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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법륜스님의 백일법문 87일째 날입니다. 오늘은 정토회 회원들이 자신의 수행을 점검하는 수행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수행법회를 하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3층 설법전에는 150여 명의 대중이 자리한 가운데 오전 10시 15분이 되자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낭독하며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전국의 정토회 회원들도 온라인으로 법회에 참석했습니다.
먼저 지난 한 주 동안 정토행자들의 활동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과 전국 으뜸절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마치고 뒷정리를 하느라 바쁜 한 주를 보냈습니다.
대중은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요동치는 국제 정세와 변화무쌍한 국내 정치 상황을 언급하며 수행자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백일법문을 겨울에 시작했는데 어느덧 봄을 지나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2주일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100일이라는 시간이 까마득하게 느껴졌지만, 막상 직접 해 보니 금세 지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사실 인생도 그렇습니다. 앞을 내다보면 까마득해 보이지만,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한순간처럼 느껴집니다. 앞으로의 30년도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30년 전을 떠올려 보면 마치 며칠 사이에 흘러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죽는 순간이 되어 인생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엊그제 일처럼 느껴지는 법입니다.
좋은 일도 너무 빨리 지나가고, 나쁜 일도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그래서 지나고 나서 보면 좋은 일도 그렇게 대단하지 않고, 나쁜 일도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듯이 앞으로의 인생 또한 그런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근심하거나 걱정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또한 지금 원하는 일이 뜻대로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지나치게 감정에 휘둘릴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언제나 인생을 마치 지나온 것처럼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어느 한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눈에 보이는 곳에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소개되었든 소개되지 않았든, 여러 자리에서 봉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정토회는 여러분의 자발적인 봉사로 유지되고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분이 크든 작든 보시한 그 마음과 정성으로 정토회의 활동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정토회의 지도법사로서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울러 여러분도 정토회에서 하는 봉사 활동을 ‘누구를 위한 것’으로 여기기보다 ‘나 자신을 위한 일’로 받아들이는 관점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언제 어디서든 주인 의식을 가지고 참여해야 나중에 지나온 삶을 후회하지 않게 됩니다.
지금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빠르다’라는 말만으로는 다 담기 어려울 정도라서 ‘요동치고 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정도입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바뀌어 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145퍼센트 관세를 매기더니, 자고 나니 30퍼센트로 뚝 떨어져 있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 미리 정보를 얻은 일부 사람들은 주식을 투기의 수단으로 삼아 막대한 돈을 벌기도 하고 또 잃기도 합니다. 국가를 움직인다거나 세계를 움직인다기보다는, 몇몇 힘 있는 사람들이 마치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듯 세상을 제멋대로 이끌어 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 결과 80억 인류가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국내 정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상황이 바뀌어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다이내믹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달리 보면 ‘혼란스럽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들도 결국 시간이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게 느껴질 것입니다.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늘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동학 혁명도 실패로 끝났고, 3·1 독립운동도 실패로 끝났고, 해방 후에는 분단이라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6.25 전쟁도 겪었고, 곳곳에서 좌절의 역사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어떻습니까? 부분적으로는 늘 실패했지만, 큰 흐름 속에서는 역사가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분적으로는 실패했더라도 길게 보면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실패 하나에 너무 좌절하거나 절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연습 삼아 해 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연습 삼아 하는 모든 일은 결국 배움이 됩니다. 이러한 배움을 통해 우리는 점점 더 능숙해지고, 세상의 크고 작은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고 오늘도 수행 정진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이 차례대로 질문을 했습니다. 온라인에서 두 명, 현장에서 두 명이 각각 질문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주위로부터 인기가 많은 남자친구를 새로 사귀었는데, 늘 자신을 떠날까 봐 불안하다며 어떻게 하면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남자친구를 새로 사귀었는데, 이전 남자들보다 여러모로 훌륭한 사람이고 인기도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점점 집착하게 되고, 그 사람이 저를 떠날까 불안합니다. 신점을 보니, 그 사람 주변에 여자가 너무 많고 지금도 혹시 다른 여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습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화가 납니다. 자책감이 들어서 헤어지고 싶다가도 다시 극복하고 싶어집니다. 이런 집착과 자책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뜨거운 불덩어리를 손에 쥐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속 쥐고 있어야 할까요, 놓아야 할까요?
“놓아야 합니다. 그럼 헤어져야 할까요?”
“남자친구를 몇 번 만나 보니 딱 마음에 들었죠? 그럼 다른 여자들도 그 사람을 보면 마음에 들까요, 안 들까요?”
“너무 마음에 들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그런 줄 알고 만나면 되죠.”
“그런데 저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람은 물건이 아니잖아요. 물건이라면 돈 주고 사서 딱 내 방에 넣어 두면 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질문자는 불가능한 것을 꿈꾸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결혼을 해도 마찬가지예요. 잘생기고 성격 좋고 일까지 잘하는 사람을 보면,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라도 호감을 느낄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스님인 저를 보고도 ‘좋아요!’라고 말하기도 해요. 그런 감정까지 우리가 다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계속 생길 거예요. 그 남자가 그중 누구를 좋아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것은 그 사람 역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갈 확률도 높다는 거니까요. 질문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주변에 괜찮은 남자가 없어서 그렇지, 지금 남자친구보다 조건이 좋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어떨 것 같아요? 과감히 버릴 건가요, 아니면 예비로 놔 둘 건가요?”
“예비로 놔둘 것 같습니다.”
“그렇죠?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을 보면 어려울 때를 대비해 예비로 두고 싶고, 마음이 착한 사람은 힘들 때 상담할 친구로 남겨 두고 싶어지잖아요. 사람은 원래 그렇습니다. 결혼한 사람도 옆에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좋은 감정이 생깁니다. 그래서 불륜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 거예요. 연애를 할 때만 전전긍긍하는 게 아니라 결혼 후에도 계속 불안해하며 살아야 할 겁니다.
예를 들어, 작은 회사의 주식은 1억 원어치를 사면 지분 100퍼센트를 가질 수 있지만, 대기업의 주식은 5억 원어치를 사도 지분은 0.1퍼센트도 안 됩니다. 그럼 1억 원으로 지분 100퍼센트를 가진 회사의 주식을 가질래요? 아니면 지분이 0.1퍼센트밖에 안 되지만 대기업의 주식을 가질래요? 선택은 본인 몫입니다.”
“저는 0.1퍼센트를 가지더라도 많은 돈을 가지겠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사람의 지분을 조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하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결혼 후 다른 여자가 얽히더라도 ‘그래도 법적으로 내가 아내다.’ 하고 너그럽게 넘길 수도 있어야 합니다. 옛날에는 임금과 결혼하려면 왕비가 후궁을 인정해 줘야 했습니다. 그만큼 큰 지위를 가지려면 받아들여야 할 것도 많은 거예요. 이것은 윤리나 도덕, 법으로 통제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법으로 막으려 하니까 자꾸 불법이 생기는 거예요.
이 세상이 원래 그렇습니다. 이익이 있으면 울타리를 쳐 놔도 도둑이 들끓어요. 이익이 없으면 울타리를 안 쳐 놔도 아무도 안 가져갑니다. 그래서 혼자 독점하고 싶으면 아무도 관심 없는 남자를 만나면 됩니다. 갖다 내 놔도 아무도 안 가져갑니다. 그런데 내 눈에 괜찮은 사람은 다른 사람 눈에도 괜찮아 보이는 게 당연합니다. 이것을 문제 삼기 시작하면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초조, 불안, 질투 같은 괴로움이 계속 생깁니다. 그래서 그런 행동을 보고 ‘쥐약을 먹는 것과 같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쥐약도 괜찮아요. 한 번쯤은 먹고 죽을 각오를 하고 직접 먹어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세상에는 쥐약도 한 번 못 먹어 본 사람도 많거든요. (웃음)
그렇게 생각하면 훨씬 편안해집니다. 너무 집착하지 말고, 하루를 연애하든, 한 달을 연애하든,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예요. 상대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더라도 그런 남자를 한번 만나 봤다는 것만으로도 못 만나 본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좋은 것은 누구나 다 갖고 싶어합니다. 그 마음은 이해되지만, 세상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하면 괴로워지는 거예요. 이것은 윤리와 도덕의 문제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에게 걸레를 하나 고르라고 해요. 금 걸레, 은 걸레, 면 걸레 중에서 하나만 가져갈 수 있다면, 대부분 금 걸레를 선택하겠죠. 처음에는 좋습니다. 그런데 막상 금 걸레로 방을 닦아 보니 잘 안 닦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겠어요? 버리고 면 걸레를 다시 가져오거나, 남이 쓰는 면 걸레를 몰래 가져와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특별히 나빠서가 아니라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거예요. 통제를 하면 눈치 보면서 조금 덜 할 수는 있겠지만 막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자기가 자처하는 일입니다. 쥐약인 줄 알지만 한번 경험해 보겠다 싶으면 적절하게 사귀어 보는 겁니다. 설사 결혼을 하더라도 상대를 가두려 하지 말고 열어 두는 게 좋습니다. 무엇이든 알고 하면 괜찮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최대 주주로서 자부심을 갖고 편안하게 연애해 보겠습니다.”
“남자친구가 돈도 있고, 인물도 좋고, 좋은 게 더 많은가 봐요. 대기업의 0.1퍼센트 지분만 가진 주주가 되는 것보다는, 작지만 내 지분이 많은 회사의 주주가 되는 게 낫지 않나요? 용의 꼬리가 되기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는 편이 더 좋지 않나요? 그런데 질문자는 뱀의 머리보다는 용의 꼬리가 낫다고 생각하는가 봅니다.” (웃음)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남편과 17년 결혼 생활을 했고 아직 아이가 고등학생입니다. 경제적 자립이 안 된 상태에서 이혼을 할까 고민이 됩니다.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요?
독서 모임에서 꼴 보기 싫은 사람을 만났는데 계속 함께 하는 것이 너무 힘이 듭니다.
300배 절을 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발원하는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도한다고 통일이 이루어질까 하는 의심이 자꾸 듭니다.
질문에 답하다 보니 법회를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 주 수행법회 시간에 또 대화를 나누기로 하고 12시가 다 되어 수행법회를 마쳤습니다.
3층 설법전을 나온 스님은 지하 공양간으로 이동하여 대중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평화재단 회의실에서 상임 천일준비위원회(이하 천준위)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정토회는 3년마다 다음 1000일(3년)을 준비하는 천준위를 구성합니다. 조직 개편과 인사 이동을 포함한 정토회의 전체 사업 계획의 초안을 준비하는 모임입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천준위 위원장인 법정 법사님이 ‘2-2차 천일결사 사업 방향’의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토회는 온라인 조직으로 전환을 시도했지만, 발전에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과도한 온라인 업무로 인한 활동가의 피로, 조직과 운영의 미비, 홍보 전략 부족 등의 문제로 정체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활동가의 고령화와 중간층 리더의 부재, 콘텐츠 제작 역량 부족 등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2-2차 천일결사는 온라인 조직의 정체를 돌파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초점을 두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수행·전법·실천 중심의 활동으로 전환하고, 지역 실천과 다문화 사업을 강화해 내실을 다지며, 세계 전법과 청년 전법을 통해 미래 비전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법정 법사님은 발표를 마치고 스님에게 사업 방향에 대해 자문을 구했습니다. 스님은 새로운 사업 방향을 세우기 위해서는 현재 정토회가 정체 국면에 놓이게 된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토회가 정체 국면에 처한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하는 것입니다. 원인을 먼저 파악한 후에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어떤 사업이 필요한지 논의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소소한 원인들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규명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대안을 세우기에 앞서 먼저 큰 틀에서 방향성이 정립되어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는 제가 직접 개척하고 이끌어 왔지만, 앞으로는 제가 없어도 이 사업이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토불교대학이나 행복시민 프로그램은 법문이라는 콘텐츠를 제외하면 대부분 여러분들이 운영하고 있잖아요. 제가 죽더라도 영상과 책을 통해 충분히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안정적인 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제가 70세가 넘었으니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살아 있으면 아무리 자율적으로 하라고 말해도 눈치를 보게 되어 변화와 혁신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제가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 시스템이 붕괴될 위험도 있지만, 반대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저 없이도 운영되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붕괴를 막으면서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없으면 여러분이 아무리 잘해도 일정 기간 정체 국면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정토회가 그 시기를 잘 넘겨서 확산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적어도 10년 정도는 그런 시기를 극복해야 할 거예요. 그래야 안정적인 변화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2차 만일결사의 초기인 1차, 2차, 3차 천일결사 시기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근본 원인에 대해 조금 더 연구하고 준비해 봅시다.”
이 외에도 상임 천준위에서는 청년특별지부의 연령 조정, 지역 지부와의 연계 강화, 해외지부의 통합 운영, 행복시민 활동가 양성을 위한 교육원 설치, 주간 지회 시범 운영 등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스님이 제안한 방향과 과제를 가지고 앞으로 정토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논의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기로 하고 오후 4시가 되어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 저녁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3층 설법전에는 150여 명의 대중이 자리하고, 정토회 회원들은 온라인 화상 회의 방에 접속한 가운데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오전처럼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국내 정치 상황 속에서 수행자가 가져야 할 관점을 이야기한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질문을 신청한 세 명이 먼저 질문을 하고, 현장에서 한 명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직장을 그만두고 수행을 시작했지만, 점점 더 게을러지고 있다며 어떤 관점을 갖고 수행을 해 나가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저는 6년 전에 30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그해 스스로 정토회를 찾아간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정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백일법문을 계기로 법비를 듬뿍 받아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고자 오전 근무만 하던 직장도 그만두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수행에 집중하기보다는 점점 게을러집니다. 경전 강의를 들으며 ‘게으름도 내 몸을 돌보는 쉼의 시간이다.’ 하고 연기법과 무유정법을 나름대로 적용해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선 ‘이래도 되나?’ 하는 의문이 자꾸 생깁니다. 혹시 제가 경전 말씀에 빗대어 게으름을 합리화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질문의 요지는 ‘제가 요즘 게으름을 피우고 있습니다.’ 이거잖아요. 그럼 간단합니다. 게으름을 피운다고 인식하면, 게으름을 안 피우면 됩니다. ‘이래도 되나?’ 싶으면 다시 열심히 하면 되고, ‘너무 욕심을 부린다.’ 싶으면 안 하면 됩니다. 별일 없이 한가하니까 게으름을 피우는 거겠죠. 그러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또 급한 마음에 부지런히 하게 됩니다. 그래도 안 죽고 잘 살고 있는 걸 보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묻고 싶어하는 내용의 요지가 무엇인가요?”
“게으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시간이 남아서 그런 거니까 좀 게으름을 피우셔도 괜찮습니다. 직장도 오래 다녔고, 백일법문을 듣는다고 오전 근무까지 그만뒀으니, 지금은 딱히 할 일이 없는 상태잖아요. 정말 할 일이 없으면 근처에 있는 정토회의 으뜸절에 가서 일을 좀 거들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절로 해결돼요. 사람이 할 일이 없으면 게을러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상황이 급박해지면 저절로 부지런해집니다. 딱히 할 일도 없는데 부지런해지려는 건 어딘가 맞지 않죠. 할 일 없는데 어떻게 바빠질 수 있겠어요? 그러니 지금은 게으름을 좀 피우고, 나중에 할 일이 많이 생기면 그때는 부지런히 움직이면 됩니다. 그게 바로 무유정법입니다. 물도 평평한 곳에서는 천천히 흐르고, 경사가 급한 곳에서는 빨리 흐르잖아요. 인생도 그런 겁니다. 그러니 너무 문제 삼지 마세요. 별일 아닙니다. 그렇게 가볍게 받아들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새어머니가 저를 길러 주셨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생모가 갑자기 연락을 해오니, 길러 주신 새어머니가 이를 알게 되면 기분이 상하실까 걱정이 됩니다.
전법회원 신청자 교육을 받다 보니 ‘회향한다.’ 하는 것의 의미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전법을 할 때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마음을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불교사회대학 강의를 듣고 나서 거시 세계의 원리와 미시 세계의 원리가 비슷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네 명과 대화를 나누고 나자 수행법회를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참석자들은 모둠별로 마음 나누기를 한 후 밤 9시가 다 되어 수행법회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백일법문 88일째 날입니다. 오전에는 정토사회문화회관 3층 설법전에서 스승의 날 행사를 한 후 이어서 반야심경 6강 강의를 하고, 저녁에는 지하 대강당에서 불교사회대학 19강 강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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