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3. 24 서암 대종사 열반 14주기 기념식, 두북 울력
봄은 기적입니다

어둠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새벽입니다. 맞은편의 희양산도 까만 그림자처럼 우뚝 솟아 있습니다. 도량석 목탁소리가 조용한 천지를 흔들어 깨웁니다. 오늘 아침은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맞이합니다.
스님의 오늘 하루를 시작하기 전, 어제 싣지 못한 충남도청에서 있었던 스님과 질문자와의 대화를 먼저 소개하고 시작하려 합니다.

“‘마음 널뛰기’에 대한 질문입니다. 예전에는 제가 좋아했던 친구였는데, 요즘에 만나면 그 친구의 말에 제가 굉장히 상처를 받습니다. 그 친구가 저한테 대놓고 욕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만났다가 헤어지고 나면 그 친구의 말이 제 머리 속에 계속 맴돌아서 괴로워요. 그래서 제가 그 친구를 안 만나려고 해도 그 친구랑 제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들이 엮여있기 때문에 안 만날 수도 없습니다.
그 친구의 말투가 너무 싫어서 똑같이 해 봤는데 너무 신경이 쓰여서 오히려 제가 괴로웠고요, 또 아예 그 친구의 말을 무시하려고 해 봤는데 그것도 오히려 저에게 상처가 되더라고요. 이렇게 널뛰기 하는 제 마음을 어떻게 해야 컨트롤할 수 있을까요?”

“자기 성격을 고치려고 할 때 잘 고쳐져요, 안 고쳐져요?”

“안 고쳐져요.”

“그러면 내가 내 성질 고치기가 쉬울까요? 내가 남의 성질을 고치기가 쉬울까요?(모두 웃음)”

“물론 남보다는 제 성격을 고치기가 쉽겠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마음 널뛰기’가 너무 괴로워요.”

“‘성질’이라는 것은 잘 변하기 때문에 성질이라 그럴까요, 그 사람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안 변하기 때문에 성질이라 그럴까요? 안 변하기 때문에 ‘아, 그거는 그 사람의 성질이다. 그 사람의 성격이다’라고 하는 거죠, 그렇죠?”

“예.”

“그래서 성격이나 성질은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고치기가 어렵습니다. 또 고치기 어려워야 성질이란 말이 붙지, 쉬우면 성질이란 말이 붙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성질을 고치려고 하지 마세요. 왜? 백전백패하니까요. 그런데 ‘그래도 이건 부작용이 너무 크다. 그래서 고치고 싶다’면 첫째, 고치기가 어렵다는 걸 먼저 알고 시작해야 해요. 그런데 성격 고친다는 걸 여러분들은 너무 쉽게 생각하기 때문에 100% 실패하는 거예요. 그래서 작심삼일이 되고 마는 거예요. 처음 출발할 때 이미 ‘성격 고치는 건 어려운 일이다’라는 걸 알고 출발해야 해요.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출발하면 쉽게 고치려고 할까요, 좀 길게 보고 고치려고 할까요? 길게 보겠죠? 금방 성과를 내려고 안 하겠지요?”

“예.”

“예를 들어 스스로 ‘잔소리하는 걸 좀 고치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쉽게 안 고쳐지지요. 그런데 ‘열 마디 하다가 입 다무는 건 불가능하니까 열 마디할 걸 한 마디만 줄여서 아홉 마디만 하겠다’면 이건 노력으로 가능합니다. 그래서 노력해서 그게 성공을 하면 ‘한 마디만 더 줄여서 여덟 마디만 해야지.’ 이렇게 어려운 줄을 알아서 노력은 세게 하되 목표치는 조금 낮추면 작은 성공을 자꾸 할 수 있어요. 그렇게 작은 성공을 되풀이하면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생겨요. ‘아, 되네?!’ 이렇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자기 성격도 고치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남의 성격을 고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그런 말투는 그 사람의 성질일까요, 아닐까요?”

“성질이에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그 남의 성질을 고치려고 하잖아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질문자는 굉장한 분이에요. 거의 하느님이라고 할 수 있어요.(모두 웃음) 그 불가능한 일에 질문자가 도전을 했고, 해결이 잘 안 되니까 지금 질문자가 힘든 거예요. 그러니까 ‘그걸 고치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건 저 사람의 성질이다.’ 이렇게 생각하셔야 해요. 돌멩이는 단단한 게 제 성질이고, 쇠는 부러지기보다는 휘는 게 제 성질이고, 솜은 부드러운 게 제 성질이듯이 그 사람의 말투는 그 사람의 ‘말하는 성질’이에요. 그러니까 그걸 그냥 인정해 주세요. ‘저 사람 말투가 저렇다’ 이렇게.

‘그 사람을 만나야 된다, 안 만나야 된다’거나 ‘그 사람의 말투를 고쳐야 된다’거나 ‘나를 다스려야 된다’는 건 다 그 사람의 말투에 나쁘게 반응을 한 뒤에 일어나는 감정조절에 대한 얘기예요. 그 문제에 대해 질문자가 그렇게 접근하기 때문에 자꾸 실패하는 거예요. ‘저 사람 말투가 저렇다’면서 영어처럼 들으세요.(모두 웃음) 그 사람이 ‘개새끼’라고 말하면 그걸 욕이라고 듣지 말고 ‘아, 개를 어떤 나라 말로 개새끼라고 하는구나. 저 사람이 어떤 다른 나라 말을 하는구나’ 이렇게 들으세요. 그 사람의 말투가 그런 거니까, 그걸 무시하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재밌게 들으세요. ‘쟤 말투 봐라. 말투가 재밌구나’ 하고 오늘부터 한번 연습을 해 보세요. 우리는 얼굴 생김이 서로 다르듯이 말투도 서로 다르고, 가치관도 서로 달라요. 그런데 그걸 내 마음에 들도록 고치겠다고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길은 딱 두 갈래입니다. 고치려는 생각을 그대로 두고 ‘말투가 저렇다’고 받아들이기. 그런데 그게 잘 안 되고 자꾸 고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안 보기. 이렇게 딱 두 갈래 길밖에 없어요. 고치는 건 안돼요. 여러분, 자기 자녀의 성격을 자기가 고칠 수 있어요, 없어요? 못 고칩니다. 내가 낳아서 키운 내 자식의 성격도 못 고치고, 나랑 사는 남편이나 아내의 성격도 못 고칩니다. 부부 사이의 갈등은 대부분 상대를 고치려고 하기 때문에 생기는데, 상대를 고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상대를 고치려고 들면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하게 돼요.

그런데 그게 고쳐질 때가 있긴 있어요. ‘천성은 못 고친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고쳐질 때도 있다고요. 그럴 때 우리가 뭐라고 말합니까? ‘천성이 변하는 걸 보니 죽을 때가 다 됐구나.’(모두 웃음) 죽기 전에는 고치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만큼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런 이치를 조금만 알면 남과 사는 게 그리 어렵지가 않은데, 여러분들이 이런 이치를 모르고 너무 터무니없는 도전들을 하니까 인생이 피곤한 거예요. 가능한 일에 도전을 해야 되는데 친구의 성질을 고치겠다고요? 질문자는 진짜 굉장한 사람이에요.(모두 웃음)

‘저 친구 말투가 저렇구나.’ 이렇게 하고, 그걸 딱 인정을 하고 재밌어 하면서 ‘쟤는 어떻게 말을 저렇게 할까?’ 하고 들으세요. ‘쟤는 어떻게 말을 저렇게 싸가지 없이 할까? 야∼, 신기하다’ 이렇게 재미있어 하면서 연구하는 자세로 들으면 실제 그 말투가 굉장히 재미있게 들릴 거예요.(모두 웃음)”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접근하든지, 그렇게 해도 잘 안 되면 어떻게 하라고요?”

“안 보든지요.”(모두 웃음)

“예.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데 그게 너무 맵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래도 내가 그 음식을 먹으려면 그 매운 맛을 감수하든지, 매운 게 몸에 안 좋다고 생각하면 그 음식을 포기하든지 해야지, 그 둘을 분리할 순 없어요. 안 맵게 요리를 하면 그 음식 본연의 맛이 없어지니까요. 그런 것처럼 그 사람을 떼어내려면 그 사람과 인연된 친구들 전체를 같이 포기해 줘야 돼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남편한테서 그 술 마시는, 그 점만 딱 떼어내려니까 잘 안 되는 거랑 같아요. 남편이 술 마시는 걸 받아들이면서 다른 것을 누리든지, 남편이 술 마시는 게 싫어서 남편을 포기하려면 그 사람 옆에 붙어있는 돈도 같이 포기하든지 해 줘야 돼요.”

“그런데 그 친구가 했던 말들이 잊히지 않아요.”

“그런 경우에 잊히지 않는 건 좋은 일이에요, 나쁜 일이에요?(모두 웃음) 그런 경우에는 기억력이 안 좋은 사람이 결과적으로 좋은 사람이잖아요. 뭘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니까요.”

“잊고 싶은데 안 잊혀요.”

“잊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면 되잖아요.(모두 웃음) 안 잊히는 걸 잊으려고 해도 노력을 해야 되고, 기억 안 되는 걸 기억하려고 해도 노력을 해야 돼요. 그런데 ‘기억되는 건 기억하고, 기억 안 되는 건 안 한다’고 정하면 노력할 게 없잖아요. 그런 데에 배움이 있어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예를 들어 제가 옛날에 인도나 아프가니스탄을 다닐 때 움막에서 자고, 모래폭풍을 만나서 힘들었던 일들이 기억에 남아있을까요? 아니면 호텔에 가서 잔 게 기억에 남아있을까요? 고생한 게 기억에 남아있어요. 다시 말해서 제 경험으로 따지면, 좋은 환경에 있었던 게 제 인생의 경험으로서 유효할까요? 나쁜 환경에 있었던 게 유효할까요? 나쁜 환경에 있었던 경험이 저에게 유효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하는 일이 뜻대로 안 되어서 어려움을 겪게 되잖아요? 그러면 그런 일은 굉장한 학습효과를 낳습니다. 그런데 좋은 환경에 처했던 것은 일시적으로는 좋은데 배움이라는 관점에서는 아무런 학습효과가 없어요. 즉 자산으로 축적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다 어렵게 직접 경험한 것만 나중까지 쓸모 있게 남는 거예요.”

나쁜 것이 나쁜 것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자산으로 되는 기회야 말로 내 인생에 어떻게도 얻을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음력 2월 27일, 서암 큰스님 열반 14주기 기념 법회가 봉암사에서 있는 날입니다. 스님은 서암 큰스님과의 일화가 곳곳에 담겨 있는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법회 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서서 서암 큰스님 부도탑 지에 인사드리러 갔습니다.

조용히 부도탑 앞에서 삼배를 드리고 봉암사로 향했습니다. 봉암사 대웅전에는 서암 큰스님을 기억하는 많은 스님, 신도님들이 오셔서 식전 염불 독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되자, 죽비 3성으로 잠깐 묵념 후, 차례로 나와 영단에 향공양을 하는 것으로 열반 기념 법회는 마무리되었습니다.


봉암사 대웅전 옆에 핀 할미꽃과 벚꽃
▲ 봉암사 대웅전 옆에 핀 할미꽃과 벚꽃

오후 1시가 훌쩍 넘어, 스님은 두북으로 향했습니다. 어제 미리 계획했던 통일 씨감자를 심어야 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묘덕 법사님도 감사 심기에 힘을 보태려고 함께 하기로 하였습니다.

4시가 좀 넘어 두북에 도착하였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감자 심을 준비를 하였습니다. 씨감자 연구소에 미리 부탁한 씨감자 한 박스가 도착해있었습니다. 화광 법사님께서 도 심겠다고 하셔서 절반은 두고 절반만 가져왔습니다. 엄지손가락만한 작은 감자들이 작은 싹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묘덕 법사님이 하나하나 살펴서 싹을 틔우지 않은 씨감자를 골라내었습니다. 수레에 감자와 모종삽, 삽, 호미를 싣고 밭으로 갔습니다. 멀칭한 밭고랑이 그대로 잘 있었습니다. 투명 비닐로 멀칭한 밭고랑은 이미 통일감자나 일반감자를 심은 곳이었으므로 까만 비닐로 된 고랑에 통일씨감자를 심었습니다.

스님은 감자 심을 곳을 표시를 해주었고 행자님이 씨감자를 싹 틔운 방향을 위로 하여 하나씩 넣은 다음 흙을 덮어주었습니다.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서 하다보니 금방 씨감자 심기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고소 씨앗을 가지고 와서 고랑 사이가 넓어 공간이 남은 곳과 모서리 밭에 흩어뿌리기를 하였습니다. 씨를 뿌려준 다음, 레이크로 흙을 덮어주었습니다.

그 사이 묘덕 법사님과 행자님이 냉이와 꽃다지를 캐었습니다. 잠깐 사이 한 바구니가 되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콩밭에 마른 콩대가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스님은 콩대를 뽑아 모았습니다. 이제 봄이니 보일러는 밤에만 잠깐 켜고 쉴 때는 사랑방에만 불을 때고 쉬는 것으로 하자고 어제 스님과 이야기 나눈 것이 생각났습니다.
봄나물 캔 김에 비닐하우스에 가서 명아주를 조금 더 따왔습니다. 스님은 명아주 따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너무 어린 것은 놔두고 좀 큰 것만 따도록 해. 손으로 위에 부분만 톡톡 끊으면 된다. 요렇게 윗부분만 끊어 가면 다시 또 자라니까 다음에 따면 되거든. 이러면 순식간에 자란다.”

돌아와서 공구를 정리하고 따온 명아주와 냉이, 꽃다지를 씻었습니다. 스님은 미니 비닐하우스에 실험중인 감자들과 화분을 살펴보았습니다.

“감자 꺾꽂이가 성공사례가 될 수 있을까? 싹이 나서 잘 자라고 있네. 두고 봐야겠다. 마늘도, 옥수수도 싹이 잘 나고 있다.”

고구마 꺾꽂이뿐 아니라 이제는 감자 꺾꽂이도 감자 심는 한 방법으로 알려질 수 있을지 다들 기대를 모아봅니다. 많이 자란 부추 밭에는 이제 비닐을 걷어주기로 하였습니다. 아침, 저녁 일교차에도 거뜬히 견딜 수 있을 정도의 힘을 모아 부추가 쑥쑥 자라고 있었습니다.

마른 가지에 꽃이 피고, 언 땅을 뚫고 싹이 자라고, 해 보지 않았던 길을 실험하는 기대어린 밭입니다. 기적이 매일 일어나는 즐거운 봄의 밭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7

0/200

몽실이

남성질 가지고 시시비비 했던 일이 얼마나 의미없는 일이었는지~~ 알고 갑니다.
다만 제성질 알아차려가며 바르게 살겠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2017-03-27 06:32:12

^^^^

어머니가 사진을 보시더니,씨감자를 반으로 잘라 심는게 좋을텐데 하시네요..너무 감자눈이 많아서 싹이 여러개올라오니 ,한개씩을 감자눈을 두는게 많이 열리고 좋을텐데 하시네요..요즘은 신품종이 많아 하는방법이 다 다르니 스님 하시는게 맞겠지라고도 하시구요 ㅎ건네들은 이야기로 이 씨감자랑 같은건진 모르겠지만,시골농협에서 씨감자를 사다가(조금 비싸대요),일반감자는 안그러는데,씨감자는 온상에다 싹을틔워 심는다고하네요..그리고 그 감자를 집에 뒀던걸로 다음해에 하면 잘 안되고,농협에서 다시 새로사서 심으면 잘되더라는 말씀도 들었어요..다 다르겠죠..저도 감자농사를 못봐봐서요..

2017-03-26 14:12:55

조정

고맙습니다.덕분입니다._()()()_

2017-03-26 12:09:34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