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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여성 출가수행자(넌)들을 위한 학교 부지를 답사하고, 팀푸로 이동해 부탄 내각 장관과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새벽 5시 45분, 스님은 숙소에서 준비해 준 차를 한 잔 마시고, 여성 출가수행자(넌)들을 위한 학교 부지를 답사하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차로 5분을 이동해 답사할 장소에 도착하자 마을 사람들이 부탄식 천막을 치고 향을 피우며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부지를 천천히 둘러본 뒤, 부탄 비구니 재단의 사무총장 타시 박사님에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깊은 산속에 학교를 지으면 자재를 옮기는 데 운송비가 많이 들어요. 건물을 작게 지을 때는 땅값이 싼 곳이 유리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땅값이 전체 건축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요. “
“저는 수도도 하고 공부도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생각했어요.”
"이런 입지가 좋다고 생각하는 건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거예요. 앞으로 여성 교육을 위한 학교라면, 선생님들이 오기 편해야 하고, 전기나 수도 같은 기본적인 시설도 갖춰져 있어야 해요."
“저는 고등교육까지 가르치되, 부처님 가르침을 중심에 두고 싶었습니다.”
"이곳은 지역 주민에게는 의미 있는 장소가 될 수 있지만, 부탄 전체를 위한 여성 출가수행자 학교를 짓는다면 파로, 푸나카, 겔레푸 같은 도시 근교가 더 적합할 거라고 생각해요. 이곳은 전통적인 수행자 20명 정도가 공부하는 데는 괜찮지만, 고등교육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 고등교육까지 하려면 수학, 과학, 사회 같은 과목을 가르칠 선생님도 확보해야 하거든요. 도시 가까이에 있어야 자원봉사자를 구하기도 수월하고요. 이곳은 경관도 좋고 기후도 온화해서 명상센터로는 아주 좋지만, 교육기관으로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여성교육기관뿐만 아니라 향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운영까지 고려한다면, 도심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이 더 유리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도 한국에서 땅값이 싸다는 이유로 산속에 수련장을 지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막상 운영해 보니 건축비가 훨씬 많이 들었어요. 또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면 교통비도 많이 들고요. “
“네, 이곳 주민들도 명상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고 있긴 합니다.”
이어서 스님은 이곳의 기후 조건은 물론 식수는 어디서 나는지, 겨울에는 얼마나 추워지는지, 가을엔 낙엽이 지는지 등을 꼼꼼히 점검했습니다.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차를 함께 마시고, 스님은 주민들에게 보시금을 전달했습니다.
"부지를 정비하는데 보태시길 바랍니다. “
다시 숙소로 돌아와 아침 공양을 한 뒤, 집주인 부부에게 감사의 선물을 건네고, 오전 7시 15분에 팀푸로 출발했습니다.
오전 11시가 되어 푸나카로 향하는 길목인 로베사에 잠시 내려 쉬며 차 한 잔을 마셨습니다.
오후 1시가 다 되어 팀푸에 도착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통역을 맡은 린첸 님이 스님께 맛있는 부탄식 만두 '모모'를 소개해 드리고 싶다며 식당으로 안내했습니다. 포크로 음식을 먹기 불편했던 스님은 가방에서 젓가락을 꺼냈습니다.
"비행기에서 가지고 온 젓가락이에요. 사용하려고 항상 가지고 다니는데, 막상 쓸 일이 잘 없어서 종이가 좀 해졌네요. “
식사를 마치고 오후 2시, 오늘의 숙소인 린첸 님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지난 일주일간 함께한 기사님께 선물을 전하며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운전하시느라 고생 많았어요. 어제는 특히 오래 운전하시느라 수고했어요."
타시 님에게는 영문판 ‘혁명가 붓다’와 염주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짐을 풀고 잠시 휴식한 뒤 오후 5시에 내각 장관을 만나기 위해 내각실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부탄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3년간 협력할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날입니다. 내각실에는 내각 장관 님과 왕실 부비서실장 님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건강히 잘 지내셨습니까?"
"네, 스님. 잘 지내셨습니까?"
"저는 한국에서 100일 동안 법문하며 지냈습니다. 이번에는 트롱사와 젬강에서 각각 겁, 촉바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그래서 이걸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불사’라고 설명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불사는 중생을 구제하는 일이니, 절을 짓고 불상을 세우는 것보다 더 정성을 들여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불사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는 염주를 걸어주며 오늘부터 보살이 되라고 말했어요. 시범 사업에서는 계획했던 모든 일을 다 하진 못했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
"시범 사업 결과에는 만족하십니까?"
"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해냈습니다. 본 사업이 시작되면, 1년 치 예산이 한 번에 집행될 수 있도록 해서 자재를 값싸게 대량 구매할 계획이에요. 가장 필요한 건 지붕재, 시멘트, 울타리 철망, 파이프, 전깃줄, 싱크대, 변기 같은 것들이고요. 나무는 마을에서 조달할 수 있고, 자갈이나 모래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일은 자재 관련 회사 책임자와 회의도 예정돼 있습니다. “
"저희도 종각 담당자들을 통해 자재를 저렴하게 사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이어서 스님과 내각 장관은 양해각서에 서명했습니다. 앞으로 3년간 500만 달러를 들여 주택 신축과 보수, 상수도 설치, 울타리 조성, 도로 정비 등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두 분께 영문판 ‘혁명가 붓다’와 보드가야에서 가져온 염주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염주를 목에 걸어주며 스님이 말씀했습니다.
"오늘부터 보디사트바로 임명합니다!" (웃음)
"네, 스님!" (웃음)
지난 일주일간 일정을 함께한 이시 님에게도 영문판 ‘혁명가 붓다’를 선물했습니다.
저녁은 팀푸 시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내각 장관 님과 왕실 부비서실장 님과 함께 내각실에서 마련해 준 식사를 했습니다.
저녁 8시, 숙소로 돌아온 스님은 팀푸의 선선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숙소 아래를 잠시 거닐다 방으로 들어가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부탄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수행법회에서 질문자와 스님이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마침 지금 시기가 정토회 회원들이 정일사 수련을 하고 있는 기간이라 수련에 도움이 되는 즉문즉설 내용을 전해 드립니다.
“현재 정토회 전법회원들은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정진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정일사가 끝나면 법사님들과 정담회를 갖습니다. 일반회원들은 ‘천일결사 백일 정진 14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일사에서는 개인 수행 과제를 정해 정진하고 있으며, 14주 프로그램에서도 수행 과제를 정해 정진한 뒤 나누기 시간을 갖습니다. 스님의 ‘기도’ 책을 보면, 무엇을 수행 과제로 삼아 정진하느냐가 중요하고,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려면 과제를 가지고 참회를 하여 알아차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제가 14주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일반회원들은 수행 과제 자체가 다소 생소했고, 어떻게 수행 과제를 정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듯했습니다. 또한 인간관계에서 부딪힘이 없는데도 굳이 수행 과제를 정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한 가지 과제로 꾸준히 정진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과제를 달리해서 정진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여쭙고 싶습니다. 아울러 일상에서 수행 과제를 놓치지 않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수행의 목표는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일이 수행이자 수행 과제입니다. 전통적인 불교식 표현으로는 수행의 목표를 해탈과 열반이라고 하고, 요즘 말로는 완전한 자유 또는 완전한 행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그런 상태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괴로움 속에 있고, 여러 속박에 얽매여 있습니다. 화나고, 짜증 나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부정적인 마음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죠. 이러한 마음에서 벗어나 평온하고 고요한 상태, 즉 침울하거나 흥분된 상태가 아닌 고요한 마음으로 나아가는 것이 수행의 목표입니다.
해탈과 열반은 서로 다른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방향성을 가진 개념입니다.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아직 거기에 이르지 못한 나를 살피고 수행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을 갖게 되면, 외로울 때는 ‘외로움은 내가 마음의 문을 닫고 있어서 생긴 문제구나.’, 화가 날 때는 ‘내가 옳다고 고집하고 있구나.’, 스스로 못났다고 느낄 때는 ‘잘나고 싶어 하는구나.’ 하고 자각할 수 있습니다.
보통 백 일이든 49일이든 21일이든 특정한 기간을 정해 수행할 경우에는 가장 절실한 문제 하나를 수행 과제로 삼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남편 얼굴만 봐도 짜증 나고 화가 치밀어 도저히 못 살겠다면, 이 문제를 수행 과제로 삼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남편을 부처님처럼 보기’, ‘남편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기’ 이렇게 구체적인 과제를 하나 정해 보는 거예요. 미운 마음이 들 때마다 ‘아니지, 우리 남편은 부처님이야’ 또는 ‘남편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내자’ 하고 다짐하며, 그 과제에 집중하는 거예요. 다른 문제는 잠시 내려놓고 우선 남편이라는 한 대상에 집중해 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자꾸 물건을 사고 싶은 충동이 있다면, 그 욕구를 알아차리고 일주일, 한 달, 백일 동안 ‘물건 사지 않기’라는 하나의 과제에 집중해 보는 겁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집중 수행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수행 과제를 꼭 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수행이라는 것 자체가 화나고, 짜증 나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과제로 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수행의 목표는 지금 내가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상태에 이르는 것이고, 지금 괴로움이 있는 모든 것이 곧 수행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지금 나에게 특별히 크게 느껴지는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수행 과제로 삼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계속 우울하고 슬픈 감정에 빠져 있다면, 그 감정이 지금 나에게 가장 큰 과제가 되겠죠. 경제적인 어려움도 없고, 남편이나 자녀와의 관계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어머니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진다면,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바로 수행의 과제가 됩니다. 어떻게 하면 그 감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를 하나의 과제로 삼고, 집중해서 수행해 보는 것입니다.
매일 꾸준히 백일기도를 할 때는 ‘이번 백 일은 여기에 집중하겠습니다.’ 하고 한 가지를 정해 볼 수도 있습니다. 가령 내가 화를 잘 내는 편이라면, 이번 백 일 만큼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 ‘화를 낼 때마다 108배를 하겠다.’ 하고 구체적인 수행 과제를 정해 정진하는 겁니다. 자신이 늘 고집이 세거나 화를 잘 낸다고 느낀다면, 이것을 3년 과제로 삼아 꾸준히 정진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고집이 약간 있고 가끔 화를 낼 뿐이라면 이번 백 일은 ‘고집 안 하기’를 과제로 삼고, 다음 백 일은 ‘화 안 내기’를 과제로 삼고, 이렇게 기간마다 과제를 바꿔가며 정진해도 괜찮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너무 고민하거나 논쟁할 필요는 없습니다. 굳이 따로 과제를 정하지 않아도 수행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과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 자체가 수행 과제입니다. 건강한 몸을 목표로 삼는다고 할 때, 어느 때는 ‘다리에 근육 붙이기’, 또 어느 때는 ‘뱃살 빼기’, 다른 때는 ‘감기 예방하기’라고 운동 목표를 정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수행 과제를 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수행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수행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과제이기 때문에, 따로 과제를 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운동할 때는 그냥 ‘건강하기’를 목표로 삼기도 하듯이 구체적인 과제를 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만약 의사가 ‘정신적으로 불안하니 하체 운동이 필요합니다. 절을 많이 하거나 많이 걸으십시오.’라고 한다면 여러 운동을 하면서도 이번 백 일은 ‘걷기’ 또는 ‘절하기’를 목표로 정해서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행도 과제를 하나 정해서 해도 좋고, 3년 단위로 하나의 과제를 꾸준히 해도 되고, 백 일마다 새롭게 정해도 됩니다. 혹은 정일사 기간에만 특별히 하나를 정해서 정진해도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수행 과제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수행의 목표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이기 때문에 괴로움을 없애 나가는 자체가 수행 과제라는 말씀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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