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5.1. 부탄 몽갈▶붐탕
“딸이 고부갈등을 겪고 있는데 사돈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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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팀푸로 이동하는 2일째 되는 날입니다. 몽갈에는 밤새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숙소에 천둥번개, 비 오는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비가 많이 왔습니다. 스님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원고를 교정하고 아침 공양을 했습니다. 아침 공양을 마치고 출발 할 때쯤에는 빗방울이 잠잠해지고 맑아졌습니다. 오전 7시 30분에 스님의 차는 팀푸를 향해 몽갈을 출발했습니다.


몽갈에서 붐탕으로 가는 길은 도로 공사 구간이 많았습니다.



비포장도로를 한참 가다가 갑자기 차가 멈추었습니다. 운전기사 쌍게 님이 말했습니다

“지난 밤에 비가 많이 와서 산사태가 났어요. 지나가려던 모든 차가 멈췄습니다.”

스님은 밖으로 나와 상황을 살폈습니다. 차가 줄을 지어 서 있었고, 도로 한 가운데에 큰 돌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돌을 움직일 방법을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물었습니다.

“이 돌만 치우면 차들이 움직일 수 있나요?”

“아닙니다. 스님, 저 앞쪽에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스님은 다시 앞으로 가보았습니다.

산사태가 일어나서 도로를 꽉 막고 있었고, 포크레인으로 이미 치우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이면 될까요?”

“아마도요.”

“그럼 걱정할 것 없네요. 기다리며 일이나 봅시다.”

스님은 돌아와서 타시 님에게 말했습니다.

“도로 확장공사를 하던 장비들이 있어서 치우고 있네요. 다행이에요. 안 그랬다면 중장비들이 여기까지 오는 데 몇 시간이 걸렸을 거예요.”

스님은 다시 차 안으로 돌아와서 한국과 소통하면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 도로 위의 차들이 이동했다가 멈췄다가 하면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에 뭔가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차 안에 들렸습니다.

“다시 산사태가 나려나 봐요.”

아니나 다를까 굵은 돌이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빈번하게 들렸습니다. 산사태 범위 안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차들이 여기 저기 경적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돌 떨어지는 소리, 모래가 미끄러져 내려오는 소리들이 더 빈번하게 들렸습니다. 급기야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차 밖으로 나와 앞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스님, 차 밖으로 이동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네, 모두 뭔가 챙기려 하지 말고 일단 몸만 나가서 이동하세요.”

모두 서둘러 차 밖으로 이동했습니다.

위에 있는 돌들이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앞 뒤로 차가 서로 막고 서 있으니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산사태에 노출되어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스님은 맨 앞으로 이동해서 막혀있는 정체 구간을 찾아서 일단 앞에서 오던 차들이 우선 옆으로 움직여 길을 내고 산사태 위험에 노출된 차들부터 먼저 움직이도록 했습니다. 스님 일행이 탔던 차도 스님 있는 곳까지 올라오자, 스님도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가운데 차는 덜컹거리며 계속 달렸습니다 .

이렇게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니, 이번에는 차가 진흙탕에 빠져버렸습니다. 운전자가 여러 번 다시 시도했지만,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 스님은 차에서 내렸습니다.

“우리가 뒤에서 밀게요. 운전자는 운전을 해주세요”

인근에서 도로공사를 하던 남자 5명이 도와주러 왔습니다.

“하나, 둘, 셋!”

스님을 포함해 남자들이 차를 밀었습니다. 차가 헛바퀴를 돌면서도 진흙을 쏟아내며 겨우 진흙 위를 올라 앞으로 겨우 나갔습니다.


“고맙습니다.”

스님은 함께 도와주던 노동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점심 식사라도 하라며 보시금을 드리고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갈 수 있는 것이 참 운이 좋네요. 만약에 인근에 도로공사 하는 중장비가 없었으면 길이 막혀서 이동을 못했을 테고, 진흙탕을 빠져나온 것도 도로 공사하던 사람들이 없었으면 우리 힘으로는 차를 진흙탕에서 꺼낼 수가 없었을 거예요.” (웃음)


3시간 정도 더 이동해서 붐탕(Bumthang)에 도착했습니다.


“3일 전에 올 때 보니 길에 고사리 밭이 있었어요. 고사리 밭에 한 번 섰다가 가 봅시다”

스님은 도로 옆에 있는 고사리 밭을 찾아서 차를 세우고 고사리를 끊었습니다. 고사리가 너무 커버려서 먹기에는 이미 늦었지만, 부드러운 순만 골라서 끊었습니다. 고사리 끊는 소리가 똑똑 들렸습니다.


“이거 가져가서 숙소에서 요리 해달라고 해야겠어요.”(웃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스님은 숙소 주인에게 고사리를 전해주었습니다.

“이것 먹을 수 있을까요? 너무 늙어서요. 못 먹겠으면 버리고 먹을 수 있으면 푹 삶아서 무쳐주세요”

숙소 주인이 준비할 수 있겠다고 고사리를 받았습니다. 스님은 한국의 실무자들과 다음 동남아 일정으로 온라인 회의를 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6시 30분쯤 고사리 나물 반찬으로 저녁 공양을 하고 난 후, 타시 님과 부탄에서의 남은 일정을 정리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부탄 일정을 통해서 몇 가지 정리를 하면 첫째는 어린 넌의 교육 문제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어린 넌들의 교육 문제인 동시에 어린이 교육이 되겠습니다.

첫째는 제가 지금까지 본 넌너리는 넌너리라고는 하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고아원의 성격도 갖고 있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넌너리를 위해서라기보다 어린아이를 위해서 시설이 열악한 곳은 시설 개선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넌들이 지역사회의 가난한 사람을 돕도록 하고, 그러한 넌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점차적으로 넌들이 그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동시에 여성의 사회적 지도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셋째는 앞으로 부탄의 넌이 세상에서 해야 하는 역할을 생각해 본다면, 부탄의 GNH(국민 총 행복지수)정신을 전 세계에 확산하는 일에 중심적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역할을 하려면 스스로 자부심이 있어야 하고 최소 명상을 지도하거나 삶의 가치에 대해서 상담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은 시골 학교의 어린이 놀이기구와 운동기구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교육부를 통해도 되고 넌너리 재단을 통해도 됩니다.

GNH(국민 총 행복지수)를 총괄하는 정부 책임자를 만나면 한 지역을 친환경적이고 사람이 검소하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부탄 정부와도 긴밀히 협력해서 일해야 할 것입니다.”

스님은 40여분 동안 타시 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내일은 팀푸로 이동하는 3일째 되는 날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으므로 지난 3월 3일 금요 즉문즉설에서 있었던 법문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딸이 고부갈등을 겪고 있는데 사돈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제 딸은 결혼한 지 8개월째인데 시댁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습니다. 딸은 독립적 성향이 강합니다. 결혼 전에도 시어머니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힘들어한 적이 있어요. 최근에는 녹내장까지 생겨서 심리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사소한 말도 간섭이라 여기고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얼마 전 시어머니 생신이었는데 시댁에 전화도 하지 않고, 차로 십 분 거리에 살면서 인사조차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보다 못한 바깥사돈이 제게 찾아와 하소연하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사돈은 ‘아내가 며느리와 가깝게 지내고 싶어 하는데 며느리가 남처럼 벽을 쳐서 힘들어 한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사돈 내외가 인품도 좋고 장점도 많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딸은 결혼 준비 과정에서 생긴 부정적인 일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와 아내는 사돈과 딸의 입장 차이를 이해합니다. 다 나름대로 입장이 있고 그들 사이에 제가 관여해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돈이 직접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니, 사돈께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가정을 꾸린 딸에게 부모라고 이렇게 저렇게 간섭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스님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자기 일도 아니고 딸 일이네요. (웃음) 사람들은 그렇게 지지고 볶으며 살다가 헤어질 수도 있고 잘 살 수도 있어요. 첫째, 그냥 내버려 두는 게 가장 좋습니다. 사돈은 본인이 답답하니까 찾아와서 이야기한 거예요. 질문자가 딸에게 이야기해서 조금이라도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면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아무리 사돈이 도움을 청했어도,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면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아요. 사돈이 나중에 딸에게 이야기했냐고 물으면 ‘아이고! 제가 우리 딸을 키워봐서 아는데, 이야기하면 딸이 더 불같이 화낼 것 같아서 말을 못했습니다’라고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돼요. 그걸 가지고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사자인 딸과 사위의 의사가 중요하지, 부모의 의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이렇게 고부 갈등이 있을 때 사위가 자기 엄마 편을 들면서 결혼 생활을 더 이상 못하겠다고 하면 이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사위가 딸의 편을 들고 결혼 생활에 충실한 길로 갈 수도 있습니다. 이건 사위가 선택해야 하는 거예요.

둘째, 딸이 독립적인 성격이라 이야기하기 힘들다면 사위와 대화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위에게 ‘자네 아버지가 나에게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하셨는데 사정이 어떤가?’ 하고 물어보세요. 먼저 전후 사정을 차분히 들어 보고 나서 이렇게 물어보는 겁니다.

‘자네나 자네 어머니가 보기에는 우리 딸이 문제가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여자도 독립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어릴 때부터 간섭하지 않고 키웠네. 그래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기도 하네. 도움이 된다면 내가 이야기해 보겠지만, 결혼 전에도 간섭하지 않았는데 결혼한 딸에게 간섭하는 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만약 딸에게 이야기하면 시아버지가 자기 아버지를 찾아가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남편에게 시비를 걸어 싸움이 커질 염려도 있어요. 그러니 먼저 사위를 불러 이야기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위는 자기도 중간에 끼인 입장이니까 가장 객관적일 수 있습니다. 사위도 지금 어머니 편에 서기도 힘들고 아내 편을 들기도 힘든 상태일 겁니다. 그러니 사위를 나무라서는 안 돼요. ‘자네가 힘들겠네.’ 하면서 위로하고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 보세요.

지금 이 문제는 시어머니가 잘못했다고 말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도 아니고, 딸이 잘못했다고 말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딸은 개성이 강하고, 시어머니는 아들을 뺏겼다는 생각이 있는 데다 결혼 전에 아들을 대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 생기는 갈등이거든요. 제3자는 누가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 문제는 잘잘못을 따진다고 해결될 수가 없습니다.

사돈이 다시 전화하면 웃으면서 ‘제가 도움이 못 되어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하면 돼요. 조금 돕는 시늉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사위를 불러 밥을 먹든, 차를 마시든 하면서 사정을 들어 보면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딸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이 정도만 관여하면 좋을 거 같네요.

핵심은 딸과 시댁의 관계가 좋아지는 게 아니잖아요. 딸이 행복하게 사는 게 핵심이죠. 시어른이 사돈을 찾아올 정도면 딸도 얼마나 괴로울까요? 이 문제는 딸이 직접 즉문즉설에 참여해서 질문을 하거나 ‘행복학교’에 참가해서 자기 스스로 생각을 바꿔야 풀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해서는 잘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인연을 맺어줄 수는 있습니다. 그냥 내버려두면 기회도 안 생기니까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계기는 주위에서 마련해 줘야 해요. 고부갈등에 대한 즉문즉설 유튜브를 보내주거나 한 달 과정의 행복학교에 참가해 보라고 권유해보면 어떨까요? 자기 문제를 자각할 수 있는 인연을 맺어 주는 것은 부모로서 딸의 행복을 위해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딸이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습니다.”

“네. 결혼까지 해 놓고 부모 속을 썩인다고 생각하면 딸에게 말을 부드럽게 할 수가 없습니다. 딸이 즉문즉설에 참여해서 본인의 힘든 마음을 내놓는다면 제가 본인에게 직접 이야기해 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 이야기를 듣고 질문자가 딸에게 전달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어요. 제3자가 남의 인생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변화는 스스로 자각할 때 일어납니다. 전법도 자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거지 내가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에요. 남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면 갈등만 더 커집니다. 그런 딸을 가진 아버지도 행복할 수 있다는 관점을 놓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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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산사태 위험에 노출된 차들부터 먼저 움직이도록 했습니다. 스님 일행이 탔던 차도 스님 있는 곳까지 올라오자, 스님도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가운데 차는 덜컹거리며 계속 달렸습니다 ."

별 일 없어 다행스런 마음입니다

2023-08-15 15:56:53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5-13 15:53:42

김민정

모두 다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2023-05-09 15: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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