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6.26. 평화재단 정기 심포지엄, INEB 1일째, 환영식
“급변하는 시대, 불확실성이 클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평화재단 정기 심포지엄이 열리는 날이고, 동남아에서 온 스님들이 INEB 정토회 스터디 투어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북한 전문가들과 함께 조찬 모임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물가 동향과 환율을 점검한 후 이스라엘-이란 전쟁과 미국의 이란 공격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향후 북미 관계에 대한 전망을 토론한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대화문화아카데미 강대인 명예 원장이 찾아와 지난달에 ‘전환포럼’을 준비하는 모임을 시작한 이후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운영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12시에는 지하 공양간에서 대중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9층 강당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이재명 정부의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과 외교 안보 전략’을 주제로 진행된 평화재단 정기 심포지엄에 참석했습니다.

평화재단은 2004년에 창립된 이후 올해로 21년째 한반도 평화와 국가 발전의 비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실천해 왔습니다. 오늘도 여러 전문가들을 모시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집단 지성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청중 없이 온라인으로 간소하게 진행했습니다. 생방송에 330여 명이 접속한 가운데 큰 박수와 함께 심포지엄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고경빈 평화재단 고문이 개회사를 통해 세계 질서의 격변 속에서 한국 외교가 나아갈 방향과 평화재단의 문제의식을 제시했습니다.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국가의 장기적 전략 수립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2년 동안의 외교·안보 전략은 과거 정권의 것과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작동했습니다. 그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도 매우 불안정해졌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후 이런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전략을 어떻게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자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어서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사회로 제1부에서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외교 전략이 발표되었고, 제2부에서는 이수형, 동용승, 고경빈, 조한범 박사가 각각 토론자로 나서 정부의 외교·안보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장세호 박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러 관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지정학적·경제적 관점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는 단절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러 관계는 상당히 위축되었지만, 한국은 러시아와의 지정학적, 경제적 연결을 완전히 단절할 수 없습니다. 특히 북러 간의 밀착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전략적 소통 채널을 복원하고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예컨대 직항 노선 복원, 교민 보호 협력, 교육·문화 교류 확대 등을 통해 단기적 신뢰 회복 조치를 추진할 수 있으며, 극동 개발, 에너지, 인프라 등 중장기 협력의 기반도 함께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조진구 박사는 한일 관계가 구조적 갈등을 내포하고 있지만, 양국 모두 전략적 협력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일 관계는 역사 문제를 중심으로 구조적 갈등을 안고 있지만, 동시에 전략적 협력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원칙을 지키되, 정치적 유연성을 발휘해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이 대만 문제나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의 일부로 확장되는 데 분명한 한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재무장 및 군사 전략 확대에 한국이 자동으로 편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적 선 긋기’가 요구됩니다.”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이현태 교수는 중국 외교에서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특성을 설명하며, 이재명 정부가 모호한 태도를 넘어 전략적 명확성을 갖는 실용주의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은 상대의 전략적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매우 중시하는 나라입니다.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신뢰를 쌓기 어려운 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중국에 대해 전략적 명확성을 갖춘 실용주의 외교를 지향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드 사태 이후 훼손된 경제 협력은 기후 변화, 보건, 식량 안보 등의 비정치적 분야에서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대중 외교의 기조는 ‘정치적 민감성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적극적 협력’의 조화여야 합니다.”

통일연구원 연구 위원 민태은 박사는 이재명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되, 전략적 자율성과 유연성 확보를 외교 전략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미 간의 전략 동맹 강화를 추진하되, 한국 주도의 정책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과의 협력에 있어 단순한 동조가 아니라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해야 하며, 동맹을 활용하되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진전에 필요한 외교적 여지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기술 동맹 역시 한국 산업의 경쟁력과 자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 재편 논의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되, 우리 기업의 이해를 우선하는 외교 전략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각각 미국에 대해서는 종속되지 않는 자율성 있는 동맹 강화, 중국에 대해서는 실용 협력 기반의 신뢰 회복, 일본에 대해서는 정치적 유연성과 전략적 선 긋기, 러시아에 대해서는 소통 채널 복원과 중재자 역할 수행을 핵심 외교 전략으로 제시했습니다.

서울대 일본연구소의 남기정 박사는 한일 관계의 복원을 위해 단기적인 해법이나 정무적 접근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지정학적 위기관리’와 ‘문명적 공동 과제의 공유’라는 이중 과제를 한일 양국이 함께 풀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수형 박사는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동맹은 필요하지만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게 핵심입니다. 지금과 같은 국제 질서에서는 동맹이 경제, 기술, 가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는데, 이 흐름 속에서도 한국이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다른 분야에서도 종속될 수 있습니다.”

굿파머스 사무총장 동용승 박사는 경색된 한중 관계 속에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분야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농업, 식량, 보건, 기후 변화 대응 같은 분야에서는 공동의 이익을 찾을 수 있는 구조가 충분히 존재합니다. 비정치적 분야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며, 시민 사회 차원에서도 이런 교류가 가능합니다.”

통일연구원 석좌 연구 위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문제에서 제재 일변도의 접근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제재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인도적 지원이라는 우회적 접근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지원이 단순한 시혜적 조치가 아니라, 남북 관계의 동력을 회복하고 국민적 설득력을 갖춘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사회자인 서울대 이정철 교수는 각국별 전략이 단편적으로 존재해서는 안 되며, 모든 외교 전략이 통합된 프레임 안에서 조화롭게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동맹과 자율성, 가치와 실용성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앞으로의 정책 설계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국제 정세의 격변 속에서 이재명 정부가 추구해야 할 외교·안보 전략의 핵심 가치를 다시 되새기는 자리였습니다. 강대국과의 관계 속에서도 ‘자율성’, ‘실용적 협력’, ‘철학적 일관성’, 그리고 ‘인도주의적 접근’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이 공통된 제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점점 토론이 무르익어 가는 가운데 동남아에서 온 INEB 정토회 방문단이 모두 정토사회문화회관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스님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3층 설법전으로 이동했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청년 두 명이 INEB 정토회 방문단을 환영하는 인사를 했습니다.

“We would like to welcome our INEB study trip participants to the Jungto Center.”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 오신 INEB 참가자 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태국에서 세 분, 캄보디아에서 두 분, 미얀마에서 한 분, 라오스에서 한 분, 스리랑카에서 한 분, 총 여덟 분이 오셨습니다. 다 함께 부처님 전에 삼배를 한 후 스님이 INEB 정토회 방문단을 위해 환영사를 했습니다.

“INEB(국제참여불교연대) 방문단 여러분, 이렇게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방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오신 분들 가운데는 예전에 한두 번 방문하신 분도 계시네요. 익숙한 얼굴을 다시 뵐 수 있어 더욱 반갑습니다.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토론하는 대화의 시간

지난 방문이 한국 정토회를 견학하는 데 중심을 두었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함께 어떻게 수행하고 전법하며, 사회적 실천을 이어갈 수 있을지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다만 서울에만 머물러 모임을 계속하다 보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어서 이번 일정은 문경수련원, 두북수련원, 지리산 실상사, 이렇게 세 곳을 옮겨 다니며 진행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견학보다는 대화에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지금 세계는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듯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전쟁은 더 이상 역사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점점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종교는 평화를 말하지만, 많은 전쟁의 이면에는 종교적 갈등이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후 위기로 인한 자연재해가 전 지구적으로 빈번해지고 있으며, 빈부 격차도 놀라운 속도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마치 새로운 계급과 신분제가 생겨나는 것은 아닌가 싶어질 정도입니다. 이런 시대에 부처님께서 설하신 평등과 자유의 가르침을 오늘날 어떻게 이 세상 속에 실현해 나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혼란의 시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길을 찾다

이러한 문제들은 사원이나 사찰 안에서만 이야기해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부처님께서도 날마다 마을과 마을을 걸으며, 당시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셨습니다. 그것처럼 우리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 가야 합니다. 이번에는 그런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 사회는 지난 6개월간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을 거쳐 새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6개월이 걸렸습니다. 지금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는 현 정부가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외교 안보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 갈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참여하다가 여러분을 뵙기 위해 잠시 내려왔습니다.

이렇게 방문해 주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 자리에 함께한 대중 여러분께서도 해외에서 오신 손님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대중 모두가 INEB 참가자 스님들을 향해 삼배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다음은 INEB 참가자 스님들을 대표해서 스리랑카에서 온 담마난다 스님(Ven. Galkande Dhammananda)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세계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는 지역 상황에 집중하느라 넓은 시야를 갖기 어렵지만, 이렇게 함께 모이면 서로의 활동을 돌아보고 자신을 환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을 때는 더 넓은 안목으로 활동에 임할 수 있습니다.

이번 만남은 우리 모두에게 살아 있는 롤 모델이 되어 줄 것입니다. 책 속의 롤 모델은 책을 덮으면 잊힐 수 있지만 직접 눈앞에서 마주하는 살아 있는 롤 모델은 깊은 영감을 남깁니다. 법륜스님과 정토회 공동체 구성원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이런 귀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INEB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어서 청년특별지부의 김인환 님이 스님들을 환영하는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금세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물들었고, 동남아 스님들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리고 법륜스님이 참가자 스님 한 분 한 분께 꽃 한 송이와 방문 기간 중에 필요한 용돈, 수건, 자료집 등을 선물했습니다.

“정토회 방문을 환영합니다.”

기념사진 촬영을 끝으로 환영식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부처님 앞에서 다 함께 ‘Welcome, INEB’를 외치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스님은 INEB 참가자 스님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저는 평화재단 심포지엄에 다시 참석해야 해서 가 보겠습니다. 저녁에 대화 시간이 있으니 그때 뵙겠습니다.”

환영식 후 INEB 참가자 스님들은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다시 9층 강당으로 이동하여 평화재단 심포지엄에 참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의 토론과 발표는 4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토론과 발표가 끝난 후 심포지엄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스님에게 닫는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불확실성 시대의 신중한 대응, 전쟁 방지의 우선 과제, 미래를 향한 선제적 접근을 강조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 전략에 대한 네 분의 발표와 네 분의 토론을 잘 들었습니다. 저는 중지(衆智)를 모은다는 것이 바로 이런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합의점을 함께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귀한 발표를 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급변하는 시대, 불확실성이 클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저의 소회를 간단히 말씀드리면,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날 때는 섣불리 대응하기보다 잠시 기다려 보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수 있습니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급히 반응하는 태도는 자칫 조급함에서 비롯된 판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겁하거나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하는 태도가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는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나 기후 위기 같은 사안도 단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신중히 관찰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핵 발전 역시 위험 요소가 분명하지만, 이산화 탄소(CO₂)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청정에너지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책을 급하게 바꾸기보다는, 이미 계획된 건은 진행하되, 아직 확정되지 않은 건은 보류하는 방식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대부분의 사안에는 불확실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서두르기보다 차분히 풀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흐름도 있습니다. 예컨대 기후 위기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청정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사안에는 과감한 정책 전환과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미·중 패권 경쟁 역시 결과는 불확실하지만, 그 과정에서 패권국이 아닌 중간 국가들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안에는 관망하는 자세를 넘어서 선제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일본과의 관계도 과거사를 고려하면 협력에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일정 부분 과거를 뛰어넘어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현시점에서 우리의 가장 긴급한 과제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전쟁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최대 위기입니다. 남북 간의 갈등이나 미·중 경쟁의 여파로 한반도가 분쟁 지역이 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지금은 남북이 한 개의 국가인지, 두 개의 국가인지 하는 문제가 중요한 상황이 아닙니다. 오직 전쟁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때입니다. 남북 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합니다. 정부가 여론을 넘어서 신속하게 대응할 것인지, 아니면 여론과 정세의 흐름을 함께 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적절한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용적 외교와 새로운 국가 전략의 필요성

외교·안보 전략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위상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해서는 안 되겠지만, 지금까지처럼 과소평가한 채 미국만 바라보거나 중국의 눈치만 보는 자세에서는 벗어나야 합니다. 미국이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현실에서,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태도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국가 이익을 중심에 두고,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과거의 관계는 존중하되 거기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 상황을 고려하되 매몰되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 전략을 새롭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저 역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평화재단과 전문가들이 앞으로도 국가의 외교·안보 전략 수립에 지속적으로 기여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요즘 사회적 관심은 주로 경제 문제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삶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평화를 지키고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청자 여러분께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경제 문제 못지않게 외교·안보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국가 정책에 대한 여론 형성에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발표자와 토론자 모두 큰 박수로 스님의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오후 5시에 생방송을 마치고 스님과 발표자, 토론자 모두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외부로 이동하고, 스님은 양해를 구하고 평화재단 접견실로 향했습니다.

“저는 다음 일정이 있어서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여러분끼리 식사하면서 대화를 더 나누시기 바랍니다.”

오후 5시 30분이 되어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국회 의원을 만나 저녁 식사를 한 후 차담을 했습니다. 안보 분야의 위기관리 방안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부터는 INEB 정토회 방문단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각국에서 온 스님들에게 그동안의 안부를 물어보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미얀마 지진 피해 상황, 캄보디아 바탐방의 여학생 기숙사 운영 현황,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 상황 등 JTS에서 지원하고 있는 곳들의 현재 상태가 어떠한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INEB 참가자 스님들도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태국에서 온 콩신 스님(Ven. Khongsin)은 젊은 사미(출가한 어린 스님)들이 줄고 있는 문제와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우려를 이야기했습니다.

“사미승(沙彌僧)의 관리와 교육에 대해 걱정이 됩니다. 요즘은 젊은 승려들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출가 후 사미 교육을 마친 승려들이 절에 남지 않고 떠나는 것이 문제였다면, 요즘은 애초에 교육받는 사미승의 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교육의 질입니다. 현재 교육의 성과는 기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종교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하며 대화를 이어 나갔습니다.

“종교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등 여러 불교 국가에서도 출가자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한국의 경우 출산율이 낮고 자녀 수가 적다 보니, 아이가 승려가 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20대 출가자는 거의 없고 대부분 30대나 40대에 출가합니다.

승려 교육은 전통적인 것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세상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금 제가 하는 법문의 내용은 불교의 가르침이지만 불교 용어를 거의 안 쓰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생활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된 상황에 맞게 불교도 대응을 해 나가야 합니다.”

미얀마에서 온 키티사라 스님(Ven. Kittisara)도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저희는 여러 나라에서 왔고, 그중에는 개발 도상국도 많습니다. 이런 나라들도 산업화를 거치며 한국과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런 상황에 대비해 불교적인 가르침이나 아이디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한국이 먼저 겪은 문제와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고 극복해 나가고 있는지를 여러분과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여러분에게는 이런 문제가 아직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앞으로 10년에서 20년 안에 여러분도 한국과 유사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여러분 나라에서는 노동자들이 국내보다는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전통문화와 멀어지고, 다른 종교를 받아들이기 쉬운 환경이 형성되겠죠. 중동으로 간다면 이슬람을, 한국이나 미국으로 간다면 기독교를 접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입니다. 일주일 동안 이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어 봅시다.”

두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질문을 받은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이번 INEB 스터디 투어 기간 동안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이번 INEB 스터디 투어의 7가지 주제

“이번 INEB 스터디 투어 프로그램은 7가지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 보고자 합니다. 첫째, 불교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현대 사회에는 연기법(緣起法)과 중도(中道)를 강조하는 교육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수련입니다. 명상이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교육생들이 불교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방안에 대한 문제입니다. 셋째, 수행입니다. 불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상에서 꾸준히 수행을 이어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넷째, 정토회와 같은 불교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다섯째,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반 시민에게 어떻게 전할 것인가, 즉 전법과 홍보 방식에 관한 문제입니다. 여섯째, 불교인이 각자의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일곱째는 이번에 특별히 추가한 주제입니다. 요즘과 같은 기후 위기와 환경 위기의 시대에 지속 가능한 개발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기지 않으면서도 절대 빈곤을 해소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JTS가 부탄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역 개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재 JTS에서는 부탄의 두 개 주 전체를 대상으로 빈곤 퇴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첫째, 집이 없는 사람에게 집을 지어 주는 일입니다. 둘째, 집은 있지만 가난하고 낡은 집은 수리하되, 최소한 부엌과 화장실은 개선해 주는 일입니다. 셋째, 비가 오면 미끄러지는 마을 도로를 포장하는 일입니다. 넷째, 상수도 시설을 설치하는 일입니다. 다섯째, 동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울타리를 설치하는 일입니다. 여섯째, 벼농사를 위한 농수로를 정비하는 일입니다. 일곱째, 경사가 너무 가파르거나 진흙탕이 되어 차량이 다닐 수 없는 길을 일부 포장하는 일입니다. 이 7가지 프로그램은 모두 주민들이 직접 해야 합니다. JTS에서는 활동에 필요한 자재를 지원하고, 주민들이 스스로 집과 마을을 개선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깨끗하고 편리하게 생활하자.’ 하는 것입니다. 동남아 시골 지역에는 여전히 집이 없거나 빈곤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확산할 수 있을지 여러분과 함께 토론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정토회에서 하고 있는 활동을 소개한 이후에, 여러분도 각자의 활동을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 다음 그 내용을 바탕으로 서로 토론하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불교는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여기에 3가지 프로그램이 더 있습니다. 첫째, 전통적인 한국의 선방과 명상 센터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견학하고 설명을 들어 보고자 합니다. 둘째, 조계종 소속 사찰인 실상사(實相寺)라는 전통 사찰에서 해당 지역 농민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마을 개발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설명을 들어 보고자 합니다. 셋째, 조계종 종단이 출가자와 종교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어떤 비전과 정책을 갖고 종단을 운영해 나가고 있는지를 들어 보고자 합니다. 정토회는 종단 차원의 활동이 아니라 새로운 불교 운동으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토회의 활동이 종단 소속인 여러분에게 직접적인 모델이 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물론 참고는 될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조계종은 한국 불교 전체를 관장하는 종단이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불교를 이끌어가고 있는지를 듣는 것은 여러분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10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대부분 처음 오신 분들이 아니고 이미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니까 이번에는 단순한 견학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또한 각자 자기 지역으로 돌아간 후에도 어떻게 서로 협력하여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편하게 지내시고, 자유롭게 대화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 일정을 공유한 후 INEB 스터디 투어 1일째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INEB 스터디 투어 2일째 날입니다. 오전에는 INEB 참가자 스님들과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각 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을 주제로 발표와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오후에는 토론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 저녁에는 지하 대강당에서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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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Y

매일 감사드립니다.🙏

2025-06-29 14:13:43

감로화

우리나라의 안정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2025-06-29 12:58:47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5-06-29 10: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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