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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30분부터 강서 구민회관에서 희망세상 만들기 하반기 50회 강연 중 16번째 강연이 열렸습니다.
스님께서는 강연 전에 강서구청 노현송 구청장님과 간단히 차담을 하면서 지난번에 유럽강연을 다니면서 느꼈던 점을 말씀하셨습니다. 유럽의 도시들이 뒷골목까지 잘 정비되어 있는 반면 서울은 뒷골목이 약간 너저분해서 깔끔하게 정비된 느낌이 덜든다고 하면서 서울은 외형적인 것은 어느 정도 갖추어졌으니 이후에는 이런 것들이 개선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주시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강연장에 들어서자 많은 대중들이 몰려와 600석 좌석에 900여명이 오셔서 1층과 2층 좌석 모두가 꽉 찼고 복도에는 깔판을 깔고 앉는 사람들로 빼곡했습니다. 강서구 구청장님의 인사말에 이어서 곧바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총 8명이 스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남편이 술주정이 심해 자는 아이들을 깨우고 시끄럽게 해서 힘들다는 묻는 분, 시댁 일을 억지로 하고 있는데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 시댁 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묻는 분, 영감이 돌아가신 후 아들이 제사를 달라고 해서 줬더니 이제 와서 제사를 안 지낸다고 하니 어찌 해야 할지 묻는 분,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낳아서 아이에 대한 모성애도 깊지가 않는데 아이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 묻는 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00일 출가를 하려고 하니 부모님이 반대하는데 부모님으로부터 쿨 하게 독립하는 방법을 묻는 분, 29살 딸이 회사에서 늦게 귀가하고 아버지와 갈등이 심한데 중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분, 어려운 경제 사정에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오빠와 갈등하며 자란 환경이 억울하게 느껴진다며 어떻게 해야하는지 묻는 분까지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그 중 한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 여성분이 울먹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하였습니다.
“아이가 작년에 초등학교 입학 후 한 형에게 맞아서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였고 그 이후 학교생활 적응을 못해 진단을 받아보니 ADHD 주의결핍 과잉행동 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1학기에는 같은 반 친구들에게 왕따와 따돌림을 받았고, 2학기에는 등교 거부를 하여 학교를 보름 쉬었고 조퇴도 많이 하였습니다. 약물 치료를 권유 받았으나 찬반이 분분해서 아직 하지 않고 있고 행동 치료만 하고 있는데 약물치료를 해도 될지요? 아이에게 엄마로써 어떻게 해줘야 할까요?”
질문자는 많이 울먹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렇게 답변해주셨습니다.
“아이가 폭행을 당하고 왕따를 당해서 ADHD가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아니예요.) ADHD 장애는 엄마로부터 발현된 것입니다. 자기 속에서 발현된 것인데 그 사건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근본 씨앗은 엄마한테 있습니다. 아이만 치료하겠다는 것은 원인 제공자인 자기는 빠지겠다는 것이거든요. 자기 치유는 안 하고 애만 치유하겠다고 한다면 애는 치유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먼저 자기 치유를 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하루 300배씩 천일 동안 절을 하면서 남편에게 참회기도를 해야 합니다. 적당히 깍아서 108배만 하고 때우려고 하면 안 됩니다. 아주 깊이 참회가 되고 눈에 눈물이 나야 합니다. ‘여보, 저하고 산다고 얼마나 힘들어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참회를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아이에게도 ‘얘야, 엄마 때문에 니가 고생한다’ 이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엄마가 그걸 갖고 시비하지 않고 포용해 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응급치료입니다. 약물 치료도 약의 부작용이 어느 정도 있지만, 체크를 해보고 부작용이 심하지 않으면 실험적으로 해보는 것도 괜찮아요. 당장 내가 편하다고 약물에 너무 의지하면 평생 약물 중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주일이면 일주일 약물치료를 해보고 괜찮아지면 다시 약물을 끊고, 심할 때는 약물치료를 하고 괜찮을 때는 다시 끊고, 이렇게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해보세요.
그래서 첫째, 자기 정진을 할 것. 둘째, 아이는 이해할 것. 특히 죄의식이 아니라 포용하는 마음을 가질 것. 셋째, 아이는 병원에 데려가서 적절한 치료를 같이 병행해 나갈 것. 근본 치료는 내 수행이고, 응급 치료는 병원에 보내는 겁니다. 두 가지를 병행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ADHD 장애가 질문자 본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스님의 말씀을 질문자가 금방 받아들여 스님의 답변은 쉽게 술술 풀려나갈 수 있었습니다. 울먹이던 질문자는 한층 가벼워진 얼굴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청중들도 응원의 박수를 함께 쳐주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인생수업 책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한분 한분에게 정성껏 사인을 남겨주시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저녁에는 7시부터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길벗(방송문화연극예술인 수행모임)에서 주관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가지 질문들>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스님께서는 질문을 받기에 앞서 여는 이야기로 장애가 곧 복이 되는 이치를 설명해주셨습니다.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성이 숙성되었다고 말할 수 없어요. 젊을 때 3년, 5년 고생하면 그 사람은 육체적 나이는 서른 살 마흔 살이라 하더라도 몇천년 산 것과 같습니다. 고생을 많이 하면 엄청난 배움이 있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에 몇 일간 고문을 당했었는데 그 때 깨친 내용들은 10년 수도해서 깨칠 수 있는 양 이상을 깨칠 수 있었어요. 그 당시는 힘들었지만 지나놓고 보니 나를 성숙시켜 준 복이었어요. 재앙이 복인 줄 알면 인생을 해탈하는 겁니다. 인생에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장애가 닥칠 때 그것이 복인 줄 아셔야 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삶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장애가 복인 줄 알아야 함을 말씀해 주셨지만 그래도 인생에는 힘든 일이 많다며 스님께서는 청중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습니다. 먼저 진행 측에서 준비한 대표 질문 한 가지를 사회자가 읽는 방식으로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방송문화연극예술인 모임 특성 상 이 분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질문 한 가지를 선정했는데 참석한 분들이 모두 공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방송 분야에 일하는 사람들은 99%가 스타가 되기를 꿈꿉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자신의 현실 속에서 상대적 괴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다른 분야보다 아주 많습니다. 선택할 수 없고 선택 되어져야만 하는 을의 관계에서 어떤 마음으로 이 일에 임해야 하는지요?”
스님께서는 웃으시면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방송 연예인만 그런 줄 아세요? 우리 종교인들도 그래요. 불교 출가 승려들은 2500년이 넘도록 오직 한 사람 ‘붓다’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 왔는데 아직 붓다가 되었다는 사람을 못 들어봤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적어도 1년 내지 3년에 한 번 나타나는 스타가 되기를 꿈꾸잖아요. 저 같은 사람한테는 그 정도는 별 것 아니죠. 하하하 (웃음)”
청중들도 한바탕 같이 웃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청중들이 위로가 되지는 않아 보이셨는지 스님께서는 다시 차분하게 방송인들의 마음자세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이 때는 잠깐 뒤로 돌아보는 것이 좋아요. 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와 비교해 보면 많이 왔어요. 그런데 앞을 보면 아직 까마득해요. 이럴 때 앞만 보면 좌절하기 쉽습니다. 뒤만 보면 안주하기가 쉬워요. 이럴 때는 뒤를 보면서 ‘이만큼이나 왔네!’ 이렇게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앞을 보면서는 ‘아직 멀었네’ 하면서 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자는 앞을 보고 ‘아무리 해도 안되네’ 절망하고, 뒤를 보면서 ‘이만하면 됐지 뭐’ 이렇게 안주하기가 쉽습니다. 자꾸 스타만 쳐다보고 나는 언제 되나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뒤도 한번 돌아보세요. 여러분 보다 못한 사람도 많이 있어요. 심부름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 비해서는 많이 왔잖아요. 가끔씩 뒤를 돌아보면 여러분들도 많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러나 아직 가야할 길이 있으니까 앞을 보면서 뚜벅뚜벅 걸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앞만 보니까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입니다.”
스님의 답변이 위로가 되었는지 청중들의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스님께서는 다시 강조를 하셨습니다.
“스타가 안 된 지금이 사실은 좋은 겁니다. 왜 그럴까요? 스타가 되면 내려갈 일 밖에 없어요. 스타가 아닌 사람들은 아직도 올라갈 일이 남았잖아요. 사람들한테 아직도 박수 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잖아요. 올라갔다가 떨어질 때 인생이 더 괴로울까요? 못 올라간 것이 더 괴로울까요? 주관적 충격은 올라갔다가 떨어질 때가 더 큽니다. 못 올라갔다고 자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요. 자살의 대부분은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충격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인기를 나로 삼으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최선을 다하되 인기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괜찮아야 합니다. 인기는 하나의 거품일 뿐입니다. 일찍 성공한 사람들은 인생이 행복하질 못합니다. 잘나갔던 때가 늘 기준이 되기 때문에 항상 자기가 볼품이 없어져요.
인기에 연연하는 사람들은 그 인기에 신경을 써서 마음이 진실해지지 못하고 자꾸 기교를 부리게 되죠. 그래서 좋은 작품이 안 나오고 더 초조해지게 됩니다. 인기는 세상 사람들이 나를 갖고 노는 것이지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겁니다. 인기가 있든지 없든지 나는 내 작업에 충실 하는 자세를 가질 때 내 삶도 행복해지고 자신을 오래도록 건강하게 유지해 갈 수 있습니다. 인기에 얽매이면 자칫하면 자신을 잃어버릴 확률이 많습니다. 도무지 인기가 있고 없고에 상관없이 자신에 충실 하는 사람은 그나마 인기가 오래 유지되지만 인기로 자기를 삼으면 굉장한 공허감이 오고 그 공허감을 못 이겨서 불행을 자초하게 됩니다. 다만 자기 일에 충실할 뿐이고 평가는 세상 사람들 것이니까 거기에 내맡겨 놓고 자기 생활에 충실 한다면 여러분들의 인생이 좀 더 안정되고 행복할 것입니다.”
방송, 연예, 연극 분야는 인기에 연연하기 쉬운 특수한 분야인데, 스님의 이 답변을 듣고 모두들 큰 치유를 받은 듯 했습니다. 이후에도 8명의 다양한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때론 크게 웃기도 하고 때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도 하면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집중된 2시간이 흘렀습니다. 청중들 모두 기쁘게 웃으며 강연장을 나갔습니다.
오늘 강연에는 한 분의 연예인 얼굴이 눈에 띄었습니다. 탤런트 박진희씨가 맨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강연을 듣고 있었습니다. 또한 노희경 작가님을 비롯한 많은 방송인들이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강연장 입구 로비에는 많은 길벗 자원봉사자 분들이 뒷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봉사자 분들은 뒷정리가 거의 마무리되어 갈 때쯤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도 함께 촬영했습니다. 봉사자들 모두가 행복한 표정이었습니다.
내일은 5번의 미팅과 통일의병 관련한 강의가 있습니다.