 하는 데 뭘 그렇게까지 하겠어요. (웃음)

그래서 지금은 해탈의 경지라기보다 법을 이해해서 세속의 삶 속에서 고통을 줄이고 완화하는 수준입니다. 그러다 아주 극단적인 상황에 부딪히면 그때 기회가 옵니다. 여러분이 힘들다고 할 때, 저는 그렇게만 보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거나 외면해서가 아니에요. 최악의 상황에 이르면 저는 속으로 ‘아, 이제 깨달음을 얻을 기회가 왔구나. 잘하면 깨닫겠는데.’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극단적인 상황이 오면 깨달을 기회가 되니 좋고, 그런 상황이 오지 않으면 괴로움을 겪지 않으니 또 괜찮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거예요.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했는데 암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봅시다. 돈 내고 검사했으면 뭐라도 나와야 하지 않겠어요? 뭐라도 발견하려고 검사한 것 아닙니까. 그러면 ‘돈값했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반대로 아무 이상 없으면, 돈이 좀 들었어도 건강한 게 훨씬 낫잖아요. 그래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겁니다. 관점만 바꾸면 이래도 이익이고 저래도 이익이에요.

그런데 여러분은 아직 이러면 이익이고 저러면 손해인 삶, 이렇게 되면 쪽박이고 저렇게 되면 대박인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고락이 윤회하는 삶이에요. 질문자도 공부를 좀 한 거 같았는데, 이런 이야기 들으니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지요? 불법은 현실을 떠난 신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머릿속에서 적당히 굴려 짐작해 내는 것도 아니에요. 삶 한가운데서 직접 겪고 확인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대화를 모두 마친 후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국제지부 파이팅!”

이후 국제지부 회원들은 2026년 정토 담마 스쿨의 대박 성공을 기원하는 발대식을 이어 나갔습니다. 스님은 며칠째 어깨 통증이 계속 심해서 양해를 구하고 일찍 정토사회문화회관을 나왔습니다.

오후 4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3시간 30분을 이동하여 저녁 7시 30분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어깨 통증이 심했지만, 어제까지는 필리핀 방문 일정이었고, 오늘은 휴일이어서 내일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통증이 너무 심해, 민간요법을 하는 정토회 회원 한 분이 오셔서 치료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증상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외국인 천일결사자들을 위해 영어 통역으로 제2차 만일결사 1차 천일결사 회향식을 생방송하고 정형외과에 가서 MRI 검사를 받은 후 오후에는 치과 치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저녁에는 부탄 공무원들과 온라인으로 운영위원회 회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9

0/200

세주행

제 수준을 알게 되었고
이만큼이라도 살수있어 감사합니다
스님의 건강에 맘쓰입니다
치료가 도움되길 발원합니다

2025-12-17 07:56:32

혜당

감사합니다!
정토행자는 아니지만 천일결사에 참여중입니다.
126명+1 이네요.
생각보다 많지않아서 ~~
그 중에 1인임에 감사할따름입니다!
저 자신을 쓰담쓰담 했습니다!
모든게 스님과 정토행자님들 덕분임을 알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25-12-17 07:51:59

박경자

저도 시비분별을 곧잘하는편입니다 스님말씀을 들으며 좋으면좋은대로 안좋으면 안좋으대로 괜찮음을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5-12-17 07:16:32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