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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정토회 역사 편찬에 대해 회의하고 저녁에는 금요 정기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오늘은 지난 5월 말에 심은 참깨를 벴습니다. 행자들이 비닐하우스에 도착하니 스님이 이미 2동에서 참깨를 베고 있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며칠 전부터 참깨 꼬투리가 익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참깨 꼬투리가 모두 벌어진 후 수확하면 참깨가 모두 쏟아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덜 벌어진 상태에서 참깨를 벱니다. 덜 벌어진 꼬투리는 건조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익혀 깨를 털면 됩니다.
해가 뜨기 전 참깨를 베기 위해 손을 빠르게 놀렸습니다. 아직 아침이슬을 머금고 있을 때 참깨를 베면 참깨 유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자들도 일을 나누어 참깨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낫으로 참깨를 베고, 일정한 양씩 묶어주고, 참깨를 세워 말릴 줄을 치고, 바닥에 깨끗한 천을 깔고, 참깨 뭉치를 줄에 세워주었습니다.
2동 참깨를 다 베고 4동으로 갔습니다. 4동에 심은 참깨도 벴습니다.
아직 꽃이 피어있는 참깨는 남겨두고 꽃이 지고 꼬투리가 벌어지기 시작한 참깨만 벴습니다. 그런데 뒤이어 온 행자가 꽃핀 참깨도 말끔히 다 베어버렸습니다.
“아이고. 일부러 남겨뒀는데 행자님은 우리가 일을 지저분하게 한 줄 알았겠어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아쉬움을 털어내고 참깨를 옮겼습니다.
참깨를 다 옮기고 스님은 3동으로 가보았습니다.
“여기 참깨는 조금 더 있어야겠네요.”
다시 2동으로 가서 널어둔 참깨를 확인했습니다. 줄이 아래로 쳐진 곳에 다시 줄을 쳐주고 참깨를 고루 세워주었습니다.
바닥에는 깨가 벌써 조금씩 떨어져 있었습니다.
늙은 쑥갓은 모두 뽑아주었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온 스님은 오전 11시부터 정토회 역사 편찬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한 대비책을 이야기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었고, 대유행으로 접어들지 아닐지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저희 공동체도 8월 말까지는 당분간 서울과 지역 간에 이동을 최소화하고, 병원에 가는 것도 삼가 주시고, 외출과 외식도 일절 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어제 두북특별위원회는 전국대의원회의에 보고할 문서 제출을 모두 끝마쳤습니다.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은 사료 편찬 업무에 집중하기로 하고, 쟁점이 되는 사안과 역할 분담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가장 쟁점이 되는 사안은 정토회의 창립 연도를 언제로 할 것인가였습니다.
법사님들은 옛날 기억을 떠올리며 언제 무엇을 처음 시작했고, 그때 누가 어떤 역할을 했으며, 그 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온갖 기억들을 편안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창립 연도를 언제로 할지 크게 가닥을 잡아 주었습니다.
"1985년에 허름한 건물 4층에 작은 사무실을 하나 빌려 중앙불교교육원과 비원포교원을 처음 열었습니다. 그때 서암 큰스님이 오셔서 개원 법문을 해주셨어요. 제가 큰스님에게 ‘불상은 어떻게 할까요?’ 물으니까 큰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살아있는 부처도 앉을자리가 없는데, 불상이 앉을자리가 어디 있니?’
그래서 관세음보살을 그려놓은 작은 액자 하나 걸어두고 개원 법회를 했습니다.
그 후 1988년에 홍제동에 ‘정토포교원’을 개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월간 정토’를 창간했고, 한국불교사회연구소와 한국불교사회교육원을 그 해에 각각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 정토회의 기본 틀이 이루어진 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대중들이 법문을 들으러 오기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청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법문을 했고요.
그리고 1992년도 정토회 역사에서 중요한 해입니다. 정토회 모든 활동의 근본이 되는 깨달음의 장을 처음 시작했고, 미국을 방문해서 해외 포교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이때 세계 종교인들과의 대화 모임에 참석해서 발표한 논문이 ‘미래 문명을 이끌어갈 새로운 인간’입니다. 인류 문명의 위기를 지구환경 파괴, 인류 공동체 붕괴, 인간성 상실, 세 가지로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발표했었죠. 그 해에 용두리에 모여서 만일결사를 시작하기 위해 정토회를 설립하고, 설립 취지문과 회칙을 만들었습니다. 다음 해인 1993년 3월에 만일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정토회 창립 연도를 언제로 할 것인지는 크게 세 가지 안이 있습니다. 첫째, 현재 정토회의 기본틀이 형성되었고, ‘정토’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1988년입니다. 둘째, 1985년입니다. 독자적으로 새로운 불교운동을 처음 시작한 해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1992년입니다. 그런데 이미 1989년에 문경 정토수련원을 설립하고, 1991년에 인도 성지순례를 시작했기 때문에 창립연도라고 보기에는 조금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의견은 대략 1988년을 창립 연도로 해야 하지 않느냐는 쪽으로 모아졌습니다.
이야기 속에는 중간에 참여했다가 그만둔 많은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회의를 마치며 스님이 한 마디 했습니다.
“중간중간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를 드려야겠어요. 이름이 알려졌든 알려지지 않았든 유명 무명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스님은 합장을 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오후 5시부터는 사료편찬위원회를 책임지고 있는 권영선 위원장님과 화상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사료편찬특별위원회에서 제출한 목차 초안을 보고, 각 주제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와 사료편찬의 방향성 등에 대해 질문과 토론, 스님의 정리 말씀 순으로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그중에 이런 질문도 있었습니다
“역사를 기술할 때는 ‘사관’이라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초안으로 제출된 목차에는 정토회의 발전이라는 것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관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교훈을 얻기 위해서 정토회의 지난 30년을 어떤 기준으로 정리해야 할까요?”
화상 회의를 마치며 스님은 이에 대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정토회가 발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으려면 어떤 기준을 갖고 그렇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회원 숫자가 많아졌다고 해서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재산이 많아졌다고 해서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토회가 처음 출발할 때 표방한 것이 바른 불교, 쉬운 불교, 생활 불교, 세 가지입니다.
첫째, 바른 불교라는 기준에서 평가해야 합니다. 바른 불교란 부처님의 원래 가르침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원래 가르침은 고통받는 중생이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해탈과 열반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정토회는 ‘수행’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래서 수행으로서의 불교라는 자기 정체성을 얼마나 분명히 하느냐가 정토회의 발전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토회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런 목표의식을 분명히 갖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지난 30년 동안 제 개인에서 법사단까지, 그리고 대중들에게까지도 분명하게 정립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정토회는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둘째, 쉬운 불교라는 기준에서 평가해야 합니다. 정토회는 소수의 출가자나 전문가 중심이 아닌 일반 대중이 주체가 되는 운동을 목표로 하고 출발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생활과 직장 생활을 하는 대중들이 일상 속에서 수행을 자기 삶의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고 참여하는 수가 점점 늘어났다면 정토회는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반 대중이 수행 공동체의 중심이 되고 주체가 되는 것이 정토회가 나아가야 할 중요한 방향입니다.
셋째, 생활 불교라는 기준에서 평가해야 합니다. 생활 불교란 밥을 먹을 때 합장을 한다든지, 집에 불상을 모신다든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직장 생활을 할 때 직업윤리를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게 지키고, 가정이 서로 화합하고,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정의를 위해서 실천하고, 민주주의를 신장하기 위해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이런 식으로 일상 속에서 자신의 행복과 사회적 정의를 실천하고 체험하는 것이 생활 불교입니다. 이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실천 불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실천 불교적인 활동이 점점 확대될수록 정토회가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토회의 역사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입니다. 이 세 가지 원칙이 지켜지면서 점점 발전하는 것, 즉 질적 보장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양적 팽창이 이루어질 때 발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토회의 역사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이 정확하게 짚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삼아서 정토회의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의결권이 소수에서 다수로 왔다든지, 출가자 중심에서 재가자 중심으로 왔다든지, 믿음 중심에서 수행 중심으로 왔다든지, 한 사람에서 많은 사람으로 확대가 되었다든지, 수행 중심에서 사회적 실천 중심으로 바뀌었다든지, 이런 기준들을 가지고 평가를 해볼 수 있을 겁니다.
무엇을 중심으로 정토회의 역사를 돌아봐야 하는지 질문을 해주셨는데, 미래에도 이 세 가지를 중심에 두면서 전 국민에게 또 전 세계로 전법을 해나가야 합니다. 개인의 일상적인 삶을 그렇게 바꿔나갈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정토회의 목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지난 30년 동안의 자료들을 모으는 단계에 있지만, 자료가 다 모아지고 나면 스님이 말씀하신 기준에 따라 다시 재정립하는 시간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정토회의 전체 역사뿐만 아니라 법사단 한 명 한 명의 개인의 역사도 작성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정토회의 역사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먼저 각자 자신의 역사를 써보는 겁니다. 자신이 정토회와 인연을 맺고 나서 마음공부를 어떻게 했고, 어떤 고비를 겪었고, 어떤 활동을 했고, 이런 자신의 경험을 정토회의 발전과 결부해서 작성해 보는 거예요. 자신이 모자이크 붓다의 한 점으로서 기여한 바에 대해 자기가 한 역할을 글로 써 보도록 합시다.”
시냇물이 모여서 강을 이루듯 개인의 역사를 모으면 곧 전체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 각자 개인의 역사를 써보는 것을 숙제로 남긴 후 7시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곧바로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정기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해가 짧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의 각 방마다 불이 켜졌습니다.
카메라 앞에 앉은 스님은 환한 웃음과 함께 정토행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정토행자 여러분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제가 있는 이곳 두북 수련원은 그동안 35도에서 37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계속되다가 오늘은 온도가 33도 밖에 안 올라갔습니다. 평소 기온이 30도 정도였다면 33도가 되었을 때 더워서 힘들다고 할 텐데, 37도까지 올라갔다가 33도가 되니까 한결 시원합니다. 이번 주에는 김장할 때 사용할 배추와 무를 심었어요. 시골에서 살다 보니 날씨는 덥지만 곳곳에서 이미 가을이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어서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재확산 사태를 잘 막아내자고 당부했습니다.
“지금 가장 큰 일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확산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2월에 대구에서는 신천지라고 하는 한 단체에서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하루에 천여 명 가까이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대구라는 제한된 지역이어서 타 지역으로 많이 확산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루에 3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요. 어디서 어떻게 감염이 됐는지 경로조차 알 수 없이 확산이 되고 있어서 정부와 국민들의 우려가 매우 큰 상황입니다.
지난 2월에 퍼진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전염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의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약한 것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유행하는 GH형은 유럽과 미국에 전파되었던 바이러스인데 전염 속도가 중국에서 온 것보다 6배 정도 빠르다고 합니다. 일종의 변형된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겠죠.
지난번에는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집회를 하거나 마주 보고 밥을 먹는 경우에 주로 전염이 됐는데, 이번 바이러스는 야외 공간에서도 전염이 될 정도로 전파력이 아주 강하다고 해요. 그래서 지난 경험을 갖고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한다면 우리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경지로 갈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 여러분 모두가 좀 더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해야 하고, 정토행자 여러분들도 8월 말까지 법당 출입을 삼가야 합니다. 또한 외출과 외식도 하지 마시고, 가능하면 여러 명이 모이는 것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내일과 모레는 제가 있는 두북 수련원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고추 따기 등 농사 울력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이곳 주변 지역에는 감염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함께 경각심을 갖고 주의하자는 의미에서 자원봉사자를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특별히 더 주의를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방역이 잘 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K방역’이라고 명성이 자자했는데, 만약 이번에 대유행이 일어난다면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위상도 많이 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민 모두가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야 합니다. 개인의 편리나 이익 때문에 방역에 협조하지 않고 고집을 피우면 본인뿐만 아니라 국가에 큰 손실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함께 협력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냅시다.”
오늘은 7명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에게 직접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한 분은 자꾸 싸우는 아들 부부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물었습니다. 질문자는 먼저 수행을 하며 인생이 가벼워졌다며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저는 해결하지 못하는 괴로움을 안고 살았습니다. 정토회와 인연 되어 매주 왕복 5시간을 오가면서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졸업했습니다. 힘들었지만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면서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과거에 괴로움이 모두 저의 무지로부터 왔으며, 어리석고 지혜가 부족했음을 알았습니다. 이제는 건강하기만 해도 감사하고, 가족들도 모두 건강하니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밝은 얼굴로 감사 인사를 한 후 질문자는 아들에 대한 고민을 말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아들이 대학을 다니면서 연애하다가 결혼했고, 지금은 자녀도 있습니다. 한창 행복해야 할 시기에 아들 내외가 의견이 서로 맞지 않아서 의견 충돌이 자주 일어납니다. 둘 다 자기 잘못은 없고 남의 탓으로만 돌리니까 해결이 전혀 안 됩니다. 제가 서로 잘못이 있다고 인정하라고 하면 도로 반박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자기 잘못으로 돌이키는 그 날이 오게 될까요? 스님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그런 날은 쉽게 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삶이 행복해지려면 신경을 끄세요. 아들 부부가 어떻게 살든지 나는 그들에게 관여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세상에 수많은 부부가 갈등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다시 결합하기도 하면서 살아갑니다. 남의 인생을 쳐다보고 자꾸 간섭하면 내 인생까지 불행해져요.
자식이 스무 살이 넘으면 내 할 일은 다 한 거예요. 그 이상은 집착입니다. 집착은 괴로움의 원인이 돼요. 그러니 선을 딱 끊고 이제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살도록 하세요.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이혼을 하든, 다시 재혼을 하든 그의 인생이에요. 자식이 성인이 되면 간섭을 안 해야 합니다. 다만 나와 옛날에 엄마와 자식의 관계로 돌보아 준 인연이 있으니까, 자식이 물으면 자신의 얘기를 해줄 순 있어요.
아들이 ‘엄마,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라고 물으면, ‘나는 나이도 많고, 내가 아는 게 뭐가 있겠냐? 그러나 내 생각은 이렇다.’ 이 정도로 얘기해주면 됩니다. 아들이 말을 듣든 안 듣든 문제 삼으면 안 돼요.
저도 여러분이 물으니까 대답을 하는 거예요. 묻지도 않는데 ‘인생 그렇게 살면 안 된다. 사람이 그렇게 살면 되겠냐? 부부가 결혼했으면 행복하게 살아야지’ 이런 얘기는 절대로 안 합니다. 저에게 찾아와서 괴롭다고 하면 ‘왜 괴롭니?’라고 묻고, ‘이런 것 때문에 괴롭습니다’ 그러면 ‘고집을 하면 괴롭게 살 수밖에 없고, 괴롭지 않게 살려면 질문자가 이런 것들은 좀 양보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해줍니다. 그런데 이런 말은 스님이 말했기 때문에 잘 듣는 것이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질문하고 제가 대답했기 때문에 그래도 질문한 사람이 제 말을 조금 듣는 거예요. 들을 때는 알았다고 해도 집에 가면 또 안 되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자식 부부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왜 그럴까요? 질문자가 며느리를 위한답시고 아들을 나무라면 아들이 섭섭해합니다. ‘엄마마저도 내 마음을 이해 못 한다. 여자는 똑같다’라며 여자 문제로 몰아버려요. 그러면 아들과 대화가 더 안 돼요. 반대로 질문자가 아들 편을 들면 며느리가 섭섭해합니다. 며느리는 ’시댁 식구는 다 똑같다‘ 하면서 시댁문제로 몰아버려요. 그러면 관계가 더 멀어집니다.
정리하면 첫 번째, 남의 집 일에 신경 끄세요. 아들은 이미 성인이고 결혼을 했기 때문에 내 집과 아들 집은 아예 다른 집입니다. 질문자는 본인의 남편과 화합하며 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남의 집 부부가 어떻게 살든 간섭하지 마세요.
두 번째, 상대가 물을 때만 말해주세요. 아들이 부부갈등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 ‘엄마는 너만 믿는다. 너는 어릴 때부터 참 지혜로웠잖니? 그런 갈등은 잘 해결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해주면 됩니다. 며느리에게는 ‘내가 아들을 잘 못 키워서 네가 고생하는구나. 그래도 내가 지켜보니 네가 현명해서 잘 풀 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렇게 격려해줘야 합니다. 자식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왜 그러냐’ 이렇게 간섭을 하면 귀찮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아무 소리도 안 하고 ‘죽든지 살든지 너희가 알아서 해라. 난 모르겠다.’ 이렇게 외면해도 섭섭해해요. 자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격려해주는 정도로 끝내는 게 좋습니다.
요즘 결혼한 사람들의 절반은 이혼을 합니다. 결혼을 안 하고 사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아요. 부모들은 결혼을 안 하면 안 한다고 걱정, 결혼해서 싸우면 싸운다고 걱정, 이혼하면 이혼한다고 걱정... 자식에게 집착하면 죽을 때까지 걱정하면서 살아야 해요. 자식이 혼자 살면 ‘아이고 요즘 결혼해서 싸우다가 이혼하는 것보다 혼자 사는 게 낫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결혼하면 ‘아이고, 요새 결혼 안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도 결혼을 해줘서 고맙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결혼했다가 이혼하면 ‘아이고, 그래도 한 3년 정도 살 줄 알았더니 5년이나 살았네. 많이 살았다. 그래도 결혼 한 번 해봐서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을 긍정적으로 해야 해요.”
“네, 잘 알겠습니다.”
이 외에도 6명이 화상으로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모든 질문에 답을 하고 나니 벌써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정토불교대학이 이번 가을부터 온라인으로 전환됨을 알려주면서 코로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온라인 불교대학을 널리 알려줄 것을 당부하면서 법회를 마쳤습니다.
“일곱 분의 질문을 받고 함께 대화를 나눠 봤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으면 지금과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큰 재앙이었을 거예요. 이런 온라인 법회도 못 했을 겁니다. 코로나 사태가 재앙적 성격도 있지만, 디지털 세상으로 전환되도록 밀어주는 성격도 있어요. 몇십 년 지나서 돌아보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들의 삶의 방식을 바꾼 하나의 큰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될 수도 있을 겁니다.
온라인 수행법회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서면으로 질문을 받아서 답변을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질문을 영상으로 녹화해서 보내준 것에 대해 답변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실시간으로 바로 영상 질문을 하지 않습니까? 곧 있으면 손들고 아무나 바로 영상으로 질문하는 것도 가능해질 겁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기술이 더욱 발전해서 직접 대화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마음으로 지내보시면 좋겠어요.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것보다는 좀 못하지만, 그래도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신인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수업을 전부 온라인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면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새로 얻을 수 있어요. 이제는 법당에 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외국에서도 들을 수 있고, 자기 집에서도 들을 수 있고, 어디에서든 들을 수 있게 되었잖아요. 그러니 지인들에게 정토불교대학을 적극적으로 알려서 좋은 법문을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 정기 법회를 들으려면 반드시 정토불교대학은 졸업해야 합니다. 불교대학을 졸업해야 어떻게 마음공부를 해야 하는지 중심이 잡히기 때문에, 정기 법회를 들으려면 최소한 불교대학은 졸업해야 합니다. 그래서 법문을 계속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면 정토불교대학부터 입학하세요. 그래야 매주 정기적으로 법문을 들을 수 있고, 질문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안내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유튜브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 TV’ 채널에서 목소리 녹음을 요청해서 잠시 녹음을 한 후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한 후 하루 종일 원고 교정과 각종 업무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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