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5.10. 두북수련원 농사 울력 1일째, 풀 뽑기, 양파 수확, 예초
“불안한 직장생활, 농사로 바꾸면 좀 나아질까요?”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이틀 동안은 두북수련원의 농장을 전체적으로 정비하는 울력을 집중적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새벽부터 자욱하던 안개는 해가 고개를 들자 조용히 물러나고, 맑게 열린 하늘 위로 따스한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긴급히 봉사를 요청하는 공지문을 보고 부산울산지부, 대구경북지부에서 100여 명의 회원들이 아침 일찍부터 두북수련원의 농장 중앙에 위치한 농막 앞에 모였습니다. 특히 농사에 경험이 깊은 법사님들도 함께해 울력에 든든한 힘을 보탰습니다.

다 함께 선 채로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여는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긴급히 봉사를 요청한 이유와 오늘 대중이 해야 할 일감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지금 백일기도를 하고 있는 기간이라서 저도 건물 밖으로 안 나오려고 했는데, 농사 책임을 맡고 있는 묘당 법사님의 초청으로 오게 됐습니다. (웃음)

요즘은 여러 가지 농법이 많이 소개되고 있잖아요. 올해 상반기에는 농사팀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자연 농법을 해보겠다고 잡초와 곡식이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농장은 시범 농장이에요. 새로운 농법을 시도하려면, 한 3년 정도는 다른 곳에서 실험을 해 보고 결과가 좋으면 회의를 거쳐서 결정한 뒤에 대중에게 공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농사팀에서 대중 회의도 없이 농법을 바꾸어 버렸어요. 대중이 새로운 농법에 대해 저한테 우려를 얘기했는데 백일기도 기간이라 신경을 못 쓰고 있다가 지난주에 제가 직접 내려와서 보니 이 상태로는 시범 농장이라고 할 수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동네 할머니들도 왜 농사를 이렇게 짓느냐고 자꾸 뭐라고 하셨어요.

농장에 잡초가 무성해진 이유

새로운 농법을 시범 농장에 적용하려면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누가 책임지고 어디에서 실험해 볼 것인지 의논을 해야 합니다. 정토회의 원칙은 2년 정도 실험을 해 보고 나서 평가를 한 후에 어떤 농법으로 어디를 어떻게 할지 대중에게 공지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백일기도 역시 일종의 시범 사업입니다.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먼저 시작해서 효과를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대구나 대전에 회관을 새로 짓든지 건물을 임대하든지 해야 해요. 먼저 효용성을 실험해 보고 나서 회의와 평가를 통해 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농사팀에서는 이런 절차 없이 새로운 농법으로 농사가 진행이 되어 버렸어요. 첫째, 민주적인 절차를 안 거쳤고, 둘째, 충분한 실험 없이 바로 새로운 농법을 적용한 겁니다. 그래서 전체가 모여서 농사를 어떻게 지을지 다시 논의하려고 합니다. 농사가 잘못되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절차가 잘못되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 밭을 보고 ‘스님이 농사를 짓는다고 맨날 스님의하루에 나오더니 잡초만 무성하네.’ 이렇게 말하지 마세요. 농법이 달라서 그렇지 농사는 잘 짓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 1동에는 감자와 완두콩을 심었는데 풀과 함께 자라게 그대로 두었어요. 지금은 작물보다 풀이 더 무성합니다. 그래서 30명 정도 들어가서 풀을 싹 다 뽑겠습니다. 오늘 풀을 다 뽑아야 집에 갈 수 있어요. (웃음)

막 뽑아도 되는 풀이라면 뽑기가 쉬운데, 지금은 감자와 완두콩은 빼고 풀만 뽑아야 해서 주의를 기울여서 풀을 뽑아야 합니다. 어쩌면 풀은 놔두고 감자와 완두콩만 뽑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웃음)

비닐하우스 2동에도 밑에 풀이 많이 자라고 있는데 수확까지 한 달밖에 안 남았어요. 밑에 풀을 그대로 놔둔 이유는 작물이 자랄 때 밑에 풀이 있어야 좋다는 자연 농법을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장자리에 있는 풀만 싹 다 뽑아 주면 됩니다. 가장자리는 트랙터가 못 들어가니까 사람이 손으로 풀을 싹 다 뽑아야 합니다.

그리고 입구가 너무 지저분해요. 절이나 시범 농장은 항상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농막과 그 주변 정리도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해하셨어요?”

“네.”

“오늘은 꼭 일을 한다기 보다는 초파일 지나고 하루 소풍 왔다고 생각해 주세요. 점심은 비빔밥을 준비했습니다. 오전 중에 일을 다 끝내고 점심을 먹겠습니다.”

“네.”

다 함께 명심문을 세 번 되뇐 후 농사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비닐하우스 1동에는 감자와 완두콩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감자와 완두콩뿐만 아니라 잡초도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24명의 회원들이 비닐하우스 곳곳으로 흩어져 풀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스님도 이곳에서 함께 풀을 뽑았습니다. 스님이 한 손에 호미를 쥐고 익살스럽게 말했습니다.

"풀은 놔두고 감자랑 완두콩만 다 뽑으세요." (웃음)

잡초를 한 줌씩 뽑을 때마다 뿌리에서 흙먼지가 곱게 일었습니다. 감자 주변의 풀을 뽑을 때는 유난히 조심스러웠습니다. 감자 줄기가 꺾이지 않도록 잡초만 뽑아내는 세심한 손놀림이 이어졌습니다.

완두콩 줄기 사이로 자란 풀은 더욱 조심스럽게 다뤘습니다. 어설프게 힘을 주면 줄기째 뽑힐까 봐, 마치 아기 머리카락 다듬듯 천천히, 부드럽게 손이 움직였습니다.

스님은 대중이 어느 정도 익숙하게 풀을 매자 비닐하우스 문 주변에 자란 잡초를 뽑았습니다.

3동 비닐하우스에서는 미리 수확해 둔 양파를 손질해 컨테이너 박스에 담는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손놀림은 빠르고 정확했고, 박스는 금세 양파로 가득 찼습니다.

4동 비닐하우스에는 고추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가장자리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뽑고, 그 자리에 짚을 고르게 깔았습니다.

비닐하우스 옆에서는 손 기술이 좋은 회원들이 고추를 말릴 수 있도록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었습니다.

한편, 산 윗밭에서는 예초기가 연신 윙윙 소리를 냈습니다. 짧게 깎인 풀잎이 바람결에 날리며 공중에서 반짝였고, 거사님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10시가 되자, 울력을 멈추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늘 아래 모여 각자 집에서 준비해 온 간식을 꺼내 서로 나눠 먹었습니다. 수고했다며 웃음 짓는 얼굴들 사이로 바람 한 줄기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자, 다시 울력을 시작하겠습니다. 울력은 11시 30분까지 하겠습니다.”

스님이 공지 사항을 정정했습니다.

“11시 30분까지 울력을 하는 게 아니라 일이 끝날 때까지 하는 거예요. 일이 안 끝나면 집에 못 가요.” (웃음)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대중은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작업을 이어 갔습니다. 1동 비닐하우스 감자와 완두콩 밭의 풀을 다 뽑은 회원들은 비닐하우스 주변에 자란 풀도 뽑았습니다.

쑥떡을 만들기 위해 쑥을 캐와 다듬었습니다.

3동에서는 수확한 양파를 트럭으로 모두 옮겼습니다. 비닐을 걷어내고 가장자리의 잡초도 말끔히 뽑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고추를 심기 위해 밭을 갈고, 고랑을 고르게 만들었습니다.

4동은 부직포 작업이 마무리 단계였습니다. 밭고랑마다 빠짐없이 부직포를 깔아 잡초가 다시 자라지 않도록 꼼꼼히 덮었습니다.

11시 30분이 되기도 전에 계획했던 모든 일을 말끔히 마쳤습니다.

대중은 사용한 호미와 삽, 예초기 등 농기구를 하나하나 닦아낸 뒤 제자리에 정갈하게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비닐하우스 앞에서, 흙냄새가 채 가시기도 전에 모둠별로 마음나누기를 했습니다. 함께 땀 흘린 시간을 돌아보며 저마다 느낀 점을 나누었습니다.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웠습니다. 11시 30분에 울력을 마치고 다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두북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소나무 그늘 아래에 대중이 모두 모이자 스승의 날을 앞두고 조촐하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먼저 두북수련원 실행위원장인 이지은 님이 스님에게 꽃다발을 선물했습니다. 모두가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이어서 다 함께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렀습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대중은 삼배의 예로 닫는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가 흙과 좀 더 가까워지는 삶을 추구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백일법문을 하느라 두북수련원에 자주 내려오지 못했더니 올해는 봄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오랜만에 여러분과 함께 봄 잔치를 한 기분이네요. 저는 늘 운동 부족 상태였는데 오랜만에 운동도 잘했습니다. 심장이 안 좋아서 하체 운동을 많이 해야 좋다고 하는데, 오늘도 풀만 뽑다 보니까 하체는 가만히 놔 놓고 팔만 계속 움직이는 상체 운동만 했습니다. (웃음)

흙과 좀 더 가까워지는 삶을 다시 추구해야 하는 이유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어서 편리한 점도 많지만 단점도 있는 것 같아요. 온라인에서는 서로 대화하다가 스위치만 딱 끄면 상대방이 사라집니다. 이런 관계 속에서 지난 5년을 보내다 보니 점점 신심이 옅어지고 실천 활동도 뜸해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정토회 회원들의 엉덩이가 가벼워서 어떤 일을 한다고 하면 빨리빨리 움직였는데, 이제는 내내 책상에 앉아 회의만 하다 보니까 굼벵이처럼 잘 움직이질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의 좋은 점을 살려 계속해 나가되, 오프라인 활동도 겸해야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행은 이렇게 직접 만나서 대화하고 온기를 느껴야 서로 감화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토회는 사회 실천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같이 만나서 으쌰으쌰 해야 정토행자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오프라인 활동도 조금씩 보완을 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엉덩이를 조금 더 가볍게 하는 마음을 가져 주세요. 오늘 활동도 그런 의미에서 진행한 행사였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없는 솜씨에 땀도 많이 흘리고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곡식도 많이 뽑았죠? 어떤 사람은 풀을 뽑으라고 했는데 곡식을 뽑고 있더라고요. 옛날에는 부모가 농사짓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고 자랐기 때문에 농사일을 곧잘 했는데, 요즘은 농사를 접할 기회가 너무 없다 보니 진짜 쌀이 나무에 달리는지 궁금해하는 수준이 되었어요. 이것은 전반적인 사회 현상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는 흙과 좀 더 가까워지는 삶을 다시 추구해야 합니다. 곧 식량 부족 현상이 생기고,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겁니다. 그게 10년 뒤일지 20년 뒤일지는 모르지만 그에 대비해서 우리는 산속에 던져 놓아도 최소한 열흘은 혼자서도 거뜬히 살아갈 수 있는 체질과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큰 박수로 농사 울력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정토회 파이팅!”

그리고 점심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평소에는 모든 봉사자들이 각자 개인 도시락을 준비해서 오는데, 오늘은 스님과 함께 하는 농사 울력이어서 특별히 비빔밥을 준비했습니다.

도반들과 오순도순 둘러앉아 비빔밥을 먹으며 정겨운 이야기를 나눈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스님은 점심을 먹자마자 다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법사님들과 함께 산 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오전에 캔 쑥이 부족해서 쑥을 더 캐고, 내일 울력할 일감도 미리 살펴보았습니다.

아랫단부터 윗단까지 찬찬히 둘러보며, 내일 대중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울력을 하면 좋을지 의논했습니다.

그리고 밭 여기저기 흩어져서 낫으로 쑥을 베기 시작했습니다.

애써 심거나 가꾼 것도 아닌데 쑥은 밭 가득 무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냥 이 밭을 쑥밭으로 두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오후 2시부터 비 예보가 있어서 재빠르게 쑥을 캤습니다. 어느새 포대가 하나둘 채워졌습니다. 30분 만에 네 포대를 캐서 산길을 내려왔습니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고인돌 밭도 살펴보았습니다.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내일 울력에서는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창고 앞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쑥을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봄바람 사이로 퍼지는 쑥향이 코끝을 간질였습니다. 쑥이 많아 두북수련원 행자들도 함께 손을 보탰습니다. 사회 원로들께 드릴 떡이라, 억센 줄기는 걷어내고 여린 잎만 골랐습니다. 시든 잎도 정성스레 골라냈습니다.

쑥 내음 속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쑥을 다듬는 사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다듬은 쑥을 깨끗이 씻고 무게를 재보니, 20킬로그램이나 되었습니다.

사용한 도구를 정리하고 오후 네 시가 되어 울력을 모두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실내에서 업무를 본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엊그제 금요 즉문즉설 강연에서 질문자와 스님이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불안한 직장생활, 농사로 바꾸면 좀 나아질까요?

“저는 불안 성향이 높은 30대 직장인입니다. 직장에 오래 다니지 못하는 편이라, 나이가 들면서 기술을 공부해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일을 해보니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 많아 불안감이 더 심해졌고, 긴장도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농업 회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주말에 부모님을 따라서 주말농장에 다녀본 경험이 있어서, 돈벌이만 된다면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글을 쓰며 지내면 될 것 같은데, 도시에 사는 청년이다 보니 농업 일자리를 구하기 너무 어렵습니다.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심리가 불안하다고 했는데, 병원에 다니면서 약을 먹고 있어요?”

“네. 약도 먹고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다니는 직장에 3년은 무조건 다녀 보세요. 월급을 주든 안 주든, 욕을 하든 말든 그냥 다니는 겁니다. 심리가 불안하면 자꾸 무어라도 핑계 삼아 일을 그만두고 떠돌게 됩니다. 지금은 일보다 수행이 중요합니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직장에 무조건 3년은 다닌다’. 하는 것을 수행 과제로 삼아 보세요. 아무리 어려워도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3년은 다닌다고 마음 먹는 겁니다. 혹시 2년쯤 되었을 때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월급을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매일 출근해야 합니다. 나는 3년을 다니기로 했기 때문에, 월급이 없어도 출근해야 하는 겁니다. 질문자는 지금 월급을 주든 안 주든 수행 과제로 직장에 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뒤집히더라도 나는 수행을 이어간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한 회사에 오래 다닌다는 게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본인이 이것저것 조건을 따지니까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거예요. 지금도 시골에 내려가면 일자리는 많이 있습니다. 과수원도 있고, 소 키우는 농장도 있습니다. 대부분 일할 사람이 없어서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우선 지금은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수행 삼아 꾸준히 일해 보시고, 나중에 농촌에 일자리가 생긴다면 그때 옮기면 됩니다. 처음부터 자작농을 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니, 다른 사람 밑에서 월급을 적게 받더라도 배우면서 일을 해 보면 본인이 할 만한지 가늠이 됩니다. 뭐든지 처음부터 내 자본을 투자해서 크게 시작하지 말고, 종업원으로 3년은 일하면서 경험부터 쌓아야 합니다. 자본이 넉넉하다면 연습 삼아 사업을 해 봐도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먼저 충분한 노하우를 익히는 게 안전합니다. 지금 질문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현재 다니는 직장에 3년은 무조건 다니는 것입니다.”

“말씀해 주신 대로 수행 삼아 회사에 다녀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심리가 불안한 사람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면서 살면 됩니다. 예를 들어 뇌전증이 있다면 그걸 알고 살아가면 되는 거예요. 두 다리가 다 있으면 좋지만, 하나만 있어도 둘 다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없는 것에 집착해서 괴로워하며 삽니다. 만약 암 환자에게 ‘1년밖에 못 산다.’고 하면 그 말에 사로잡혀서 1년 내내 불안해하며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들은 괴로워하고 화내며 살더라도, 살아갈 날이 1년만 남은 사람은 오히려 더 알차게 살아야 합니다. 오래 산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남은 시간이 짧다고 꼭 불행한 것도 아닙니다. 남은 시간이 짧으면 오히려 짧은 시간을 귀하게 여길 줄 알게 되죠. 1년밖에 못 산다는 사실 자체가 괴로움을 주는 게 아니라, 그 말에 사로잡혀서 괴로운 거예요. 실제로는 암 환자보다 먼저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그래도 그 사람은 웃으면서 잘 살다가 죽습니다.

산에 가면 다람쥐도 잘 삽니다. 다람쥐와 나를 비교하면 조건은 내가 낫습니다. 그런데 다람쥐는 적어도 괴로움 없이 살아갑니다. 그래서 우리가 괴롭다는 건, 다람쥐만도 못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조건이 못한 게 아니라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여러분은 기준이 너무 높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은 ‘즐겁게 살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괴롭게 살지는 말라’는 것입니다. 굳이 따지면 괴로워할 일이 없습니다. 무언가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열심히 노력하되 이루지 못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좋은 옷을 안 입어도 사는 데 문제가 없고, 한 끼를 덜 먹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요즘 세상에 한 끼 안 먹으면 다이어트가 되어서 좋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으면 괴로운 겁니다. 원하는 게 있다면 노력하되, 반드시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설령 뜻대로 되더라도 그것이 꼭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게으르게 살라는 말이 아닙니다. 최선을 다하되 안 돼도 그만이라는 관점을 가지라는 겁니다. 꼭 이루고 싶다면 다시 연구해서 시도하면 됩니다. 어쩌면 안 되는 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안 됐다고 해서 슬퍼하고 괴로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 보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은 게 오히려 더 잘된 일이었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늘 생각에 사로잡혀 삽니다. 처음부터 돈이 없던 사람은 100만 원만 생겨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10억을 갖고 있다가 9억을 잃어버린 사람은 아직 1억이 남아 있는데도 실패했다고 생각해서 자살해 버립니다. 이것이 인생의 불행입니다. 우리는 불행을 자초하는 거예요.

불안증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자각하면서 살면 됩니다. 조금 불안하면 ‘불안하네’ 하고 알아차리고, 더 불안해지면 신경 안정제를 먹으면 됩니다. 별일 아닙니다. 조건이 바뀌었다고 괴로워할 필요가 없어요. 주어진 조건에 맞춰 살아가면 됩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렇게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뒤, 그다음에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시도해 보면 됩니다. 변화는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냥 받아들이면 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만연한 시대에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아무리 외친들 사람들이 얼마나 따라와 줄까요? 그래도 1퍼센트의 가능성만 있다면 수행자는 해야 합니다. 그게 수행입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결과만 바랍니다. 그러나 수행자는 다릅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고 나서도 결과를 바라지 않습니다. 안 돼도 그만이에요. 여러분은 ‘어차피 안 되는 걸 알면서 뭐하러 하느냐?’고 하지만 그래도 해 보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1퍼센트는 0.1퍼센트에 비해 굉장히 높은 확률입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내일은 두북수련원 농사 울력 이틀째입니다. 오전에는 60여 명의 봉사자들과 함께 산 윗밭에 올라가 풀 뽑기, 도라지 캐기, 과수 옮겨 심기, 예초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오후에는 텃밭에서 채소를 수확하고, 양삼 시범 재배를 위해 씨앗을 심습니다. 울력을 마치고 저녁에 서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3

0/200

운정

스님의 법문을 통해 긍정을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2025-05-13 15:56:30

이미경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만 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05-13 15:12:14

박순득

감탄사만 나올뿐입니다~~
도무지 쉬시지를 읺는군요~~존경합니다
법륜스님~~!! 고맙습니다 우리곁에 계셔주셔서♡♡
봉사자님들 고맙습니다~!
몸이 피곤할텐데도 모두웃음꽃이
활짝 피었네요~~♡♡♡

2025-05-13 15:04:56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