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7.8. 한국 출발, 싱가포르 도착
“엄마에게 받은 상처,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시아 순회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을 출발하여 싱가포르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평화재단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오전 10시 30분부터 JTS 사무국장과 회의를 했습니다.

다가오는 10월에 JTS 32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인데, 어떤 주제와 내용으로 행사를 기획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JTS 사무국장이 초안을 마련해서 발표한 후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JTS 설립 32주년을 맞이하여 세미나를 열어보려고 합니다. 인도, 필리핀, 북한, 긴급구호, 이렇게 네 가지 파트로 발표를 준비해 봤는데 괜찮을까요?”

스님은 그동안 JTS가 해온 사업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네, JTS 사업은 언급한 대로 크게 네 가지로 나눈다고 볼 수 있습니다. JTS 사업은 인도의 불가촉천민 마을에 수자타아카데미를 30년 동안 운영하여 문맹을 퇴치한 것과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에 20년간 70여 개의 학교를 지어서 평화를 가져온 것, 그리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꾸준히 해 온 것,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긴급구호 성격을 갖는 활동이었는데 그중에 큰 성과를 낸 것은, 첫째, 시리아 지진피해 구호 활동, 둘째, 파키스탄 홍수 피해 구호 활동, 셋째, 태풍 하이옌 피해 복구를 위한 필리핀 마라봇 구호 활동, 넷째, 로힝야 난민캠프 구호 활동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에는 실제로 인력을 파견하여 구호 활동을 했기 때문에 일회성이 아니라 어느 정도 성과가 난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 네팔, 아이티, 몽골에서도 긴급구호 활동을 했었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때도 구호 활동을 했었고, 방글라데시에서는 차크마족 지원 활동도 했습니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가 ‘국제구호사업에서 교육의 비전과 전망’입니다. 그래서 교육에 초점을 맞춰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단체들을 초청하여 토론을 해보려고 합니다.”

“네, JTS의 사업 중에 미래의 비전을 담고 있는 것은 교육 사업과 부탄에서 지금 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 사업이라고 볼 수 있죠. 부탄에서 하고 있는 마을 개발 활동을 소개하는 건 어떨까요?”

“부탄 지속가능한 개발 사업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라 다음 세미나에서 다루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회의를 마친 후 점심식사를 하고, 해외로 출국하기 위해 짐을 쌌습니다.

내일부터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아시아 순회강연이 시작됩니다. 12시 30분에 정토회관을 출발하여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수하물을 부치고 출국 수속을 한 후 탑승구로 향했습니다. 탑승구 앞에서 업무를 보다가 3시가 넘어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오후 3시 40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6시간 20분을 비행하여 현지 시각으로 밤 9시에 싱가포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나오자, 싱가포르 정토회 회원들과 필리핀, 상해에서 온 아시아 지부 회원들이 반갑게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네.”

“여러분이 이렇게 밤에 마중을 나올까 봐 내일 아침에 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내일 오면 수행법회 방송을 할 수가 없어서 오늘 왔습니다.”

“잘 오셨어요. 스님, 기내에서 불편하지는 않으셨어요? 기내식이 안 나와서 저녁도 못 드셨지요?”

“생각보다 의자 간격도 넓고 좋았습니다. 도시락을 준비해서 저녁도 먹었어요.”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밤 10시 30분에 숙소에 도착해 회원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온라인으로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점심에는 싱가포르 정토회 회원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고, 저녁에는 법륜스님의 아시아 순회강연 중 첫 번째 강연이 싱가포르 중심가에 있는 YWCA 포트캐닝 센터 2층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금요 즉문즉설 강연에서 질문자와 스님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엄마에게 받은 상처,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엄마는 제가 어릴 때 공부를 조금 잘한다는 이유로 학업에 관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엄마를 향한 적대감이 늘 심했고, 시험을 볼 때마다 늘 죽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운 좋게도 특목고와 좋은 대학에 들어갔고, 지금은 괜찮은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이게 다 자기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20살에 집안이 망하면서 부모님은 이혼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엄마는 제게 지속적으로 금전적 요구를 많이 하십니다. 처음에는 부모님 이혼 무렵이었는데, 아빠가 제게 학비로 주신 1,600만 원을 엄마가 달라고 하셔서 드렸습니다. 이혼 판결이 나던 날에도 제가 서울에서 공부하려고 모아둔 400만 원을 달라고 하셔서 드렸습니다. 20대에는 엄마와 연락하지 않고 지낸 적도 있었고, 또 엄마가 그리워서 찾아가면 싸우고 다시 나오기도 했습니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는 엄마와 같이 살았는데, 월세, 생활비, 대출 이자, 곗돈 등으로 수천만 원을 드렸지만, 엄마는 그걸 전혀 기억하지 못하십니다. 제가 곧 결혼하는데, 엄마와 의사소통도 어렵고 제게 바라기만 해서 많이 싸웠습니다. 그래서 결국 결혼식에 오지 마시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아빠도 좋은 분은 아니셨습니다. 바람을 피웠고 엄마를 많이 때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빠는 이해가 되고 불쌍하다고 생각되지만, 엄마는 그냥 너무 싫습니다. 제가 왜 이런 감정을 갖는지, 제가 뭘 놓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스님께 질문을 드립니다.”

“예를 들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면 음식값을 지급해야 합니다. 마음에 드는 옷을 사 입고 싶으면 옷값을 지급해야 하고, 어디 여행을 가고 싶어도 경비가 들어갑니다. 이처럼 질문자도 엄마가 보고 싶다면 그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그 비용을 내기 싫다면 먹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입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보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거예요. 이게 세상사예요. 그래서 엄마를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질문자가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것도 내면의 결핍이나 갈구에서 비롯된 걸로 볼 수 있어요. 그런 욕구를 채우는데 적당한 비용을 지급한다고 생각하면 ‘엄마가 내 돈을 뺏어 간다’라는 말은 하지 않을 수가 있죠. 아버지는 돈을 요구하지 않지만, 엄마는 돈을 요구하니까 더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거예요. 하지만 질문자가 엄마를 자꾸 보고 싶고 그리운 존재로 느낀다면, 그 대가를 감수해야죠. 도덕적 측면에서 ‘자식으로 도리를 다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질문자가 현실적으로 판단해서 선택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어머니가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 자체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엄마와 관계를 끊고 살아도 결혼식에는 다녀가실 수 있잖아요? 축의금까지 가져가실까 봐 걱정된다면 몰라도, 그냥 결혼식에 참석하시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감정적으로 엄마와 싸우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싸울 필요가 없어요. 엄마가 보고 싶다면 찾아뵙고 그에 적당한 대가를 지급하면 됩니다. 골프를 치고 싶으면 골프비를 내듯이,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그에 합당한 비용을 내야 해요. ‘엄마는 내 결핍을 충족해 주는 상대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단순해집니다. 물론 어디에 놀러 갔는데 비용이 너무 비싸면 포기하고 돌아와야 할 때가 있죠. 옷도 한 벌에 1,000만 원씩 한다면 아무리 마음에 든다고 해도 살 수가 없잖아요. 만약 10만 원을 한다면 현재의 형편에서 좀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걸 아껴서 사 올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질문자도 어머니에게 자신의 형편대로 그 대가를 지급하면 됩니다. 엄마를 위해서 그런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엄마에 대한 내 갈구의 비용을 지급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뵐 때마다 용돈을 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질문자가 결혼하고 독립해서 살게 되면, 함께 살 때처럼 여러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일도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자기가 번 돈으로 왜 전전긍긍하세요? 드릴지 말지는 질문자가 결정하면 돼요. 엄마가 아무리 돈을 요구하셔도 ‘죄송합니다’ 하고 안 드리면 됩니다. 형편이 허락하는 한에서 인간관계 측면에서 어느 정도 드릴 수도 있는 것이고요. 남을 탓할 필요 없이 결정은 질문자가 하면 됩니다. 어머니와 관계를 완전히 끊어도 되고, 열어놓고 살아도 됩니다. 열어놓고 살면서 돈을 드리지 않아도 되고, 대가를 드리는 차원에서 적당히 돈을 드려도 됩니다. 마치 직장에서 사람을 고용해서 일을 시키고 그 대가로 월급을 주는 것처럼, 질문자의 마음속에 있는 ‘엄마라는 갈구’를 채우는 비용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네, 그동안 저만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스님 말씀을 들으면서, 그냥 엄마가 그리우면 친구 만나서 밥 사주는 것처럼 편하게 생각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질문했던 이유조차 잊어버릴 만큼 너무 명쾌해졌습니다.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보통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면 어떤 분들은 스님이 부모와 자식 간의 도리를 장사꾼 거래하듯이 얘기한다며 비난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어요. 그런데 질문자는 고민이 해결되어서 명쾌해졌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웃음)

사람은 누구나 인연과보에 따라 어떤 일을 할 때는 항상 그 대가를 지급해야 합니다. 자꾸 공짜만 바라면 안 돼요. 우리는 음식도 돈 주고 사 먹고, 옷도 돈 주고 사 입으면서 정작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그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경향이 많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꾸 공짜를 바랍니다. 질문자는 이미 성인이 되었고, 엄마도 성인입니다. ‘성인 간의 관계에서 서로 적절히 대가를 지급하며 산다’라는 관점을 가지면 사실은 갈등이 일어날 일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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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우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서는 댓가를 지불한다. 이 단순한 원리를 이해하기보단 욕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그랬구나 질문자를 통해 저를 봅니다. 명쾌한 답변 감사합니다.

2025-07-11 20:29:47

채원

심플하게 살아가자는 생각을 해봅니다.

2025-07-11 17:27:02

감로화

저의 결핍을 상대가 해결해주길 원하며 서운해했습니다.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서는 댓가를 치뤄야함을
잘 알겠습니다.

2025-07-11 1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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