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7.24. 명상 수련, 하안거 시작
“감정을 표현하면 불편해하는 사람들, 제가 잘못한 걸까요?”

안녕하세요. 내일부터 6박 7일 동안 스님은 하안거에 들어갑니다. 대다수의 정토회 활동가들도 잠시 활동을 멈추고 수행 정진에 오롯이 집중하는 기간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을 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물가 동향을 점검한 후 북한 주민들의 생활 상황과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풀기 위해 대한민국이 해야 할 역할 등 현재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외교 안보 과제들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이 모두 돌아가고, 오전 9시 30분부터는 국제협력팀과 비서실이 함께 하반기 일정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북미 서부, 호주, 유럽, 북미 동부로 이어지는 해외 순회 강연 일정과 동남아, 부탄 방문 일정에 대해 세부적으로 조율을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비서실과의 회의를 끝으로 안거 전 모든 일정을 마친 후 오전 10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두북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4시간을 달려 오후 2시에 두북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JTS 대표님으로부터 시리아와 미얀마 지원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어서 미얀마 난민 보호, 캄보디아 여학생 기숙사 건립, 북한 지원사업 등 향후 활동에 대해 함께 논의했습니다. 이후 두북 농장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두북수련원에 홀로 남아 계신 묘당법사님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저녁 공양을 마친 후에는 문경수련원으로 출발했습니다.

문경수련원에 도착한 후 내일부터 시작하는 명상수련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원고 교정 업무를 한 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엊그제 행복한 대화 대전 강연에서 질문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감정을 표현하면 불편해하는 사람들, 제가 잘못한 걸까요?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이 유리 같다.’라는 말을 종종 들으며 살아왔습니다. 말 그대로 속마음을 잘 드러내고, 감정도 쉽게 흔들리는 편입니다. 저 자신을 돌아봐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은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버려서, 제 마음을 들키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좋게 보면 순수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자칫 덜 여물거나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걱정됩니다. 특히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면 상대가 불편해할 때가 많습니다. 사실 저도 속을 쉽게 들키지 않고 자신을 단단히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못하는 제가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제 마음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또 속내를 다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진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

“좋은 건 다 가지고 싶은가 봅니다. 이 사람 좋은 점, 저 사람 좋은 점 다 모아서 갖고 싶다는 얘기잖아요. 그냥 생긴 대로 사세요. 제가 노래를 잘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럼 강연을 할 때 가수를 따로 부를 필요도 없겠죠. 강연 시작 전에 제가 직접 노래 한 곡 멋지게 부르고 시작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웃음)

“사실 이런 질문을 하면, 스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실지 대충 예상했습니다.”

“보세요. 그런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니까요. 본인이 그런 사람이 안 되고 싶다면, 하고 싶은 말이 떠올라도 참아야죠. 하고 싶은 말은 또박또박 다 해놓고, 속으로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있으니, 그냥 생긴 대로 사는 게 나아요. (웃음)

속이 유리 같다는 건, 사실 성질이 안 좋다는 뜻일 수 있어요. 자기 감정을 다 쏟아낸다는 말이잖아요. 속에 있는 말을 다 꺼내지 말라는 건, 의견을 말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감정을 그대로 노출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감정을 다 드러내면 상대가 불편해져요. 그러면 갈등이 생기거나 비난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감정을 조절할 필요가 있어요. ‘화가 나도 좀 참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아라.’ 이렇게 말하는 거죠. 그런데 감정을 참으면 심리적 억압이 생깁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그걸 못 견디면 폭발해서 감정이 격하게 터질 수도 있어요.

참는 건 수행이 아닙니다. 윤리나 도덕적으로는 참는 것이 좋다고 하고, 또 유교에서는 참는 것을 많이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참으라고 하지 않습니다. 감정을 알아차리라고 합니다. 방금 질문자가 ‘스님께 이런 질문을 하면 어떤 대답을 하실지 예상했습니다.’라고 말한 것도, ‘아,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싶어 하는구나.’ 하고 그냥 알아차리기만 하라는 거예요. 말은 하지 말고요. 말하고 싶지만 억지로 참는다면 심리적 억압이 생깁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이런 감정이 드는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억눌림이 없어요. 화를 억지로 누르면 가슴이 답답하지만, ‘내가 지금 화가 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훨씬 덜 괴롭습니다. 이걸 ‘알아차림’이라고 합니다. 알아차리고 행동하지 않는 것, 그게 수행입니다. 내면에서는 인식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거예요. 참는 것과 다른 점은, 알아차림은 자신을 억제하지 않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말하고 나면 그때서야 알아차리는데요.”

“말하고 나서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보다는 낫습니다. 전혀 못 알아차리는 사람은 ‘왜 화냈어?’라고 물으면 ‘내가 언제?’라고 하게 되죠. 하지만 나중에라도 ‘아, 내가 화냈구나, 미안해.’라고 인정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참회’입니다. 미리 알아차리면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되고, 나중에 알아차리면 가볍게 사과하면 됩니다.

그리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단,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라고 하면 상대는 공격받았다고 느껴 저항이나 갈등이 생깁니다. 반면 ‘당신 말을 듣고 내 마음이 좀 불편하네요.’라고 말한다면, 상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상태를 알리는 겁니다. 이런 표현은 상호 간에 불편을 일으키지 않아요. 마치 ‘오늘 날씨가 춥네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그냥 지금 내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스님, 법문을 왜 그렇게 하세요?’라고 하면 저도 기분이 좋지는 않겠죠. 하지만 ‘오늘 스님 법문을 듣고 마음이 불편해졌어요.’라고 하면, 저는 거기에 반박할 말이 없습니다. 본인 마음이 불편했다는데, 제가 뭘 어떻게 하겠어요? 그러면 저도 앞으로 조심하게 됩니다. ‘아, 이렇게 말하면 저분의 마음이 불편하구나.’ 하고 제가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질문자도 자신을 두고 ‘마음이 유리 같다.’라며 미화하려 들지 말고,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결국은 내 성질이 좀 더럽다는 얘기지?’ 이렇게 직설적으로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님, 저 성질 안 더러워요.”

“속마음을 다 드러내는 걸 성질이 더럽다고 하는 거예요. 사는 동안 속에 있는 말을 전부 다 하면서 살 수 있나요? 보통은 안 그래요. 그런데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을 보통 ‘성질이 더럽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래도 저는 화를 내지는 않아요.”

“그건 본인이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죠. 같이 사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진짜 화를 안 내는데요.”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화를 안 내는 정도라면 괜찮아요. 그러면 성질대로 다 드러내더라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질문자는 화도 안 내는데, 뭐가 불편해서 이렇게 질문까지 했어요? 화가 날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 화를 안 내면 괜찮아요.”

“제가 말을 해서 사람들이 제 마음을 다 아는 걸까요?”

“알면 어때요?”

“좀 감추고 싶은데요.”

“뭘 잘못해서 감추고 싶은 거예요?”

“속내가 드러나지 않으면서 단단한 사람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질문자는 남이 가진 장점을 보고 그걸 다 갖고 싶어 하는 거예요. 하지만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어요. 사람마다 다 다른데, 그걸 어떻게 다 가질 수가 있겠어요?”

“네, 생긴 대로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휴간 공지

내일부터는 공동체 수행 대중의 안거(安居)가 시작됩니다. 안거 기간 동안 스님은 6박 7일 명상수련을 진행한 후 공동체 수행 대중과 마음나누기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스님의 하루는 쉼 없이 계속되지만 스님의 하루 제작팀이 안거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안거 기간인 7월 28일(월)부터 8월 5일(화)까지 스님의 하루는 휴간합니다. 연재를 시작하는 8월 6일(수)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2025 9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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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울

제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질문해주신 분과 스님 너무 감사합니다.
남이 가진 장점을 부러워 했습니다. 알아차려보는 연습 해보고 안되도 생긴대로 살아도 아무 문제 없음을 알겠습니다.

2025-07-27 18:37:43

이규리

알아차림으로 저의 감정에 끄달리거나 괴로워지지 않고 자유로워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2025-07-27 18:24:19

행복

저도 말실수를 하는데
조금은 내뱉기전에 알아차리고
해보겠습니다

2025-07-27 15: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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