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7.2. INEB 7일째, 서울, 사회 실천에 대한 토론
“수행을 할수록 왜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질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INEB 스터디 투어 7일째 날입니다. 오전에는 정토회 회원들을 위해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사회 실천’을 주제로 INEB 참가자 스님들과 대화 시간을 이어 나갔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정토회 회원들이 자신의 수행을 점검하는 수행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3층 설법전에 80여 명의 대중이 자리한 가운데 오전 10시가 되자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하며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전국의 정토회 회원들은 온라인으로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의 정토행자의 소식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대중이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현재 정토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INEB 스터디 투어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정토회가 하고 있는 국제 연대 사업에 대해 설명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행자 여러분, 지난 한 주 동안 잘 지내셨어요? 여러분이 각 으뜸절과 여러 곳에서 부지런히 봉사하는 모습을 주간 활동 소식을 통해 잘 보았습니다. 특히 이번 주에는 INEB(참여불교국제연대)에서 동남아시아의 스님 일곱 분이 정토회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은 벌써 10번째 견학입니다.

정토회와 INEB, 수행과 전법을 잇는 10년의 만남

이번에는 처음 오신 분들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한 차례 정토회를 방문했던 분 중에서 자기 나라나 지역에서 교육, 환경, 수행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며 일정한 직책을 맡고 계신 분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단순히 정토회를 견학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수행하고 교육하고 수련하며, 활동가들을 조직해 전법과 사회 실천을 해나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각자의 활동 사례를 충분히 발표했습니다. 또 이 부분에 관계되는 정토회 활동을 배우고, 자기 지역의 활동에 어떻게 적용할지 함께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동남아 사회보다 20년에서 30년가량 앞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현재를 보면 동남아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지를 미리 짐작할 수 있습니다. 좋은 점은 미리 배우고 바람직하지 않은 점은 어떻게 예방할지 살펴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 농촌 사회의 급속한 붕괴는 지역 소멸이라는 표현으로 설명되곤 합니다. 동남아 역시 농촌을 중심으로 한 사회이기 때문에 산업화가 진행되면 농촌을 기반으로 한 불교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 도시로 이주하거나 외국으로 노동하러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불교 중심 국가들도 다종교 사회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에만 머물러 있으면 자기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잘 모릅니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아야 앞으로의 변화를 미리 가늠하고, 그에 맞는 대응책을 찾을 수 있는 법입니다.

불교의 지혜를 세계와 나누는 정토회의 글로벌 실천

정토회가 해온 활동의 경험은 우리만의 재산이나 유산으로 머무를 것이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다른 불교인, 또는 다른 종교와 국가의 사람들과도 함께 나누어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예방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우리의 경험이 나누어져 그분들에게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이런 뜻으로 정토회는 해마다 INEB 스터디 투어 프로그램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이 차례대로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온라인에서 한 명이 질문한 후 이어서 현장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 세 명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수행을 시작한 이후 마음이 편안해지긴 했지만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제대로 수행을 하고 있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수행을 할수록 왜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질까요?

“저는 스님을 알고 나서 정토회 회원이 되기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 예전에 불교를 전혀 모를 때도 전국의 절을 다니며 옆 사람이 삼배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해 보기도 하고, 스님이 지나가면 합장하고 인사하는 흉내도 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정토회 회원이 되고, ‘깨달음의장’에도 다녀온 뒤부터는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절하지 않아도 부처님이 내 마음을 아실 텐데. 내 마음이 청정하면 이곳이 곧 절이고 내가 곧 스님인데 굳이 절에 갈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예전에는 좋고 싫음에 따라 마음이 나비처럼 팔랑팔랑 흔들렸는데, 지금은 그 기분이 차분해지면서 꽃이나 단풍이 피고 지는 것을 봐도 어차피 반복된다는 생각에 꽃구경이나 단풍 구경조차 의미 없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지금 고3 큰아들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데, 이 의미 없는 행위를 둘째에게도 똑같이 해야 하나 의문이 듭니다. 결정적으로 108배 기도를 하는 것이 고3 아들이나 나의 행복을 빌기 위한 기복적인 행위 같고, 연기나 쇼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도 저를 보고는 ‘다 의미 없고 부질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제 마음이 왜 이럴까요? 사실은 다 부질없어 보입니다. 저 병원에 가야 할까요?”

“아직은 특별히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사실은 다 부질없는 짓이 맞아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의 상태는 약간 넘쳐 버린 상태입니다. 우리가 나사못을 벽에 박을 때가 있잖아요. 나사못을 딱 조여야 하는데 너무 조여 버리면 나사가 빙글빙글 헛돌게 됩니다. 그런 경험 있죠? 나사가 넘쳐 버려서 아무리 돌려도 헛돈다는 뜻이에요. 딱 조여야 하는데 너무 조이다 보니 넘쳐버린 거예요. 질문자는 지금 약간 넘쳐 버린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웃음)

덧없다는 말은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므로 집착할 바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집착할 바가 없구나.’ 하고 깨닫는 것을 넘어서서 ‘허망하다.’, ‘해봐야 아무 의미 없다.’라는 식으로 조금 넘쳐 버렸어요. 경전에서 말하는 ‘세상은 덧없다.’ 하는 말의 뜻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변화하므로 집착할 바가 없다는 뜻입니다. 변한다는 것은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바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어디에도 집착할 바가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어차피 죽을 건데 살면 뭐 하나.’, ‘어차피 질 건데 꽃구경은 왜 하나.’라며 모든 게 의미 없다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것은 약간 넘친 상태입니다. 너무 넘치면 병원에 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자칫 더 넘쳐 버리면 자살 충동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살아야 할 의미가 사라져 버리니까요. ‘애들 키워 놓으면 뭐 하나? 다 자기들이 알아서 살 텐데.’, ‘얼굴 가꾸면 뭐 하나? 어차피 늙을 텐데.’, ‘절하면 뭐 하나? 다리만 아프지.’ 하는 식으로 모든 게 의미가 없어지면 결국 삶의 의미까지 사라집니다. 그러면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질문자만 그런 게 아니라 수행자 중에도 이렇게 넘쳐 버리는 사람이 천 명 중의 한두 명 정도는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이런 이유로 자살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죽은 시신을 앞에 두고 이 몸에 집착할 바가 없음을 깨닫기 위해 시신을 관하다가 약간 넘쳐서 ‘살아야 할 의미가 없다.’ 하는 쪽으로 가 버린 거죠. 질문자도 이 부작용이 조금 더 진행돼서 ‘살면 뭐 하나.’ 하는 쪽으로 가게 되면 그때는 병원에 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상태는 집착하다가 집착을 놓으니까 좀 허전한 상태인 것 같아요. 마치 담배를 끊으면 입이 심심하고, 술을 끊으면 저녁 시간이 어쩐지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처럼요. 단식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도 고프지만, 단식을 하면 할 일이 없어집니다. 평소에는 밥을 먹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식사 후에는 설거지를 하고, 후식도 먹고 차도 마시잖아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음 식사 시간이 찾아오곤 합니다. 그런데 단식을 하면 음식 준비도, 설거지도 할 필요가 없으니 시간이 갑자기 남게 됩니다. 늘 시간에 쫓기던 사람도 단식을 하면 오히려 시간이 남아돌고, 그 시간이 심심하고 허전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감정이 바로, 어떤 것에 집착하다가 그것을 놓았을 때 느끼는 허전함이에요.

무언가에 몰두하다가 그걸 놓으면 사람은 어쩔 줄 모르게 됩니다. 직장 다니다가 그만둔 사람도 처음에는 뭘 해야 할지 모릅니다. 이런 것을 금단 현상이라고 합니다. 마약을 하던 사람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질문자는 깨달음의장을 다녀온 뒤 약간 금단 현상 같은 게 생긴 겁니다. 집착하다가 놓으니 뭘 다시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잡을 게 마땅치 않으니 ‘의미 없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하지만 조금 지나면 괜찮아집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 들어 보셨죠? 그동안 집착했던 아이 시험이나 화장 같은 것을 내려놓으면 처음에는 할 일이 없지만 조금 지나면 그 빈자리에 경전 공부 같은 좋은 것이 들어와서 다시 채워집니다. 그러면 이런 허무감은 자연히 사라집니다. 하나의 과정으로 보면 됩니다. 조금 더 지켜보고 허무한 감정이 너무 오래가서 만사가 다 귀찮아진다면 그때 다시 질문하거나 자발적으로 병원에 가면 됩니다.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 보니 지금은 꽉 잡고 있던 것을 놓으면서 오는 허전함 때문에 약간 방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니 조금 더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제가 너무 빨리 수행 과정을 습득하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요?”

“그건 아닙니다. 집착을 너무 강하게 하고 있다가 놓으니까 오는 현상이에요. 집착이 약했다면 놓는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꽉 잡고 있다가 탁 놔 버리니까 마음 안에 큰 빈 공간이 생긴 거죠. 그래서 모든 게 의미 없게 느껴지는 겁니다. 꽃에 집착하면 꽃이 필 때는 좋지만 꽃이 지면 슬픕니다. 수행은 꽃에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꽃이 피고 지는 도리를 알게 되면, 꽃이 피면 피어서 좋고, 떨어지면 떨어져서 좋게 됩니다. '어차피 늙을 건데 젊으면 뭐 하나.'가 아니라, 젊으면 젊은 대로, 늙으면 늙은 대로, 그때그때 지금이 가장 좋음을 아는 것이 수행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예전에는 복을 구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절을 했다면, 지금은 나의 아상과 아집을 내려놓기 위해 절을 하는 겁니다. 예전에는 법당에 가서 내 복을 빌기 위해 절을 했다면, 이제는 부처님이 존경스러워서 인사드리는 마음으로 법당에 가는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절 자체는 문제가 안 됩니다. 절하는 마음이 어떠냐가 중요한 거예요. 아들이 시험을 앞두고 있으면 예전에는 ‘시험에 꼭 합격했으면 좋겠다.’ 하는 집착 때문에 기도에 매달렸다면, 이제는 ‘내 아이가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안히 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자.’ 하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가 얼마나 조마조마하겠어요. 그런데 엄마까지 압박하면 아이는 더 답답해집니다. 주스를 한 잔 갖다 주거나 아이의 힘듦에 대해 살짝 공감해 주자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시험에 합격하든 떨어지든 그건 인연과보의 결과이니 별 의미 없다고 방치하라는 뜻이 아니에요. 예전처럼 집착하지는 않되 관심을 두고 살펴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지인에게 전법을 할 때 지금 행복하다고 대답하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전법을 하고 대화를 하면 좋을까요?
  • 다문화 센터를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 개설하려고 하는데, 유학생 간담회, 외국인 노동자 간담회, 마음 돌봄 프로그램을 해보면 어떨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 연등과 연등 꼬리표를 철거할 때 쓰레기가 많이 나옵니다. 연등 신청을 할 때 연등을 달지 않고 등 값을 내겠다는 선택 사항을 넣으면 어떨까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법회를 마쳐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을 기약하며 사홍서원으로 수행법회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점심 식사를 한 후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며 INEB 참가자 스님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습니다.

한편 아침에 실상사에서 환송식을 마치고 출발한 INEB 참가자 스님들은 정토회의 으뜸절인 장수 죽림정사를 방문하여 용성조사님의 생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 오후 3시에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오후 4시부터 9층 강당에서 스님과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태국에서 온 콩신 스님(Ven. Khongsin)이 본인이 하고 있는 사회 실천 활동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저는 태국 북부 타이루족(Thailu) 공동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제 고향이자 출가한 곳이며, 지금은 공동체와 함께 마을 고유의 전통 음료 제품을 개발하고, 사찰을 중심으로 지역 문화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사찰은 라나 왕국 시기의 고건축으로, 벽화에는 부처님의 전생이 그려져 있어 관광지로도 활용됩니다.

또한 저는 사미승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하며, 출가를 통해 교육받기 어려운 가난한 아이들이 절에 머물며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출가하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어, 직업 교육을 병행하는 사립 학교로의 전환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사찰은 기술과 약초 등을 배우는 교육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불교 교육과 생활 교육을 함께하는 모델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타이루족 공동체에서 사찰과 함께 지역 문화와 교육을 이끌고 있는 콩신 스님의 활동 소개가 끝나자, 스님이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꼭 아이들을 사미로 출가시켜서 학교를 운영해야 합니까? 그냥 지역 아이들을 모아 교육하면 안 되나요?”

이에 콩신 스님은 사미 학교를 운영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30년 전부터 시골 사찰에 스님이 없어 폐사되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스승님과 함께 고민한 끝에, 사미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절에서 지내며 교육을 받고, 지역의 사찰들에서 수행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다시 스님이 질문했습니다.

“사미로 출가해도 결국 비구계를 받는 아이들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면, 굳이 출가시켜 교육할 필요가 있을까요? 오히려 일반 학생으로 받아서 직업 교육을 병행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콩신 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습니다.

“맞습니다. 요즘은 출가하는 아이들도 줄고 있고, 사미 학교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미들이 직업 학교에 가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환속하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이제는 일반 학생도 받아들이는 사립형 직업 교육 학교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스님도 공감했습니다.

“사미복을 입고 기술 교육을 받는 모습은 외부에서 볼 때 어색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사립 학교로 전환해 사미든 일반인이든 함께 다니며 생활 기술을 배우는 모델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이에 콩신 스님은 “저희도 그렇게 준비를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하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 보기로 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오늘 저녁부터 INEB 프로그램을 마치는 날까지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어 볼 주제를 이야기했습니다.

“오늘 저녁부터는 여러분 각자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이나, 앞으로 3년 안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두세 가지씩 정리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 보겠습니다. 발표가 끝난 뒤에는 각자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서로 협력할 수 있을지 함께 논의해 보겠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을 오늘날에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먼저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을 무엇으로 삼고 어떻게 함께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근본 교설은 우리 모두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연기법, 중도, 사성제와 같은 가르침을 중심에 두고, 이것을 어떤 관점으로 이해하며 일상에서 실천할지 의견을 모아야 합니다. 또한 이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하고, 그 덕분에 사람들이 실제로 자신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방법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이렇듯 붓다 담마(Dharma)에 대한 우리의 공통 입장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아울러 부처님의 일생 중에 신화적인 부분은 걷어내고, 역사와 사회 속에서 부처님의 일생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우리의 스승이자 닮고 싶은 분으로서, 오늘날 젊은 세대가 봐도 존경할 만한 붓다 상을 정립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승려와 불교 신자들이 일상에서 어떻게 수행하면 좋을지에 대한 논의입니다. 하나는 교육이고, 또 하나는 수행이며, 마지막으로는 이 법을 어떻게 널리 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따라야 합니다. 교육, 수행, 전법이 우리의 중요한 관심사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승려와 불교 신자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역 사회와 협력하고, 빈곤을 줄이며, 재난 구호와 환경 보호, 사회 정의 실현, 평화 유지와 같은 일들을 이미 조금씩 실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것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이런 일들은 힘을 모아 공동으로 추진할 수도 있고, 또는 각자 개별적으로 실천하더라도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배우고 돕는 일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이번에 모든 것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더라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앞서 말한 주제들을 함께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님이 제안한 주제에 대해 각자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간단한 다과와 음료로 요기를 한 후 저녁 7시에 다시 9층 강당에 다시 모였습니다.

스님이 다시 오늘 대화의 주제를 상기시켰습니다.

“정토회와 실상사를 둘러보고 서로의 발표도 들으면서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볼 수 있을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정토회와 실상사는 이런 활동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하기는 어려워요. 그러니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으셔서 나름대로 꾸준히 해 나가면 되겠습니다. 오늘 콩신 스님의 예에서 보셨듯이 각자 앞으로 3년간 할 일을 한 명씩 발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으니 미리 준비해 주시길 바랍니다.”

먼저 첫 번째 순서로 콩신 스님이 태국에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다 함께 중지를 모아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콩신 스님은 앞으로 3년 안에 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세 가지 계획을 나누었습니다.

“첫째는 교육입니다. 특히 사미들의 문해력과 기초 영어 능력, 그리고 스님으로서 자신을 돌보는 생활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마을 주민들을 위한 직업 훈련입니다. 절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이 생계 기술을 배우고, 이를 통해 절과 학교를 지지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셋째는 노인 돌봄입니다. 외로움 속에 자살하신 분들도 있어, 어떻게 하면 노인들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이 각 항목에 대해 차근차근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좋은 교육을 하고 싶다면 우선 실력 있는 교사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데 좋은 교사는 결국 안정적인 급여가 있어야 남습니다. 건물은 한 번의 투자로 가능하지만, 월급은 매달 나가야 하니 정기 후원자를 모집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어 지역 소득 향상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스님이 지역 경제를 이끄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유기농 농사는 수익성이 낮고 노동은 많아, 주민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도시 근교처럼 프리미엄 소비층이 있는 곳이 아니라면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콩신 스님은 지역 특산물로 개발 중인 허브 주스를 소개하며, 상품화를 통한 수익 모델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옷을 짜는 일은 기술자들이 나이가 많아 한계가 있지만, 주스는 지역만의 고유한 음료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난(NaN)에 오면 이 주스를 마셔 보라!’는 콘셉트로 관광객에게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스님은 이에 대해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평가했습니다.

“식품으로 판매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과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결국 공장 형태로 운영해야 하고, 초기 투자도 필요하죠. 수익이 생기면 학교 운영에 보탤 수는 있겠지만, 지역 주민 전체의 소득을 크게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현재 계획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기존의 사미 교육뿐 아니라 여성 교육의 필요성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여성들은 배운 것에 대한 감사와 보답의 마음이 커서, 훗날 자원봉사자로 함께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어서 다른 스님들의 제안도 받았습니다. 프라윈 스님은 “콩신 스님의 공동체는 이미 큰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더 많은 외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네트워크 연결을 제안했습니다. 또한 “단순히 주스 외에도 지역 특산 해조류 등을 활용한 다른 제품도 검토해 보라.”고 조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콩신 스님을 위해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가난한 아이들을 교육하고, 출가자들을 돕고,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일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하나의 불교 실천입니다. 이 활동을 진정성 있게 잘 운영하고, 그 내용을 사람들에게 알린다면 분명 더 많은 이들의 지지와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콩신 스님의 진심 어린 고민이 여러 도반들의 지혜와 만나 길을 밝혀 나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뜻이 잘 전해져 타이루족 공동체에도 따뜻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대해 보았습니다.

한 시간 정도 콩신 스님의 활동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스님은 JTS가 지금 부탄에서 하고 있는 일을 소개했습니다.

“JTS가 부탄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를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했는지 잠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처음에 제가 관심을 가졌던 주제는 ‘기후 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인간의 빈곤 문제는 해결하되 더 이상 불필요한 소비는 멈추는 ‘소비 멈춤을 추구하는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부탄에서 시작된 지속 가능한 개발의 실험

이런 실험을 해볼 만한 나라를 찾다가 부탄, 라오스, 가이아나(Guyana) 세 나라를 검토했고, 그중 부탄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부탄은 탄소 배출이 마이너스인, 이른바 ‘탄소 네거티브’ 국가이며 국가 목표도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입니다. 직접 부탄을 방문해 GNH 책임자를 비롯해 여러 사람을 만나 보니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GNH는 개념만 있을 뿐 실질적인 모델은 없었습니다. 몇 달 후 왕이 직접 초대를 해서 왕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왕은 ‘마인드풀니스 시티(Mindfulness City)’라는 신도시 개발에 더 큰 관심이 있었고, 이것은 부탄의 겔레푸(Gelephu)라는 지역을 싱가포르처럼 친환경 신도시로 개발하는 계획이었습니다. 다행히 저의 제안에도 동의해 왕실 비서실장과 내각 비서실장을 보내 주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고, 부탄 정부와 본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2년 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열한 차례에 걸쳐 부탄을 방문하여 2개 주의 65개 치옥을 모두 답사했습니다. 이렇게 충분한 검토 과정을 거쳐야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처음 계획했던 내용도 진행 과정에서 조금씩 변경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주민들의 소득 증대 사업과 생활 개선 사업을 함께 해보려 했지만, 소득 증대 사업은 쉽지 않아 보여 먼저 생활 개선 사업부터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1년간 약 스무 곳 정도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집을 새로 짓거나 수리하고, 농수로와 상수도를 놓고, 울타리를 만들고, 도로를 포장하고 학교를 수리하면서 예산이 얼마나 드는지, 주민의 참여도가 어느 정도인지 점검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공무원들의 인식 개선이었습니다. 이 일을 한다고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정부 사업도 아닌데 정부가 관장해야 하니 다소 부담스러워했습니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워크숍을 열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부탄을 답사하여 마을 주민들과 대화하는 모습과 부탄 공무원들이 스님과 워크숍을 하며 시범 사업을 해 나가는 모습을 각각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영상을 본 후 스님이 오늘 토론을 마무리하며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부탄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는 사전 답사를 충분히 하고 진행 원칙을 명확하게 정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돈은 되도록 적게 들이고, 재료는 현지의 것을 쓰고, 마을 사람들의 기술로 해야 지속 가능합니다. 이렇게 해야 주민들이 나중에도 직접 수리하며 지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혜택도 마을 사람들에게 전부 돌아가고요. 또한 일은 되도록 함께하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며 일의 과정이 조금 힘들더라도 그 안에서 기쁨이 생기도록 해야 합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다들 ‘소를 사 달라.’, ‘스마트TV를 사 달라.’ 하며 무엇이든 달라고만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주민들에게 자기의 일이라면 어떻게 하겠는지 물어보며 관점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몇 차례 먼저 주민들과 충분히 이야기한 뒤, 이제 공무원들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게 된 것입니다.”

대화를 끝내고 INEB 참가자 스님들은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10층 접견실로 이동하여 채스넛 패밀리 재단(The Chestnut Family Foundation)과 온라인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아내인 테레사(Teresa) 님은 전직 소아과 간호사였고 항상 어린이의 삶을 개선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남편인 벤(Ben) 님은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의 CEO입니다. 두 분은 매년 전 세계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고 있는데요. 최근 JTS America를 통해 많은 후원을 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 회의는 부탄에서 JTS가 진행 중인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의 경과와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협력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지난 몇 년간 채스넛 재단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활동들을 언급하며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는 저희들의 힘으로는 1년에 학교를 두세 개 지었는데 지금 여러분의 지원으로 1년에 학교를 10개씩 짓고 있습니다. 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에 학생 4천 명이 다니는 규모의 큰 학교를 여러분의 지원으로 잘 지었습니다. 이렇게 규모가 큰 지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채스넛 재단의 후원 덕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부탄 프로젝트의 배경과 방향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부탄 사업은 기존의 ‘빈곤층 지원’에서 더 나아가, 기후 위기 시대에 맞춘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비전을 실험적으로 구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지금까지는 어려운 사람만 찾아서 도왔다면, 이번에는 어떤 한 지역을 정해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환경을 보존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탄의 20개 주 중 가장 가난하고 오지인 두 곳을 시범 지역으로 선정해, 주택 개선, 상수도 설치, 길 포장, 노인 의료 지원(보청기·틀니·백내장 수술), 학교 환경 개선 등 다방면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난겨울에는 한 달 이상 시간을 내서 대상 지역의 모든 마을을 다 방문했습니다. 앞으로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스님은 채스넛 패밀리 재단 측의 질문에 두 시간 동안 자세히 답변했습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 재단의 실무자인 리처드 님이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I’ve been closely following the early phase of the Bhutan sustainable development project. The spiritual and philosophical foundations of this work align closely with the way our foundation thinks. We’re honored to finally meet you, Sunim."
(저는 부탄의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관심 있게 지켜봐 왔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가진 정신적·철학적 기반은 저희 재단이 지향하는 방향과 매우 잘 맞아떨어집니다. 스님을 직접 만나 뵙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밤 11시가 다 되어서 회의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INEB 스터디 투어 8일째 날입니다. 오전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하여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하고, 조계종의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오후에는 경복궁과 인사동 투어와 자유 시간을 갖고, 저녁에는 다시 스님과의 대화 시간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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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주

채스넛 패밀리재단께서 이렇게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지 몰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저 또한 제 힘껏 보시하고싶습니다 스님 힘드실텐데 어떻게 그렇게 힘든 여정을 모두 소화 하고 계신지 놀랍고 걱정스럽습니다 미력하나만 저도 스님건강 기도 드리겠습니다

2025-07-05 10:42:08

풀빛KSY

"경전에서 말하는 ‘세상은 덧없다.’ 하는 말의 뜻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변화하므로 집착할 바가 없다는 뜻입니다." 매일 감사드립니다.🙏

2025-07-05 10:28:12

조유정

스님의 지혜를 오늘도 조금 배워갑니다.
오늘도 그저 고맙습니다 🙏

2025-07-05 10: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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