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4.2. 백일법문 45일째, 수행법회, 상임 천준위 회의
"결혼 후 남편을 따라 타지에서 생활하는 게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법륜스님의 백일법문 45일째 날입니다. 이제 백일법문도 중반에 접어들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수행법회를 하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완연한 봄입니다. 서울 도심에도 곳곳에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활짝 피었습니다.  

3층 설법전에 170여 명의 대중이 자리한 가운데 오전 10시 15분이 되자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낭독하며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도 화상 회의 방에 입장하여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대중은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지난주에 많은 피해가 발생한 영남권의 대형 산불 소식과 미얀마에서 발생한 강진 피해 소식을 전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한 주를 돌아봤을 때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산불 피해였습니다. 비교적 가까운 역사 속에 이렇게 큰 산불은 처음 경험하는 일입니다. 만약 불길이 동해에서 끝나지 않았더라면 더 넓은 지역으로 산불 피해가 확산하였을 것입니다. 이번 산불로 소실된 산림의 면적이 무려 여의도 면적의 165배에 육박합니다. 무엇보다 민가의 피해가 너무나 참혹합니다. 피해를 입은 민가가 2,000채를 훌쩍 넘습니다. 이번 산불로 총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약 37,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산불 피해 희생자들의 가족분께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자연재해가 우리의 예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와 강풍을 주로 겪어 왔는데, 산불 피해가 이렇게 클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이번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한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이례적인 고온에 건조해진 환경과 강풍이 만나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둘째, 산림이 지나치게 울창했다는 점도 한몫을 했습니다. 이번 산불을 겪으면서 산에 나무나 풀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꼭 산림 보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오히려 일부분은 베어내서 목재로 사용하는 편이 이렇게 산불로 한꺼번에 태워 없애는 것보다 낫지 않나 싶습니다. 산에 임도(林道)를 내고 한 번씩 간벌(間伐)하고 벌채(伐採)하는 것이 꼭 산림을 훼손하는 일이 아니라 보호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중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옛날에는 나무를 너무 많이 베어서 민둥산을 만들어 자연재해를 초래했다면, 지금은 무조건 보호해서 오히려 자연재해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산림이 우거짐으로써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고, 또 적절히 간벌함으로써 오히려 산불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재난을 통해 절실히 느낀 것 같습니다. 이번 산불로 돌아가신 분들의 가족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미얀마 지진 피해 긴급 구조가 신속히 진행되기를 바라며 

그리고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 인근에서는 규모 7.7 강진이 덮치면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또한 많은 건물이 붕괴하는 등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일어났습니다. 아직은 그 피해의 규모를 통계조차 낼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미얀마는 군부 집권으로 인한 내전으로 곳곳에 통신망도 끊어진 상태입니다. 미얀마는 현재 면적의 약 30퍼센트 지역을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고, 나머지 약 70퍼센트 지역을 반군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 30퍼센트에 해당하는 지역에서만 사망자가 3,000명에 달하는데 아직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나머지 70퍼센트에 달하는 지역의 피해는 현재 파악조차 안 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예상컨대 희생자가 최소 1만 명 이상일 것 같습니다. 아마 나중에 정확한 통계가 나오면 수만 명이 희생된 대참사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산불 피해 지역에 긴급 구호단을 보냈습니다. 예상보다 피해가 심각하다고 인식하여 지원을 나갔을 때는 산불 진화가 이미 막바지에 접어들어 있었습니다. 일부 이재민을 돕고, 불을 끄고 있는 소방대원에게 소방 활동에 필요한 마스크와 장비를 지원했습니다. 앞으로 복구라는 큰일이 남았기 때문에 복구를 위한 기본 방향이 정해지면 전 국민이 동참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산불 피해와 달리 미얀마의 지진 피해 지역에 대해서는 JTS에서 즉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군부에서 아직 비자 발급을 안 해 주고 있는 관계로 기존에 JTS에서 미얀마 난민을 돕던 방식으로, 즉 방콕을 통해 미얀마로 구호 기금을 전달했습니다. 또 일부 약품은 방콕 현지에서 구매하여 미얀마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적은 돈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신속하게 긴급 지원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추후 피해 통계를 보면서 추가적인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현재 긴급 구호단은 비자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함께 마음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미얀마 지진 피해 희생자들과 우리나라에서 산불로 희생된 31명을 위로하는 해탈주를 함께 독송하겠습니다.”

이어서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목탁 소리에 맞춰 다 함께 해탈주를 세 번 독송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사전에 신청한 분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온라인에서 한 명이 질문을 하고, 이어서 현장에서 한 명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후 남편 집안에 유전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아이가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 된다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조현병 증상을 보이는 아이가 걱정입니다

“저는 최근에 남편 집안에 유전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시댁 조카가 10년 넘게 조현병을 앓았는데 그동안은 형수 집안 쪽 유전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남편의 다른 형의 아이까지 조현병을 앓으면서 남편 집안의 유전인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16살 된 딸이 하나 있는데 평범하지 않은 점이 많아서 정신과 상담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제 아이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화가 나면 심한 욕설과 폭력을 행사합니다. 때로는 칼을 들고 위협해서 남편과 저의 몸에 상처를 입힌 적도 있습니다. 조현병이 주로 18세 이후에 나타난다고 해서 저는 하루하루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남편 집안에 이런 유전병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자식을 낳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소용없지만, 만약 아이가 이 사실을 알고 다른 사촌들처럼 자살을 시도할까 두렵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결혼도 못 할 것 같아 걱정됩니다. 제가 어떤 관점으로 아이를 보살펴야 할까요?”

“걱정이 많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살펴보면 모든 사람이 일정 부분 유전적인 문제들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가 병이라고 정의하면 병인 것이고, 하나의 현상이라고 보면 그냥 현상인 거예요. 병과 병이 아니라는 진단은 ‘다수’를 중심으로 규정하는 방식입니다. 만약에 다리가 부러졌거나 세균성 감염병에 걸렸다면 우리는 그것을 병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보다 내 피부가 검다고 해서 그걸 병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키가 큰데 나만 작다고 해서 이것을 병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다 머리가 좋은데 나만 머리가 좀 나쁘다고 병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서로 다를 뿐입니다. 만약 내가 여성 성기도, 남성 성기도 없이 태어났다고 해서 그걸 병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태어나면서 가지고 태어난 것은 병이 아니라 ‘소수’라고 보는 게 자연적인 관점입니다. 눈이 어두운 채 태어났다면 그것을 병이라고 할 수 없다는 거죠.
 
첫째, 자연 현상이라는 관점에 서야 합니다. 둘째, 유전자에 의한 현상은 누군가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의 잘못도 아니고, 남편의 잘못도 아니고, 부모나 조상의 잘못도 아닙니다. 유전 인자 중에는 반드시 나타나는 게 있고, 한 대를 걸러서 나타나는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소수를 병이라고 규정하니까 병인 것이지, 엄격하게는 병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자연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 현상 중에는 낳자마자 열 살도 안 되어 빨리 늙는 조로 현상이 있습니다. 또 낳자마자 장애를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어떤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수많은 유전자 결합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오래 생존하지 못하고 중간에 사라지는 현상을 ‘도태’라고 말합니다. 우리 몸속에서도 수정란이 되었다가 자연적으로 죽을 때도 있고, 또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사고로 다쳤을 경우는 해결할 길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 상태로 주어질 때는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다. 어떤 해결책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은 의술이 발달하면서 약간의 보조적 장치를 할 수 있게는 되었지만요.  

유전병을 미리 알았으면 결혼을 안 했다거나, 아이를 안 낳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잠복해 있어서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을 가지고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또 남편에게 왜 숨겼냐고 비난한다면 질문자가 좀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안에 그런 유전자가 있는 사람은 결혼할 수가 없다고 규정되어 있지 않잖아요. 그 문제를 지금 논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연적으로 주어진 현상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질문자의 아이가 정신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면, 내가 보살필 수 있는 데까지 보살피고, 더 이상 못 할 때는 전문 기관에 맡기면 됩니다. 만약 본인이 자살하든지 명이 다해 죽는다면 그것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만약 피부가 검다고 해서 피부를 다 벗기고 이식 수술을 하겠다고 한다면, 아주 무모한 일이겠죠. 내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 현상으로 주어지는 것을 어떻게 하겠어요. 그래도 산불이 나서 죽거나, 지진으로 죽는 것에 비하면 훨씬 덜 불행한 일이잖아요. 그런 불행은 일순간에 일어납니다. 불과 하루 전에도 몰랐던 일이에요. 그런 일에 비한다면 유전병은 그렇게 큰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정신적으로 좀 난폭해서 병원에 가봤더니 정신 질환이라고 하면, 거기에 맞게끔 약을 먹고 치료하면 됩니다. 행동이 난폭해지면 최대한 건드리지 말아야 합니다. 가만히 있는데 그러지는 않거든요. 그런 성질을 몰라서 야단을 치거나 성질을 건드리면 폭발하게 됩니다. 또 가만히 놔두는데 폭발할 때도 있습니다. 만약 사람을 해치거나 제어할 수 없는 상태라면 병원에 입원시켜서 격리해야 합니다. 내 자식이라고 해서 격리하는 것을 가슴 아파하는 것도 잘못된 거예요. 내 자식 일인데 밀쳐내는 것도 잘못됐고, 병원에 입원한 상태를 가슴 아파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입니다. 아이가 처한 조건에 맞게끔 할 뿐입니다. 내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스스로 생명을 끊는다면 그것 또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남편의 유전병이 잠복해 있는 줄 미리 알았다면 아이를 낳지 않았을 거라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또 아이의 증상이 이미 발현되고 있는데 미래에 결혼할지 못할지를 걱정하고 있어요. 이게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이에요? 지금은 아이의 결혼을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어떻게 아이를 치료하고 보살필지가 중요한 일이에요. 어떤 특별한 상황에 있는 사람을 자기의 기준에 맞춰서 문제 삼기 때문에 자기도 괴롭고 아이하고도 대화가 안 되는 거예요. 그리고 아이가 단순히 감정 조절을 못 하는 것인지 정신 질환인지 아직 판명되지 않았잖아요. 예를 들어 간질은 발작하면서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증상을 보입니다. 이것처럼 병인지 아닌지는 발병을 해봐야 아는 거예요. 또 발병을 안 했지만, 의사가 검사해서 진단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 대비하면 되는 거고요. 질문자의 아이처럼 현재 확실하지 않지만 질환의 가능성이 있다면, 지켜보고 있다가 발병하면 그 원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적절하게 아이를 보살피기가 더 쉬운 거예요.
 
관점을 이렇게 가져야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을 가지고 아이를 대해야 유전 질환이 있는 아이도 사는 동안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나는 이런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는 관점은 자기의 욕망이고 허상입니다. 그런 관점을 갖기 때문에 괴로움이 발생하는 겁니다. 기도를 한다면 ‘이만하니 다행이다.’ 이런 마음으로 기도를 해야 합니다. 주어진 인연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런 의문은 옳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질문자와 같은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 시설이 따로 있고 전문 병원이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나한테는 그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 하는 요행을 바라는 관점은 수행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수행자는 어떤 상황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상상에 매달리면 죽을 때까지 불행한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이런 현상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아이가 병이 심해져 입원하더라도 질문자는 자기 생활을 담담하게 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사람들도 눈앞이 캄캄한 와중에 그런 속에서 사는 거고, 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도 그런 속에서 사는 거예요.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이에요. 살면 또 살아져요. 이것이 인생입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면 별로 큰 문제가 아닙니다. 담담하게 아이를 보살피면서 상황이 바뀌면 입원시키고, 한 번씩 면회 가면서 자기 생활을 영위하면 됩니다. 지금 아이가 결혼하냐 못하느냐를 고민하는 것은 지나친 자기 욕망만 고집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그런 자식을 둔 나도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집착을 내려놓고 인연을 따라 대응하면 됩니다. 난동을 피우면 병원에 보내고, 괜찮아져서 데려오고 싶으면 또 데려오고, 데려와서 좀 살다가 또 난동 피우면 병원에 보내고, 이것도 일상을 살아가는 한 방식이 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신장이 나빠져서 한 달에 한 번씩 투석한다고 합시다. 보름에 한 번이 됐다가 더 상태가 안 좋아지면 일주일에 한 번씩 투석해요. 제가 아는 사람은 3일에 한 번씩 투석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것에 비하면 질문자는 훨씬 수월한 일 아닌가요?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은 그렇게들 사는 거예요. 똥오줌을 못 가리고 요양원에서 사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모습인 겁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어서 답답한 마음이 든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만 놓아 버리면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조금 일이 많을 뿐 그냥 두면 돼요. 난동을 피우면 신고해서 병원에 가고, 괜찮으면 집에 데려오고, 이렇게 살다가 아이가 성인이 되어 내가 더 이상 보살필 수 없다 싶으면 집에서 안 받겠다고 하면 됩니다. 성인이 됐기 때문에 ‘나 살기도 힘들어 아이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면, 사회단체가 나서게 되어 있습니다. 부모로서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는 생각이 든다면 아이를 계속 돌봐도 되고요. 이런 관점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현장에서 한 명 더 질문을 받고 대화를 마치니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다음 주 수행법회를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3층 설법전을 나온 스님은 지하 공양간으로 이동하여 대중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평화재단 회의실에서 정토회 상임 천일준비위원회 위원들과 2차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정토회는 3년마다 다음 천일(3년)을 준비하는 천일준비위원회(이하 '천준위')를 구성합니다. 조직 개편과 인사 이동을 포함한 정토회의 전체 사업 계획의 초안을 준비하는 모임입니다.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한 이후 운영에 대한 평가, 정토불교대학 홍보 방안, 책임봉사자 양성 등 천준위에서 연구 과제로 삼고 있는 안건에 대해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스님과 대화를 나눈 후 3차 간담회에서는 보다 실질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JTS 박지나 대표와 미얀마 지진 피해 긴급 구조단 파견을 어떻게 할지 의논을 한 후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3층 설법전에는 100여 명의 대중이 자리하고, 정토회 회원들은 온라인 화상 회의 방에 접속한 가운데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오전 법회처럼 영남권 산불 피해와 미얀마 지진 피해와 관련하여 JTS가 긴급 구조단 파견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후 다 함께 해탈주를 독송하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두 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결혼 후 남편을 따라 타지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나서 외로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결혼 후 남편을 따라 타지에서 생활하는 게 힘듭니다

“저는 서울에 살다가 결혼 후 남편을 따라 창원에 온 지 7년째 됩니다. 그동안 혼자 프리랜서로 일했는데, 번아웃이 왔습니다. 남편의 조울증으로 결혼 생활이 어려웠고, 타지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도 큽니다. 현재는 일을 그만두고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다른 일을 하려고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갈팡질팡해서 이 길이 맞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동안 하던 일을 의지처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마음을 안정시켜야 할까요?”

“살 집이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먹을 양식이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입을 옷이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그런데 걱정할 일이 뭐가 있어요? 살 집이 있고, 먹을 양식이 있고, 입을 옷이 있으면 고민할 일이 없지 않을까요? 이렇게 의식주가 다 갖춰져 있다면 그곳이 어디라도 살 수 있습니다. 그게 서울이든 창원이든, 미국이든 인도든, 어디라도 살 걱정을 할 필요는 없잖아요.”

“제가 타지에 와서 일을 의지처로 삼아 지냈던 것 같습니다. 막상 그 일이 없어지고 나니까 저만의 무기가 없어진 것 같아요.”

“일이 없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질문자는 일이 없어도 밥을 먹을 수 있고, 입을 옷이 있고, 잠잘 집이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모든 사람이 일이 힘들다고 난리잖아요. 대다수가 일을 안 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일을 안 하면 먹을 양식이 떨어지고, 옷도 못 사 입고, 집세도 못 내니까 일을 하는 거예요. 질문자가 일을 안 하고 있다고 해서 처음에 제가 잘 집이 있는지, 먹을 양식이 있는지, 입을 옷이 있는지부터 물어본 거예요. 그런데 일을 안 해도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 갖추어져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빈둥빈둥 놀아도 되잖아요. 할 일이 없으면 참선이나 염불을 해도 되고, 밖에 나가서 봉사를 하면서 살아도 됩니다. 인근 지역에 산불 난 곳에 가서 집 치워주는 일을 해도 됩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서 얼마든지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남편도 상태가 안 좋아서 일을 그만둘 위기에 처해서 제가 돈을 벌러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일을 하러 나가면 됩니다. 일을 하게 되면 우울증도 없어지겠네요. 일한다고 바빠서 우울할 틈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일이 없으면 한가해서 좋고, 일을 해야 하면 일이 있어서 좋은 겁니다. 그래서 아무 걱정할 게 없다는 거예요. 만약에 일이 없어서 밥을 못 먹고 있다면 제가 지원을 고려해 볼 텐데, 밥도 먹고 있고 잘 집도 있고 옷도 있다고 하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한마디로 지금 질문자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짓을 하고 있어요. 일이 없는 건 좋은 일이에요. 그런데 밥을 못 먹을 정도로 궁핍해진다면 그때는 일을 해야 합니다. 일을 하면 심심할 틈이 없어질 테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문제도 없는데 문제가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병이에요. 그럴 때는 병원에 가서 약 먹고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질문자는 지금 지진이 나서 건물 더미에 깔린 것도 아니고, 다리가 부러져서 치료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고, 밥을 굶고 있는 것도 아니고, 병이 난 것도 아닙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자꾸 문제라고 생각할까요? 놀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너무 놀아서 밥을 못 먹게 되면 다시 일을 하면 되고요. 일하면 일하는 대로 심심할 새가 없어져서 우울하지 않게 됩니다.”

“제가 원래 아이들을 위한 책을 썼는데, 그 일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이제는 공장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공장에서 일을 하면 되죠. 공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우리가 먹고 사는 거예요. 옷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해야 우리가 옷을 입고 살 수 있어요. 음식 만드는 공장에서 음식을 만들어야 우리가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농사꾼이 농사를 지어야 우리가 먹고 살 수 있고, 노동자가 건축을 해야 집에서 살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책 만드는 일은 안 하더라도 사람이 사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진짜로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게 되었으니 잘된 일이에요.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지금 질문자가 하는 얘기는 농사꾼이 ‘상추만 키우고 싶고, 배추는 키우기 싫다.’ 하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밭농사만 하고 논농사는 하기 싫다는 것과 같아요.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을 해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동화책을 쓰고 싶어도 읽는 사람이 없다면 일거리가 없겠죠. 내가 밥을 지어 놨는데 맛이 없다고 아무도 안 먹으면 필요 없는 일을 한 겁니다.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왜 필요 없는 일을 자꾸 하려고 해요? ‘나를 좀 안아주세요.’ 하는 사람에게 가서 안아 줘야지, 그럴 필요 없다는 사람한테 가서 ‘내가 안아줄게.’ 이러면 성추행이 됩니다.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무슨 일이든 상관이 없어요. 왜 어제까지 하던 일을 꼭 오늘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어제는 이 일을 하고, 내일은 저 일을 해도 되는 거예요. 그러니 질문 자체가 맞지 않는 말이에요.”

“하필이면 방위 산업체에서 무기를 만드는 일이라서 약간 주저하게 됩니다.”

“무기 만드는 일 말고 다른 일을 찾아보면 되잖아요. 제가 알기로는 창원 공단에 수천 개의 공장이 있는 걸로 아는데, 다른 공장에도 일자리가 있을 거예요. 방위 산업체 말고도 자동차 부품 회사도 굉장히 많습니다. 무기 만드는 곳 말고 다른 곳을 알아보세요. 만약에 오라는 곳이 없다면, 당장 밥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무기 만드는 공장에서라도 일해야 해요. 그런데 질문자가 무기 만드는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무기의 겉면에 페인트칠하는 정도는 살상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는 건 아니니까 방위 산업체에서 일해도 됩니다. 무기 만드는 데에는 그 정도의 힘도 보태기 싫다면 자동차 부품 회사 같은 곳에서 일을 하면 됩니다. 그러니 문제가 있어요, 없어요?”

“아무 문제가 없네요.”

“문제가 없는데 우울하기는 왜 우울합니까? 우울한 생각이 들 때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만약 불교 신자라면 ‘부처님, 감사합니다. 저는 부처님의 가피 속에 아무 문제 없이 잘살고 있습니다.’ 하고 기도를 해 보세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늘 자각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남편이 우울증에 걸려도, 남편이 죽어도, 남편과 같이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질문을 해준 분에게 청중들 모두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대중들은 모둠별로 동그랗게 둘러앉아 마음 나누기를 하였고, 스님은 설법전을 나와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백일법문 46일째 날입니다. 오전에는 정토사회문화회관 3층 설법전에서 경전 강의 8강을 하고, 저녁에는 지하 대강당에서 불교사회대학 8강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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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

스님의 하루팀분들 영상팀분들 스님! JTS후원회원님들 자원봉사자분들 정토회원님들 일체중생 자연의 한량없는 은혜속에 살아있어 스님의 하루를 읽습니다. 산불희생자분들과 미얀마 지진 희생자분들과 돌아가신 모든 분들 극락왕생 하옵소서! 살아있는 모든 분들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하시기를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5-04-05 18:41:59

박민주

고맙습니다

2025-04-05 18:29:04

감로화

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잘 살고 있습니다🙏

2025-04-05 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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