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IBC(국제 불교 연맹)에서 주최하는 GBS(세계 불교 정상회의) 2일째 날입니다.
오전에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에 즉문즉설을 하기 위해 인도 시간으로 오전 6시 30분에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방송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호텔에서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고 방으로 왔습니다.
다행히 스님이 머물고 있는 호텔은 와이파이 상태가 좋아서 인터넷 연결이 잘 되는 가운데 생방송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며칠 전 튀르키예 지진피해 구호활동을 다녀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마치고 나서 JTS의 구호활동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소개해 주었습니다.
“한국도 코로나 이후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한국보다 더 어려운 지역이 매우 많습니다. 특히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일어난 지진 피해 소식을 듣고 많은 국민들이 성금을 냈습니다. 그때 JTS는 왜 모금을 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많았는데요. 이런 재난 사고가 일어나면 대부분의 국제구호 단체들이 일시적으로 흥분을 해서 적극적으로 모금활동을 벌이고 많은 국민들이 이에 참여하지만 한두 달이 지나면 썰물이 빠져나가듯이 다 나가버립니다. 이번에 지진 피해 지역에 가보니 국제 NGO와 단체들이 와서 바글바글하다가 두 달이 지나니까 지금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진이나 홍수로 인해 입은 피해는 하루 이틀 돕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복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JTS에서는 사전에 모금을 하지 않고 무엇을 도울 수 있을지 그동안 조사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현지 구호 단체들의 성실성 같은 것들도 다 조사를 했고요. 현재 많은 사람들이 긴급 구호를 하고 떠나버린 상황인데 JTS에서는 정말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찾아서 지속적으로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께서 관심이 있으시다면 지금부터는 JTS에 후원을 해주셔도 됩니다. 그러면 JTS에서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지원도 하지 않고 후원금부터 받기보다는 지원을 먼저 하고 성과를 점검해 가면서 여러분들이 낸 성금을 정말 필요한 곳에 사용하려고 합니다. 뉴스에서 잊혀가고 있어서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아직 현장의 피해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시리아 식량, 의약품, 생필품 지원과 부서진 학교 재건입니다. 여러 곳이 있지만 우선 학생 3,500명 중 150명이 죽은 학교를 먼저 재건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더욱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사전에 네 명이 질문을 신청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무능력한 남편과 이혼하고 새로운 남자를 만났지만 더 무능력한 남자를 새로 만났다며 어떡하면 좋을지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무능력한 남편과 이혼했지만 더 무능력한 남자를 또 만났어요
“저는 18살에 만난 남편과 20년 가까이 결혼 생활을 하고 아이 셋을 낳아 키웠습니다. 철없는 시절에 만난 남편은 생활력이 많이 부족하고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책임감이 생길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결혼 생활을 이어갔지만 세월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참고 지낸 지 20년 만에 가정을 등한시하고 술만 마시면 아무나 붙들고 싸움을 하고 날이 갈수록 피폐해지는 남편과 이혼을 했습니다. 아이 셋은 오로지 제가 다 키워내며 그렇게 지낸 지 8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듬직하고 어른스럽고 부지런한 남자분을 새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듬직하고 생활력 강하던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저에게 생활비를 주기는커녕 예전 남편보다 능력이 더 없습니다. 제가 조그마하게 운영하는 가게에서 나오는 돈으로 겨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 셋을 키우는 동안 쉬는 날 없이 일하며 지내왔는데 두 번째 남편도 전 남편과 같아진다면 왜 제가 이런 동거 생활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더 나이가 들 텐데 앞으로도 기댈 곳 없이 내가 벌어서 살아야 하는 건지 답답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지금 살고 있는 남자분에 대한 믿음과 사랑도 없어지고 속상하기만 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기 인생은 자기가 자립해서 살면 되지, 왜 남자한테 의지하려고 그래요?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질문자가 이상한 사람 같아요. 조선시대 여자인가요? (웃음)
요즘처럼 좋은 세상에서 질문자가 자립해서 스스로 벌어서 살면 되잖아요. 누구나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직업도 누구나 가질 수 있고, 사회적인 차별도 없는데, 왜 돈은 남자가 벌어야 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의지해서 살아야 합니까? 저는 질문자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남자에게 의지하기 때문에 자꾸 '남자 복이 없다' 이런 얘기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 말 자체가 저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스스로 가게를 운영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살면 되잖아요. 아직 젊으니까 성적으로 남자가 필요하면 남자친구를 새로 사귀어서 살면 되죠. 남자가 돈이 있어서 같이 놀고 즐길 때 경비를 내어 줄 수 있으면 좋은 일이고, 못 내면 내 돈을 들여서라도 같이 놀면 되잖아요. 관점을 그렇게 가져야죠. 남자 하나 잘 잡아서 노후에 편안하게 지내겠다는 생각은 인생관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살기 위해서는 저도 어떨 때는 기댈 수 있어야 되고, 그분도 저한테 기댈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오로지 제가 벌어온 수입으로만 생활을 하다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스님 말씀처럼 내가 돈만 밝히는 속물인 건가 하는 생각도 사실은 들었었거든요. 제가 오로지 남자한테 기대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그분도 돈을 벌어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돈을 보태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남자가 그렇게 하면 가장 좋죠. 그런데 남자가 지금 그렇게 못하고 있잖아요. 그렇게 못하는 걸 어떡해요?”
“그럼 또 그 남자와 헤어져서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사는 게 맞는 걸까요?”
“남자 없이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고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면 그게 훨씬 더 편하긴 하죠. 그러나 질문자가 가끔 남자가 좀 필요하다면 그 남자를 그냥 두는 게 질문자한테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아무런 해가 되는 건 없잖아요. 그 남자가 질문자의 돈을 훔쳐가거나 뺏아가거나 질문자를 때리거나 하면 당연히 헤어져야 되지만, 현재로서는 이득은 안 되지만 별로 손해 되는 건 없잖아요. 그렇다면 이왕 해서 먹는 밥을 그냥 같이 먹으면 되고, 나 혼자 자는 방에 그냥 같이 자면 되거든요. 나한테 별로 손해가 없고 남들이 보기에도 남자가 한 명 필요하고, 잠자리에도 필요하고, 일할 때 짐꾼으로도 필요하다면, 그 남자를 두는 게 낫잖아요. 질문자가 생각했을 때 남자가 없어도 어차피 돈은 질문자가 벌어야 될 거 아니에요? 그리고 질문자는 아직 젊으니까 앞으로 남자가 필요할 때가 많잖아요?”
“네. 맞습니다.”
“그렇다고 이 남자 저 남자를 만나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나한테 큰 해를 안 끼치는 남자라면 한 명을 두는 것도 괜찮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요.”
“그렇게 생각하면 제 마음이 편할까요?”
“마음이 편한 게 문제가 아니에요. 질문자는 어차피 '내가 돈을 버니 너도 돈을 벌어라' 하고 이해를 따지는 거잖아요. 그렇게 이해를 따져보니 경제적으로 도움은 안 되지만 손해는 없고, 그 외에는 질문자한테 도움이 되는 것들이 좀 있잖아요.”
“그렇죠. 제가 좀 쉬고 싶을 때는 가게도 봐주기도 하죠.”
“그렇다면 그 정도의 인건비는 지급해야죠. 아르바이트생을 구해도 돈을 지불해야 되잖아요. 그렇다면 그 남자가 질문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있네요. 물론 지금 결혼한 것은 아니니까 이 남자보다 다른 남자가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면 남자를 바꿔도 됩니다. 그런데 돈이 있는 남자면 질문자한테 돈값으로 다른 것을 요구하는 게 많을까요, 적을까요?”
“많을 것 같아요.”
“아이 셋이나 있는 여자한테 돈도 많고 젊기도 하고 여자한테도 잘해주는 그런 남자가 생기기가 쉬울까요? 그런 남자는 아직 미혼인 젊은 여자도 얼마든지 사귈 수 있는데요.”
“맞습니다. 제가 욕심이 과했던 것 같아요.”
“그래요. 욕심이 많아요. 남자가 술을 먹고 행패를 피우거나, 전 남편처럼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걸 넘어서서 정신적으로도 너무 피해를 준다면 헤어질 만한 이유가 돼요. 하지만 현재 만나는 남자분은 경제적으로는 도움이 안 되지만 특별히 손해 나는 건 없잖아요. 제비 한 마리를 키우려면 돈이 좀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는 별로 돈이 안 드는 제비여서 괜찮지 않아요?”
“알겠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제가 욕심이 과했나 봐요, 첫 번째 남편도 저렇게 무능력했는데 이분도 똑같이 될까 봐 두려운 마음이 갈수록 생겼습니다.”
“경제적으로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남자니까 떠나도 큰 염려가 없잖아요. 나한테 경제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는 남자라면 떠날까 봐 겁이 나서 질문자가 그 남자한테 매달려야 됩니다. 그런데 지금 그 남자는 크게 도움이 안 되니까 떠나도 울고불고할 것은 아니잖아요. 또 같이 산다고 해도 경제적으로 도움은 좀 안 되지만 가게도 가끔 봐주고 같이 외출도 해주고 아이들한테 아빠 노릇도 해주고 도움이 되잖아요. 왜 도움을 꼭 돈으로만 따집니까?”
“맞아요. 제가 속물적으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충분히 이해했어요.”
“사랑이니 뭐니 해도 자기한테 이익이 되니까 같이 사는 겁니다. 그 남자를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이것저것 따져보니 나한테 이익이 돼서 지금 같이 사는 거예요. 남자 복이 없는 게 아니라, 내 필요에 의해서 이 남자와 사는 것이니까 남자가 설령 떠난다 하더라도 원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 ‘같이 있어주는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사는 것이 좋아요. 이왕 같이 사는데 나한테 도움도 되고 같이 살아줘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사는 게 낫지, 나랑 사는 사람을 미워하고 원망하고 살면 나만 괴롭잖아요.”
“네, 맞아요. 오늘 스님 말씀을 들으니까 팔자 탓 하지 말고 항상 감사하면서 욕심을 버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요즘은 나이가 마흔이 넘어도 결혼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질문자는 18살에 결혼해서 아이를 셋이나 낳아서 키웠잖아요. 남자 구경도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두 사람이나 만나봤잖아요. 그 정도면 팔자가 좋은 사람이에요, 나쁜 사람이에요?”
“팔자가 좋은 사람입니다.”
“본인 스스로 돈을 벌어서 자립도 하고 있죠. 아이는 셋이나 있죠, 남자도 둘이나 겪어봤죠, 필요하면 남자를 바꿀 수도 있죠. 지금 질문자는 엄청나게 사주팔자가 좋은 사람이에요. 전생에 복도 많이 지은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은총을 많이 받는 사람이에요.”
“네, 감사합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8시에 행사장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오전에는 달라이 라마 성하가 행사에 참가하기로 해서 행사장 입구 경비가 다시 삼엄해졌습니다.
IBC 사무총장인 담마삐아 스님의 환영사로 행사가 시작되고, 곧이어 달라이 라마 성하가 행사장에 입장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전체가 기립하여 달라이 라마 성하의 입장을 환영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라이 라마 성하가 건강상의 이유로 이번행사에 참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성하는 여러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 위로 올라서서 대중에게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성하는 약 30분 동안 연설하면서 불교의 철학과 가치관을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는 우리가 현실을 보는 방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사물이 보이는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에 현실감을 투사합니다. 그러나 비어 있음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도록 도와줍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는 애착과 갈망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할 때 마음이 순수해집니다... (중략)... 불법을 우리 삶에 접목시키는 것은 스승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방법입니다.”
달라이 라마 성하의 목소리는 통역사보다 또렷하고 정정했습니다. 연설이 끝나고 스님을 포함한 각 나라의 불교 대표 20명은 달라이 라마 성하와 오찬을 했습니다. 오찬 자리에서 달라이 라마 성하는 20명의 주빈들에게 작은 불상과 하얀 천을 선물했습니다.
20년 전 달라이 라마 성하는 수자타 아카데미를 방문하여 작은 보리수를 심어주었습니다. 지금은 그 보리수가 큰 나무가 되었습니다. 스님은 달라이 라마 성하에게 질문했습니다.
“Do you remember Sujata academy?”
(수자타 아카데미를 기억하십니까?)
달라이 라마 성하는 환하게 웃으며 스님을 안았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두 번째 세션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도 승가 세션과 학술 세션이 동시에 진행되었는데, 학술 세션에서는 동국대 불교대학장 황순일 님이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승가 세션에 참가했습니다. 스님은 발표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내용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서양에서 온 한 스님은 출가한 사람은 돈을 받아서도 안 되고, 신용카드도 쓰면 안 되고, 제대로 된 불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출가한 승려가 완전히 무소유로 살아야 한다며 열정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세션을 마친 후 스님이 무대에 올라가 발표자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를 하며 격려를 했습니다.
“발표한 내용들을 모두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 저도 당신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발표를 준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님은 기존 불교의 변화를 주장하는 외국의 젊은 스님들에게 더욱 격려를 했습니다. 세션에서 발표를 한 스님들에게는 영어로 번역된 스님의 《희망편지 》책을 선물했습니다. GBS 기간 동안 통역을 해 준 백일출가 졸업생 김아정 님에게도 감사인사를 했습니다.
다음 세션은 ‘달라이라마, 국제 평화와 지속성을 향한 기여’라는 주제로 펼쳐졌습니다. 오늘이 GBS 행사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행사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님도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GBS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수자타 아카데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수자타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보광 법사님에게 제안했습니다.
“누구나 수자타 아카데미를 방문할 수 있도록 법당 문은 언제나 열어놓고, JTS 센터도 들어가서 살펴볼 수 있도록 해 놓으면 좋겠어요”
중간 휴식 시간에는 불교 tv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IBC 사무총장의 닫는 인사로 GBS 행사를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행사를 마치고 델리에서 하루를 더 머물고 부탄으로 넘어갈 예정인데, GBS 행사에 참가한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오늘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스님은 귀국하는 한국 참가자들을 위해 시방 빵집 사장님 내외분과 함께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스님은 숙소로 돌아와서 원고 교정 작업을 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델리에서 하루를 더 머문 후 부탄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